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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05화 (206/211)

외전 5화

-이세계에서 100년 (5)

게이고가 나타나자 상점가에 있던 상인들과 몰려 있던 주민들의 눈빛이 죽어 가고 있었다.

두려움에 질식해 죽어 버리듯 점점 눈에서 생기가 사라져 갔다.

몸을 떠는 인원도 많아졌다.

드워프와 몬스터 그리고 강하다고 알려진 엘프까지 있었지만, 게이고의 등장만으로 모두 겁에 질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두 개의 상아를 하늘 높이 치켜올리며 게이고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멸시와 무시의 감정이 가득했다.

약자를 보는 눈빛.

아마 지금껏 이 마을에서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만나 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코끼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게이고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뗐다.

“네가 게이고냐?”

내 목소리에 게이고의 미간이 구겨졌다.

“뭐? 게이고?”

게이고의 낮은 음성이 울리자 주변에 있던 상인들과 주민들이 눈을 내리깔았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봐.

‘온몸에 각인된 공포라…. 엄청나게 강한 공포심으로 지배해 왔나 보군.’

길게 늘어트린 코가 내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푸우!

콧바람과 함께 게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자식. ‘님’ 자를 빼먹었잖아? 게이고 님이라 불러라. 난 이 나폴리아 마을의 왕이니…….”

“치워.”

“뭐?”

게이고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동자는 흔들리고, 거대한 귀도 펄럭였다.

당황한 것이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졌다.

손을 들어 게이고의 콧구멍 앞을 가렸다.

“치우라고. 코로 숨 쉴 때마다 냄새나니까.”

정적.

소리뿐 아니라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주위를 채운 상인들과 주민들 뿐 아니라, 게이고의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로 보이는 수인들까지 입을 벌린 채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뿌우우-!

코끼리의 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형체를 가질 정도의 살기.

게이고의 몸에서 붉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감히 날 열받게 하다니!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 주마!”

게이고가 긴 코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상인들은 이미 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뒤쪽에 서 있던 드워프 린스키가 소리를 치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게이고의 긴 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이 짧은 순간이….

어째선지 나에게는 아주 길게 느껴졌다.

‘트라이 건틀릿이라고 했던가……. 성능 한 번 구경 해볼까……?’

무게중심을 낮춰 떨어지고 있는 게이고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트라이 건틀릿을 장착해 금빛으로 빛나는 나의 주먹이 날아오던 게이고의 코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나와 게이고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 바람이 모든 이의 시야를 가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뒤쪽에서 달려 오던 린스키의 다리가 멈췄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멍하니 굳어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 입에 이런 말투가 붙어 버린 것이.

나에게 자신감이란 것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내가 말했잖아. 걱정 말라고. 그리고…….”

굳어 있는 린스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짝짝짝-.

“오오오오!”

박수 소리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다소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싸움에서 흥미를 찾거나, 결투 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감정이 피어오르는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난 그저 이거면 되었다.

상인들과 주민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분. 행복. 환희.

많은 것들이 얽혀 눈물과 한호성이 되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지난 시간 동안 이들이 얼마나 고통받아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눈물흘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때 보다 행복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나폴리아 마을은 이제 자유야.”

씨익.

웃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띵동!

@@@@「튜토리얼 퀘스트 NO. 007

@@@@나폴리아 마을의 지배자 ‘게이고’를 처치하라.

@@@@보상

@@@@경험치 + 6,137

@@@@획득 칭호

@@@@나폴리아의 구세주 ( A )」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진행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

“와!”

“넌 우리의 구세주야!”

“고마워!”

“감사합니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였지만, 모두 하나의 뜻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지구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켄타우로스 스승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퀘스트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

나는 지금…….

내가 나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어느새 해가 모두 넘어가고 있었다.

하늘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 인사하는 틈을 타…….

그렇게.

나의 눈물을 숨길 수 있었다.

1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더 이상 난 도망만 치던 겁쟁이가 아니었다.

난 강해졌고.

내 힘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구해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난 이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며 정신적으로도 올바르게, 더욱 높게 강해지고 있었다.

앞으로 몇 개의 퀘스트를 더 클리어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서서히 멈추지 않고 나아가 더욱 강해진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걸음 안에 보람과 추억이 깃들 테니까.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

.

.

* * *

“살려줘……. 살려…….”

푹.

슈욱!

방금까지 두려움에 질려 살려 달라 애원하던 얼굴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불안한 눈 사위와 벌어진 입 모양. 그래도 굳어진 얼굴이 나를 향했다.

“X까! 죽어!”

이미 죽어 버려 들릴 리 없는 놈에게 말했다.

방금 목을 잘라 하나의 생명을 거두었음에도 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목을 잘랐던 검을 한 번 털어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놈…… 이름은 뭐였더라…….”

죽인 놈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아니, 기억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기억하려 하지 않은 것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멀리서 지켜보던 엘프들이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놈 때문에 죽은 엘프가 몇 명인지…….”

엘프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지나쳤다.

턱.

누군가 나의 앞길을 막았다.

“오빠의 복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다크엘프를 죽여주셔서 너무…….”

여자.

지구였다면 가만히 있어도 연예인이 되었을 것 같은 미인이었다.

하나.

지금 내 눈에는 그런 미모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감사할 필요 없다. 너희를 위해 죽인 것이 아니니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뒤 엘프를 지나쳤다.

희생.

보람.

자긍심.

이제 그딴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검을 뽑는 것도 이제는 아니었다.

그저.

띵동!

@@@@「튜토리얼 퀘스트 NO. 240

@@@@정령 숲 한가운데 있는 라이네마을로 가 다크엘프를 처치하라.

@@@@보상

@@@@경험치 + 21,116,137

@@@@획득 칭호

@@@@악마의 심판자 ( S+ )」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진행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

.

난 그저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으니까.

멘탈.

정신력.

그런 것에도 한도가 있기 마련이다.

40년.

자그마치 40년이다.

인간의 기준에서 40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긴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늙지도 않고, 살도 찌지 않고, 머리카락마저 길지 않았다.

내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난 왜 살아 있는 것이지?

몇 년 동안은 행복했다.

점점 강해지는 나의 힘에.

내 힘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타인을 위해 힘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하나.

40년.

똑같은 일을 40년 동안 반복하면.

누구라도 정신이 나가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이다.

띵동!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튜토리얼 퀘스트 NO. 241

@@@@정령 숲 남쪽에 위치한 파르마 동굴로 이동해 드레이크 10마리를 사냥하라.

@@@@보상

@@@@경험치 + 34,116,237

@@@@획득 칭호

@@@@드레이크 학살자 ( SS )」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 창을 보자 울분이 터져 나왔다.

“이 X발!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대체 난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다행히 엘프에 마을에서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숲길이었기에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소리칠 수 있었다.

아니, 이제 그딴 건 상관없었다.

누가 있건, 누가 보건 말건, 미친 사람처럼 지금 상황에 욕을 해댈 수 있었다.

머리를 움켜쥔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40년.

벌써 40년이다.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몬스터를 죽인지도 40년.

이제 목숨 하나 뺏는 것이 재채기를 하는 것보다도 쉬워졌다.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도 별의별 노력을 다해 보았다.

직업을 가지려고도 해보았고.

이곳에서 살기 위해 지구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적도 몇 번 있었다.

평범하게 이곳에서 결혼하고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무엇하나 쉽지 않았다.

친구도 사귈 수 없었다.

아니, 처음에는 친구였다.

시간이 흐르기 전까지는.

늙지 않는 나를 보고 괴물이라 했다.

머리카락조차 자라나지 않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모두 곁에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혼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때부터 난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고, 이름도 알려 주지 않았다.

외로웠지만, 견뎌야 했다.

함께였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몇 배는 더 아프니까.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데 결혼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우선 이세계에는 인간이 없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있긴 했는데.

그놈들은 자신들끼리만 몰려다녀서 친구가 되지 못했다.

신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나 같은 하등한 생물과는 친구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려 했지만,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한 녀석 때문에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그 녀석들을 제외하면 엘프.

엘프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도 훌륭했다.

여자 엘프는 전부 다 예뻤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의 얼굴이 평범한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들도 똑같다.

자신들도 1,000년을 살아가면서, 인간인 내가 40년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이상한 소문이나 내고 다녔다.

이미 난 이세계에서 몇 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금빛 주먹 용사.

수인 킬러.

인어 왕족의 파멸자.

리자드맨 학살자.

늙지 않는 괴물.

등등.

4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생긴 별명이었다.

나에게는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

퀘스트를 깨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 한 가지 가설.

이제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난 지금도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있었다.

“아니…. 방법이 하나 더 있잖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꿀꺽.

숨이 떨려왔다.

온몸이 공포로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하지만…….

이것밖에 없었다.

“으아아!!”

손에 든 검을 내 목에 찔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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