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엄청난 크기의 낙뢰가 상암동 일대를 잡아먹었다.
먹구름으로 어두워진 서울 하늘 전체를 밝힐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번개.
당연히 각 지역에서 전투를 하고 있던 능력자들 모두 그 엄청난 번개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번개의 중심.
낙뢰를 정통으로 맞은 성녀 일행은 당연히…….
무사하지 못했다.
죽음에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성녀가 바닥에 박혀 몸을 떨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숨을 거두진 않았지만, 자신의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성녀는 이제 자신의 목숨이 십 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곳저곳 타 버린 살점.
녹아내리고 있는 내장.
급속도로 퍼지는 두통을 느끼며
그렇게 성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SSS급.
헤니르에게 부탁해 자신의 생명과 뒤바꾸고 얻은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힘이었지만.
그냥 낙뢰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번개 공격이었다면 한 방에 이 정도까지 괴멸될 수는 없었을 터.
성녀는 이 번개의 출처를 단박에 알아챘다.
초점이 거의 맞지 않는 시야로 겨우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붉은 망토의 사내를.
짙은 콧수염과 육중한 몸집.
그리고.
손에든 망치.
최강의 무기라 일컬어지는 묠니르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존재를 확인한 성녀의 입에서 붉은 피와 함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토……르…….”
오딘의 아들이자 천둥의 신 토르가 발키리를 데리고 지구로 내려왔다.
진정한 마지막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미드가르드에 살고 있는 인간의 멸종을 선포한다. 저번처럼 어이없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엔…… 모조리 죽여주마.”
토르의 목소리가 천둥이 되어 공포를 심어 갔다.
토르의 뒤쪽으로 아스가르드의 신들로 보이는 무리가 걸어 나왔다.
족히 20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
라그나로크의 시작이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성녀가 몸을 반쯤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단말마의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킨 성녀가 고개를 움직여 주위에 있는 동료들을 찾았다.
아직 기절해 있는 장왕윤과 이정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마력을 너무나도 많이 방출해 지금은 자신보다도 더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5분…….
딱 그 정도의 시간.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성녀가 조금 더 시선을 움직였다.
하얀 물체가 보였다.
자신들과 달리 당당히 서 있는 모양새.
아이스타이거 호디가 토르를 노려보며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니플헤임의 신이었다.
인간인 자신들과 다르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충격만 받은 것 같았다.
“호디……. 우선 피하십시오…….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로키나 다른 이들……. 헤니르 님과 합류해 전투를 하세요. 안 그럼…… 그냥 개죽음입니다…….”
점점 흐릿해져 가는 시야였지만, 성녀는 모든 힘을 짜내 목소리를 내었다.
이후부터는 인간들의 힘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토르나 상위 신들이 내려오면 자신들의 힘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시간을 끈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호디와 로키 그리고 헤니르.
이들이 모여 시간을 끌 수 있는 데까지 끌어야 한다.
최한이 오기 전까지.
그러려면…….
성녀가 온몸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지만,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도망가십시오. 어차피 목숨을 잃겠지만…… 5분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성녀의 목소리가 울리고
쓰러져 있던 이정은과 장왕윤이 일어났다.
목소리가 예전만큼 잘 나오지 않았지만,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말을 내뱉었다.
“이래 보여도 대한민국 5대 길드마스터라고. 일 분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 볼게.”
“지금의 일 분이 소중해질 때가 올 거야. 그러니까 개죽음이 아니야. 어서 도망가. 그리고 우리 다음으로…… 최한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줘.”
마지막 말을 남긴 이정은과 장왕윤이 마지막 생명을 모두 갈아 넣어 하늘로 점프했다.
“아, 안 돼.”
호디가 토르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장왕윤과 이정은을 보며 소리쳤다.
“어서 도망치세요. 아니면 로키라도 만나서 다시 싸우러 와주세요. 당신까지 여기서 죽으면 전력이 너무도 깎입니다. 우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세요.”
성녀의 목소리가 호디를 향했다.
머릿속에서 엄청난 갈등이 일어났다.
호디가 강하게 입술을 깨물고는 몸을 돌려 상암동을 벗어나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걸로 된 겁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모두 마친 겁니다.’
성녀가 불나방처럼 토르에게 날아들고 있는 장왕윤과 이정은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삼각편대를 이루며 토르에게 날아들었다.
마지막 공격이자, 혼신을 다한 힘.
아마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아야 한 명이라도 공격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순식간에 재가 되어 목숨을 잃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야 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 몇 분, 몇 초가…….
분명.
최한이 이곳에 올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임을 알기에.
장왕윤과 이정은 그리고 성녀의 얼굴에 마지막 미소가 지어졌다.
“하등한 파리 녀석들. 너희는 절대로 나에게 닿지 못해.”
토르가 묠니르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콰과과광!!!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졌다.
일 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그렇게.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성녀와 일행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잘 가거라 하등한 생…….”
펑!!
웃고 있는 토르의 시선으로 떨어지던 낙뢰가 폭발하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토르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던 성녀와 길드장들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성녀의 흔들리는 시선으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성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까지 참아 왔던 눈물.
애써 대의를 위해, 친구를 위해 참아 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배, 백설아. 으아아앙!”
비단 눈물은 성녀만 흘리는 것이 아니었다.
장왕윤과 이정은도 백설의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여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파리 새끼 하나 왔다고. 호들갑들은. 너는 곱게 죽을 생각하지 말아라. 감히 내 공격을 방해해? 내가 곱게 다져…….”
“너냐?”
자신의 목소리를 자르는 백설의 목소리에 토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감히 내 말을 자른…….”
“마지막으로 묻는다. 너냐? 내 친구 저렇게 만든게?”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이 정도 압박감은 아스가르드에 있는 신들도 쉬이 내뿜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 이미 토르는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감히 두 번이나 내 말을 잘라! 죽여주마! 이 하등한…….”
퍽!!
콰과과광!!!
토르의 얼굴에 백설의 주먹이 닿는 순간, 천둥소리보다 더 큰 폭발음이 울렸다.
폭발음이 울림과 동시에 토르가 땅에 처박혀 버렸다.
“네가 뭔데. 내 친구 저렇게 만들어, 개자식아!”
백설의 얼굴에 악마가 나타났다.
그곳에 있던 모든 신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고신 오딘의 아들.
묠니르를 가진 천둥의 신 토르가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다니.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성녀와 이정은 그리고 장왕윤도 백설의 엄청난 힘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강함의 차원이 달랐다.
마력. 마기.
지금까지 느껴본 힘의 기운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악.
그런 끝을 모르는 어두운 힘만이 느껴졌다.
“천둥의 신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너도 천 년 전 복수의 대상일 뿐이야. 죽여주마.”
펑!!
바닥에 처박혀 있던 토르가 콘크리트 바닥을 부수며 걸어 나왔다.
“헬헤임으로 간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정말 악마가 되어 돌아오다니…….”
이름 : 백설
나이 : ∞
종족 : 악마
칭호 : 심해의 왕 (EX)
능력치
근력 : (EX) S – 3,211
민첩 : (EX) S – 3,310
내구 : (EX) S – 3,100
체력 : (EX) S – 3,110
마기 : (EX) S – 3,430
특성 : 레비아탄
최종 등급 : (EX) S
SKILL
악마의 권능(아득한 심해)
악마의 권능 (심연)
우주에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악마의 권능 (권속)
신의 권능
지배자의 권리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권속할 수 있다.
<각성 SKILL>
악마의 명
하위 악마들은 시전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레비아탄
심해의 악마. 끝도 없이 살아나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지옥의 천왕.
헬헤임의 주민
헬헤임에서 모든 능력이 향상된다.
토르가 백설을 노려보며 미소 지었다.
“피부를 맞대 보니 알겠어. 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거군. 그런데 신기해. 대체 어떻게 겨우 천 년 만에 이렇게 강해진 건지. 지금의 힘으로 보았을 때, 육체적인 강함은 나에 비견될 정도로 강한 것 같군.”
토르의 목소리에 백설이 코웃음 치며 이어 말했다.
“비견될 정도라……. 겨우 주먹 한 대 맞고 내 힘을 판단하는 것이냐? 난 아직 내 힘의 일 할도 사용하지 않았어.”
씨익.
백설과 토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폭풍전야.
그 정도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하늘에 있는 해골 병사들과 20명이 넘는 신들.
성녀와 인간들 모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이제 시작될 거대한 힘의 격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죽여주마.”
성녀의 모습과 토르의 모습이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콰과과광!!
펑!
펑!
대기를 찢는 천둥소리와 엄청난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천둥의 신 토르와 백설의 싸움이 진짜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알렸다.
신과 인간 그리고 악마의 싸움.
인간이 사라질지.
신이 사라질지.
운명의 추는 이제 막 기울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무력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성녀와 일행들이 백설의 전투를 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있었다.
시간이 다했다.
성녀와 장왕윤……. 그리고 이정은이 동시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갔다.
턱.
쓰러짐을 막는 따뜻한 손.
“당신들은 아직 죽긴 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