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최한이 지구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
꺼지지 않는 불의 세계 무스펠헤임.
드디어 최한의 눈앞에 마지막 퀘스트창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퀘스트라는 거지?”
「퀘스트 NO. 020
무스펠헤임의 왕 수투르의 공간에서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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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투르의 공간이 발동함과 동시에 타이머가 움직인다.)」
퀘스트 창을 눈에 담던 최한이 수투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근데 이 수투르의 공간이라는 건 뭐예요? 아직도 안 썼던 기술이 있어요?”
최한의 목소리에 수투르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단 한 가지. 저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기술이 남아 있죠.”
“이렇게 강한 당신도 못 다루는 기술이라…….”
“그래요. 영겁의 시간을 살아온 저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딘에게 패배했죠.”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말을 마친 수투르가 작은 날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얼굴 위로 불이 타오르고 있어 표정은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뒤바뀐 공기와 차분하게 일렁이는 불꽃을 보며 조금은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오딘과 싸웠을 때를 회상하고 있나 보군.’
가라앉은 분위기와 불꽃에 부드럽게 변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훈련을 하며 꽤 오랜 시간을 붙어 있던 최한은 알 수 있었다.
차분함 속 꿈틀거리는 후회의 불꽃을.
수투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최한의 귀로 작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또 그때 생각을 하시나 보군.”
“항상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시면 누구의 목소리도 듣질 못하시니까.”
“그때의 싸움은 엄청났었지…….”
욘두라 형제와 쌍수대신의 목소리였다.
최한이 고개를 돌려 문지기들에게 말했다.
“그때의 싸움이라니? 너희, 오딘과 수투르의 싸움을 본 거야?”
최한의 목소리에 욘두라 형제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소리쳤다.
“당연합죠.”
“제일 가까이에서 봤는데요.”
욘두라 형제의 얼굴이 같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는 건지 안광이 반짝였다.
“때는 아스가르드가 생기기도 한 참 전이었죠.”
“오딘이 형제들과 초대 거인왕인 위미르를 쓰러트리고 전 차원에 이름을 막 알리던 그쯤이었습니다.”
콧바람과 함께 욘두라 형제의 목소리를 가로채는 중로불사신이었다.
“훗. 무서워서 내 뒤에 숨어서 벌벌 떨고 있었으면서, 무슨…….”
중로불사신의 목소리에 욘두라 형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아! 진짜! 중로불사신!”
“그런 말을 뭐 하러 합니까! 부끄럽게 시리! 그리고 언제 벌벌 떨었다고 그래요! 엄청난 바람에 조금 몸을 피했던 거지.”
욘두라 형제의 성화에 중로불사신이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알았다, 알았어. 벌벌 떤 건 뺄게. 참나……. 뭐, 아무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내가 짧게 설명해 주지.”
최한의 시선이 중로불사신의 얼굴로 향했다.
도깨비의 얼굴을 한 중로불사신의 커다란 입이 떼졌다.
“그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많은 차원이 존재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텅 빈 공간인 긴눙가가프와 니플헤임, 그리고 무스펠헤임 세 개의 차원밖에 없었지. 니플헤임에서 뻗어 나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새로운 차원이 요툰헤임이었어. 그렇게 네 개의 차원이 존재하게 되었고, 오딘과 형제들이 요툰헤임의 왕인 위미르를 죽이자 텅 빈 공간인 긴눙가가프에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지. 이것이 모두가 알고 있는 이그드라실, 세계수 나무야.”
최한이 단번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위미르를 죽인 오딘과 형제들이 무스펠헤임에 찾아왔어. 당연히 무스펠헤임의 지배자인 수투르 님에게 도전하러 온 것이었지. 그때의 수투르 님은 자네가 가진 수투르의 검까지 소유했던 최강의 상태였어. 아무리 거인의 왕을 해치운 신들이라도 그저 혈기를 주체 못 하는 혈기 왕성한 꼬맹이들이라 생각했지……. 오딘이 그 무기를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최한의 미간이 구겨졌다.
“설마…….”
“궁니르.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신들의 혼이 들어가 있는 악마의 무기였다. 오딘과 함께 쳐들어온 형제들은 모두 수투르 님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오딘은 궁니르의 힘으로 수투르 님을 압도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중로불사신의 시선이 수투르에게로 향했다.
“결국 수투르 님이 그 기술을 쓰셨지. 대왕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그 기술. 바로 수투르의 공간을…….”
몇만 년 아니, 몇십만 년이 흐른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중로불사신의 기억 속으로 그때가 아주 생생히 떠올랐다.
“시전자에게조차 엄청난 충격을 주는 그 기술이었기에 1시간 정도 지나니, 오딘도 수투르 님도 거의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다해 갔지.”
이상함을 느낀 최한이 중로불사신에게 물었다.
“어…… 그런데 수투르 님은 분명 오딘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 했는데. 지금 들어보면 그래도 비등비등하게 싸운 것 같은데?”
중로불사신이 깊은 날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등비등했지. 하나 수투르 님이 패배했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검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수투르의 목소리가 중로불사신의 목소리를 잘랐다.
“수투르 님…….”
최한과 문지기들의 시선이 일제히 수투르에게 옮겨졌다.
오래 감겨 있던 수투르의 눈이 뜨였다.
화염에 가려져 있던 금색의 눈이 드러났다.
“검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최한의 물음에 수투르가 최한의 검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오딘과의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그때까지도 우리의 승패는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등비등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을 할 때…… 전 오딘에게 검을 빼앗겼습니다.”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 공간이 무너지지 않게 마기를 조절하면서 날린 최후의 공격……. 하지만 목숨을 노리던 나와 달리 오딘은 제 목숨이 아닌 제 검을 노렸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제 목숨이 아니라 검을 노리고 왔던 것이겠죠. 궁니르와 제 검을 모두 소유한다면 정말로 전 차원의 최고신이 될 테니까요. 검을 빼앗은 오딘은 곧바로 반대 손에 있던 궁니르로 제 배를 찔렀죠. 마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저는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희미해진 시선으로 보이더군요……. 오딘의 손에 의해…… 내려쳐지고 있는…… 저의 검이…….”
꿀꺽.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마른침을 삼키는 최한이었다.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공격당했냐고.
자신의 검에 패배한 것이냐고.
그런데 왜 죽지 않은 것이냐고.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냐고.
그리고
빼앗겼던 이 검이 왜…… 자신의 손에 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
“표정을 보니 궁금한가 보군요. 뒷이야기가……. 제가 왜 죽지 않은 것인지. 그 검이 왜 당신에게 있는 것인지…….”
속마음을 들킨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줄 말은…… 없습니다. 저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없으니까요. 내려쳐지는 검을 보며 그대로 기절했으니까요.”
“그런…….”
“하나.”
수투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최한의 시선이 수투르의 금색 눈이 향한 곳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보았습니다. 제 전투의 끝을. 아니…… 오딘이 제 검에게 버려지는 것을.”
수투르의 목소리는 분명 문지기들을 향하고 있었다.
최한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검에게 버려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최한의 시야에 들어온 문지기들의 얼굴빛이 달라져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표정.
비장하기까지 한 표정들이 지어져 있었다.
중로 불사신이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곳 무스펠헤임에는 단 하나의 전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꺼지지 않는 불꽃의 주인인 수투르의 검. 그 검의 두 번째 주인이 될 자가…… 절대신의 자리에 오른다는 이야기.”
곧바로 쌍수대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수투르 님을 해치우고 새로운 검에 주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나…… 수투르 님이 오딘에게 패한 그날…… 알게 되었습니다. 수투르 님을 꺾고 검을 뺏는 자가 두 번째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검이 인정한 자가 절대신이 된다는 것을요…….”
무언가를 깨달은 최한의 입이 벌어졌다.
욘두라 형제가 천천히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오딘과 수투르 님의 마지막 장면.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투르 님의 검을 빼앗은 오딘이 검을 높게 들어 쓰러져 있는 수투르 님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검이 수투르 님에게 닿기 바로 직전…… 대왕님의 검이 작은 결정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지기들의 입이 하나로 모였다.
“너는 내가 기다리고 있던 자가 아니다.”
최한의 떨리는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붉은 검.
수투르의 검.
왜 이 검이 자신에게 온 것인지 이제야 듣게 되었다.
쿵!
수투르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최고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오딘……. 자신을 절대신이라 칭하며 전 차원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지만…… 그 자리는 오딘의 자리가 아닙니다. 그 자리는 당신의 자리. 인간의 왕이 아닌…… 전 차원…… 이 우주의 절대신인 당신의 자리입니다.”
깊은 생각의 빠진 최한이었다.
수투르가 손을 움직이자 문지기들이 멀리 떨어졌다.
“아마 지금쯤 당신의 친구들과 미드가르드는 오딘에 의해 반은 괴멸되었겠죠. 아니…… 어쩌면 모두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친구들을 살리고 싶다면…….”
수투르의 목소리에도 최한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짝!
“이것이 수투르의 공간입니다. 이것만 버티면 당신은 절대신이 될 수 있습니다. 오딘을 몰아내고 전 차원의 지배자가 되겠죠!”
수투르와 최한이 있는 주위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냥 화염이 아니었다.
엄청난 마기가 응축된 화염.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최상위 클래스의 마법이 걸려 있는 기술이었다.
“일곱 시간만 버티면…… 당신은 전 차원의 지배자가…….”
“아니. 필요 없어.”
최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수투르의 귀로 똑똑히 들렸다.
“뭐가 필요 없다는 말입니까! 오딘의 자리가 원래 당신의 자리라니…….”
“필요 없어. 절대신의 자리 따위. 난 지배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난 인간의 왕이다. 동시에 그냥 인간이야.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하고 많은 사람과 부딪치며 나이 먹어 갈…… 그냥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한텐 절대신의 자리 따위 필요 없어. 그리고…….”
최한이 고개를 들어 수투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금색의 안광이 흔들렸다.
최한의 입에서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일곱 시간 버티는 것도 필요 없어. 이제 친구들 구하러 가야 해. 그동안 고마웠어요. 수투르.”
최한이 수투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 설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최한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콰과과광!!
수투르의 공간.
오딘조차 파훼하지 못했던 최강의 방어 감옥.
(EX) SS등급인 수투르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할 정도의 공간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라스트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진행합니다]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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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 (EX), 절대신(EX)
레벨 : 100
능력치
근력 : (EX) SSS – 4,091
민첩 : (EX) SSS – 4,080
내구 : (EX) SSS – 4,080
체력 : (EX) SSS – 4,110
마기 : (EX) SSS – 4,28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SSS
SKILL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의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신의 권능(권속) - 지배 LV 100
신의 권능
지배자의 권리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권속할 수 있다.
<각성 SKILL>
왕의 명(EX) - LV100
인간들은 시전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왕의 심판(EX) - LV100
수투르의 검 속 모든 힘을 이끌어 낸 참격.
[참격 1회당 필요 마기 : 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