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97화 (198/211)

197화

직접 계약.

신이 쓰는 마기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마력을 쓰는 인간들.

그리고 신들에게 기술이나, 힘만 빌려 쓰는 능력자들과 다르게 직접 계약은 신 자체와 말 그대로 일대일로 계약해서 마기를 포함한 그 신의 힘을 인간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비기이다.

지금까지 직접 계약을 성공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한 몸에 두 가지의 정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 아주 작은 확률.

그 확률을 뚫고…….

강진철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오랜만이다. 모두.”

최한이 빠르게 몸을 옮겨 강진철을 끌어안았다.

곁에 있던 한재석도 최한과 강진철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진짜 죽은 줄만 알았다고! 바보야!”

“짜식아! 걱정했잖아!”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최한과 한재석의 목소리에는 분명 슬픔이 묻어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목소리가 크게 퍼져 나갔다.

지금이 인류의 종말을 두고 싸우는 마지막 전쟁의 하이라이트 지점이라는 것을 모두 잊을 만큼.

“으아아! 난 하나도 걱정 안 했어! 그냥 죽은 줄만 알았다고!”

“나도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어! 그냥 잠깐 콧물이 날 정도로만 걱정했다고!”

어느새 최한과 한재석의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성녀와 백설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거짓말도 못 하는 바보들입니다.”

“그러게. 진짜 여전히 바보 삼 형제군.”

최한을 제외한 이들은 강진철의 육체와 함께하고 있었지만, 직접 계약에 실패해 그의 몸에 펜니르의 정신만이 남아 있는 상태를 줄곧 봐 왔었다.

그렇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진철의 정신이 돌아오자, 그들도 최한과 마찬가지로 심장이 터질듯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좀 떨어져라. 바보들아.”

강진철이 온 힘을 다해 최한과 한재석을 밀어냈지만, 강진철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들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으아아! 떨어져! 콧물 묻는다고!”

“하하하하하!”

주위에 있던 길드장들과 헤니르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장의 중심이라고 생각지 못한 웃음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열세에 놓인 전투 중이라는 것도 모두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만끽했다.

죽음에서 돌아온 친구의 생환을.

“떨어져! 바보들아!”

드디어 강진철이 최한과 한재석을 떼어 놓았다.

“옷에 콧물 다 묻었잖아……. 하…….”

인상을 찌푸린 채 옷을 털고 있는 강진철과 다르게 한재석과 최한의 얼굴에는 큰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때, 최한의 귀걸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분석 완료.]

[펜니르와의 직접계약 당시 퀘스트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히든 퀘스트의 발동으로 일정 시간 내에 최한을 만나 마기를 쐬는 것으로 퀘스트가 완료된 것 같습니다.]

[강진철의 새로운 능력치를 스캔하겠습니다.]

이름 : 강진철

나이 : 19

성별 : 남

종족 : 인간 (직접계약)

칭호 : 종말자 (EX)

능력치

근력 : (EX) SS – 3,600

민첩 : (EX) SS – 3,600

내구 : (EX) SS – 3,600

체력 : (EX) SS – 3,600

마기 : (EX) SS – 3,600

SKILL

[ 순혈의 피 ]

고대부터 존재해 온 거인족.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로키의 피 ]

요툰의 왕이었던 로키의 피를 이어받은 자.

로키의 가호가 그를 보호한다.

[ 앙그르보다의 피 ]

요툰의 여왕인 앙그르보다의 피를 이어받은 자.

앙그르보다의 가호가 그를 보호한다.

[ 메테오 ]

유성을 소환해 적을 처치한다.

특성 : 펜니르

최종 등급 : (EX) - SS급

최한과 한재석이 강진철의 능력치를 확인하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야! 너 엄청 세졌네?”

“펜니르가 강하긴 했어도……. 와…… 이제 너 나보다 훨씬 세네.”

아이들의 반응에 강진철의 입 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당연하지. 신과 직접 계약 한 인간은 내가 최초니까.”

셋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짝!

최한과 한재석이 손을 들어 강진철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양손을 들어 올려 그들의 손뼉을 받아치던 강진철의 얼굴에 편안한 웃음이 지어졌다.

후련한 미소.

그동안 느꼈던 자격지심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다른 차원을 여행하며 통감했던 자신의 나약함.

인간의 힘으로 다다를 수 없었던 신의 힘.

그리고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분노.

이 모든 것이 날아갔다.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진철의 눈매가 변했다.

하늘에 떠 있는 오딘을 시야에 담았다.

“이제 다 모였으니…… 복수해야지. 오딘에게.”

한재석과 최한의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강진철과 한재석 그리고 최한이 나란히 서서 오딘을 노려보았다.

최한과 펜니르 그리고 로키를 눈에 담던 오딘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라그나로크.’

“전설이 맞을지, 내가 너희를 모두 죽일지……. 마지막 전투를 시작해 보자.”

오딘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리바이브.”

쓰러트렸던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다시 모두 부활했다.

부활한 신들 사이로 낙뢰가 떨어졌다.

“이 녀석들, 모조리 죽여주마.”

낙뢰를 타고 날아온 토르가 묠니르를 크게 휘두르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오거라…… 드래곤의 왕…… 치천사여.”

쾅!

오딘의 말이 끝나자, 상공에 떠 있던 오딘의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꾸에에엑!!”

번개처럼 강렬하고, 바람처럼 날쌘 생명체가 대기를 찢고 나왔다.

천둥소리만큼 큰 울음소리를 내며 빠르게 낙하해 온 거대한 그림자.

토르의 옆에 자리를 잡고 날갯짓을 하고 있는 드래곤의 모습에 백설의 얼굴 전체가 일그러졌다.

“드디어 만났군……. 배신자 세라핌…….”

열 개의 날개를 펄럭이던 드래곤, 세라핌이 백설을 발견하고는 어금니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오……. 천 년 만이군, 백설. 아직 살아 있었나?”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 배신자 새끼야.”

“하하. 천 년 동안 성질이 더 나빠졌군.”

금색의 드래곤이 시선을 움직여 최한을 눈에 담았다.

“살아 있다더니 진짜였네? 뭐…… 환생 비슷한 걸 한 건가? 신기하군.”

새롭게 나타난 금색의 드래곤을 눈에 담던 최한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머릿속으로 보이는 과거의 기억들.

그 속에 저 드래곤이 있었다.

전대 옥황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그 전대의 옥황과도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그 전전대의…… 옥황과도…….

빠르게 과거를 훑어본 최한의 입술이 떨려왔다.

“친……구…… 아니었나?”

최한의 목소리에 치천사의 미간이 구겨졌다.

“전생의 기억 속에 보이는 넌…… 역대 옥황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 동료…… 아니…… 친구……. 너무도 가까운 친구였다. 그런데 왜……?”

눈마저 금색인 치천사의 코에서 비웃음 섞인 바람이 불었다.

“친구라……. 친구였지. 그래서 천 년 전에도 말했잖아. 친구니까 이해해 달라고. 난 우리 용족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 너와 인간들이 대신 죽어 달라고.”

드래곤의 입술이 길게 찢어지며 큰 웃음이 지어졌다.

가증스러운 미소.

그 속에는 우정도 사랑도 추억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온몸이 떨리던 백설이 더는 참을 수 없는지 크게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모두가 죽었어! 네가 마지막에 동료들을 팔아먹고 배신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사는 모두가…… 거인들이…… 그분이…… 그분이…….”

“너 아직도 그 녀석을 좋아하고 있는 거야? 참나……. 그딴 녀석이 뭐가 좋다고. 왕이란 녀석이, 기품도 없이, 멍청하게 인간들을 사랑하고, 바보처럼 실실 웃기나 하는 녀석을…….”

백설이 입술을 오물거리기만 할 뿐 그 어떤 단어도 내뱉지 못했다.

분했다.

너무도 분하고 그때가 생각나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았다.

“나……쁜 자식…….”

턱.

떨림이 멈췄다.

너무도 따뜻한 손길.

분함에 눈물이 맺혀 있던 백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최……한…….”

미소.

천 년 전 그 미소였다.

최한의 얼굴 위로 전대 옥황의 얼굴이 겹쳐졌다.

두 개의 사위가 하나로 합쳐지고.

두 명의 옥황이 똑같이 말했다.

“화내지 마. 저런 녀석 때문에 화내면 너만 손해야. 배신자는 벌을 받게 돼 있어.”

최한의 목소리를 들은 드래곤의 왕 치천사 세라핌이 대기가 울릴 정도로 큰 웃음을 내었다.

“하하하! 벌을 받는다고? 내가? 대체 누가 벌을 준다는 말이냐! 너희가 환생할 천 년 동안 나는 아주 잘 먹고 잘살았는…….”

툭.

세라핌의 세상이 반으로 잘렸다.

시야가 마치 두 개로 쪼개진 것처럼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드래곤의 왕.

세라핌은…….

자신의 죽음조차 알지 못했다.

드래곤의 몸이 중앙을 기점으로 반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공격하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검으로 베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공격했는지조차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드래곤의 목숨을 앗아간 자가 누군지 알게 된 것은 뒤이어 이어진 한마디 때문이었다.

“잘 먹고 잘살았다고? 이젠 아니야.”

최한이 어느새 뽑아낸 수투르의 검을 어깨에 기댄 채 웃고 있었다.

백설이 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든 배신자들을 처단했다.

먼저 죽어간 동료들에게…….

천 년 전 자신과 옥황을 믿고 목숨을 맡겨준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그럼…….”

최한이 오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한재석과 강진철이 최한의 양옆에 서서 오딘을 노려보았다.

한재석이 양어깨를 빙빙 돌리며 마지막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자…… 그럼…… 대장들만 남았으니…… 진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해 보자고.”

한재석과 강진철이 마기를 뿜어내며 앞으로 발을 뻗었다.

척.

척.

한재석과 강진철의 몸이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깨로 느껴지는 손길.

최한의 손이 한재석과 강진철이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

“아, 뭐야, 최한! 멋있게 대사 다 했는데! 너 때문에 타이밍 이상해졌잖아!”

“조용히 있어서 다행이군.”

최한이 성을 내는 한재석을 진정시켰다.

“잠깐 기다려봐. 아직 안 온 사람이 있어.”

“뭐?”

최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재석과 강진철이었다.

“올 사람이 있다고? 이제 다 모인 거 아닌가?”

“기다려봐 좀. 아…… 올 때가 됐는데……. 야! 귀걸이!”

최한이 귀걸이를 만졌다.

[귀걸이가 아닙니다. 신계에 있는 최강의 모듈 시스템인 저는 자비처라는 이름이…….]

최한이 귀걸이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아, 됐고!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분명 출발할 때 도움 청했잖아.”

한재석과 강진철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하늘 위에서 비명이 들렸다.

“끄아악!”

오딘의 성을 지키던 발키리의 시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왔구나.”

최한의 목소리가 흐르고 강진철과 한재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너희는…….”

“뭐야? 너 왜 왔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