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4 (2) (6/23)

S급 에스퍼의 수면제가 되었다 2권

목차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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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8 (1)

4 (2)

꿈에서 아인은 황폐한 땅에서 웅크리고 있는 작은 아이를 봤다. 그 아이의 머리카락과 눈이 은회색이어서 금방 알렉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을 발견한 어린 알렉세이는 큰 알렉세이와 같이 끈질기게 달라붙고 치대지 않았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감정이 죽은 눈빛이었다. 아이는 몹시 외로워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아이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아프지 않게 치료해주고 싶었다. 아인은 어린 알렉세이를 품에 안아 괜찮다고, 이제 더 이상 아프고 힘들지 않을 거라고 위로해줬다.

그러자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조금 커졌다. 놀라서 어린 알렉세이를 쳐다봤다. 물이 말라 쩍쩍 갈라졌던 땅의 실금들이 서서히 채워졌다.

영양분 없는 흙이 물기를 머금더니 푸른 새싹을 피워냈다. 순식간에 끔찍한 몰골의 헐벗은 땅은 푸른 녹음이 가득한 평야가 되었다.

아인이 안고 있던 어린 알렉세이가 점점 성장하더니 어느새 현재의 어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인이 더 이상 안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커버린 것이다. 이제는 그가 더 크니, 알렉세이가 아인을 안아야 했다. 어른이 된 알렉세이가 아인을 꼭 끌어안았다.

아인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그를 풍요롭게 해준 게 아니라, 자신도 그의 덕에 풍요로워졌구나 하고 깨달았다.

땅과 하늘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것들은 절대 서로를 외면할 수 없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이 아인의 영역이고, 땅은 알렉세이의 영역이다. 아니다. 아인은 하늘이 아닌 바다였다.

바다는 원래 아무런 색이 없는데 하늘을 반사해서 푸른빛을 낸다. 아인은 바다를 보고 하늘로 오인한 거였다. 그것을 인지하자 하늘처럼 지상을 떠받치던 바닷물이 땅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왔다. 바닷물이 땅에 완전히 흡수되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땅 위 작은 새싹들이 정글에 있는 나무와 꽃처럼 울창하게 자라났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에스퍼와 자신의 주파수가 방금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걸.

아인은 서서히 눈을 떴다. 신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 아인과 같은 시각에 눈을 떴다. 알렉세이의 은회색 눈동자가 방금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꿨다는 확신을 아인에게 줬다.

“아인아, 잘 잤어?”

왠지 모르게 창피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을 얼른 알렉세이의 어깨에 파묻어 숨겼다. 그가 그런 자신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랬다.

“도대체 왜 그랬어. 가뜩이나 너한테 목숨 거는 나인데, 나 같은 놈한테 그런 자비를 베풀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말라 죽어가든, 굶어 죽어가든 내버려 두지. 우리 아인이 이제 큰일 났다.”

자신이 꿈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파 보이는 그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싶었을 뿐이었다. 그의 입술이 귓가로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방금 본딩 했어.”

그게 뭐지? 19금 장면만 주야장천 나오는 BL 소설치고는 너무 설정 놀이가 복잡했다. 얼빠진 자신이 귀엽다는 듯 알렉세이가 웃으면서 콧방울에 입을 맞췄다.

손등으로 얼른 닦아냈다. 알렉세이가 다시 자신의 콧방울에 뽀뽀를 했다. 쪽쪽쪽. 쪽쪽쪽. 폭격기처럼 쏟아지는 뽀뽀 세례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매트리스에 처박았다.

그럼에도 알렉세이가 엎드린 자신의 이곳저곳에 뽀뽀를 퍼부었다.

“하하하. 간지러워요. 그만해. 히히히.”

아침부터 뱃가죽 당기게 웃었다. 아부부. 아부부. 그가 입술로 자신을 깨물며 장난쳤다. 한참 웃다가 알렉세이에게 안겨서 욕실로 이동했다.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서 아침부터 반신욕을 했다.

이상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그가 자신의 다정한 연인처럼 굴고 있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첫날 자신이 알렉세이에게 덤벼들어 섹스를 한 것부터가 미스터리였다. 아무리 히트사이클이었다고 해도 거부감이 컸던 페니스를 입에 넣고 빨다니.

도대체 그때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알렉세이가 자신의 젖은 몸에 비누칠을 했다. 미끄러운 거품이 피부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간지러워서 움찔움찔 떨었다.

그가 귀엽다는 듯 그런 자신을 보고 웃었다. 어쩌다 보니 알렉세이의 위에 올라타서 구멍에 자지를 꽂고 있었다. 허리를 붙잡은 손이 위아래로 자신을 흔들 때마다 자지가 배 속을 쿵쿵 때렸다.

“아아. 아앙. 으응.”

정신없이 신음을 내지르며 어제 내내 시달리느라 부어오른 젖꼭지를 그의 가슴에 문질렀다. 발정 난 오메가라는 표현이 딱 자신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알렉세이의 손이 아인의 허리에서 엉덩이로 향했다. 그가 말랑한 볼기짝을 주무르며 계속 구멍에 좆을 넣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의 어깨를 잡고 균형을 잡는 게 다였다. 뜨거웠던 목욕물이 차갑게 식을 때까지 욕실에서 알렉세이와 몸을 섞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없었다. 자궁으로 파고든 좆은 노팅이 아닌데도 한참 동안 나가지 않고 머물다가 정액을 싸질렀다.

그는 자신의 안에 그딴 짓을 해놓고 정액을 빼주지 않았다. 욕실에서 달랑거리며 자신을 들고 나와 침대에 엎어두고 다시 박았다.

‘어허, 진짜 이상하다. 이상해. 내가 언제부터 자지 맛을 좋아했다고 이렇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거지?’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했다. 그렇게 1황자의 침실에서 일주일 동안 벗어나지 못한 채 그와 섹스를 하던 도중, 퍼뜩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깨어났다.

거대한 자지를 보고 두려워하던 자신의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졌었지. 그리고.

‘이제부터 아인이는 내 자지 없으면 못 사는 오메가가 되는 거야. 아인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내 좆물이야. 맛있게 빨아서 목구멍에 자지 넘겨봐.’

그 말이 시작이었다. 아인이 남자인 알렉세이와 섹스하는 일을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건. 찜질방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서 열이 나고, 뒤가 젖었다.

무언가 넣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곳이건만 눈앞에 있는 우수한 알파의 자지를 넣고 싶어 미칠 것 같아졌다. 그는 러트의 영향으로 아인에게 히트가 왔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알렉세이가 자신에게 세뇌를 건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남자가 젖꼭지를 빨린 것뿐인데 앞으로 사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가5나시가 된 자신의 자화상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네 기억 지워줄까? 응? 너 어렸을 때 기디언 백작과 만났던 기억 말이야.’

이대로 있다가는 그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해 육변기로 만들어 버릴지 몰랐다. 일단 자는 척한 다음 알렉세이가 외출한 틈을 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알렉세이는 자신이 자는 줄 알고, 정수리에 입맞춤을 하고 정복을 차려입었다.

그가 정무를 보기 위해 침실을 벗어나자마자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키자 배 속에 든 채 빠지지 않은 정액이 질질 흘러내렸다. 흥건한 허벅지를 내려다보다가 이걸 어쩌나 싶었다.

안에 든 것을 긁어내야 바지를 입어도 젖지 않을 텐데 말이다. 욕실까지 걸어가는 내내, 구멍에서 그의 씨물이 찔끔찔끔 새어 나왔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웠다.

제발 반신욕을 하고 나면 배 속에 든 것들이 다 빠져나와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았으면 싶었다. 라벤더 입욕제를 풀고 씻은 뒤 물에서 나왔다. 손가락 피부가 퉁퉁 붇고 쭈글쭈글해졌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서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았다. 침실로 돌아가니, 정사로 더럽혀진 침대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침대 옆 협탁에는 새로 입을 속옷과 의복이 놓여 있었다.

도대체 황궁에 돈이 얼마나 많으면 팬티를 실크로 만드는 걸까? 손가락에 닿는 팬티가 너무 가볍고 부드러워서 탐났다.

옷도 팬티와 같은 재질로 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다 입었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듯 아주 가벼웠다. 이상하게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이 샘솟은 아인은 바로 1황자 침실 도주 계획을 추진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문 앞에 기사들이 서 있었다.

“나오시면 안 됩니다.”

좋은 명품 옷을 입었다고 간덩어리가 배 밖으로 나와 버린 것 같다. 자신이 달리면 저들을 다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도도도도. 도토리를 발견한 다람쥐처럼 복도를 전력 질주했다. 얼마 못 가서 셔츠의 뒷목 부분을 붙잡혀 목이 조였다.

“켁.”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서 돌아가세요.”

“아, 진짜. 왜 집에 못 돌아가게 하는 거예요. 나 집에 갈래요.”

아무래도 이 옷에 수상한 마법이 걸려 있는 게 틀림없었다. 자신을 붙잡은 기사를 노려보며 어서 놓으라고 했다. 얼굴이 아직 앳된 기사는 자신을 질질 끌고 가 침실에 넣은 뒤 밖에서 문을 잠가버렸다.

“아악. 이것들아, 왜 멀쩡한 사람을 가둬. 가두길. 너희들, 귀족 감금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내가 다 감방에 넣어버릴 거야. 어서 열어. 문 열라고.”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손이 아파서 그만뒀다. 이 미칠 듯한 자신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해 앞으로 도주가 더 어려워질 듯싶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어리석은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고 후회하다가 자신이 죽은 사연을 떠올리고 원래 바보 맞구나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급히 왔는지 숨을 헐떡이는 알렉세이가 거칠게 문을 닫고 들어왔다.

“왜, 왜 도망치려는 거야. 내가 잘해 줬잖아.”

덜덜 떨리는 손이 당장이라도 자신의 멱살을 잡아챌 것 같아 무서웠다. 움찔 어깨를 들썩이며 자라처럼 목을 숨겼다.

“그러는 1황자 전하는 왜 저를 감금하는 거예요. 저 집에 보내주세요. 네?”

겁먹은 속내와 달리 입이 주저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다.

안 돼. 김아인, 너 미쳤어? 여기는 평범한 세계가 아니라 초능력 쓰는 괴물들이 개새끼처럼 좆을 세우고 남자랑 떡치는 미친 세계라고.

“…우리 본딩했잖아. 아인아, 나 네 에스퍼잖아. 응?”

알렉세이가 잘생긴 외모를 앞세워 애절하게 다그쳤다.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기에 광공이 제 짝을 놔두고 자신한테 매달리는 걸까.

원작에서도 제이콥을 초반에 안 좋아했던 걸 보면, 둘을 계속 만나게 해서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게 도와야 하는 걸까.

“내가 그렇게 싫어?”

“….”

제이콥과 알렉세이를 어떻게 이어주나 고민하느라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다.

“하! 그래, 그렇겠지. 넌 알파를 싫어하니까. 그런데 이걸 어쩌나. 오메가는 알파한테 발정하며 구멍이나 벌리는 족속인데.”

은회색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올리며 그가 위험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봤다. 숲속에서 만난 늑대가 ‘우리 토깽이 여기 있었구나?’ 하고 군침 흘리는 것만 같았다.

비단으로 만들어서 피부 위에서 물결처럼 흐느적대던 명품 옷을 알렉세이가 손으로 북북 찢어버렸다.

“내가 괜한 짓 했네. 너 걱정한답시고, 괜한 짓 했어. 자신감 생기니까 제일 먼저 나한테서 도망치려고 하네. 그게 네 속마음이겠지. 나 따위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 없으니까.”

옷이 찢겨나가고 속옷마저 뜯겨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그가 자신을 강간할 거라 생각했다.

원작에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앞으로의 전개를 전혀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침대를 가리는 휘장을 묶고 있던 끈들을 그가 풀어서 손에 쥐었다.

그가 알몸인 아인을 의자에 앉히고 손을 뒤로 묶어 의자에 고정했다. 다리는 무릎을 벌린 모양으로 접은 채 의자 손잡이에 각각 끈으로 묶어 버렸다. 아인의 페니스와 엉덩이 사이 숨은 구멍이 여실히 드러나는 자세였다.

“아인아, 그렇게 네가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알파한테 자지 달라고 빌게 만들어줄게. 어디 잘 참아봐.”

그가 다알리아에게 받은 억제제를 챙겨서 침실을 나가버렸다. 방에 혼자 방치된 채 불편하게 묶여서 힘들었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왜 도망치려고 한 걸까. 좀 더 신중하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밧줄에 묶인 팔다리가 저리고, 엉덩이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알몸으로 있느라 추운 날씨가 아닌데도 한기가 느껴져 솜털이 섰다.

아, 아니다. 이건 알몸이라 추워서가 아니라 서서히 발정열이 올라서다. 쌕쌕 곱게 내뱉던 숨소리가 어느 순간 가빠졌다.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가득한 침실에서 억제제 효과가 떨어지자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갈비뼈로 하모니카를 부를 수 있을 것처럼 얄팍한 자신의 가슴이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분홍색 젖꼭지가 바짝 곤두서서 시야에서 걸리적거렸다. 만져주지도 않은 페니스가 발기해 아랫배에 달라붙었다.

“하응. 으응. 아. 가려워. 가려워요. 제발 누가 구해주세요.”

구멍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쏟아져 엉덩이와 의자가 흥건하게 젖었다. 어떻게 남자 몸에서 이렇게나 많은 물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정말 BL은 이해 못 할 장르였다.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절대 낼 수 없는 콧소리로 알렉세이를 불렀다.

“으응~ 1황자, 핫. 전하. 으응. 너무 괴로워요. 빨리 와주세요.”

아무리 불러도 그가 대답해주지 않았다. 문밖에서 알렉세이의 페로몬이 느껴지는데 없는 척해서 서운했다.

“흑흑. 가려워. 가려워. 빨리 구멍에 넣어줘요.”

팔다리가 묶여 있어서 직접 손을 넣지 못해 그런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구멍에 손을 넣고 퍽퍽 쑤셔댔을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알렉세이가 자신을 음란하게 세뇌한 거라 여겼는데 그냥 알파 페로몬에 나약한 오메가의 민낯이었다니. 어쩌면 자신은 원작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그를 곡해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구멍이 알렉세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동그랗게 벌어져 애액을 뿜어냈다. 뻐끔뻐끔.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데 통통한 점막이 무언가를 씹어대는 듯 자꾸 움직였다.

계속된 방치에 이성이 휘발되어 훨훨 저 머나먼 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 상황이라면 여러 알파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자궁을 쑤셔대도 좋을 것만 같았다.

“알렉, 자지 주세요. 흑. 알렉, 제발 자지 넣어주세요.”

드디어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열렸다. 알렉세이의 바지가 흥건히 젖어서 그곳만 색이 달랐다. 그도 자신을 안고 싶어서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어서 자신한테 와서 그 커다랗고 좋은 걸 넣으리라 기대하며,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꼴깍 침을 삼키며 자지가 구멍에 들어오길 기다렸다.

알렉세이가 문을 닫고 천천히 자신에게 걸어왔다. 기대에 차서 자신의 구멍은 더 많은 애액을 쏟아냈다. 이제 엉덩이는 물론 의자에서도 넘친 물이 바닥에 똑똑 떨어졌다.

그런데 젖꼭지와 좆을 빨딱 세운 채 구멍으로 홍수를 만든 오메가를 보는 알렉세이의 눈이 무심했다. 그가 자신에게 물었다.

“아인이 너는 알파 무서워하잖아. 그런데 왜 알파 자지가 먹고 싶대?”

“으응. 이제 안 무서워요. 자지 줘. 흑흑. 빨리 자지 달란 말이야.”

당장 자지를 구멍에 넣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그마한 구멍이 찢어질 듯 저 굵은 자지를 넣고 내벽을 넓혀주길 바랐다.

발정 난 오메가의 자궁은 알파의 좆물이 아니면 발정이 식지 않았다. 무서운 걸 알아버렸다. 한번 자지 맛을 들인 구멍은 이제 절대 자지 없이 살 수 없었다.

억제제를 먹어야 했다. 아니다. 억제제 따위 말고 기분 좋은 자지를 먹어야 했다. 힘없이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알파 중에서 우성인 알렉세이의 페로몬이 아인을 더욱 갈급하게 만들었다.

발목에 묶인 밧줄을 끊기 위해 발을 버둥거리다가 의자가 크게 움직였다. 하마터면 의자와 함께 엎어질 뻔했다. 침을 꼴깍 삼킨 알렉세이가 의자를 잡아줘 무사할 수 있었다.

무릎을 감싼 큰 손바닥의 열기에 아인은 “하으윽.” 교성을 내질렀다. 작은 스킨십마저 커다란 쾌감이 되어 정신을 온전치 못하게 했다.

알렉세이가 보란 듯이 웃통을 벗어 던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불끈불끈 잘 빠진 근육이 움직였다. 그 모양새에 구멍이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켰다. 알파 페로몬에 이렇게나 이성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니. 놀랍다. 앞으로 억제제를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기특한 반성을 했다.

“하아, 하아.”

몸에 걸린 그의 옷이 점점 사라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신이 된 알렉세이의 페니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커서 좋았다. 역시 큰 게 뭐든지 좋은 거다. 집도 크면 좋고, 키도 크면 좋고, 자지도 크면 좋다. 저렇게 훌륭한 자지를 등한시하고 외면한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 아인이 혀를 길게 빼낸 채 헥헥거렸다. 훈육을 하는 동안,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억제제를 복용한 알렉세이마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짙은 오메가 페로몬이 분출되고 있었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는 페로몬에 물리력을 실을 수 있는데, 아인의 페로몬이 알렉세이의 자지를 핥아대느라 솔직히 참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그를 길들이고, 그가 다시는 자신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알렉세이도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가이드였다. 자상하게 대해주고, 소중하게 여겨주고 싶었다. 그런 알렉세이의 마음을 짓밟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놓은 건 아인이었다.

아인 앞에 의자를 가져와 마주 보며 앉았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어떻게든 알파 자지를 받아내고 싶어 하는 구멍이 알렉세이가 가까이 오자 잔뜩 벌어져 붉은 속살을 보였다.

뻐근하다 못해 자지가 터질 듯이 아팠다. 알파 페로몬에 전 아인은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흑흑, 흐느끼는 가련한 오메가의 젖꼭지가 누가 빨아주기라도 한 듯 땡땡하게 부어 있었다. 어떻게든 눈앞에 있는 알파를 유혹해 제 젖을 빨게 하려는 간악한 오메가 페로몬의 흔적이었다.

그는 튼실한 허벅지를 떡 벌리고 손으로 우람한 자지를 잡았다. 좆 구멍이 주체하지 못하고 벌렁벌렁 쿠퍼액을 쏟아냈다. 기둥은 그 액으로 미끈하게 젖어 있었다. 알렉세이는 손을 둥글게 말아 기둥을 쓸었다.

“흐아아. 아니야. 흑. 구멍에 넣어야지. 내 구멍에. 이 바보야!”

아인이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며 화냈다. 긴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어 금빛이 더욱 짙어지고, 눈가는 붉게 물들어 몹시 야했다.

알렉세이는 그런 제 가이드를 반찬 삼아 손으로 자위했다. 그의 황폐한 레아에 들어가 본딩을 한 가이드가 제 에스퍼를 버리고 도주를 하려고 하다니?

에스퍼와 가이드에게만 있는 레아는 힘의 생산지였다. 레아는 에테르나 닉스를 생산해 이능력자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사람에 따라 레아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었다. 알렉세이의 경우 오랫동안 가이딩 부족 현상으로 황폐한 땅으로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제 알렉세이의 에테르는 더 이상 빠르게 오염되지 않았다. 에테르를 생산해내는 그의 레아에 아인의 닉스가 뿌리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알렉세이가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었다. 본딩을 하기 전에는 30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면, 이제는 10층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충격이 현격히 감소해 폭주까지 에테르가 오염되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뿐이다.

폭탄이 터지기까지 제한 시간이 늘어났다 해서 그 폭탄을 가만히 놔둬도 괜찮은 건 아니다. 가이딩을 꾸준히 받지 못하면 결국 알렉세이는 죽을 수밖에 없다.

아인은 레아에 방문해 상처 입은 어린 알렉세이를 구원했다. 버려진 고양이를 주울 때 생각 없이 집에 데려갔다가 다시 버리면 안 되듯, 알렉세이도 버려선 안 된다. 본딩한 가이드한테 버려진 에스퍼는 갈 곳이 없다. 예전과 달리 다른 가이드에게 가이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알파와 오메가가 각인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각인을 하면 각인자끼리의 섹스로만 발정열을 내릴 수 있듯, 에스퍼와 가이드의 본딩도 서로를 구속하는 행위였다.

아인도 알렉세이를 버리면 무사치 못했다. 범람하는 닉스 때문에 아인이 잠에 빠져도, 다른 에스퍼가 구해줄 수 없다. 오직 그의 키스로만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둬야 했다. 다시는 자신을 버리고 가지 못하게 말이다.

알렉세이는 아인의 젖꼭지를 페로몬으로 쓰다듬었다. 젖꼭지가 애처롭게 파르르 떨렸다. 저 통통한 것이 임신을 하면 우유를 뿜어내게 될 것이다. 기대되었다.

그는 아인의 납작한 배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서 부풀어 올랐으면 좋겠다. 조그마한 체구로 배불뚝이가 되어서 뒤뚱뒤뚱 걸어 다니면 얼마나 귀여울까.

아인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제 젖꼭지를 만지는 느낌에 입을 벌리고 할딱거렸다. 빳빳하게 선 혀가 발기한 좆처럼 허공에 멈춰 섰다. 입가로 투명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섹스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누군가 어깨를 팔로 끌어안는 듯한 감각이 분명 느껴지는데 알렉세이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면 아인의 팔뚝을 조몰락거리고, 복숭앗빛으로 물든 팔꿈치를 핥고,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아대는 건 누구란 말인가.

마른침을 꼴딱 삼키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알렉세이를 봤다. 유력한 용의자인데 증거가 없었다. 지독할 만치 진한 알파 페로몬밖에는.

알렉세이가 자지를 잡고 흔드는 속도가 정점에 이르렀다. 그는 사정할 듯 보였는데 그 순간 자지에서 손을 떼 사정을 참았다. 그리고는 한참 지나서 다시 자지를 흔들어 자위했다.

그의 손동작에 따라 아인의 허벅지보다 굵은 팔뚝은 팽팽해지고 핏줄이 곤두섰다. 남성적인 팔뚝이었다. 상완근이 잘 빠져서 굵은데 팔 길이가 짧거나 둔해 보이지 않았다.

알렉세이의 좆 구멍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끊임없이 쿠퍼액이 나왔다. 아깝다. 저렇게 낭비할 거면 그냥 아인의 자궁에 쏟아도 될 텐데. 아낄 게 없어서 쿠퍼액 자린고비가 되어버렸다.

발가락을 오므렸다가 쭉 펼쳤다. 발바닥을 누가 핥기라도 한 듯 무척 간지러웠다.

“흐읏. 으응. 간지러워. 으응. 싫어. 간지러.”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시각을 없애 이렇게라도 더 감각을 느끼고자 했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휘어 감는 손길은 귀신일까. 그래서 느낄 순 있지만 보이지 않는 걸까.

제 육신을 희롱하는 그것이 참으로 달가웠다. 더, 더 깊게. 더 강하게. 속으로 얼마나 천박한 바람을 말했는지 모른다.

“눈 떠. 날 봐. 아인 페르디안.”

알렉세이의 부름에 눈을 떴다. 정면으로 마주친 은회색 눈동자가 처음 그와 그림을 사이에 두고 키스했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의 시선에 사로잡힌 자신은 두려움에 떨 거란 예상과 달리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포식자였다.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아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득아득 씹어 먹을 짐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두렵지 않았다. 매혹적인 알파 페로몬이 위험을 감지해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공포심을 아인 안에서 마비시켜버린 탓이다.

‘왜 날 만져주지 않는 거야.’

그가 원망스러웠다.

‘널 위해 이렇게 젖었잖아.’

그를 가지고 싶었다.

‘어서 들어와. 여기야, 여기.’

구멍은 제멋대로 뻐끔거리며 바로 앞에 있는 알파를 유혹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쩍쩍 붙었다가 떨어지며 애액을 내뱉는 그곳이 과연 배설기관일까.

아인의 구멍은 오직 성욕만을 위해 존재하는 음부였다. 아인은 비로소 제가 오메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가가 쓴 천박하고 퇴폐적인 문자들의 나열이 아인에겐 실제였다.

아인은 굴복했다. 저 알파가 아인이 오메가임을 받아들이길 원했다면 그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러니 어서 저 튼실한 자지로 자신을 쑤셔줘야 했다. 자신의 성에 차도록 그래 주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알렉세이가 아인을 보며 제 손에 묻은 질척한 체액을 자랑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의 손은 아인의 얼굴을 다 덮을 정도로 큰데 손가락이 길고 가늘어서 멀리서 보면 섬섬옥수였다.

우아한 손가락이 아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알파 체액이 아인의 뱃속을 뒤틀었다.

“하악. 학.”

하악질 하는 발정 난 고양이처럼 아인은 숨을 헐떡였다. 혀를 빼서 그 체액을 마구 핥았다. 알렉세이의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왔다. 그가 처음 펠라를 가르쳐줄 때처럼 목구멍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목젖을 건드리며 긴 검지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빠르게 넣어졌다가 빠져나가며 혓바닥과 입천장이 쓸리는 감각이 허기를 유발했다. 당장이라도 알렉세이를 자빠트려 그의 위에 올라탄 뒤 구멍에 자지를 꽂고 쿵덕 쿵덕 요분질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뒤로 묶인 두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구멍이 범해지는 동안 제 손등에 손톱만 박아 넣었다. 못생긴 물고기처럼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먹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웃길까 상상해봤다.

그래서 알렉세이가 자신에게 자지를 주지 않는 건가, 온갖 망상을 하며 제 탓을 하던 참이었다. 목구멍을 쑤시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텅 빈 목구멍이 허전했다.

알렉세이만큼이나 헤프게 쿠퍼액을 싸던 아인은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알렉세이의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크게 입을 벌린 채 그의 손을 삼키느라 빨갛게 부어오른 아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는 숨마저 달았다. 아인의 미칠 듯한 허기가 조금 달래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알렉세이는 키스를 하는 내내 눈을 감지 않고 아인을 직시했다. 강렬한 그의 눈빛이 피부를 벗겨낼 듯 뜨거웠다.

아인의 피부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보고야 말겠다는 듯이 알렉세이 또한 아인을 갈망했다. 근육, 뼈, 지방, 내장… 아인의 몸을 이루는 모든 걸 그가 원하고 있었다.

커다란 몸을 구부려 키스했던 이가 도로 허리를 폈다. 그가 키스를 하느라 넋이 나간 아인의 정수리를 웃으면서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홀린 아인의 얼굴로 엄청난 물대포가 뿜어졌다.

처음에는 천장에 구멍이 뚫려 폭우가 쏟아지나 싶었다. 그런데 그 물줄기는 계속 사정을 지연시키며 딸을 치던 알렉세이의 좆이 뿜어내는 좆물이었다.

아니, 좆물이 아니다. 투명하고 농도가 옅어서 물 같았다. 지린내가 나지 않는 오줌이었다.

“흐으으읏. 흐읏.”

이렇게나 큰 모욕을 받았는데 결박당한 사지가 펄떡거리며 경련했다. 아인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구멍을 꽉 오므렸다. 알렉세이의 사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아인은 얼굴은 물론이고, 목덜미와 어깨, 가슴, 배, 페니스, 허벅지까지 골고루 가리지 않고 그의 체액으로 흠뻑 젖었다. 짙은 알파의 페로몬에 떡칠 되고 나서야 발정열이 식어 갔다.

아인에게 물줄기를 싼 알렉세이가 한발 물러서서 아인의 상태를 눈에 담았다. 영원히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아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투명한 전립선액이 흘러내렸다. 얼굴을 타고 주르륵 떨어진 물방울이 턱에 맺혔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안이 그를 올려다봤다.

알렉세이는 심술을 그만 부리고 아인을 묶었던 밧줄을 풀어줬다. 오랫동안 의자에 묶여 있던 아인이 그의 품에 굴러떨어지듯 쓰러졌다. 그는 아인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웃었다.

너는 영원히 나의 가이드다.

아인은 알렉세이에게 안겨 침대에 눕혀졌다. 이게 게임이었다면 HP가 1밖에 남지 않았을 거다. 아인의 머리통을 제 팔 위에 올려두고 그를 품에 끌어안은 알렉세이가 이불을 끌어 올려 그들의 알몸을 가렸다.

그가 종을 흔들어 시종을 불렀다.

“먹을 걸 가져와. 시원한 마실 것도.”

1황자의 명령에 시종장이 허리를 숙인 채 뒷걸음질 쳐서 사라졌다. 잠시 뒤, 바퀴가 달린 트롤리를 끌고 시종이 나타났다. 시종은 침대 옆에 작은 테이블을 가져다 둔 후 하얀 식탁보를 깔았다.

준비해온 음식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새우가 들어간 샐러드와 닭고기수프, 단호박 안에 메추라기를 넣고 오븐에 구운 찜 요리, 마지막으로 블루베리 타르트까지.

시장이 반찬이라고 군침이 돌았다. 시종이 나가자마자 알렉세이가 얼음이 동동 뜬 오렌지 주스를 아인의 입에 가져다 댔다. 너무 익숙하게 굴어서 아인은 그에게 깜빡 넘어가 환자처럼 누워서 주스를 받아 마셨다.

달달한 주스를 마시고 나니 이제 살 것 같았다. 이대로 그냥 자고 싶은데 알렉세이가 수저로 수프를 떠서 호호 입김을 불어 뜨거운 온도를 식혔다. 수프의 종착지는 아인의 입 앞이었다.

받아먹지 말까 했지만 혼자서 식사를 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인은 얼른 입을 열어 받아먹었다. 고추에서 나온 이상한 물을 뒤집어쓴 아인을 그가 기특해하며 웃었다.

수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니, 알렉세이가 새우랑 양상추를 함께 포크로 찍어서 아인에게 먹였다. 레몬과 올리브유, 꿀을 섞어 만든 드레싱이 상큼하고 맛있었다.

알렉세이는 나이프로 단호박을 갈라서 안에 든 메추라기를 꺼냈다. 닭보다 작은 새여서 마땅히 발라먹을 살은 없지만 기똥차게 맛있었다. 평소 이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과도한 성행위를 해서 그런지 다 들어갔다. 배불러서 꺼억, 트림이 나왔다.

알렉세이가 아인을 허벅지 위에 앉혀서 안아 들고 등을 토닥여 트림을 도왔다. 광공이 제정신 아닌 것 같다. 혹시 투명한 오줌을 싸서 미안했나?

그렇다면 충분히 미안해해도 됐다. 아인은 알렉세이의 딱딱한 품이 불편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돌연 엉덩이 부분을 돌덩이 같은 게 콕콕 찔러왔다. 뭔가 싶어 보니까 자지였다.

“히이잇.”

놀라서 그의 품에서 도망치려고 일어나자 알렉세이가 억지로 그를 끌어당겨 도로 제 품에 넣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아인은 이제 알파 자지를 먹고 싶지 않았다. 원래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른 법이었다.

“후식도 먹어야지.”

“배불러요.”

“그렇게 조금 먹으니까 이렇게 말랐지. 만일 백작 부부가 널 몹시 사랑하는 걸 몰랐으면 가둬놓고 굶기는 줄 알았을 거야.”

아인이 말랐다면서 알렉세이는 가슴을 찹쌀떡 조형하는 장인처럼 정성스레 조물조물 주물렀다. 커다란 손에서 비루한 가슴이 볼록하게 만들어졌다.

손가락 사이에 끼인 젖꼭지가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이상하게 구멍이 가려웠다. 아인은 알렉세이의 허벅지를 깔고 앉아 있는 엉덩이를 슬쩍슬쩍 움직이며 참아봤다.

“아인아, 조르지 마. 안 그래도 자지 실컷 박아줄 거니까. 너 소화는 시켜야지.”

“아닌데. 아닌데요. 나 하나도 안 졸랐는데요. 씻고 잘 거예요.”

“그럼 너 잘 때 해도 돼?”

“안 돼요.”

“야박해.”

눈이 크게 떠졌다. 야박하다니! 그걸 말이라고. 아인은 얼른 씻은 뒤 쉬고 싶었다. 알렉세이의 품에서 낑낑거리며 빠져나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알렉세이가 욕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따라 들어왔다. 욕조에 물을 받고 입욕제를 잔뜩 풀었다. 수상한 오줌을 뒤집어써서 깨끗이 씻어야 했다. 변태가 아인을 따라 욕조에 들어오려고 해서 아인이 팔을 휘저어 막아냈다.

“왜~. 나도 씻어야지.”

“1황자 전하는 이따가 씻어요. 여기 들어오면 또 저번처럼 제 구멍에 넣을 거잖아요.”

“제법인데?”

돌머리 주제에 어떻게 알았냐는 듯 웃는다. 아인은 눈만 남긴 채 물속으로 잠수해 알렉세이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그가 욕조 밖에 앉아서 팔로 물을 휘적거렸다.

“귀여워.”

물에 풀어진 라벤더꽃이 예쁘긴 했다.

“귀여워 죽겠어.”

어지간히 라벤더가 좋은가 보다. 나중에 귀농해서 꽃 농사 지으면 되겠다. 1황자가 머리에 밀짚모자를 쓰고 낫을 휘두르는 상상을 해봤다.

농촌 사회를 주름잡는 옴므파탈이 될 것 같긴 하다. 아줌마들이 서로 알렉세이에게 새참 주겠다며 달려가고, 알렉세이는 날이 덥다며 웃통을 벗겠지.

태양 빛에 구릿빛으로 피부가 그을려 몹시 섹시할 테다. 떡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가슴 근육,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식스팩을 보고 누님들이 “총각~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 이러면서 유혹할지 모르겠다.

아, 맞다. 여기는 BL 소설이니까 누님이 아니라 오메가들이 그러려나?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았다. 라벤더 농장에서 일하는 알렉세이에게 주먹밥을 내미는 제이콥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너무해!”

저도 모르게 마음속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알렉세이가 목욕물을 손으로 휘젓다가 의아해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그… 그….”

네가 귀농했는데 거기서 다른 오메가랑 바람피우는 걸 상상했다고 말할 순 없었다. 뭐로 무마할까 했다가 자신이 했던 오해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나한테 세뇌 걸었잖아요. 막 날 음란한 오메가로 만들어서 그거 하고 싶게 했으면서.”

“내가?”

도둑이면 제 발을 저릴 텐데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알렉세이가 맹세코 자신이 건 세뇌는 입을 벌리라며 펠라를 시켰던 일밖에 없다고 이실직고했다.

“정말 난 네 입을 벌리게 한 것밖에 하지 않았어. 불안하고 날 믿지 못하겠으면 나랑 각인해. 각인하면 난 절대 네 말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기승전각인이었다. 벌써 각인하자는 소리만 두 번째였다. 원작에서 알렉세이가 제이콥에게 각인을 했다며 악역수가 미쳐 날뛰다가 골로 간 걸 보면, 대단히 중요한 것 같은데 그걸 왜 자신과 하겠다는지 모르겠다.

“각인이 뭐예요. 왜 그걸 하면 1황자 전하가 제 말을 거역할 수 없어요?”

알렉세이는 이 순진해 빠진 오메가를 어떻게 해야 잘 잡아먹을까 궁리하며 최대한 선량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알파와 오메가가 섹스를 하면서 서로 목을 깨물면 각인이 돼. 그럼 페로몬을 각인한 사람끼리밖에 맡지 못해. 페로몬 관리를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아주 편리하다고 볼 수 있지.”

BL 무식자라 그런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페로몬 관리라는 걸 따로 해본 적 없어서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알렉세이가 각인은 오메가가 알파를 부하로 만드는 거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1황자 전하는 제 부하가 되고 싶은 거예요?”

“응. 응. 절대적으로 그러고 싶어.”

그러니까 악역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알파가 다른 오메가의 부하가 되어서 그렇게 날뛰었던 거다. 하여간 엄청난 또라이였다. 다른 오메가랑 섹스하는 건 두고 보더니만 각인하는 건 못 참아서 죽다니. 쯧쯧. 멍청하면 답도 없지.

“그런데 저는 고작 백작 아들이고, 1황자 전하는 훨씬 신분이 높은데 제 부하가 되어도 괜찮으시겠어요?”

알렉세이가 후다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인을 올려다봤다. 자존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태도였다. 황제 폐하가 알면 자식새끼 때문에 많이 속상하겠다.

“알다시피 난 네 열렬한 팬이야. 침실에 걸어둔 네 그림들 봤지? 난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부하니까 편하게 각인해서 부려 먹어.”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가 자신을 집에 못 돌아가게 하는 지금, 알렉세이를 부하로 삼으면 귀가를 허락받지 않아도 되니 그 문제가 해결된다.

또 언제 능력을 사용해 세뇌를 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에게만 좋은 조건이었다. 돌연 레이나와 통화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녀가 각인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연락이 끊어져서 다 못 들었지만, 수틀리면 알렉세이와 각인하라는 조언을 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역시 각인해야겠다. 각인하면 나중에 알렉세이가 알파들을 불러다가 아인을 돌림빵 시켜 죽이는 원작 결말도 오지 않을 터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제 광공이 모시는 주인님이니까!

“좋아요. 해요, 그 각인이라는 거.”

“고마워. 고마워, 아인아. 평생 하늘처럼 떠받들면서 살게.”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알렉세이는 주인님이 되어주겠다는 말에 자지를 발딱 세우고 좋아했다. 아무리 변태라지만 취향 한번 독특했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으며 살고 싶은데, 황족으로 태어나서 그동안 얼마나 불행했을까.

앞으로 자신이라도 물 가져와라, 붓 빨아와라, 캔버스 옮겨라, 열심히 심부름 시키면서 행복 지수를 높여줘야겠다.

현대에 태어났으면 이 수동적인 근성을 잘 살려 편의점 사장님의 노예가 되어 참 기쁨을 누렸을 텐데, 세상을 잘못 태어났다. 혀를 쯧쯧 차는데 알렉세이가 은근슬쩍 욕조에 들어왔다. 그가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은 채 젖꼭지를 만졌다.

손을 뿌리치려고 마음먹자 나쁜 손이 샤워 타월로 자신을 씻겼다. 자신이 오해했나 보다. 아무래도 광광 작가의 엄청난 19금 소설 때문에 자신이 자꾸 색안경을 끼고 알렉세이를 보는 듯했다.

그저 알렉세이는 노예처럼 부려지고 싶었을 뿐인데, 자신은 아까도 ‘왜 저 인간이 밥시중을 들지?’ 싶었다. 제나 쿠키도 그저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바친 뇌물이었을 뿐인데, 최음제가 들었다며 제이콥에게 먹였더랬지.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다. 자신을 자꾸 씻기려고 들고, 자상하게 시중을 들어서 ‘혹시 나 좋아하나?’ 오해했는데 말이다.

비록 우리가 러트와 히트라는 BL의 저주에 걸려 같이 섹스를 하긴 했지만 앞으로 억제제를 잘 챙겨 먹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알렉세이랑 각인하고 빨리 집에 돌아가 얼른 동화책에 들어갈 삽화 작업을 마무리해야지 싶다.

다 씻고 나오니 역시나 침대 시트와 이불이 새 걸로 바뀌어 있었다. 알렉세이가 잔뜩 신난 목소리로 어서 각인하자며 침대로 아인을 잡아끌었다.

맨정신으로 남자랑 자려니까 만만치 않았다. 알렉세이가 자신을 눕히고 다리를 M자로 벌렸다. 몇 번 경험했다고 알파 페로몬을 바로 알아차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이 뱀처럼 아인을 칭칭 옭아매고, 혀를 빼 솜털을 하나하나 핥았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에서 힘이 풀렸다. 자연스럽게 구멍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손가락 하나가 구멍 주름을 꾹꾹 누르며 들어오려고 했다. 뼈만 앙상한 자신의 신체 중 유일하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 사이로 알렉세이의 손가락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으으.”

굳은살 박인 검지는 돌덩이처럼 딱딱했다. 붓만 잡아 부드럽고 말랑한 아인의 손가락과는 전혀 달랐다. 내벽 주름을 손끝으로 드륵드륵 긁을 때마다 안은 미끄덩하게 변했다.

“흡!”

볼록한 혹이 건드려졌다. 허리가 위로 튕겨 올랐다가 침대로 떨어졌다. 손으로 시트 자락을 쥐어짰다. 하얀 시트가 회오리 모양으로 주름졌다. 쿨쩍 쿨쩍. 젖은 구멍을 쑤시는 검지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였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무릎이 오므라들었다. 구멍도 따라서 알렉세이의 검지를 꽉 물었다. 알렉세이가 아인의 하얀 다리를 도로 벌려냈다. 그래도 무릎이 다시 모이려고 하자 살벌하게 “씁.” 하고 혼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가 보였다.

그가 오금 밑으로 손을 넣어서 아인에게 두 다리가 붙지 않도록 잡게 했다. 다리가 활짝 벌어지자 엉덩이골 사이도 늘어났다. 구멍 또한 넓어졌다. 안을 쑤시는 손가락이 갑자기 세 개로 늘어났다.

“아니야, 아. 아파요. 아파. 세 개는 싫어요.”

다리를 붙잡았던 손을 풀고 발로 알렉세이를 걷어차려고 했다. 알렉세이가 그를 공격하려는 아인의 발목을 잡아 복숭아뼈에 입을 맞췄다.

살짝 비껴난 얼굴로 아인을 보는데, 각도 때문인지 차가운 은회색 눈이 살 떨리게 무서웠다. 자신의 부하가 되려는 변태라는 생각을 반복해서 해도 약발이 들지 않았다.

푹푹푹. 손가락 세 개가 거칠게 구멍에 쑤셔 넣어졌다. 애액이 사방으로 튀며 엉덩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흐으으. 1황자 전하. 그…만. 으으.”

구멍 안에 들어간 손가락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벌어지며 개구기처럼 입구를 벌렸다.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움직이자 손가락 한 개가 더 안으로 들어왔다.

“아앗. 그만해. 그만해.”

우성 알파 자지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손가락 네 개이지만, 아인은 그것이 버겁기만 했다. 어떻게 자그마한 구멍에 알렉세이의 것을 넣고 섹스를 했는지 미스터리다. 그가 손가락 네 개로 펄럭펄럭 부채질했다.

“아아아아. 아앙. 아아!”

구멍이 고장 난 것처럼 애액을 뿜어냈다. 알렉세이가 흥건히 젖은 손을 뽑아냈다. 애액이 그의 팔뚝까지 흘러내렸다. 조금만 건드려도 젖고, 쉽게 발정하는 오메가 몸이 아인은 싫었다.

알렉세이의 붉은 혀가 팔꿈치에서부터 팔뚝을 거쳐 손목까지 서서히 거슬러 올라갔다. 손가락 네 개를 입에 처넣고 쪽쪽 빨아먹는 그의 시선이 자신을 뼈째 발라먹을 것처럼 사나웠다. 숨이 덜컥 멈췄다. 정말 각인이 자신의 부하가 되겠다는 맹세인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물리기엔 이미 늦었다.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구멍으로 알렉세이가 자지를 한 번에 빡, 처넣었다.

“아아악.”

아인은 제 몸이 둘로 나눠지는 줄 알았다. 주먹으로 알렉세이를 마구 때렸다. 그는 그 주먹을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맞았다. 아인은 결국 자궁 입구까지 들어온 자지 때문에 질질 울며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는 들은 척도 안 한 채 하반신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런데 그 가벼운 몸짓이 아인에게는 퍽퍽퍽, 거센 몽둥이질처럼 느껴졌다. 내벽이 알렉세이의 좆에 두들겨 맞아 그의 좆 모양대로 변해가는 기분이었다. 아인이 손톱으로 그의 어깨를 긁어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오메가 구멍에 홀린 알파는 물러나지 않았다. S급 에스퍼의 신체가 그 하찮은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해냈다. 아인은 멈추지 않고 알렉세이의 어깨를 할퀴었고, 알렉세이도 멈추지 않고 좆질을 했다.

어느새 관계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아인의 손톱 열 개에는 모두 살점이 잔뜩 끼어 있었다. 손은 피 칠갑이 되어 무서울 정도였다.

아인의 납작한 뱃가죽은 뒤가 범해지면서 앞으로 싼 정액들로 온통 더럽혀져 버렸다. 알렉세이가 불알까지 넣으려는 사람처럼 깊게 자지를 밀어 넣었다. 얇은 뱃가죽 위로 그의 흔적이 불거졌다.

알렉세이가 웃으면서 그 불록 솟은 부위를 바라봤다.

“평생 이러고 살았으면 좋겠다.”

신분제고 뭐고 ‘이 미친 새끼야’ 욕을 하려던 찰나, 사정이 시작되었다. 자궁벽을 쏘아대는 물줄기가 느껴질 정도로 전립선이 건강한 광공이라니. 사지가 알파 페로몬에 결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자유를 빼앗기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피식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무언가 저번과 느낌이 달랐다.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자궁 가득 정액을 싼 좆이 개처럼 부풀어 올라 자궁 입구를 틀어막았다.

“흑흑흑. 아파요. 흑흑. 너무 아파요.”

한 명한테 당하는데도 죽을 것처럼 아픈데, 악역수는 얼마나 아팠을까. 알파 두 명에게 노팅을 당해 죽은 악역수가 이해되었다. 자신도 이러다가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렉세이가 뱃가죽을 뚫고 나올 것처럼 튀어나온 부위를 살살 쓰다듬으며 달랬다.

“쉬이~, 우리 아인이. 착하다. 울음 뚝!”

그러든가 말든가 아파서 서러워 죽을 것 같은 자신은 크게 오열했다. 하도 울다 보니 딸꾹질이 딸꾹딸꾹 나와 몸이 흔들렸다. 그러니까 더 아팠다. 손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숨을 참았다.

눈물에 흠뻑 젖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알렉세이의 눈이 예상과 달리 너무 따스해 보여서 그만 넋을 놓고 보고 말았다. 그러는 새 다행히 딸꾹질을 멈췄다. 아픔이 지나가자 미칠 듯한 쾌감이 고통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휘몰아쳤다.

알렉세이가 허리를 숙여 아인의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별거 아니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기습적으로 송곳니가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악! 아파. 싫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아인은 열받아서 자신이 아픈 만큼 알렉세이의 목을 아프게 깨물었다. 뱀파이어라도 된 것처럼 송곳니로 피부를 뚫어버렸다. 그렇지만 아파하기는커녕 아인의 목을 물고 있는 입술이 웃는 게 느껴졌다.

그가 아인의 피를 쪽쪽 빨아 마시며 버둥거리는 팔다리를 무거운 몸뚱이로 내리눌렀다. 핀으로 고정되어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된 기분이었다.

의자에 묶여 그토록 절실히 경험한 알파 페로몬이 아인의 목덜미에 있는 페로몬샘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눈앞이 뿌예지고 속이 뒤집혔다. 우욱.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오메가에게 각인을 하려는 알파는 끈질기게 오메가의 페로몬샘을 공략했다.

결국 아인의 페로몬샘이 알렉세이의 알파 페로몬을 받아들였다. 아인의 페로몬도 무사히 알렉세이의 페로몬샘에 정착하였다.

그제야 알렉세이가 아인의 목덜미에서 송곳니를 빼냈다. 울다가 기절한 아인의 목에 은회색으로 알렉세이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제 그 어떠한 알파도 자신의 오메가를 넘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엄청나게 행복했다. 제논이 죽은 뒤, 언제나 혼자였던 알렉세이였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었다. 영원히 그를 사랑해줄 반려가 생겼다.

덩치 큰 늑대가 애교를 부리듯 입술로 아인의 얼굴 곳곳을 찍어 눌렀다. 노팅이 풀릴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가 아인을 안고 욕실에 데려가 씻겼다. 그렇지만 구멍은 내버려 뒀다.

짐작건대 아인은 첫 경험 때 임신을 했을 것이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가 같은 순간 발정기를 맞이해 섹스를 했다. 피임약을 먹지도 않고, 계속 섹스를 했는데 임신을 못 했으면 그것도 문제다.

알파의 페로몬과 좆물은 임신한 오메가와 태아에게 무척 좋은 영향을 줬다. 알렉세이는 아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을 거라 확신했기에 억제제도 임산부용으로 내준 거였다.

조심스럽게 아인을 침대에 눕히고, 잠옷을 입혔다. 이번에는 나베리우스 비단으로 만든 옷이 아니었다.

자신감에 찬 아인이 도주를 할 줄이야. 그의 엉뚱함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아인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잘 자. 내 사랑.”

그렇게 인사하는 알렉세이의 목에도 금색으로 아인 페르디안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알렉세이는 더 이상 호라이슨의 유리 장식장에 진열된 예쁜 도자기 인형이 부럽지 않았다. 제논이 만들어준 어설픈 곰돌이 인형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인만 있어 주면 된다. 알렉세이는 그의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이렇게 자고 싶을 때 쉽게 잠에 들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놀랍기만 했다. 더 이상 알렉세이는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았다. 따끈하게 열을 내는 아인을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널 보면 눈앞에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아. 아인아, 너도 그래?’

잠든 아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괜찮아. 네가 날 덜 좋아해도. 내가 그 모자란 마음만큼 널 더 좋아하면 되니까.’

아인의 허리에 팔을 칭칭 감고, 다리 한 짝을 들어서 아인의 다리와 엮었다. 칡이 넝쿨로 나무를 옭아매 한 몸이 되는 것처럼 단단한 결박이었다.

알렉세이는 아인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저녁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청하던 중, 은회색 눈을 번쩍 떠 어둠 속을 응시했다.

“잡아 왔나.”

“네. 1황자 전하.”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알렉세이의 결박이 풀렸다. 그는 꼼꼼히 아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헐벗은 완벽한 육신 위에 보라색 실크 가운을 걸쳤다.

굳이 제대로 된 옷을 차려입지 않는 건 어차피 고문을 하는 동안 피가 묻을 거라 끝난 뒤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슬리퍼를 신은 알렉세이는 부하가 건넨 좌표를 받아들고 그곳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의자에 묶인 아놀드 후작이 알렉세이를 보고는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1황자 전하라도 후작인 저를 이리 납치 감금하실 순 없습니다.”

“응. 맞아. 그래서 몰래 데려왔잖아.”

알렉세이는 화로로 달궈둔 인두를 손에 쥐었다. 감히 자신의 가이드를 죽이려고 암살자를 보내다니. 편하게 죽이지 않을 거다.

물론 아놀드 후작의 배후에 있는 호라이슨은 더 정성스럽게 밟아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목숨을 붙여놓고 있는 것뿐, 호라이슨의 차례도 멀지 않았다.

“아무도 네가 나한테 끌려온 걸 몰라.”

“….”

“네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병신아.”

“1황자 전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인두가 점점 얼굴로 다가오자 후작이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설설 기었다. 늙은 귀족이 잔뜩 겁에 질려서 오줌을 쌌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겁먹어서 어쩌나 싶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뺨에 ‘대역죄인’이라고 써진 인두가 지져졌다. 살 타는 매캐한 냄새가 별로였다. 피부가 녹아내리며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인두를 떼어내니 살이 검게 타서 만들어진 글자가 보였다.

“당신한테 무척 잘 어울려.”

인두를 다시 화로에 넣어주고, 이번에는 집게를 손에 들었다. 혀를 미리 잘라둬서 자결을 막을 생각이었다. 잘린 혀가 말려들어 가 기도를 막으면 죽어버릴 텐데, 그럼 고문을 할 수 없어 매우 곤란했다. 자신의 가이드를 죽이려 한 그에게 복수해야 하는데 말이다.

“으어어어. 흐아아아.”

혀를 쇠로 된 집게로 잡힌 아놀드 후작이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한 아우성만 내질렀다. 알렉세이는 혀를 끄집어낸 후 커터 능력을 사용해 그것을 서걱서걱 아주 천천히 잘랐다. 아놀드 후작의 눈이 뒤집혀 흰자만 보였다. 괜찮았다. 이 정도로 사람은 안 죽었다. 많이 해봐서 알았다.

“흥흥흥흥~. 흥흥흥~.”

이놈을 조지고 침실로 돌아가면 자신의 예쁘고 잘생기고 귀여운 가이드가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내 오메가, 내 반려. 내 가이드.

한 번도 알렉세이는 ‘나의 것’을 가진 적 없어 그 사실이 몹시 설렜다. 호라이슨은 아주 작은 것조차 알렉세이에게서 빼앗고 망가트렸다.

알렉세이가 화를 내면 황제는 알렉세이가 못돼서 이복동생을 괜히 괴롭히는 거라고만 했다. 알렉세이는 더 이상 제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황제에 대한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이제 부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흘렀다.

사람들은 알렉세이를 괴팍하고 못되고 잔인하고 위험한 에스퍼라고 욕했지만 사실 그는 인정이 많은 편이었다. 약한 것들을 동정해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둥지에 올려두는 착한 아이였다. 호라이슨은 약했고, 만약 그가 황위를 원했으면 그냥 넘겨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알렉세이는 아니었다. 힘든 사냥감을 잡기 위해 한껏 웅크린 사냥꾼처럼 숨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가이드를 건드린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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