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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03화 (204/211)

외전 3화

-이세계에서 100년 (3)

나폴리아 마을에 도착하고 30분쯤이 지나서야 난 퀘스트에 쓰여 있던 대장장이를 만날 수 있었다.

덜컥.

두 개의 고리를 엮어 만든 문의 손잡이를 당기며 대장간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오래된 문이 비명을 질렀다.

깡!

깡!

깡!

문을 열자마자 고막을 때리는 강한 충격음이 크게 들렸다.

그 청아하면서도 강렬한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며 문 안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 없나?”

목소리를 내 봤지만, 무언가를 두드리는 쇳소리에 금세 잡아먹힐 뿐이었다.

나는 조금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깡!

깡!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더욱 강하게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자 시큰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타는 냄새?

아니, 이것은…….

‘철을 녹이는 냄새인가.’

새롭지만, 언젠가 맡아본 적 있던 냄새에 취해 있었다.

그때, 눈앞으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무언가를 손에 쥔 채 바닥을 끊임없이 내려치고 있는 그림자가.

‘어…… 설마…… 드워프?’

태어나 처음으로 본 생명체에게 시선이 빼앗겨 있었을 때.

눈앞으로 퀘스트창과 알림이 나타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005

나폴리아 마을에 있는 대장장이 린스키를 만나라.

보상

경험치 + 1,137

획득 칭호

여행자 ( B )」

띠링!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진행합니다.]

[경험치 획득.]

.

.

.

몸 주위로 작은 빛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곧이어 느껴지는 몸의 변화.

‘더 강해진 건가……?’

5번째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알아낸 첫 번째는 바로 이것.

퀘스트를 완료하면 육체가 강해진다.

단순히 근육이 증가하거나, 체력이 증가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마치 한계점을 돌파하는 것 같은 기분.

파충류의 탈피처럼.

피부가 더 단단해지고, 몸집을 키우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전이라면 몰랐겠지만, 1년여간 켄타우로스 스승님의 지도 아래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 온 지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등급이 올라간 건가….’

내가 이세계로 오기 전 지구에는 능력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헌터라 불리며 부여받은 힘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었다.

높은 등급에 있으면 그 힘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헌터에게는 등급이 중요했다.

하나 문제는 등급이라는 것은 처음 부여받은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

경험과 훈련으로 어느 정도 개인차는 있겠지만, 아무리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하더라도 등급 자체가 올라가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지금까지의 퀘스트를 깨면서 몸에 느껴지는 이 감각.

어쩌면 본인이기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등급이 올라가고 있다.

지구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 등급이 오르는 첫 번째 사람으로 이슈가 되고 유명해질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내 얼굴에 기쁨의 표정은 지어지지 않았다.

‘돌아갈 수가 있다면 말이지.’

눈앞으로 새로운 퀘스트 창이 보였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006

린스키에게 ‘트라이 건틀릿’의 제작을 요청하라.

보상

경험치 + 2,137

트라이 건틀릿

획득 칭호

모험가 ( B ) 」

이 빌어먹을 퀘스트가 끝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생성되었다.

이제 6번째이니….

마음속으로나마 빌었다.

제발 100번 안에만 끝나기를…….

그렇게 퀘스트창에 한 눈이 팔려 있을 때, 무언가를 내려치고 있던 드워프가 나를 발견했다.

“뭐지? 반신인가? 아니…… 그 모습은 설마…….”

드워프가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솔직히 드워프인 그쪽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그냥 마음속에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렇다. 그냥 인간이다.”

“오!”

드워프 린스키는 턱에 있는 수염을 재차 매만지며 나를 위아래로 계속 훑어보았다.

중간중간 ‘오’나 ‘음’ 같은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그냥 무시했다.

‘내가 더 신기하다니까. 인간보다 드워프가 더 희귀한데.’

작은 날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냈다.

“당신이 린스키인가? 크라이 건틀릿의 제작을 요청하러 왔다.”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 린스키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놀라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

“자네가 트라이 건틀릿을 어떻게 아는 거지? 그것은 드워프 종족 중에서도 소수만 아는 아이템인데…….”

조금 전까지 나에게 보이던 흥미가 표정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지금 린스키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경계.

그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시선을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대장간에 있는 이는 린스키와 나 둘뿐.

그것을 확인한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경계하고 있는 대상에게 애매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경계를 풀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는 그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곳이 아닌 지구라는 곳에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퀘스트라는 것이 눈앞에 나타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지구라. 처음 듣는 이름이군. 하지만 네 녀석 눈을 보니 알겠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눈이 아니야.”

다행히 제대로 통한 것 같았다.

“그럼…….”

“만들어 주지. 트라이 건틀릿. 돈벌이나 하려고 만드는 저런 놈이 아니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나도 신나는군.”

“그런가. 고맙군. 얼마나 걸리…….”

린스키가 내 말을 막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갈색의 수염을 만지며 말을 이어 갔다.

“잠깐. 시일을 말하기 전에 말해줘야 하는 게 있어.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트라이 건틀릿은 우리 드워프 종족에게도 상당히 만들기 어려운 고레벨의 아이템이야. 당연히 만드는 방법이 쉽지 않지. 왜 그런지 알아?”

진중하게 변한 린스키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입을 벌렸다.

“재료가 구하기 어려운 건가?”

씨익.

린스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빙고. 맞았어.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유는 그 재료를 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지.”

“재료가 뭐지? 이 대장간에 있을 건 다 있어 보이는데.”

드워프의 뒤로 보이는 처음 보는 광물과 여러 개의 전시된 무기와 방어구를 눈에 담으며 말했다.

린스키가 내 시선을 따라 몸을 천천히 돌렸다.

“뭐, 이곳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웬만한 방어구나 무기들은 만들 수 있지. 하지만 네가 말한 트라이 건틀릿은 이런 무기들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성질이라고?”

“그래. 성질. 뭐, 편하게 말하면 특성이지. 트라이 건틀릿은 시작의 무기라 불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초급자들에게 안성맞춤인 무기지.”

“시작의 무기라……. 뭐, 힘이라도 대폭 상승시켜 주는 건가?”

“비슷해. 정확히 말하면 지금 가진 신체 능력을 정확히 두 배로 끌어올려 줘. 그래서 시작의 무기라 불리는 거지. 잡몹을 잡아야 하는 초보들에게 딱이잖아?”

“대단하군.”

“하지만 이 건틀릿에는 중대한 약점이 두 개가 있어.”

“약점이라고?”

“첫 번째는 초급자의 무기에 어울리지 않는 고난이도의 재료. 두 번째는 바로…… 처음 장착한 시점의 힘에서 정확히 두 배로 몸이 강해지면 건틀릿은 자동으로 사라져.”

“뭐야, 그게…….”

“그러니까 말했잖아. 시작의 아이템이라고. 딱 초보 때만 끼는…….”

‘애매하네. 육체의 힘을 두 배로 끌어내 주면 좋은 아이템인 것도 같고. 힘이 두 배로 올라가면 사라진다고 하니 필요 없는 아이템인 것 같기도 하고…….’

“음…….”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옷을 사야 하는데 하나만 골라야 할 때처럼.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내게는 선택지가 없으니까.

눈앞에 떠 있는 퀘스트 창을 확인하고 다시 린스키에게 시선을 옮겼다.

“상관없어. 해줘. 그걸 받아야 이 퀘스트가 깨질 것 같거든.”

“후훗.”

린스키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만들어 주지. 다른 재료들은 다 있어. 넌 하나의 재료만 구해오면 돼. 이 마을 뒤쪽에 커다란 산이 하나 있어. 그 꼭대기에 있는…….”

린스키의 마지막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 * *

3시간 뒤.

나폴리아 마을 뒤편에 있는 거대한 산.

정식 명칭으로는 로브디니 산이라 불리는 이 산의 또 하나의 이름은…….

“아! 진짜! 그만 좀 나와라! 이 벌레들아!”

나방의 산.

그것도 나보다 훨씬 더 큰 나방들이 살고 있는 산이었다.

한 손으로는 코와 입을 가린 채 스승님이 주신 검으로 나방들의 배를 갈랐다.

초록색 피와 내장들이 쏟아져 나온 뒤 나방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방금 죽인 것으로 정확히 100마리째.

100마리의 나방을 죽였지만, 린스키가 말한 그 재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방의 시체들을 지나쳐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다행히 나방들이 띄엄띄엄 군집해 살고 있는 덕에 나방 무리를 만날 때만 숨을 참으면 되었다.

“많이 들이마시면 마비가 온다고 했던가? 그래도 강해지긴 했나 보네. 웬만한 모험가들은 가까이만 가도 가루 때문에 온 몸이 마비된다고 했는데…….”

그렇다.

이 나방의 이름은 그린팅커벨.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지만, 린스키가 이게 정식 이름이라니 믿을 수밖에.

이 그린 팅커벨 중 아주 극소수의 개체에서 나타나는 현상.

바로 더듬이가 금색으로 빛나는 그린 팅커벨을 잡으면 된다고 했다.

그 금색의 더듬이에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 트라이 건틀릿의 중요 재료가 된다고 했다.

단지.

이 금색의 더듬이를 가진 그린팅커벨은 100년에 한 마리 꼴로 태어난다고…….

“아! 진짜! 100년에 한 마리 태어난다는데! 그걸 무슨 수로 찾아! 무슨 로또 당첨될 확률보다도 더 낮잖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해가 잔뜩 기울어 있었다.

“이게 몇 시간 째야! X발! 난이도 좀 봐가면서 퀘스트를 줘야지! 완전 밸런스 붕괴잖아! 6번째밖에 안 됐는데! 쉬운 거 줘야지! 퀘스트 주는 새끼 진짜 내가 복수한다! 개X식!”

그때.

웅! 웅! 웅!

엄청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느껴지는 살기.

부스스-.

위쪽에서 나뭇잎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나무 위쪽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그린팅커벨 한 마리가 보였다.

금색의 더듬이를 반짝이며…….

“역시…… 게임이든 현실이든 운영진은 욕을 먹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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