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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207화 (208/211)

외전 7화

-이세계에서 100년 (7)

파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렇게 우리는 마을을 떠나야 했다.

한시가 급했다.

동료 중 한 명인 모레노가 적에게 붙잡혀 있었으니까.

아마 전투 중에 이미 패배를 직감하고 까마귀를 이용해 우리에게 알리려 한 것일 테지.

밤이 깊었음에도 우리는 모레노를 구하기 위해 산을 넘고 있었다.

“그런데 위험한 거 아니야? 무작정 이렇게 쳐들어가도 되는 건가?”

앞서 걸으며 풀숲에 길을 내고 있던 비프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하겠지. 물의 정령인 모레노가 패배할 정도의 상대라면.”

달빛에 비친 나르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 고이치로인가 뭔가 하는 놈, 정체가 뭔데?”

“들리는 소문에는 불타는 대지에 살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하더군.”

“불타는 대지? 거기에서 살 수 있다고?”

“소문일 뿐이지만, 아마 맞을 거야. 우리가 모레노와 헤어진 마을 바로 뒤가 불타는 대지니까.”

“아무리 그래도 불타는 대지에서 사는 놈이라니……. 대체 정체가 뭐기에……?”

“아마…….”

마침 풀숲이 끝나는 지점이어서인지.

아니면 나르샤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어서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드래곤일 거야.”

솨아악-.

빠른 물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산을 빠져나와, 지역의 경계선인 출루강에 도착했지만,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원래는 강에 도착하면 잠시 쉬어가자고 약속했었지만,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드래곤.

들은 적은 있었다.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종족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존재.

오우거. 드워프. 엘프. 정령. 몬스터 등.

이 세계에는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종족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단 한 번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존재도 하나 있었다.

드래곤.

50년이나 이 세계에 갇혀 있었지만, 난 아직 실제로 드래곤을 본 적이 없었다.

드레이크나 리자드맨은 본 적 있지만, 그들을 드래곤이라 칭하기에는 무언가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뭐, 지구에서도 본 적은 없지만. 드래곤이라 하면은…….

엄청 거대한 모습을 상상하니까.

엄청난 마법도 사용하고.

‘그런데 지금까지 만나지 않은 것도 이상한데……. 이 퀘스트가 난이도를 조정한 건가……?’

솨아악-.

강물이 빠르게 휘몰아쳤다.

여전히 우리는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출루강의 입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강물의 끝 편에서 붉은빛이 태어나고 있었다.

내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뗐다.

“아침인가…….”

산을 넘어오는 동안 밤을 꼬박 새운 거 같았다.

어둠이 물러가듯 우리의 얼굴에서도 조금씩 굳은 표정이 지워지고 있었다.

“드래곤이면 어때? 어차피 갈 거잖아!”

비프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당연하지. 드래곤이든 뭐든 상관없어. 모레노를 구하러 간다. 우리는 동료를 버리지 않아. 이 사실은 절대 변함없을 테니까.”

내 목소리에 비프리와 나르샤의 얼굴에 미소가 다시 지어졌다.

“그런데 대장, 크게 놀라지 않네? 알고 있었나 봐? 아니면 그 퀘스트인가 뭔가에 또…… 나타나 있던 거야?”

나르샤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10년이나 함께 있어서인지 나르샤는 속일 수가 없다.

“응.”

나르샤의 얼굴 옆으로 퀘스트창이 보였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501

@@@@불타는 대지에 있는 고이치로를 쓰러뜨리고 종족의 정점에 서라.

@@@@보상

@@@@경험치 + 84,216,237

@@@@획득 칭호

@@@@초월자 ( SSS )」

“불타는 대지에 있는 고이치로를 쓰러트리고 종족의 정점에 서라고 쓰여 있네.”

나르샤와 비프리가 한층 커진 눈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대박. 고이치로를 쓰러트리면 이제 대장이 이 세계 왕인 거야?”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드래곤까지 이기는 존재가 될 줄이야.”

그들의 반짝이는 눈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

함께 걸어온 10년.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 10년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 세계 왕이든 뭐든 해줄게. 어차피…… 나에게는 그딴 거보다 모레노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지만. 덤으로 명성 하나 얻는다 생각하지, 뭐.”

짝짝짝-.

“좋아!”

“우리도 도와줄게!”

그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웃음 지었다.

“어서 가자. 모레노를 구하러!”

“오!”

몸은 피로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료들만 있다면…….

친구들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래곤도 무찌를 수 있을 만큼.

자만심이 아니었다.

난 정말 강해져 있었으니까.

이미 인간을 초월하고.

이세계에 있는 어느 종족보다도 강해져 있었으니까.

동료들을 지킬 힘을 난 분명 가지고 있었다.

* * *

정확히 이틀 뒤.

우리는 불타는 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숨 막혀.”

“여기가 불타는 대지인가? 멀리서 볼 때랑은 전혀 딴판이네…….”

이제 막 입구에 도착해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비프리와 나르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렸다.

땀은 고사하고 피부가 익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예전에 인간을 초월하고, 웬만한 드레이크의 가죽보다도 단단해진 피부라 자신했었다.

“피부가 따가워.”

일반적인 불과는 달랐다.

“화염에 마력이 깃들어 있어.”

넓은 평야 지대 전체에 타오르고 있는 화염이 보였다.

무언가를 태우고 있지도 않았지만, 절대 꺼지지도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나르샤가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고이치로라는 드래곤의 화염인가 보군. 일대 전체를 불타게 해. 침입자를 막고 있는 거야.”

땀이 맺힌 콧수염을 털며 비프리가 나르샤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아따…… 찜통이 따로 없네. 이 녀석은 이런 곳에서 잠도 자는 거야? 본적은 없지만, 드래곤 녀석 참 대단하네.”

터벅.

터벅.

불타오르고 있는 화염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이곳의 주인인 고이치로는 꽤 강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화염 마법을 구사하는 생물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중급 물의 정령이라 알고 있는 모레노도 패배했으니, 강한 것은 기정사실이리라.

그럼에도 불안하거나 초조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투덕거리며 앞서 걷고 있는 동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앞으로 나갈 것이다.

모레노도 구해 내고.

언젠간 끝이 있겠지만, 지금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대장!”

날 선 목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뒤바뀌듯 몸 전체가 전투태세를 취했다.

발끝과 손끝의 감각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서 있던 자리에서 빠르게 몸을 이동시켰다.

화르륵-.

내가 서 있던 장소에 엄청난 불길이 솟아올랐다.

“오……. 내 공격을 피하다니. 백 년 만이군. 넌 좀 재미있을 것 같구나.”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고개를 뒤로 젖혀도 한눈에 몸통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위로 시선을 옮겼다.

붉은 비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날카로운 발톱이 보이고, 화염으로 뒤덮인 얼굴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다.

방금 입에서 불을 뿜어낸 것인지 입과 코에 아직 화염이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어떠한 몬스터의 것보다도 엄청난 살기와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늘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드래곤이 서 있었다.

레드 드래곤.

고이치로였다.

“나르샤! 비프리! 우선 거리를 두고 방어에 집중해! 내 지시에 맞춰 공격한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패배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쪽이 언제나 승자가 되니까.

500개가 넘는 퀘스트를 클리어했지만, 언제나 쉽고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열세인 적이 더 많았다.

그것을 뒤집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동료들과…….

내 차분한 분석력이었다.

검을 뽑아 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마법이 깃든 화염 공격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인간을 초월한 나조차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동료를 구출하고, 약점을 찾아내야 한다.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고이치로의 거대한 몸 뒤쪽에 말려 있는 꼬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 몸을 결박당한 모레노의 모습이 보였다.

단순하게 간다.

가장 속도가 빠른 내가 모레노를 구출한다.

그동안 고이치로는 나르샤와 비프리가 맡아 시선을 끈다.

아무리 드래곤이 강하다 해도, 10년을 함께해 온 동료들이다.

일대일의 싸움이었다면 말리겠지만, 방어에 전념하며 시간을 끌어주는 정도는 믿고 부탁할 수 있다.

드래곤에게 들키지 않게 오른손을 내려 새끼손가락만 두 번 흔들었다.

나르샤와 비프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작전은 대충 알아들은 것 같다.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수신호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을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어이! 빨간 도마뱀!”

큰 소리로 고이치로를 향해 소리쳤다.

“뭐? 도마뱀?”

고이치로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천둥소리가 들렸다.

크기부터 압도적이니, 목소리 또한 인간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 도마뱀 녀석! 왜 내 동료를 납치한 것이냐!”

고이치로의 긴 주둥이가 경련을 일으켰다.

성공이다.

조금은 녀석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된다.

어차피 대답을 들으려 물어본 것이 아니다.

그저 찰나의 틈.

녀석이 흥분해 잠시 놓치는 그 틈만 파고들면 된다.

고이치로의 입이 벌어졌다.

“이 녀석이…….”

찰나의 틈.

녀석이 입을 벌리자마자 온 힘을 다리에 집중시켰다.

팟!

공기를 가르며 녀석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뒤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나르샤와 비프리가 나처럼 찰나의 틈을 발견하고 서포트를 하기 위해 공격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나는 더욱더 하나만 집중하면 된다.

어느새 녀석의 꼬리 앞까지 다다랐다.

꼬리에 말려 포박당한 모레노의 얼굴이 보였다.

기절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마법에 걸려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우선 동료를 적의 손에서 빼내 오기만 한다면 우리의 승리다.

이 녀석을 이기는 것보다, 동료의 구출이 먼저다.

싸움은 그 뒤에 해도 충분하니까.

팟!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가 드래곤의 꼬리에서 모레노를 빼냈다.

‘구출 성공.’

이제 전세는 역전되었다.

빠르게 모레노를 안전한 곳에 눕히고, 나르샤, 비프리와 힘을 합쳐 이 드래곤을 무찌르면…….

“혼자 뭘 그리 생각하는 거야? 약한 주제에.”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리고.

동시에…….

다리가 멈췄다.

“안…… 돼……. 안 돼…….”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라 생각했다.

아니, 50년간 축적된 목숨을 건 실전 싸움 때문에 적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며 싸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싸움은 내 패배라는 것을.

“으아악!”

“꺄아악!!”

비프리와 나르샤의 비명이 대지를 울렸다.

그리고.

내 시선으로 그들의 얼굴이 터지는 것이 또렷이 보였다.

이세계에 온 지 50년.

500개의 퀘스트 만에 첫…….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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