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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04화 (205/211)

외전 4화

-이세계에서 100년 (4)

마을에 도착하니 산에 있을 때보다 달빛이 약해져 있었다.

강하게 대장간의 문을 열었다.

컹!!

끼이이익!

낡은 문의 비명 뒤로 내가 소리쳤다.

“린스키!”

대장간 구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드워프 린스키가 내 목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뭐야! 전쟁이라도 난 거냐!”

헐레벌떡 일어난 린스키가 두 손을 들어 전투태세를 취한 뒤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고요함만이 이어지자, 린스키가 눈을 껌뻑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자네군. 왜 이렇게 빨리…….”

린스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설마 이렇게 빨리 찾다니…….”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금색의 더듬이를 들어 보이며 히죽 웃었다.

“욕하니까, 주더라고.”

“그게 무슨…….”

내 말을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린스키였다.

“됐고. 재료 다 모았으니…… 만들어 줘. 그 트라이 건틀릿이라는 거.”

내 손에 있던 금빛으로 빛나는 더듬이를 가져가며 린스키가 웃어 보였다.

“내가 살면서 이걸 만들어 볼 줄이야. 만드는 데 하루는 걸리니 너는 가서 좀 자고 있어.”

말을 마친 린스키가 화로로 다가갔다.

밤새 싸운 피로가 몰려 왔다.

나는 대장간 구석에 있는 나무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렇게 난 잠이 들었다.

* * *

멍해졌던 정신이 점차 깨어나고 있었다.

걸걸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흐릿한 시야로 린스키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벌써 아침인가?”

“아침은 무슨 좀 있으면 해가 질 거라고. 잠을 왜 이리 오래 자는 거야. 그것보다…… 완성했다.”

린스키의 손이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두툼한 손에 들려 있는 금색의 건틀릿이 시야를 잡아먹었다.

“이것이…….”

띠링!

익숙한 소리가 울렸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006

린스키에게 ‘트라이 건틀릿’의 제작을 요청하라.

보상

경험치 + 2,137

트라이 건틀릿

획득 칭호

모험가 ( B+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이 진행됩니다.]

[경험치 획득]

.

.

.

린스키의 손에 들려진 건틀릿을 받아 들었다.

“껴 봐. 이 몸이 꼬박 12시간을 내리쳐서 만든 아이템이다. 뭐…… 드래곤의 가죽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최상위 아이템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 정도의 모험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아이템이지.”

자신감과 만족감이 깃든 표정으로 말하는 린스키를 뒤로 하고 손에 들린 건틀릿을 각 손에 맞게 장착해 보았다.

트라이 건틀릿.

건틀릿을 장착하자마자 심장의 요동침이 느껴졌다.

몸속 곳곳을 돌고 있는 피를 타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힘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힘이다.’

인간이라면 도달할 수 없는 힘이었다.

헌터가 나타난 지구에서도 무능력자였던 나기에 알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나 보던 강자들.

A급 헌터…….

그 정도의 힘을 손에 넣은 것 같았다.

분명 기뻤다.

이렇게 순식간에 강해지는 것도 놀랍고 이 힘을 가진 것이, 다름 아닌 나라는 것도 기뻤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끝이 아니군.”

또다시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창에 말려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007

나폴리아 마을의 지배자 ‘게이고’를 처치하라.

보상

경험치 + 6,137

획득 칭호

나폴리아의 구세주 ( A )」

퀘스트를 확인한 내가 린스키에게 물었다.

“게이고라는 자를 알고 있나? 그 녀석을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일순간에 린스키의 얼굴이 구겨졌다.

트라이 건틀릿을 건넬 때와는 딴판인 표정.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퀘스트에 나온 게이고라는 놈이 얼마나 위협적인 인물인지를.

“네놈이 게이고를 어떻게 아는 거지? 그놈은 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놈인데…….”

“알고 있어?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지?”

“만나서 무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을 만나는 것은 절대 허락해 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목소리와 전혀 다른 음성이었다.

두려움이 잔뜩 끼어 있는 목소리.

린스키의 주먹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말했잖아. 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고. 지금은 그저 이 창에 나오는 말대로 할 수밖에 없어.”

“…….”

“너의 표정을 보니 게이고란 녀석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나도 물러설 곳이 없다고.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려면, 난 게이고를 꼭 처치해야 해. 그리고 몇 번 해보니까, 의심되는 것도 있고.”

“의심되는 것이라고?”

날숨을 작게 내뱉고 린스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이 세계로 온 뒤로 전혀 늙지 않고 있어. 키도 크지 않고. 머리카락조차 길지 않아.”

린스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늙지 않고 계속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어떤 조건으로 죽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 내 추측이지만.”

내 말의 요점을 알아차린 린스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퀘스트인지 뭔지를 깨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건가.”

“맞았어. 뭐…… 내 추측이긴 하지만.”

정적이 흘렀다.

불안했던 눈빛은 사라지고 린스키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대로 서서 린스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쩔 수 없지. 이런 물건을 만들게 해준 사람을 죽게 만들 순 없으니까. 대신 조건이 있다. 나도 함께 가지. 내 힘으로 이길 수는 없겠지만, 여차하면 너를 데리고 도망 정도는 칠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럼 알려줘. 그 게이고라는 놈이 어디에 있는지.”

“상점가 지하. 그곳에 게이고의 아지트가 있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위치는 나도 몰라.”

“아지트? 그 녀석 혼자 있는 게 아닌가?”

“그 녀석은 두철단이라는 경비 업체의 사장이다. 말이 경비 업체지 마을에 있는 상점들을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상납금을 걷고 있지.”

“아…… 그냥 깡패구나.”

“그냥…… 깡패……. 그 정도라면 내가 너를 말리지는 않았을 거다. 그 녀석은 100마리가 넘는 수인들을 거느리고 있어.”

수인이라는 소리에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만났던 수인들이 떠올랐다.

“수인들이라면 나도 만났어. 대장간에 오기 전에. 돼지머리와 늑대의 얼굴을 한 놈이던가? 뭐…… 죽였지만.”

껌뻑. 껌뻑.

나를 바라보던 린스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눈만 깜빡이며 혼이 빠진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야, 그 표정은.”

“너, 너……. 설마…… 상점가에서 해치를 죽였다는 이가…….”

“왜, 무슨 일인데?”

그때.

컹!!

노크도 없이 강하게 대장간의 문이 열렸다.

소리로 보았을 때 발로 찬 것이 분명할 정도의 세기였다.

천천히 몸을 돌려 대장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어이! 린스키! 오늘이 상납 일이란 건 잊지 않았겠지?”

“그리고 해치와 주두로를 죽인 녀석 본 적 없…….”

나를 발견한 수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호랑이와 토끼의 얼굴을 한 수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내 몸을 훑듯 움직이던 눈동자가 내 얼굴에서 멈췄다.

토끼와 호랑이의 눈빛이 맹수의 눈빛으로 변했다.

히죽.

내 얼굴에 이런 표정이 지어질 줄은 몰랐다.

언제나 숨기만 하던.

싸움을 피하기만 하던 내가…….

나를 노리는 살기에 이렇게 대응을 하게 될 줄은…….

맹수들을 보는 내 얼굴에 상위 포식자의 표정이 지어졌다.

“제 발로 굴러들어 왔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금색의 건틀릿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한 시간 후.

나폴리아 마을에 있는 상점가.

해가 겨우 하늘에 걸려 있었다.

밤과 낮의 경계.

낮이 점점 밤에 잡아먹혀 가고 있었다.

터벅.

터벅.

많은 수의 발걸음이 들렸다.

상점가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상인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놀라움과 경악스러움이 묻어 있는 눈빛.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린스키에게 들은 바로는 지난 50년간 이곳의 왕은 수인들이었으니까.

“빨리빨리 안내해라. 너희 시간 끄는 거 아니야?”

짜증 섞인 내 목소리 뒤로 두려움과 아부가 끼어 있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 아닙니다. 정말 이 길이 맞습니다.”

“시간을 끌다니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얼굴이 피떡이 된 수인들이 머리를 조아려 가며 대답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는 이는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대장장이 드워프 린스키조차 출발할 때부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으니까.

‘근데 진짜 이 녀석들이 50년 동안 이곳을 지배한 게 맞아?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너무 강해진 건가……?’

생각에 잠겨 상점가를 거닐고 있는데 작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 나쁜 놈들! 꼴 좋다!”

가녀린 목소리.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앞서 걷던 수인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맹수의 눈빛이 돌아오며 날카로운 살기가 상점 앞에 서 있는 해바라기 꽃이 얼굴로 된 아이에게로 향했다.

“으르릉!”

“죽여 버린다, 꼬마!”

그때, 아이의 뒤쪽에 서 있던 부모가 아이를 끌어안으며 머리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아이보다 더 큰 해바라기 꽃의 얼굴을 가진 인간.

아니, 수인처럼 꽃과 인간을 합친 몬스터쯤 되는 것 같았다.

부모에게 몸이 가려졌음에도 아이는 수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나도 안 미안해! 우리 엄마를 때렸으니. 너희는 나쁜 놈들이야. 벌 받아도 돼!”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눈에는 전혀 두려움이 끼어 있지 않았다.

아이의 목소리에 수인들의 몸에서 살기가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갔다.

“어리다고 봐주지 않아.”

“감히 두철단에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죽여 주…….”

빡!

엄청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살기를 내뿜던 수인들이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윽……!”

수인들의 얼굴에서 살기가 지워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빛.

패배의 감정이 남아 있는 눈빛이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수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무것도라니. 아이에게 그런 살기를 내뿜고도 아무것도 안 했다고? 그리고 저 아이의 엄마를 때렸다던데…… 너희가 사람 새끼냐?”

바닥에 쓰러진 수인들을 노려보자 수인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패주고 싶었지만, 아이가 보고 있어 더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점가에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인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당한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뭐…… 박수받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괜스레 쑥스러워져 뒷머리만 만지작거렸다.

뚝.

소리가 사라졌다.

상점가를 울리던 박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소름 돋는 정적이 찾아왔다.

터벅.

터벅.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

시선을 옮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번에 분위기를 뒤바꾸고 상점가에 침묵을 가져올 수 있는 존재.

이 정도로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천천히 발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갑옷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피부.

내 몸을 모두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

인간의 시야로는 모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크기.

거대한 코끼리 수인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진짜 인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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