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권-12 (2) (16/23)

S급 에스퍼의 수면제가 되었다 4권

목차

12 (2)

13

14

15

16

디디 외전) 하늘을 날고 싶어

호라이슨 외전) 모두가 나를 나쁘다고 한다 (1)

12 (2)

유르한 황궁은 지금 폭풍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페르디안 백작저로 도망치듯 돌아간 아인의 가족은 초조하게 황실 소식을 기다렸다. 알렉세이가 만약 황후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반역으로 몰릴지 몰랐다.

아인은 방 안을 뱅글뱅글 돌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알렉세이처럼 강한 에스퍼를 걱정하는 게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하도 제자리에서 움직여 현기증을 느끼고 침대에 쓰러졌다. 놀란 체사레가 달려와 아인을 부축했다.

“형! 어디 아파요?”

“계속 빙빙 돌아서 그래. 괜찮아.”

괜히 어린 동생한테까지 걱정을 끼쳤다. 체사레가 다급하게 아인의 방에서 달려 나갔다. 어디에 가나 싶었는데 돌아온 체사레의 손에 잉잉이 인형이 들려 있었다.

“골든 보이 안고 있어요. 마음이 진정될 거예요.”

“우리 체체, 형한테 잉잉이 빌려주는 거야? 어른스럽기도 하지.”

체사레가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체체라는 애칭으로 불린 게 불만인지 체사레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하하. 이러니 또 아이 같다.

아인은 동생이 준 토끼 인형을 안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알렉세이가 언제나처럼 발코니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대체 1황자 전하는 언제부터 제 아들 방의 발코니를 대문처럼 애용하신 겁니까.”

샤를이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알렉세이를 보고 의심 간다는 듯 눈을 흘겼다. 신분제는 개나 줘버린 장인어른의 오메가 아들 단속이었다. 알렉세이가 눈치를 보면서도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계속 백작 부부와 체사레가 나가길 기다렸는데, 아인이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이미 발코니에서 한참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샤를은 일이 잘 해결되었음을 깨닫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인이가 많이 긴장한 것 같으니, 1황자 전하께서 잘 보듬어주세요. 물론 몸이 아니라 마음만 돌보셔야 합니다.”

이미 갈 데까지 다 간, 결혼을 앞둔 커플이었음에도 샤를은 흉악한 알파에게 순진한 오메가 아들이 홀라당 잡아먹힐까 걱정했다.

샤를은 아인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레이나는 아인의 뺨을 키스를 하고, 체사레는 까치발을 해서 아인을 꼭 끌어안아 준 뒤 가족들이 방에서 나갔다.

아인은 알렉세이에게 두 팔을 벌렸다. 알렉세이는 침대로 다가가 자신의 가이드를 꼭 끌어안았다. 알렉세이는 잘 견뎌주었노라고 아인의 등을 쓸어주며 달랬다. 자신이 잘못될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괜히 가족들 눈치 본다면서 밖에서 버텼다.

“이제 다 끝난 거죠? 우리 무사한 거죠?”

“응. 다 해결했어.”

내일 그는 황제가 될 예정이었다. 아인에게 황제 즉위식에 참석해 자신이 왕관을 쓰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페도로프가 황위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들은 아인은 알렉세이에게 사과는 받았냐고 물었다. 알렉세이는 쓴웃음만 입에 머금었다.

그저 미친개에게 황위를 던져주는 듯한 황제의 태도에서 전혀 부성애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렉세이는 아인이 슬퍼할까 봐 황제에게 사과받았다는 거짓말을 했다.

“응. 나더러 정말 미안하대.”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울음을 참기 위해 일부러 더 기쁜 척 크게 웃었다. 눈치가 없는 아인이 다행히 속았다. 알렉세이는 아인을 끌어안고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오메가 페로몬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체취를 흠뻑 들이마셨다. 아마 아인이 베타였어도 그의 살냄새에 홀려서 사랑하게 되었을 것 같다.

아인이 꾸물거리며 옷을 벗으려고 들었다. 하도 만날 때마다 그가 가이딩을 받겠다며 안아서 그런 듯싶었다. 알렉세이는 괜찮다고 아인을 달랬다.

“그냥 이대로 자자. 오늘은.”

“그래요. 알렉, 피곤할 텐데 어서 쉬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알렉세이는 침대에 누워 잠자는 척 눈을 감았다. 아인이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 애벌레처럼 꼬물꼬물 빠져나갔다. 어디 가나 싶었다. 아인이 알렉세이 손에 반지를 끼웠다.

“잘 자요.”

자신이 악몽을 꿀까 봐 걱정하는 아인의 마음이 상처받은 알렉세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날 밤 알렉세이가 푹 잠든 건 비단 악몽을 꾸지 않게 해주는 아이템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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