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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까지 제나 쿠키를 챙겨온 제이콥이 툴툴거리며 아인에게 건넸다.
“도련님, 저 대청소하느라 무지 바쁘거든요. 이런 건 그냥 새로 사 드세요.”
“제이콥, 쿠키는 사실 내가 널 부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야. 여기 앉아봐.”
광공의 침대에 제이콥을 앉혔다. 딱 본인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는 메인수의 모습이 몹시 잘 어울렸다. 비록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멍 동정을 잃게 되었지만, 내용을 바로잡아야 했다.
“사실 너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은 알파가 있어.”
“네? 저한테요? 왜요?”
“…그… 뭐랄까. 그 알파의 이상향이 딱 너거든.”
출입문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언제 알렉세이가 돌아오나 확인했다. 때를 맞춰서 최음제가 든 제나 쿠키를 먹여야 했다. 문이 열리며 훤칠한 우성 알파가 걸어 들어왔다. 얼른 귀여운 곰돌이 틴 케이스를 열어서 쿠키를 제이콥의 입에 쑤셔 박았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의심하면 어쩌지? 다행히 제이콥이 순순히 쿠키를 먹었다. 하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풀렸다.
“와, 대박. 이거 왜 이렇게 맛있냐. 도련님 저 더 먹어도 돼요?”
제이콥이 틴 케이스를 빼앗아 들고 쿠키를 한꺼번에 여러 개 집어서 우적우적 먹었다. 덩치만큼이나 엄청난 식성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알렉세이가 메인수의 떡대에 첫눈에 반했는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고, 예상했던 결과인데 어딘가 마음 한편이 찌릿했다.
아무래도 촌스럽게 한 번 잔 사이랍시고 질투심이라도 느끼는 모양이었다. 원작 소설에서 악역수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뻔히 알면서 알렉세이의 반응에 이렇게 기분 나빠지다니.
‘뭐야, 김아인. 너 혹시 알렉세이한테 반하기라도 했어? 어? 남자야. 쟤 남자라고. 그냥 남자도 아니고 우성 알파여서 다리 사이에 다리 한 짝이 더 달린 놈이라고. 같이 목욕탕 가면 거기 있는 아저씨들 다 쫄게 만들 대물인데 정말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성큼성큼 다가온 알렉세이가 제이콥에게서 곰돌이 틴 케이스를 빼앗아 들었다. 쿠키 안에 든 작은 편지를 그가 꺼내서 바지 주머니에 숨겼다. 아차 싶었다. 뭔가 엄청 잘못한 것 같았다.
스무 살밖에 안 된 메인공 아가가 질질 짰다.
“세 시간 기다려서 샀는데… 흑.”
“…그.”
“부하한테 대신 기다렸다가 사 오라고 해도 됐는데, 너한테 줄 거라서 내가 줄 섰어. 황자라서 줄 안 서고 살 수도 있었는데 너한테 먹일 거라 내 노력으로 사다 주고 싶었거든.”
듣고 보니 자신이 엄청 나쁜 짓을 저질러 버렸다. 아인은 얼른 해명했다.
“그게 그냥 같이 나눠 먹은 것뿐이에요. 제이콥은 우리 집 시종인데, 어, 제가 친해서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었어요. 다음에는 꼭 혼자서 먹을게요.”
제이콥은 멀쩡해 보였다. 최음제를 먹었으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추 달라고 소란을 피워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 쿠키는 그냥 쿠키였던 거다. 그동안 자신은 온갖 편견으로 알렉세이를 의심했던 거였다.
그는 냉혈한처럼 생겨놓고 울음이 많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알렉세이에게 다가갔다. 맑은 눈물이 흐르는 뺨을 까치발을 들어 손으로 닦아줬다. 제이콥이 슬쩍 자리를 피했다.
어느 순간에 알렉세이에게 밀려나 침대에 주저앉게 되었다. 커다란 손이 옷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뭔가 말려든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상의가 다 벗겨진 뒤였다.
집요한 시선이 피부를 개미처럼 기어 다녔다. 고작 선물 받은 쿠키를 다른 사람한테 먹였다고 울었던 순진한 그분께서는 어디 가고, 알프스 만년설처럼 변치 않는 색욕을 가진 짐승만 있었다.
은회색이어서 차갑게 느껴지는 눈동자였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닿은 곳마다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망할 페로몬.
이제 BL 잘알못인 자신도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 페로몬이 얼마나 사고 치기 딱 좋은 구실인지 알 것 같았다. 구멍이 열리며 물이 흘러 나왔다.
첩첩. 빈 구멍으로 입을 다시는 천박한 악역수의 몸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가 검지 하나로 자신의 어깨를 밀었을 뿐인데 침대에 눕혀졌다.
알렉세이가 자신을 무릎 사이에 두고 올라탔다. 셔츠 단추 세 개를 풀고 상의를 티셔츠처럼 뒤집어 벗어던지는 박력에 살짝 심장이 설렜다. 도저히 스무 살의 몸이 아니었다. 태평양처럼 떡 벌어진 어깨와 일자로 뻗은 쇄골이 남성적이었다.
제이콥처럼 가슴이 크면 여유증 환자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알렉세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딱 본인 체구에 비례해 가슴 근육이 발달되어 보였다.
그 밑에 자리 잡은 복근은 빨래를 해도 될 만큼 선명했다. 그렇지만 아인은 알았다. 알렉세이의 진정한 우월성은 바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의 자지라는 걸.
“1황자 전하, 아까 제 시종 어땠어요? 제이콥이라고, 열성 오메가이긴 한데 무지 잘생기고 착하고 애교도 많아요.”
“왜? 네 취향이야?”
눈을 부릅뜬 알렉세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이 예쁘다는 소리에 분노한 애인처럼 굴었다.
“아니, 제 취향은 아니고, 1황자 전하의 취향 같아서요.”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인아, 알파가 오메가라고 다 좋아하는 줄 알아? 걱정 마. 난 이 세상에서 딱 너만 좋아해.”
“헉!”
뭐야. 뭐지? 왜 이래? 이보세요. 작가 양반. 당신 픽 메인수랑 메인공을 만나게 해줬는데 나한테 왜 이러세요.
잘생긴 얼굴이 천천히 내려와 가슴에 달려 있는지도 몰랐던 유두 한쪽을 입에 물었다. 쪽쪽 빨아 당기는 힘이 엄청났다.
“으으읏. 그만해요. 거길 왜 빨아요.”
머리통을 밀쳐봤지만, 입이 하나라 물지 못한 다른 쪽 유두가 집게손에 붙잡혔다. 그곳이 쭉쭉 당겨지고, 비틀리고, 씹히고, 혀로 핥아지는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고 나자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억제제를 먹어서 가라앉혀놓은 히트사이클이 유두에 집착하는 우성 알파 때문에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발을 버둥거리며 위로 도망쳤다. 침대 헤드에 가로막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젖꼭지에 한 맺힌 사람처럼 빨던 알렉세이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하얀 이와 붉은 혀가 이상하게 굉장히 야해 보였다.
젖꼭지와 알렉세이의 입술이 투명한 침으로 연결되었다가 뚝 끊겼다. 한참 빨린 젖꼭지는 분홍색을 잃고 빨갛고 통통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집게손으로 쥐어뜯긴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인아, 머리통도 작으면서 쓸데없이 허튼 생각 하지 마.”
자상한 손이 아인의 뺨을 감쌌다. 키스를 하려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서 눈을 떴다. 그가 알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꿈만 같아.”
“….”
“너랑 이러고 있다니. 너무 행복해서 정말 꿈만 같아. 금방 깨버리면 어떡해. 다 거짓이고, 난 여전히 혼자이면 어떡해. 아인아, 너무 행복해서 두려워. 나 좀 안아주라.”
아인은 광공인 그와 함께 있다가 원작 소설과 같은 일을 겪게 될까 봐 무서웠지만, 알렉세이의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모에 마음에 약해졌다. 얼른 두 팔을 벌려 그의 큰 몸을 품었다. 그러자 훌쩍훌쩍 코를 들이켜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각인해도 돼?”
각인은 알파가 오메가의 목을 깨무는 걸 뜻했다. 원작 소설에서 광공이 메인수한테 했던 거였다. 그것 때문에 악역수가 불량한 알파들을 데리고 제이콥을 강간하려다가 역관광 당했기에 각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불길했다.
“각인이 목 깨무는 거죠?”
“응.”
“근데 왜 하는 거예요?”
예전에 커뮤니티에 접속해 왜 알파가 오메가의 목을 깨무는 걸 각인이라고 부르고, 그걸 왜 하냐고 물어봤는데 답변을 받지 못해서 알지 못했다.
레이나와 통화할 때 잠깐 각인, 이란 단어가 나오긴 했지만 연락 도중 통화가 끊겨서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듣지 못했다. 알렉세이가 가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처럼 오메가한테 순결을 잃은 알파가 하는 거야.”
뻔뻔한 답변이긴 했지만 왜 각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왜 하냐고요.”
“흑흑. 너무해. 지금 나한테 짜증 낸 거야?”
“그… 그게 아니라.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나 봐요. 죄송해요.”
눈물이 고인 알렉세이에게 얼른 사과했다. 언제 울었냐는 듯 바로 울음을 그친 알렉세이가 다시 물었다.
“각인해도 돼? 응? 각인해도 돼?”
각인이 뭔지 모르니 안 하기로 했다. 끝까지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알렉세이가 아인의 위에서 내려와 커다란 몸뚱이를 쭈그리고 흑흑 우는 척했다.
“너무해애애~. 흑흑. 난 아인이한테 고추도 따먹히고, 순결을 잃었는데 고작 각인도 못 하게 하고. 아인이는 못된 오메가인가 봐.”
아무래도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알렉세이가 뭔가 잘못 먹었나 보다. 유아 퇴행이 갑자기 온 걸 보면 치매 같았다. 드라마 보니까 젊은 사람도 걸리던데 안 됐다. 조심히 침대에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발목을 덜컥 붙잡혔다.
어린아이처럼 굴던 알렉세이가 눈을 서슬 퍼렇게 빛낸 채 웃고 있었다.
“아까는 우는 척하니까 달래더니 왜 이제는 안 그래?”
역시 다 연기였던 거다. 자신이 우는 모습에 약한 것 같자 태도를 바꾼 거였다.
“아인아, 대답해야지.”
치매는 알렉세이가 아니라 자신이 걸렸나 보다. 어떻게 선착장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 끌려와 놓고 그의 무서움을 까맣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섹스 한 번 했다고 우리가 퍽 가까운 사이라도 되는 양 여겼나 보다.
알렉세이는 이제 왜 아인에게 가짜 눈물이 통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한 듯 보였다. 곰돌이 틴 케이스를 가져와 다시 손에 들고 우는 척했다. 같은 상황을 연출해 같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 같았다.
기이한 알렉세이의 모습에 소름이 쫙 끼쳤다. 전형적으로 사회화가 안 된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악역수가 죽어갈 때 저 새끼 귀찮아했던 것 같은데?
안 되겠다. 이제부터 얼굴을 보지 않아야겠다. 저 얼굴로 말하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자신은 저염식 메주라고 믿고 구매할 거다. 사자가 약한 척한다고 사슴 되는 게 아니듯 알렉세이의 예쁜 외모에 놀아나선 안 됐다.
알렉세이는 자기 눈물이 더 이상 안 먹힌다고 여겼는지 도로 자신을 밀쳐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아인의 바지를 순식간에 벗겨내고,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짓누른 채 올라탔다. 알렉세이가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싹 핥았다.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내가 대답할 생각이 들게 해줄게.”
눈이 마주치자 그가 악마처럼 매력적으로 웃었다.
“혹시 우리 아인이, 젖만 빨려서 뒤로 간 적 있어?”
네? 네? 네? 뭐라고요? 광공님, 너 나한테 고추 따였다고 우는 척한 게 바로 1분 전이에요. 동정인 주제에 동정 같지 않은 그 음담패설 솜씨는 무엇인가요?
“없지? 그럼 한번 경험해 봐.”
“아. 아아. 아아. 그만. 그만.”
뜨겁고 두툼한 혀가 유륜을 간지럽히다가 젖꼭지를 꾹 눌렀다. 발기한 페니스 때문에 불룩 솟은 바지가 자신의 예민한 중심부를 치댔다. 철퍽 철퍽. 가볍게 하반신이 부딪힐 때마다 젖꼭지를 빠는 압력이 강해졌다.
아인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납작한 가슴에 달라붙은 조그만 돌기가 주는 쾌감에서 헤엄쳤다.
‘그만해, 이 변태야. 나까지 변태가 될 것 같잖아.’
“아흣. 으읏. 으응.”
자신이 내는 콧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음탕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 같지 않고 꼭 남의 일 같았다. 알렉세이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드디어 좆을 꺼냈다.
그가 쿠퍼액에 젖어 반들거리며 빛나는 좆으로 아인의 배를 콕콕 찔렀다. 잘은 모르지만 오메가는 남자에게도 자궁이 있다고 했으니, 그곳이 바로 자신의 자궁이 있는 장소일 것이다. 귀신처럼 자신이 들어가야 할 부위를 짚어낸 좆이 뱃가죽 위를 북북 긁었다.
피부를 뚫고 자지가 자궁에 파고들 것만 같은데 무섭다기보다는 알파 페로몬에 뇌가 절여져 쾌감으로 느껴졌다. 젖꼭지는 두 개인데 입은 한 개인 알렉세이가 번갈아 가며 그것들을 빨아먹었다. 입 속 뜨거운 점막이 젖꼭지를 감쌀 때마다 아인은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었다.
만일 그가 도망치지 못하게 자신의 다리를 깔고 앉아 있지 않았다면, 다리를 벌려 그에게 구멍을 보여주며 제발 자지 달라고 애원했을 거다. 그토록 무서워했던 말 자지가 먹고 싶다니. 정말 오메가란 존재는 미쳤다.
구멍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아 미치도록 간지러웠다. 울컥울컥 애액을 토해냈다. 제발 손가락이라도 넣고 안을 긁고 싶었다. 한 번도 삽입 섹스를 안 했을 땐 아무것도 모르니 참을 수 있었지만, 이젠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그곳에 무언가라도 넣고 쑤셔댈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자다가 알렉세이의 페로몬을 맡았다고 느낀 밤, 자면서 그에게 좆을 공격당하는 꿈을 꿨었다. 그땐 단순히 자신이 오줌을 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메가의 몸으로 쾌감에 젖어보니 알겠다.
오메가가 흥분하면 오줌만큼 애액을 흥건하게 지린다는 걸. 그날 자신이 침대 시트에 지도를 그린 건 오줌이 아니었다. 시종의 말이 맞았다. 그건 몽정이었다.
“제발 그만 빨아주세요. 흑. 젖… 젖꼭지 아파요. 떨어질 것 같아요.”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속눈썹이 젖어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알렉세이의 섹시한 외모가 빛을 발해 큰일이었다. 젖꼭지를 잘라버릴 것처럼 물고 빨던 입이 드디어 떨어졌다. 입에서 뽁, 하고 젖꼭지 빠지는 환청이 들렸다.
뜨거운 목욕물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몸이 탱탱 붓는 것처럼 지금 젖꼭지 상태가 그랬다. 그 부위만 새빨갛게 익어서 펑퍼짐했다.
멸치 체형인 자신의 납작 가슴에서 유두만 시뻘겋게 도드라진 모습이 기이했다. 다시 젖꼭지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무서웠다. 손으로 유두를 가린 채 알렉세이를 흘겨봤다.
촉촉이 젖은 눈가는 꽃물을 들인 것처럼 붉었다. 히끅히끅. 딸꾹질과 눈물이 동시에 나왔다. 가관이었다. 큰 손이 자신의 손등 위에 겹쳐졌다. 의아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아아아. 아니야~. 아아앙. 아아.”
자신의 손을 감싼 채 알렉세이가 지방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슴을 주무르게 했다. 자신이 스스로 가슴을 만지고 자위하게 하는 거였지만, 동시에 그에게 가슴을 희롱당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아앗! 흐응. 응.”
할딱할딱 숨이 넘어갔다. 허리를 들썩이며 앞으로 정액을 쌌다. 자궁이 비었는데도 율동하는 게 느껴졌다.
사정을 한 탓에 창피하게 신음을 내지를 뻔했다. 소리를 죽이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전력 질주를 한 것처럼 숨이 가쁘고 벅찼다. 그런 아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알렉세이는 참지 못하고 키스를 했다.
서로의 입술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고, 귓가에 종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꽃잎이 휘날리는 이 느낌을 알렉세이는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인을 끌어안고 침대를 굴러서 그를 제 배 위에 올렸다. 가볍기 그지없는 자신의 가이드를 꼭 안았다. 어렸을 때 곰돌이 인형과 함께 잠을 잤을 때처럼 몸과 마음이 안정되었다.
알렉세이는 눈을 감고 아인의 닉스를 느꼈다. 아인의 닉스는 광활한 밤바다와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아 있어 얼마나 물살이 거세게 몰아치는지 볼 수 없었다. 멀리서 보기에 아인은 잔잔한 바다처럼 조용한 아이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지는 그의 닉스에 퐁당 빠지면 알 수 있다. 알렉세이는 검은 물속에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렇게 아인의 심해까지 내려가서 아인이 자신이 되고, 자신이 아인이 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아인도, 알렉세이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상대방에게 받은 안정감이 둘에게 안락한 잠을 안겨줬다.
2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