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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88화 (189/211)

188화

바닥에 떨어진 팔의 주인은 분명 한재석이었다.

잘려 나간 팔에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이도 한재석이었고.

눈앞에 있는 금색의 쌍검을 들고 있는, 붉은 수염을 가진 호드라는 신의 마기에 기세가 짓눌려 있는 이도 분명 한재석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냐.”

허공에서 한재석을 내려다보고 있던 프리그의 입술이 떨렸다.

기세, 상황, 격차.

모든 것이 호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비록 조금 전 엄청난 공격을 받은 호드이긴 했지만,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붉은 피부가 되고 난 뒤 호드는 로키가 작아져 보일 정도로 엄청난 마기와 전투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호드를 노려보고 있는 한재석의 눈에서는 절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기하군요. 원래 이 정도라면 작은 흐트러짐이 있어야 하는데, 당신은 전혀 그런 것이 없군요. 오히려 팔을 잃기 전보다도 더…… 전투에 몰입하고 있군요.”

눈이 보이지 않는 호드였기에 더욱 상대방의 느낌이나 현재의 상태를 잘 체크할 수 있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이딴 팔 하나 잃었다고 이 로키 님이 질 리가 없잖아.”

팔을 잃고 분노에 휩싸이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차분해진 상태.

최적의 전투 상태였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재석을 보며 호드가 박수를 쳤다.

“대단하군요. 그 기세. 눈이 보이지 않기에 더욱 잘 알고 있어요. 허세가 아닙니다. 아직…… 숨겨 놓은 무언가가 있군요.”

온통 붉어진 얼굴의 호드가 입술을 쭉 찢었다.

“있지. 뭐…… 여기서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죽을지도 모르니까 써야겠네.”

여유로운 높낮이로 말하는 태연한 목소리.

호드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좋군요, 좋아. 이렇게 흥분되는 싸움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렇게까지 제 힘을 끌어낸 상대도 당신이 처음이에요. 더욱…… 더…… 제 피가 모두 증발해 없어질 때까지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세요!”

호드가 동공 없는 새하얀 눈알만을 드러내며 한재석에게 달려들었다.

슈우웅!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몸을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대기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소닉붐이 이는 듯한 소리까지 들렸다.

“하아…… 이건 정말 쓰고 싶지 않았는데…….”

한재석이 자신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호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 하는 거야! 피해! 정통으로 공격당하면 죽을 거야!”

마수아의 목소리.

자신이 껴들 수 없는 레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나.

그렇게 힘의 차이가 나는 자신이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정면에서 정통으로 공격당하면 이번엔 팔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죽는다.

“피하라고!”

마수아의 외침이 주위를 울리고.

어느새 한재석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호드가 소름 돋는 표정으로 백안을 까며 소리쳤다.

“자! 꺼내 보세요! 당신의 필살기를! 나를 더욱더! 강하게 해주란 말이야!!!”

금색의 쌍검이 하늘로 치켜올려졌다.

금색의 검이 시퍼런 칼날을 드러내며 한재석의 목숨을 빼앗으러 다가갔다.

찰나의 순간.

한재석의 몸 앞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보라색 마법진.

“부름에 응답하라. 거인의 왕 위미르의 팔. 처음부터 신나게 가보자고. 출력 50퍼센트!”

한재석의 외침 뒤로.

마법진에서 거대한 거인의 주먹이 나타났다.

거인들의 초대 왕 위미르의 팔이 순식간에 호드를 덮쳤다.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과 함께 싸움의 신 호드의 몸이 순식간에 터져 버렸다.

제 할 일을 마친 위미르의 팔이 마법진 속으로 다시 되돌아 가 사라졌다.

“…….”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허공에서 지켜보고 있던 프리그는 물론이고 한재석을 향해 소리치던 마수아 또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굳어 있었다.

바닥을 흥건하게 채운 호드의 피와 살점을 바라보던 한재석이 미소를 지었다.

“휴…… 역시 이건 조종하기가 힘드네. 그럼…….”

한재석이 몸을 돌려 하늘에 떠 있는 프리그를 눈에 담았다.

잠시 프리그를 노려보던 한재석이 고개를 돌려 마수아를 바라보았다.

씨익.

말려 올라가는 웃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던 한재석이 마수아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 버렸다.”

스르륵.

한재석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갔다.

툭.

잠이 들었는지 기절한 건지.

한재석이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조차 없었다.

마수아팀이 빠르게 쓰러진 한재석을 향해 이동했다.

윤강산이 한재석의 목 뒤로 손을 얹었다.

“다행히 죽지 않았어. 그런데 아마 힘을 많이 소진해서 기절한 거 같아. 내 치료 마법으로는 힐도 안 먹힐 거야.”

“그 얘기는…….”

마수아의 고개가 움직였다.

마수아의 시선이 상공에 있는 프리그에게서 멈춰 섰다.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른침이 넘어가는 존재.

“우리가 저 녀석을 상대해야 하는 거야?”

꾹꺽.

마수아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갔다.

그와 다르게 프리그의 얼굴에는 이제야 승기를 잡았다는 만족의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뒷일은 생각지도 않고 까불더니, 꼴 좋구나. 그렇게 계속 잠들어 있거라. 내가 옆에 있는 인간들과 함께 편안히 죽여주마!”

잠시의 뜸도 들이지 않고 프리그가 하얀 망토를 펄럭이며 쓰러져 있는 한재석과 마수아팀을 향해 날아들었다.

프리그의 손 위로 붉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흘러나온 마기가 창이 되어 인간들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

대기를 가르며 날아든 프리그가 어느새 마수아팀이 있는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공포가 깃든 인간들의 얼굴을 발견한 프리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인간은 그 표정이 제일 잘 어울…….”

툭.

마수아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프리그의 머리통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던 프리그의 얼굴이 멈췄다.

마수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승리감에 취해 강하게 노려보던 신의 눈동자가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턱.

죽어 있는 프리그의 옆으로 누군가 착지했다.

푸른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남자.

익숙한 얼굴에 마수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경태 협회장님?”

“모두 안 죽고 버티느라 고생했다.”

지경태가 입가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혀, 협회장님이 죽이신 겁니까?”

마수아의 목소리에 지경태의 시선이 땅에 나뒹굴고 있는 프리그의 얼굴로 향했다.

“아스가르드의 신을 내가 죽일 수 있을 리 없잖아.”

지경태의 고개가 움직였다.

마수아팀의 시선이 지경태의 시선이 닿은 곳으로 움직였다.

“저 녀석이…….”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다소 앳된 모습.

이마 앞으로 오 대 오로 갈라진 머리칼이 보였다.

마수아가 이제 막 착지한 남자를 보며 말했다.

“강진철……. 신을 한 방에…….”

“…….”

작은 반응도 보이지 않는 표정.

아니,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 알아채지도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맙다, 강진철. 목숨을 구해줘서.”

윤강산이 강진철에게 손을 내밀며 감사를 표했다.

“…….”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멀뚱히 윤강산의 얼굴만 바라보는 강진철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윤강산이 마수아를 한 번 쳐다보고는 지경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윤강산과 시선을 마주친 지경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경태가 무언가 말을 하려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 그게…….”

“저는 강진철이 아닙니다. 저는…… 거기 누워 있는 로키의 아들입니다.”

강진철의 입에서 믿지 못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 *

서울 상암.

오딘의 막내아들 발드르와의 전투가 끝난 직후.

성녀의 희생으로 불사신이라 불리는 발드르를 해치운 호디와 일행들이었다.

쾅!!

정신을 잃은 성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절할 정도로 힘을 쓴 성녀가 만들어 준 작은 찬스.

떨어지는 성녀를 구하는 것이 아닌, 발드르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 것을 택한 호디였다.

호디가 빠르게 성녀가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충격으로 일대가 뿌연 연기에 휩싸였다.

뿌연 연기를 해치며 아이스타이거 호디가 성녀를 불렀다.

“어딨는 것이냐! 성녀!”

그때.

호디의 시선으로 땅에 난 구멍이 보였다.

호디가 빠르게 구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턱.

호디가 구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장왕윤과 이정은이 도착했다.

몸을 던지는 호디를 보며 장왕윤과 이정은이 소리쳤다.

“꼭 구해와!”

“부탁해요! 호디!”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구멍으로 빨려들어 갔다.

호디가 구멍 속으로 들어간 뒤 위쪽에 남아 있던 이정은과 장왕윤이 어두운 표정으로 구멍만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구멍 주위를 메웠던 뿌연 연기들이 모두 사라져 갈 때쯤.

슈우웅!

하얀 물체가 구멍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턱.

장왕윤과 이정은에 앞에 착지한 호디가 입에 물고 있던 성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장왕윤과 이정은이 빠르게 성녀에게 다가갔다.

장왕윤이 성녀의 코앞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미세하게나마 호흡을 하고 있어.”

이정은이 빠르게 치료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정은의 양손에서 피어오르던 초록색 빛이 성녀에게로 옮겨졌다.

성녀의 온몸을 감싼 초록색 빛.

“아마 SSS급으로 각성해서 몸이 버텨준 것 같아. 아무리 능력자라도 정신을 잃고 머리부터 떨어지면 무사하긴 힘들 테니까.”

치료 마법을 유지한 채 말을 끝낸 이정은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집중해. 외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내부적으로는 아주 위험한 상황일 거야. 마력이 텅텅 비었어. 이러다간…… 정말 죽을지도 몰라.”

장왕윤의 목소리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이정은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이 지어졌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한 가지만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성녀 덕분이었으니까.

이정은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힐을 퍼부었다.

대마법사라 불리는 그녀라도 성녀만큼의 치료 마법은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마력으로 그 차이를 메우려 애쓰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성녀의 등급은 SSS등급.

이정은의 마력을 모두 써도 바닥나 버린 성녀의 마력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거기에 바닥으로 떨어지며 받은 육체적 충격까지 모두 치료하면서 마력까지 보충해야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치료 마법을 발동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지만, 이정은의 미간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었다.

“벌써 마력이…….”

턱.

그때, 장왕윤의 손이 이정은의 어깨에 얹어졌다.

“필요하면 내 힘도 빌려줄게.”

“나도……. 마력이 아니라 마기이긴 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거다.”

호디의 꼬리가 이정은의 어깨에 얹어졌다.

“고마워. 그럼 나도 마력이 떨어져서 기절하든 뭐 하든, 뒷일 생각하지 않고 구해주겠어. 성녀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우리를 구해준 것처럼.”

이정은의 손에서 뻗어 나가던 초록색 빛의 크기가 두 배는 커져 있었다.

SSS급인 장왕윤의 마력과 니플헤임의 신인 호디의 마기가 더해져 이정은의 치료 마법은 폭발적으로 그 능력이 상향되고 있었다.

얼마나 힐을 퍼부었을까.

미동 없이 누워 있던 성녀의 눈이 천천히 뜨이기 시작했다.

이정은과 장왕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호디가 눈을 뜬 성녀를 보며 말했다.

“다행이군. 죽지 않았구나.”

하늘을 보며 천천히 정신을 차리던 성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그리고.

죽음에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성녀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감사의 인사도.

믿지 못할 현실에 대한 감흥도.

아닌…….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고함이었다.

“도망쳐!”

성녀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호디와 일행들이 서 있던 곳으로 엄청난 번개가 쏟아졌다.

콰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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