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이콥 외전) 못난이 전성시대 (23/23)

제이콥 외전) 못난이 전성시대

제이콥은 평범한 아이였다. 농부인 아버지를 도와서 하루 종일 밭일을 해서 새까맣게 탄 피부, 육체노동으로 건강하게 자리 잡은 근육질 몸매,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이목구비까지 딱 평민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같았다.

그런데 열성이기는 하나 오메가로 발현하자 ‘못생긴 오메가’가 되었다. 오메가들은 하나같이 여리여리한 체구와 하얀 피부를 가진 미인들이었다.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이 갑자기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제이콥은 그들이 왜 자신을 따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야! 너 오메가잖아. 오메가 주제에 어디서 베타랑 놀려고 해. 저리 꺼져.”

발현을 하기 하루 전까지 친구들은 제이콥과 새총을 들고 산에 새를 잡으러 갔었다. 친구들에게 비굴하게 웃으며 같이 놀자고 다가가자, 항상 장난치고 놀던 개구쟁이 녀석이 눈을 무섭게 부라렸다.

“씁. 오메가가 어디서 함부로 베타들 노는 데 끼어들려고 해. 너 그따위로 문란하게 굴면 결혼 못 한다. 저리 가!”

수도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도, 제이콥의 고향은 완전 외진 시골이어서 형질에 따른 차별이 심했다. 할 수 없이 마을에 얼마 없는 오메가 아이들을 찾아갔다. 오메가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까르르 웃고 있었다. 커다란 돌 뒤에서 알파들이 숨어서 그런 오메가들을 훔쳐봤다.

“안녕, 나도 같이 놀아도 돼?”

“네가 이번에 오메가로 발현했다는 제이콥이구나.”

하루 만에 작은 마을에서는 제이콥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게 되었다. 제이콥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오메가들 사이에 앉았다. 왜 여기서 종아리를 걷어붙이고 물에 발을 담그나 싶었다.

옆자리에 앉은 빨간 머리가 제이콥의 목덜미에 코를 들이댔다. 제이콥은 놀라서 몸을 뒤로 물렸다.

“야, 너 큰일 났다. 페로몬도 약하고, 향도 안 좋고, 생긴 것도 감자 뭉개놓은 것처럼 생겨서. 이래 가지고 어떻게 결혼할래?”

빨간 머리는 오만하게 제이콥을 평가했다. 제이콥에게 결혼은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은 단어였기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가 뭔데 남을 못생겼네 마네 하며 평가한단 말인가.

기분이 나빴지만, 갓 오메가가 된 제이콥이 화를 내면 왕따를 당하게 될 터였다. 꾹 참고 입을 무겁게 닫았다.

“내 이름은 자코모라고 해. 앞으로 날 네 형님으로 모시도록 해.”

“내가 왜?”

“그야 너같이 못난 오메가도 권력 있고 잘생기고 돈 많은 알파랑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스승님이니까.”

자코모는 마을 오메가들 중 유일하게 성인이었다. 그가 일어서자 여왕벌을 따르는 일벌처럼 어린 오메가들이 일제히 따라 일어섰다. 자코모가 아이들에게 작게 속삭였다.

“잘 봐. 이 모자란 것들아.”

자코모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떨어트렸다.

“아이 참. 이게 왜 떨어졌지.”

자코모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서 사과를 주웠다. 그의 봉긋한 엉덩이가 더욱 불룩해 보이고, 단추 세 개를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가슴과 젖꼭지가 드러났다. 제이콥은 저 새끼가 미쳤나 싶었다.

“푸흡!”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알파들이 코피를 터트리며 일제히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제이콥의 눈은 반짝 빛을 뿜어냈다. 어제와 오늘의 제이콥은 완전히 다른 존재였던 것이다.

변한 건 친구들이 아니었다. 제이콥이었다. 어제의 제이콥이 농사일을 하다가 웃통을 벗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이제는 달랐다. 제이콥이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자코모가 계곡물에 주운 사과를 씻었다. 아삭. 한입 베어 무니 잘 익은 과육이 즙을 뱉어냈다. 입가와 목덜미에 달콤한 과일즙이 흘러내렸다.

“으음. 맛있다.”

헉헉. 발정 난 알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자코모는 다 먹은 사과심을 휙 던져버리고, 엉덩이를 크게 실룩거리며 걸었다.

그들이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숨어 있던 알파들이 달려 나와 버려진 사과심을 서로 가지겠다고 혈투를 벌였다. 사과심을 얻은 승자는 제이콥의 마을에서 가장 권력자 집안 출신인, 촌장 아들이었다.

촌장 아들이 사과심을 입에 넣고 쪽쪽 빨아 먹었다. 제이콥의 고개가 뒤를 돌아가 있는 걸 본 자코모가 충고를 했다.

“제이콥. 알파들한테 함부로 관심 주지 마. 저것들 안달 나게 해서 네 가치를 높여야지.”

“네? 왜요.”

제이콥은 어느새 공손하게 자코모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

“아….”

자코모의 붉은 눈동자가 야망과 권력욕에 사납게 빛났다. 그 누가 이 가녀리고 아름다운 오메가가 알파들 등골을 빼먹으려고 작정했다는 걸 알겠는가.

자코모의 존재는 제이콥에게 큰 충격이었다. 자코모는 제이콥에게 오메가가 된 기념이라며 고급 부티크에 데려가 셔츠 한 장을 사줬다. 그 셔츠 한 장 가격이 무려 제이콥이 하루 10시간씩 허리 부러지도록 낫을 휘둘러야 얻을 수 있는 한 달 수입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제이콥에게 귀족들이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물해주다니. 이제 자코모가 똥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자코모에게 이렇게 많은 돈이 있을까 자연히 궁금해졌다.

제이콥의 의문을 알아차린 자코모가 슬쩍 귓가에 속삭였다.

“히트 오면 수입이 아주 쏠쏠하거든. 오메가 된 걸 행운으로 알아.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이제 아무렇지 않게 받게 될걸.”

제이콥은 어떻게 히트만 되면 돈이 쏟아져 나오나 궁금했다. 자코모는 그때가 되면 네 아버지가 알아서 할 거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제이콥은 자코모 일행과 몰려다니며 그들을 쫓아다니는 알파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 하늘 같은 귀족들이 저희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에 갑자기 자신이 뭐라도 된 양 우월감을 느꼈다.

오메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건 몹시 즐거웠다. 아직 히트가 오지 않은 제이콥은 돈이 없었는데, 자코모가 나중에 갚으라며 대신 카페에서 커피를 사주고,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사주고, 비싼 부티크에서 옷을 여러 벌 맞춰줬다.

집에서 제이콥을 대하는 가족들의 행동 또한 몹시 조심스러워졌다. 제이콥이 아버지를 도와서 밭에라도 나가려고 하면, 오메가는 그런 험한 일을 하면 안 된다면서 혼을 냈다.

“햇볕에 얼굴이라도 타면 어쩌려고 그래. 집에 얌전히 있어. 정 심심하거든 오메가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든가.”

제이콥을 소처럼 부리던 아버지가 이렇게 변했다. 어머니도 제이콥이 설거지나 빨래를 도우려고 하면, 손 거칠어진다며 돕지 못하게 했다. 제이콥은 오메가가 된 후로 아주 살맛 났다.

비록 못생긴 오메가였지만, 오메가란 그야말로 축복받은 존재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코모가 성인이 된 제이콥에게 페로몬이 짙어졌다면서 곧 히트가 올 것 같다고 알려줬다. 그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이랑 수도로 상경하라고 했다.

“수도에는 왜 가요?”

“왜긴 왜야, 돈 바짝 벌어야지. 처음이니까 꽤 벌 수 있을 거야. 집안 기둥 일으켜 세우고 와. 제이콥.”

오메가 친구들이 히트가 오려고 하는 제이콥을 축하해줬다. 뭔지도 모르면서 제이콥은 기분이 좋았다. 돈벼락을 맞을 거라는 소리에 잔뜩 신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에게 히트 소식을 전하니, 아버지가 서둘러 짐을 챙겼다.

마차를 빌려서 아버지와 함께 난생처음 수도로 향했다. 제이콥은 부모님에게 귀중한 존재처럼 여겨지고, 겨우 평민이어도 귀족 알파들이 잘 보이려고 하고, 히트 때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오메가여서 너무나 행복했다.

마침 수도에 도착하자 히트가 왔다. 난생처음 온 히트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이 답답하고, 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데, 구멍에서 쉼 없이 미끄덩거리는 애액이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제이콥을 둘러업었다.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의원에게 데려가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아버지가 향한 곳은 인안나 신전이었다. 제이콥은 그곳이 인안나 신전이라는 것도 몰라봤다.

평범한 신전이라고 하기에는 워낙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진 숙박업소 같았기 때문이었다. 온갖 페로몬 향이 뒤엉켜 있는 곳이었다. 히트가 온 제이콥은 알파 페로몬 때문에 그곳에 있기 힘들었다. 아버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뚱뚱한 오메가가 처음 방문한 듯 어리숙한 부자에게 다가왔다. 딱 봐도 히트가 온 아들을 팔러 온 아버지였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사제장은 아버지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면서도 등 뒤에 업힌 열성 오메가의 얼굴을 보고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저희 애가 이번에 히트가 와서요. 그… 돈 많이 벌 수 있다던데. 참고로 우리 아이는 처음이니까 비싸게 쳐주셔야 합니다.”

“…아. 이걸 어쩌죠. 죄송하지만 저희 신전은 열성 오메가는 받지 않아서요.”

열이 절절 끊는 와중에 제이콥은 아버지가 자신을 팔려고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물이 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그런데 제이콥의 옆으로 오메가 아들을 업고 오는 또 다른 아버지가 나타났다.

그 아버지 또한 제이콥의 아버지와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사제장은 웃으면서 그 오메가를 안에 들였다.

“풋.”

가게 안에 있던 오메가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베타인 아버지는 방금 들어간 오메가가 열성인지 몰라봤지만, 제이콥은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오메가들은 같은 열성임에도 못생겨서 까인 제이콥을 비웃은 거였다.

아버지가 가게를 터덜거리며 나와서 등에 업고 있던 제이콥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으윽. 아버지….”

“이 빌어먹을 오메가. 열성이어서 어디 써먹지도 못하네.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돈값을 못 해. 우리 집안 다 말아먹게.”

아버지는 제이콥이 오메가로 발현하자 비싼 마도구 농기계를 구입했다. 어머니는 친구들에게 오메가가 된 아들을 자랑하고 다니며 쇼핑을 했다. 제이콥이 오메가라는 게 그들의 신용이었다.

그런데 막상 인안나 신전에서 히트가 온 제이콥을 받아주지 않아서 그 돈을 갚을 일이 깜깜해졌다. 제이콥은 비참했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것 같았다.

어머니, 아버지가 오메가가 되었다며 제이콥을 잘 대해준 건 앞으로 제이콥이 몸을 팔아서 벌어올 돈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평민들에게 오메가의 히트란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을 주울 기회였다.

수많은 오메가들이 제이콥처럼 부모에 의해서든, 자의로든 인안나 신전에서 몸을 팔아 인생 역전을 실현하고 있었다. 열 받은 아버지가 제이콥에게 쓸모없는 새끼라며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다.

제이콥은 몸을 공벌레처럼 웅크렸다. 아버지는 실컷 제이콥을 두들겨 팼다. 제이콥은 비싼 마차 삯을 주고 수도에 데려간 가치를 하지 못한 채 고향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제이콥의 가족에게는 그동안 분수에 맞지 않게 써댄 돈에 마차 삯이라는 빚이 더해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제이콥은 억제제 없이 히트가 지나가기만을 끙끙 앓으며 참았다. 히트를 견디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히트가 끝난 제이콥은 오메가 친구들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카페에 들어가자 알파 귀족들에게 둘러싸인 자코모가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선물 상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제이콥, 안녕.”

자코모를 보며 제이콥은 울었다. 자코모가 알파 귀족들한테 자리를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알파들은 자코모와 헤어지기 아쉬워하면서 물러났다. 그가 제이콥에게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사주면서 마시라고 했다.

“뭐야. 첫 경험이 엄청났나 보지?”

“형… 형은 알았어요? 울 아버지가 절 인안나 신전에 팔러 갈 거라는 거?”

“응. 그래도 그 경험 한 번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벌잖아. 단 하루 만에!”

제이콥은 고개를 저었다. 자코모가 너 못생겨서 별로 못 받았냐고 물었다.

“아니요. 훌쩍. 아예 저는 받아주지도 않았어요.”

“아… 이런. 진짜? 진짜 입구에서 거절당했어?”

자코모가 당황해서 제이콥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오메가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몹시 큰 제이콥은 가뜩이나 못생겼는데 얼굴에 멍까지 생겨서 줘도 안 먹을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야, 어쨌든 그동안 네가 빌린 돈은 갚아. 안 갚으면 알지? 내 후원자 중에 고리대금업자 있어.”

제이콥이 오메가로서 돈을 못 번다는 걸 알게 된 자코모는 더 이상 친절하고 재미있는 형이 아니었다. 제이콥은 그동안 친형처럼 이것저것 챙겨줬던 자코모의 민낯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카페 안에 오직 자신만 있는 것 같았고, 벌건 대낮인데도 어두운 밤처럼 눈앞이 깜깜했다. 제이콥은 절망 속에서 홀로 흐느꼈다.

제이콥의 주위로 검은 닉스가 출렁였다. 카페 안에 있던 E급 에스퍼가 제이콥을 알아봤다.

“가이드!”

그가 제이콥에게 달려와 그를 꼭 끌어안았다. 제이콥은 슬픈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잠잠해지는 걸 느꼈다. 에스퍼의 온기가 제이콥에게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갓 각성한 가이드에게 닉스를 건네받은 에스퍼는 가이딩이 끝나자, 제이콥에게 페어를 맺고 싶다고 제안했다. 자코모가 재미있게 돌아가네, 하면서 빨대로 음료수를 휘저었다.

제이콥은 그 에스퍼가 마음에 들었다. 순박한 청년이었고, 자신을 자상하게 대해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코모가 에스퍼와 제이콥의 사이를 떨어트렸다.

“죄송하지만, 이 가이드는 저한테 큰 빚이 있어서요.”

“빚이요? 얼마인가요? 제가 대신 갚겠습니다.”

그동안 자코모와 어울려 평민 주제에 귀족처럼 놀았던 대가는 컸다. 고작 E급에 불과한 에스퍼는 그 금액을 듣고 하얗게 질렸다.

“그… 그렇게나 많이요?”

다 해서 180골드였다. 평민인 에스퍼에게는 버거운 금액이었다. 잡화점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에스퍼의 일 년 수입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이콥도 자신이 그동안 이렇게까지 많이 쓴 줄 몰라 충격받았다.

자코모가 에스퍼에게 가이딩을 받았으면 가이딩 값을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에스퍼는 제이콥을 힐끔거리며 수중에 있는 돈을 몽땅 건넸다. 제이콥이 받은 돈주머니를 자코모가 낚아채서 확인했다.

“이제 됐어요. 이만 가세요.”

에스퍼는 미련이 남은 듯 제이콥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이콥은 그가 자신의 반쪽인 것만 같아서 쫓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자코모가 그런 제이콥의 손을 잡아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

“제이콥, 정말 축하해. 가이드가 되었으니 이제 굳이 돈 많은 알파들이 아니어도 에스퍼들이 널 사줄 거야. 가이드 등급만 높으면 오메가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제이콥은 등급 측정을 받으러 수도로 올라가야 했다. 아버지는 마차 삯을 갚지 못한 상태여서 반기지 않았다가, 자코모의 설득에 제이콥을 데리고 다시 수도로 상경하였다. 자코모는 등급 측정을 하는 제이콥을 따라 함께 황궁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이콥이 마탑에 간 사이에 백작이라는 엄청난 귀족 알파를 꼬셔내는 데 성공했다. 가이드라는 소리에 제이콥의 아버지를 설득하고, 함께 황궁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얄밉고 재수 없어도, 그것도 능력이었다.

C급이라는 등급을 받은 제이콥은 마탑 마법사에게 안내 책자를 받았다. 거기에는 등급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길드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C급 가이드가 갈 수 있는 곳 중에는 그다지 좋은 길드가 없었다.

아버지는 실망하면서도 그래도 오메가로서 가치가 없던 제이콥이 밥값을 하게 되었다며 축하해줬다. 제이콥은 그가 오메가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정을 책임지게 된 상황이 저주처럼 느껴졌다.

마탑에서 나오자 자코모가 백작에게 안겨서 손을 흔들었다.

“제이콥, 난 그이랑 결혼해서 함께 백작저에서 살게 됐어. 너 혼자 마을로 돌아가.”

아버지는 자코모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러워서 죽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제이콥을 눈을 흘겨 째려봤다. 제이콥도 자코모가 몹시 부러웠다.

아버지는 C급 가이드가 가입할 수 있다는 길드를 돌아다니며, 연봉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을 골랐다. 그곳은 길드 나들이었다. 제이콥은 가이드 활동을 하기 위해 길드 소속 숙소에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제이콥의 계약금을 챙겨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제이콥은 연봉을 많이 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밤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에스퍼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제이콥은 돌림빵을 당했다. 아침이 되어서 길드장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다. 길드장이 왜 이런 일로 아침부터 찾아와서 깽판을 치냐고 화내며, 제이콥의 너덜거리는 구멍에 좆을 박았다.

제이콥은 본전도 못 찾았다. 가이드가 소속 에스퍼에게 가이딩을 해주는 건 의무라는 개 같은 논리에 찍소리 못 한 채 성노예처럼 굴려졌다. 그 와중에 이 길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제이콥은 변태 쓰레기 마조 새끼였던 것이다.

어쩌면 가족들에게 받은 실망과 첫 경험의 충격 때문에 머리에서 아주 중요한 나사가 빠져나가서 그렇게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첫 히트가 왔을 때 쾌락에 지배당한 몸을 아버지가 두들겨 패버려 고통을 쾌감이라고 잘못 인식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뭐 어쨌든 제이콥은 그 성향 덕에 길드 나들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 대부분 제이콥처럼 돈 때문에 들어왔다가 나가버리는데, 제이콥은 길드에 가장 오래 소속된 고인물이 되었다. 수많은 가이드들, 특히 오메가 가이드들은 결혼만이 살길이라 생각해 다들 제 짝 찾기에 목숨을 걸어 부자 권력자들과 결혼해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제이콥은 웬만한 알파만큼 키가 크고 못생긴 열성 오메가였다. 자신이 다른 오메가들보다 부족한 걸 알아 몸 가꾸기에 힘쓴 덕에 그나마 수요가 있지, 아니었으면 가이드로서의 벌이도 시원치 않을 뻔했다.

제이콥이 어린 시절 헤어진 자코모를 다시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사던 중이었다.

“아니, 사과가 왜 이렇게 비싸요? 15실링이나 하다니. 우리 인간적으로 사과 3개에 40실링으로 합시다.”

“아휴, 진짜. 안 된다니까. 안 살 거면 그냥 가슈. 나도 안 팔라니까.”

“아이잉~. 사장님. 내가 나중에 많이 사러 온다니까. 3개에 40실링으로 해요. 네?”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 안 오기만 해. 아주 가만 안 둘 테니.”

과일 가게 사장이 종이봉투에 사과 3개를 넣었다. 싼 사과를 깎아서 산 제이콥은 흡족해하며 웃었다. 종이봉투를 끌어안고 뒤돌아섰다. 도로에서 달리던 마차가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금장으로 장식된 화려한 하얀 마차에서 자코모가 내렸다. 그가 제이콥을 알아보고는 마차를 멈춰 세운 거였다. 자코모가 제이콥을 위아래로 훑었다. 자코모에게는 호위 기사들과 시종들이 딸려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제이콥, 나 기억나?”

오랜만에 만난 자코모가 친한 척 다가왔다. 제이콥은 그가 돈에 환장한 오메가여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빚을 지웠다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가이드가 된 제이콥을 이용해 황궁에 들어가서 높은 신분의 귀족 알파를 홀려 결국 지금 이 자리에 앉지 않았는가.

제이콥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넌 아직도 그렇게 사는구나. 에휴, 안타깝다.”

백작의 반려가 된 자코모는 진줏빛으로 빛나는 셔츠와 금실로 빼곡하게 수를 넣은 화려한 바지를 입고, 번쩍번쩍 빛나는 보석 반지를 열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그가 신은 구두 또한 보석들이 박혀서 어찌나 빛나는지 눈이 시릴 정도였다.

한눈에 봐도 ‘나는 귀족이다’ 외치는 옷차림이었다. 고향 마을에서 본 귀족과 수도에서 노는 고위 귀족은 차원이 달랐다. 누가 저 오메가 청년을 보고 한때 오트밀도 사 먹지 못해 배를 곯던 마구간지기의 아들이라고 하겠는가.

이러니 오메가들이 미쳐서 인안나 신전에 뛰어가고, 어떻게든 좋은 알파를 후원자 삼기 위해 기를 쓰는 거지 싶었다.

“넌 뭐 하고 지내? 가이드라면서 왜….”

자코모가 줄인 말에 담긴 비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이콥은 여전히 평민이고, 가난한 약자이기 때문에 자코모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실없이 웃으며 그냥 길드에 소속된 가이드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아 참, 여태 만날 일이 없어서 못 갚았는데 예전에 빌린 돈 갚을게요.”

자코모에게 빌린 180골드를 갚기 위해 돈주머니를 꺼냈다. 자코모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 얼마나 된다고 갚으려고 들어. 푼돈이니까 신경 쓰지 마.”

과거, 고리대금업을 하는 후원자가 있다며 협박했던 이는 여유로운 미소로 거절했다. 자코모가 만나서 반가웠다며 다시 마차에 올랐다. 제이콥은 그가 탄 하얀 마차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자신이 오메가로서 아주 덜떨어지고, 못난 존재처럼 느껴졌다. 자괴감이 들었다. 길을 걸으며 다른 오메가들은 어떻게 사나 살폈다.

다들 제이콥과 달리 비싼 부티크에서 산 것 같은 의복을 입고 있었다. 저들이 다 귀족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만나는 알파가 귀족이겠지.

물론 오메가들만 저렇게 사는 게 아니었다. 알파들도 돈 많은 오메가를 잡기 위해 인안나 신전에서 몸을 팔고, 귀족 오메가들의 후원을 받으며 사치를 부렸다.

이 신분제 사회에서 알파와 오메가는 신분 이동이 가능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가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등급 높은 에스퍼를 만나면 신분과 성별 다 상관없이 페어가 되어 호강하며 살았다.

그런데 제이콥은 무려 오메가이고 가이드이기까지 한데, 가이드 등급이 어정쩡하고 열성 오메가여서 그러지 못하고 살았다. 차라리 그럴 거면 기막히게 잘생기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같은 길드 소속이었던 오메가 가이드들은 등급이 낮아도 얼굴이 예쁘고 잘생겨서 다 엄청난 에스퍼 귀족들과 결혼해 애 낳고 잘 살고 있었다.

제이콥은 씁쓸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갔다. 자신의 하류 인생을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자코모를 통해 통찰하게 되었다. 가슴에 품고 온 종이봉투를 테이블에 놓았다. 기껏 싸게 사서 좋다고 한 사과 세 알을 보다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반드시 나도 높은 신분의 알파를 만나서 신분 세탁할 거야. 두고 봐.”

***

제이콥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다. 얼굴은 안 되니까 몸이라도 섹시하게 만들어야 했다. 타고난 근육질에 철저한 식단 관리를 더했다. 근육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여 탄력 있으면서 부드러운 체형이 되었다.

가슴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가슴 근육 운동을 하고 마사지를 했다. 가슴은 크지만 결코 딱딱해선 안 됐다. 손으로 쥐면 부드럽게 뭉그러지도록 열심히 주물러서 모양을 잡았다.

구멍 조이는 맛을 좋게 만들기 위해 사과처럼 탱탱하고 단단한 엉덩이가 되도록 의자에 잘 앉지도 않았다. 피를 깎는 노력 끝에 얻은 잘 빠진 몸매에 변태 알파들이 환장하며, 제이콥만 보면 좆물을 질질 쌌다.

제이콥은 나긋나긋한 콧소리로 알파들을 홀리며, 제 취향대로 알파들을 휘둘러 쓰레기로 양성했다. 길드 나들에는 저급한 에스퍼들이 많아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제이콥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알파들은 많았다. 그렇지만 제이콥은 그들의 폭력적인 섹스에 아파하고 힘든 척하며 그들을 걸러냈다. 돈 없는 새끼들은 좆만 딜도로 써먹고 버려야 했다.

에스퍼 다섯 명이랑 미드셀라 숲에 생긴 F등급 던전에서 떡을 치던 중, 너무 섹스에 열중한 나머지 던전이 열리고 말았다. 제이콥은 운명처럼 알렉세이 1황자를 만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자신의 알파였다. 알렉세이 1황자 정도는 만나야 그동안 제이콥을 무시하던 다른 가이드들이랑 자코모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릴 수 있었다. 제이콥은 강간을 당한 가이드로 위장해 알렉세이에게 접근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알렉세이는 순진했다. 제이콥을 동정해서 마을까지 데려다줬다. 그는 싸가지 없는 말투와 달리 몹시 매너 있는 알파였다. 제이콥을 여관에 데려가 씻게 해주고, 새 옷을 줬다.

제이콥은 꿈만 같았다. 가이드가 있는 에스퍼였지만, 그를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 씻은 제이콥은 가슴을 풀어헤치고 1층 음식점으로 내려갔다. 알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이콥의 육덕진 가슴에 쏠렸다.

알렉세이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별수 없는 알파구나, 코웃음이 나왔다. 제이콥은 테이블 위에 가슴을 걸치고 앉았다. 살짝살짝 허리를 숙여서 가슴골을 보였다. 알파들이 코를 손으로 틀어막고 바지에 손을 넣었다.

제이콥은 알렉세이도 자신에게 넘어올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알렉세이는 겉옷을 벗어서 제이콥에게 둘러줄 뿐이었다. 뭐야, 이 새끼. 왜 이렇게 멋져.

제이콥은 알렉세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는 미련 없이 가려고 했고, 이대로 그들이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으니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알렉세이가 제이콥에게 잘해주는 건, 그가 어렸을 때 자기 가이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제이콥은 그런 마음을 이용했다. 그의 가이드에게 그런 일을 겪고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처럼 굴었다.

당연히 알렉세이는 넘어갔다. 이렇게 접점을 만들었으니 반은 성공이었다. 제이콥은 페르디안 가문에 위장 취업해 시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쩌면 친절한 황자님에 대한 이미지를 전면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알렉세이 1황자가 아인 페르디안을 감시 중인 것 같다.

제이콥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히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천장에 매달린 에스퍼를 보게 되어서였다.

에스퍼는 황실 마크가 딱 붙은 정복을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케르베로스 기사단원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아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싶었는데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이에 의심을 품고 저택을 돌아다녔다.

페르디안 저택 곳곳에서 수상한 시종들이 발견되었다. 가이드인 제이콥은 그들이 에스퍼인 걸 알아볼 수 있었다. S급 가이드라는 아인이 모를 리 없었다.

아인은 그들이 에스퍼이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처박혀 그림만 그리는 천재 화가는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했다.

아인에게 너 감시당하고 있다 말해서 알렉세이와 이간질하는 것보다는 아인의 부모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았다. 제이콥은 샤를 백작을 찾아가서 이 사실을 말했다.

“아, 우리 아인이를 걱정해줘서 고맙다. 그래도 아인이가 알면 놀랄 수 있으니, 말하지는 마렴.”

솔직히 제이콥은 샤를 백작이 조금 취향이었다. 액면가만 보면 제이콥과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샤를 백작은 잘생긴 청년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유르한 제국에서 유명한 미인을 아내로 둔 탓에 넘보진 않기로 했다.

그의 아내는 알파가 베타를 사랑하게 될 만큼 엄청난 미모였다. 제이콥은 눈앞에서 목격한 레이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세상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했다. 그렇게 첫 번째 이간질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로 제이콥이 알렉세이에 대한 이미지를 수정하게 된 것은 알렉세이가 상종 못 할 스토커라는 점 때문이었다. 시종장에게 청소하라는 구박을 받아서 정원으로 도망쳤다가 발코니에 죽치고 있는 알렉세이를 보게 되었다.

왜 1황자가 저기에 있나 고개를 갸웃했다. 제이콥도 자리를 잡고 알렉세이를 지켜봤다. 알렉세이는 몇 시간이나 발코니에서 커튼 너머를 바라봤다.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말이다.

아인 페르디안은 팔자가 그다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알파에게 끌려갈 뻔했다지. 그 일로 아버지는 범인을 살해해 감옥에 가고, 그 자신은 집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려댔단다. 참 불쌍한 아이였다.

제이콥은 그런 아인이 감시자를 붙이고, 스토커질을 하는 에스퍼를 만나 안타까웠다. 제이콥도 참 쓰레기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섹스를 할 때 그런 것이지 일상생활에서는 아니었다. 혀를 쯧쯧 차며 아인이한테 잘해줘야지 싶었다.

그런데 결국, 일은 벌어졌다. 집착광공 알렉세이가 아인을 납치해 모래궁에 가뒀단다. 제이콥은 알렉세이의 잘생긴 외모와 1황자라는 황족 프리미엄이 아니라면, 굳이 자신의 사냥감으로 두고 싶지 않아졌다.

아인이 통신 마도구로 전화해 제이콥에게 제나 쿠키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쿠키라면 알렉세이가 충분히 사줄 수 있는데, 혹시 자신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건가 싶어 얼른 달려갔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제이콥, 내가 소개시켜 주고 싶은 알파가 있어. 너랑 완전 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이야. 마음에 들면 둘이 사귀도록 해.”

“네? 갑자기요?”

뜬금없이 감금되었다는 아인이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고 했다. 꼴을 보니 진짜 감금당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제이콥은 얼떨결에 소개팅남 알렉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왜 남한테 소개시켜 주겠다면서 둘이 꽁냥꽁냥 하지? 아무래도 제이콥이 자기 알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자 고단수로 먹인 거 같았다. 제이콥은 순진하게 본 아인에 대한 생각을 전면 수정했다.

아인 페르디안은 결코 만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어쩌면 제이콥보다 훨씬, 아니 자코모보다 더 하늘 위에서 알파들을 내려다보는 고단수 오메가일지 몰랐다.

그 생각은 모래궁에 두 번째로 불려 갔을 때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로가 좋아서 죽으려고 하는데, 알렉세이를 소개해 주겠다는 아인의 의도가 견제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제이콥은 쿨하게 알렉세이를 포기했다.

어차피 알렉세이는 자기 오메가한테 감시자를 붙이고, 스토킹하는 알파였다. 제이콥은 그 단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알렉세이를 꼬시고 싶지 않았다.

페르디안 시종장을 찾아가서 새로운 저택에 취업하게 추천서를 써달라고 했다.

“내가 왜 네 추천서를 써줘야 하지. 제이콥, 넌 아주 근무 태도가 엉망이야. 황실에서 보내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불성실한 시종은 바로 해고였어.”

시종장은 몹시 깐깐하고, 페르디안 백작가에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제이콥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리고 불량하게 손톱에 낀 귓밥을 후 불어서 떨어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싫으면 내가 계속 페르디안 백작저에서 일해야 하는데요. 추천서 써주기 싫으면 써주지 말아요. 여기서 계속 꿀 빨면서 살지 뭐.”

“이! 이! 이! 이!”

열 받은 시종장이 제대로 말도 못 한 채 뒷목을 붙잡았다. 제이콥은 다리를 달달 흔들면서 시종장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귀족 중에 부자인 미혼 알파들 있을 거 아니에요. 키 크고 잘생긴 놈으로다가 골라서 추천서 써줘요.”

“아니. 자네! 지금 이게 무슨 중매인 줄 아나. 제이콥, 넌 시종으로 들어가는 거야.”

“내가 그 저택 가서 집주인 낚아챌지 누가 알아요. 우리 좋게 좋게 삽시다. 난 결혼할 수 있어서 좋고, 시종장님은 나 같은 거대 똥 치워서 좋잖아요.”

시종장은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다가 펜을 들었다. 그는 제이콥을 엿 먹일 생각으로 안달리시아 공작저에 추천서를 써줬다.

철혈의 공작이라 불리는 안달리시아는 페도로프 황제의 열두 번째 동생인데, 억제제만 먹으며 오메가를 만나지 않을 만큼 결벽증이 심해 아직까지 미혼인 우성 알파였다.

일각에서는 다른 형제들이 다 숙청을 당해 죽고, 지금은 안달리시아 공작이 된 유리 황자만 살아남았으니, 그가 후사를 얻으면 황제에게 제거당할까 봐 일부러 자식을 안 가지는 거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 추측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페도로프 황제가 안달리시아 공작이 오메가를 만나지 못하는 걸 진심으로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유일하게 자기 형제 중 막냇동생을 좋아했다.

페도로프를 낳은 오메가는 구두 닦기를 하던 가난한 시골 청년이었다. 황후와 지방으로 온천 여행을 갔던 선황제가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해 아이를 갖게 했다.

그렇게 해서 페도로프가 태어나게 되었다. 형제들은 오메가 아버지의 신분이 미천한 페도로프를 무시하고 경멸했다.

유일하게 어린 유리 황자만 형을 좋아하며 곁에 두고 우애를 쌓았다. 그러니 안달리시아 공작은 그냥 오메가가 싫은 거였다. 시종장은 제이콥이 저택에서 고생만 잔뜩 하고 내쫓기길 바라며 추천서를 건넸다.

차가운 안달리시아 공작이라면, 혐오스러운 열성 오메가가 자신의 저택에 있는 걸 발견하자마자 내쫓아버릴 거다.

신이 난 제이콥은 아무것도 모른 채 페르디안 백작저를 떠났다. 시종장은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

안달리시아 백작저에 도착한 제이콥은 대문 초인종을 눌렀다. 경비를 보는 시종이 확성 마도구로 누구냐고 물었다.

“페르디안 백작저에서 추천받아 온 시종, 제이콥입니다.”

대문이 열렸다. 제이콥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시종장이 나와서 추천서를 확인하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1황자의 가이드인 아인 페르디안의 집안에서 보낸 시종인지라 거부할 수 없었다.

시종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시종장 트리니티는 제이콥에게 방을 내주고, 유니폼을 줬다. 딱 봐도 XL사이즈인 오메가가 자꾸 자기는 M이라고 우기며 작은 사이즈의 유니폼을 얻어 갔다.

시종장은 등골이 싸한 한기를 느꼈다.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시종장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억지로 큰 몸에 작은 유니폼을 껴입은 제이콥의 모습을 본 그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단추를 겨우 채운 셔츠가 터질 것 같았다. 위쪽 단추는 잠그지도 못해 네 개나 풀고 가슴골을 훤히 드러냈다. 이렇게 어깨만 가릴 거면 왜 옷을 입는단 말인가.

상의만 문제가 아니었다. 바지도 사이즈가 작아 엉덩이가 절반이나 보였다. 허리를 숙이면 무조건 구멍이 보일 것이다.

“자네, 그 차림은 뭔가. 어서 큰 사이즈로 바꿔줄 테니 다시 입도록 해.”

제이콥이 들은 척도 안 하며 공작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뭐? 자네가 우리 공작님은 왜 찾는 건가.”

“왜긴요. 완전 섹시한 유니폼을 입었으니 절 보고 으샤으샤 하고 싶지 않으시겠어요?”

저질스럽게 역삼각형 모양을 만든 손에 사타구니를 들이밀어 ‘으샤으샤’를 행동으로 표현했다. 시종장은 눈앞이 새까매졌다.

‘당했다! 페르디안 백작저에서 작정하고 우리에게 이 미친 새끼를 떠넘긴 거다!’

이런 미친 시종이 우리 저택에 오다니 대형 재앙이었다. 도대체 페르디안 백작께 우리 공작님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거대한 똥을 투척한단 말인가.

그렇게 평화로운 안달리시아 공작저에 엄청난 오메가가 입성하였다.

***

첫날부터 시종장에게 단단히 찍힌 제이콥은 부엌에서 감자 깎는 일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구멍으로 에스퍼들 자지 조이는 법밖에 모르는, 나름 곱게 자란 제이콥이 그런 험한 일을 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너무해요. 제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

“하기 싫으면 우리 저택에서 나가든가. 크흠.”

시종장이 다른 시종들에게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버렸다. 그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도와줄 생각이 없었던 시종들은 제이콥의 옷차림새를 보며 수군거렸다. 머리 위로 손가락을 뱅뱅 돌리며 천박한 옷매무새를 비웃었다.

물론 제이콥을 안 좋게 보는 부류만 있는 건 아니었다. 덩치가 크지만 섹시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오메가가 꽉 끼는 유니폼을 입고 조금만 움직여도 속살이 훤히 보이니, 허튼 생각을 품은 시종들도 있었다.

그들은 당연히 알파들이었다. 알파 시종들은 대놓고 제이콥을 볼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다. 그들은 저 발정 난 오메가를 어떻게 해야 따먹을 수 있을까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제이콥은 과도로 감자 껍질을 하나 깎고, 이건 정말 못 해먹을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도주를 택했다. 어차피 페르디안 가문과의 입장을 고려해 자신을 자르지 못할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의 목적은 훌륭한 시종이 되어서 먼 훗날 시종장으로 진급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이 공작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거였다. 부엌을 나서려는 제이콥에게 그를 감시하던 시종들 중 하나가 어디 가냐고 따져 물었다.

“내가 어딜 가든 무슨 상관? 꼬우면 자르든가.”

“뭐, 뭐 저런 게 다 있어?”

“네가 내 고용주도 아닌데 남한테 신경 끄고 네 일이나 알아서 해.”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제이콥은 탱탱하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복도를 걸었다. 알파 시종들이 졸졸 쫓아 나와 제이콥 뒤태를 감상했다. 하여간 알파 새끼들은 머리에 좆물만 가득했다.

저런 반응이 정상인데 안 넘어온 알렉세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뭐 몸매가 아니라 얼굴에 홀리는 알파도 있는 법이니까.

제이콥은 아인과 제 몸매를 비교하고는 승리감에 도취해 웃었다. 아인 페르디안이 조금 많이 아름답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봤자 삐쩍 말라비틀어진 건어물이었다. 안을 때 뼈다귀만 만져져서 별로일 게 분명했다.

1황자인 알렉세이는 탐나는 먹잇감이긴 했지만, 사람 감시하고 스토킹하는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이니까 더 이상 미련은 안 가지기로 했다. 남편으로 공작도 나쁘지 않았다. 공작이면 황족 바로 아래, 귀족들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존재 아닌가.

어떻게 해야 꼭꼭 숨은 공작을 만날 수 있을까 제이콥이 궁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덥석 제이콥의 가슴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손이 제이콥의 젖가슴을 아프도록 꽉 주물렀다.

“으응~.”

“씨발, 이 X이 히트 왔나.”

공작 가문에서 일하는 시종이 이렇게나 저급하게 말을 할 리는 없었다. 제이콥은 그가 공작이길 기대하며 뒤돌았다. 그런데 제 가슴을 주무르는 놈은 망할 시종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살찐 돼지 새끼 주제에 좆물 받고 싶어서 엉덩이 흔드는 거 봐. 헉헉. 존나 씹창 나게 따먹어주마.”

제이콥은 알파 시종의 손목을 붙잡아서 가슴에서 떼어냈다.

“아악. 이거 놔. 이 미친 X아!”

“내가 왜 미친 X이야. 이 가슴이 누가 너 먹으라고 키운 건 줄 알아? 내 젖 빨고 싶으면 귀족 돼서 나타나. 이 거지 새끼야.”

제이콥은 알파 시종을 내동댕이쳤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알파 시종들이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제이콥은 오메가라고 하기에는 웬만한 알파보다 덩치가 좋았다.

마침 제이콥이 제대로 감자를 깎나 감시하러 오던 시종장이 그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니! 우리 안달리시아 공작저에서 일하는 시종이 어떻게 그런 품위 없는 언행으로 동료 시종을 성추행할 수 있는 건가. 너희들 다 해고야!”

“아니. 시종장님.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 저 망할 오메가가 분홍색 젖을 마구 흔들면서 페로몬을 흘려대는데 어떤 알파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나요.”

제이콥에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게 된 알파 시종이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 시종장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일리 있는 말이야. 알파 시종들은 다 잘라야겠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졸지에 실직 위기에 놓인 다른 알파 시종들이 들고일어났다. 시종장 트리니티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안달리시아 공작 저하는 페도로프 황제 폐하의 동생으로서, 유르한 황실의 고귀한 핏줄을 이은 황족이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감히 공작님의 얼굴에 먹칠하게 두지 않을 거다.”

시종장은 차가운 얼굴로 제이콥을 째려봤다.

“제이콥, 너도 그딴 식으로 입고 다니며 우리 공작 저하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아무리 페르디안 백작 가문과의 사이가 틀어진다 할지라도 널 해고할 거다.”

공작 가문이라 그런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민이어서 로열패밀리의 족보를 모르는 제이콥에게 방금 시종장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바로 공작이 황제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거 생각보다 대어였다. 제이콥은 시종장에게 얼른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작전상 후퇴. 십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였다. 시종장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달라고 먼저 부탁했다.

“크흠. 드디어 제정신을 차렸군. 날 따라오세.”

시종장이 창고에서 XL사이즈 유니폼을 찾아서 제이콥에게 건넸다. 제이콥은 꿋꿋하게 자신은 이렇게 뚱뚱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우리 L사이즈로 타협하죠?”

“자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제 어딜 봐서 XL라는 거예요. 저 그렇게 덩치 안 크거든요.”

시종장은 못마땅해하며 L사이즈 유니폼을 줬다. 제이콥은 얼른 파티션 뒤에서 시종복을 갈아입었다. 꽉 맞기는 하지만 전처럼 단추를 못 잠글 정도는 아니었다. 시종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렇게 옷에 몸을 구겨놓았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단추가 터져나갈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M사이즈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는 양호한 상태였다.

“다 입었으면, 얼른 부엌에 가서 감자나 다 깎도록 해. 제시간에 일을 마치려면 서둘러야 할 걸세.”

시종장은 혀를 쯧쯧 차며 가버렸다. 제이콥은 안 잘리려면 할 수 없이 감자를 손질해야 할 것 같아서 부엌으로 돌아갔다. 시종들이 제이콥을 보고는 역시 바꿔 입을 줄 알았다는 식으로 떠들어댔다.

요리사들을 도와 재료를 손질하는 작업을 하는 시종들은 시종 중 가장 직급이 낮은 존재였다. 당연히 나이도 어린 편이어서 제이콥의 튀는 행동에 욕을 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예요?”

“나? 나 제이콥.”

“형은 몇 살이에요? 혹시 머리 다쳤어요?”

“허! 이것들이. 야, 너희는 내가 미친 것 같지? 전혀 아니야. 아무리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이 세상이 미친 거야.”

제이콥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자코모를 통해 배운 철학을 다른 시종들에게 설파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가난한 평민으로 태어났다고 반드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기왕 오메가로 태어났으니 페로몬을 무기로 돈 많은 알파를 홀려 신분 상승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불공정 사회에서 진정한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길 아니겠느냐, 뭐 그런 똥 같은 수다였다.

베타인 시종들은 제이콥이 보기와 달리 오메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종들은 그들이 생각한 오메가와 전혀 다른 제이콥이 웃기고 그가 하는 말이 허황되게 들린다 생각했다.

아무리 알파들의 성욕이 강하다 해도, 절대 제이콥 같은 오메가는 안 건드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베타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공작님을 노리고 이 저택에 취업했다는 제이콥의 말에 이놈이 고생만 내내 하다가 곧 나가겠구나 싶었다. 안달리시아 공작 저하께서는 몹시 아름다운 우성 알파였다.

그토록 황제 폐하께서 예쁘고 집안 좋은 우성 오메가를 소개시켜 줘도 싫다면서 거절할 만큼 오메가 혐오가 심한 분이었다. 어린 시종들은 자기 감자 깎는 거 도와달라는 제이콥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야! 이것들아. 도와달라고. 이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니잖아. 나 오늘 언제 끝내라고.”

제이콥은 결국 모두의 예상대로 제시간에 일을 끝마칠 수 없었다. 아무리 강단 있는 그라고 해도 직장 내 괴롭힘에 눈물을 훔치며 감자를 깎을 수밖에 없었다. 물에 담근 감자를 꺼내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손가락이 퉁퉁 불었다.

“흐엉엉엉. 이게 뭐야. 나 안 할래.”

밤 10시까지 감자를 깎던 제이콥은 손에 들고 있던 감자를 등 뒤로 휙 던져버렸다. 감자가 데굴데굴 구르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시끄러우니까 아가리 닥쳐. 한 번만 더 시끄럽게 굴면 확 입을 찢어버린다.”

누군가가 부엌에 왔다. 제이콥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누가 왔는지 확인했다.

“헉.”

공작이 갑자기 놀란 사람처럼 숨을 들이마셨다. 제이콥 또한 그의 존재가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만나본 우성 알파는 알렉세이뿐이었다. 그래서 그 어린 알파를 보며 우성이 뭐 있나, 다 똑같지 싶었다.

그런데 알파 페로몬이 성숙될 만큼 성숙된 안달리시아 공작은 달랐다.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등골이 저릿해졌다. 가만히 있던 구멍이 바지 안에서 움파움파 입질을 했다.

애액이 뿜어져 나와 검은 바지가 동그랗게 젖어 들었다. 제이콥은 숨을 헐떡이며 공작을 올려다봤다.

제이콥은 그가 너무 무서웠다. 수많은 알파들을 상대해온 제이콥이었지만, 저 우성 알파는 다른 알파들과 달리 제이콥의 술수에 넘어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야 했다. 언제 공작을 다시 만날지 몰랐다. 제이콥은 셔츠 단추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풀었다. 탐스러운 가슴이 드러났다.

안달리시아 공작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이콥의 젖통을 직시했다. 제이콥은 물에 퉁퉁 불은 손으로 가슴을 받치고 흔들었다.

“시끄럽게 울어서 죄송해요. 주둥이든, 구멍이든 공작님 자지로 찢어주세요.”

“이… 이 요망한 오메가가 처음 만난 알파한테 감히 몸 함부로 굴리지!”

으르렁. 화를 낸 공작이 무서운 기세로 제이콥에게 달려들었다. 제이콥은 한 대 맞겠구나 싶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셔츠가 쫙 시원하게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공작이 두 손으로 덥석 제이콥의 가슴을 쥐었다.

“아악.”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공작의 손가락 사이로 제이콥의 부드러운 가슴이 삐져나왔다. 손가락 사이에 낀 분홍색 유도 또한 더욱 뾰족해졌다. 공작이 덥석 유두를 입에 물고 미친 듯이 빨았다.

“쭙쯉. 쮸르릅. 쭙쭙.”

“아앙. 아앙. 공작님, 아아앙.”

공작은 제이콥의 젖에 원한이 있는 것처럼 엄청난 기세로 흡입했다. 제이콥의 가슴이 공작 쪽으로 딸려가고 허리가 C자형으로 휘어졌다. 공작이 발버둥 치는 제이콥의 가슴을 놓아줬다. 손자국이 빨갛게 난 가슴은 더욱 음란해 보였다.

“어디서 이딴 요물이 제 발로 기어들어 온 거지?”

공작은 침이 묻어 반질거리는 제이콥의 젖꼭지를 집게손으로 잡아당겼다.

“아앗. 아파요.”

“야해 빠졌어.”

유리는 겉보기에 평온하고 차가워 보였으나 지금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보통 오메가들처럼 가녀리고 작은 체구를 선호하지 않았다. 알파들처럼 덩치가 크고 근육질인 오메가가 좋았다.

그렇다고 알파가 좋은 건 아니었다. 알파 페로몬만 맡아도 역겨웠다. 황제는 그것도 모르고 유리가 이 나이까지 동정이라며 걱정했다. 사실 그가 아끼는 막냇동생이 엄청난 가학성애자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유리는 열성 오메가의 얼굴을 보고 침음을 삼켰다. 꿈에서 몽정을 할 때 상상하던 완벽한 이상형이 여기 있었다. 쌍꺼풀이 없지만 커다란 눈은 도도했고, 코가 훤칠하니 잘생겼다. 입술은 아가리에 좆을 물리면 기분 좋을 것처럼 도톰했다.

거기다가 가슴이 엄청나게 큰데 허리는 가늘었다. 엉덩이를 만져보니 돌처럼 딱딱했다. 씨발, 여기에 좆 처박자마자 싸는 거 아니야?

유리는 오메가의 바지를 내리고 그를 테이블 위에 엎어놓았다.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간 채 엉덩이가 까진 오메가의 뒤태가 매우 훌륭했다. 그는 즉시 단단한 근육질 엉덩이를 양쪽으로 잡고 벌렸다.

허벌창 난 걸레 구멍이었다. 얼마나 써먹었는지 닳고 닳아서 검붉은 구멍이 도톰하게 부어 있었다. 손으로 구멍을 때려봤다.

“아아!”

오메가가 허리를 휘며 뒤로 애액을 쌌다. 어지간히 더럽게 몸을 굴리고 다닌 게 틀림없었다. 자신의 저택에서 남창이 시종 옷을 입고 있었다. 봐줘서는 안 됐다. 유리는 다시 구멍을 손으로 가격했다.

“아앙!”

구멍이 뻐끔 열리며 주르륵 애액을 뱉어냈다. 물이 허벅지까지 줄줄 흘러내렸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벌렁벌렁 열렸다가 닫히는 구멍을 집게손을 넣어 길게 벌렸다. 내벽 주름마저 닳은 남창의 속살은 시뻘겋게 맛 좋은 색이었다.

유리는 남창의 뒤에 순결한 자신의 동정 자지를 넣기 전 안을 청결하게 씻기로 했다. 마침 부엌이어서 물을 쓸 수 있었다. 그는 식재료를 씻을 때 사용하는 수도전에서 호스를 가져왔다. 주먹만 한 수전 헤드를 그대로 오메가의 구멍에 처넣었다.

구멍은 무리 없이 그것을 집어삼켰다. 유리는 호스와 연결된 수도를 열었다. 물이 헤드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아아아. 아아앙. 안 돼~.”

뒤로 물세례를 받으면서도 걸레가 착실하게 성기를 세우고 사정을 했다. 유리는 오메가의 야한 모습에 마음속의 만년설도 녹을 만큼 기분이 풀어졌다. 호스 끝을 잡고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오메가가 울면서 배 속에 물을 다 담지 못해 구멍으로 질질 쌌다. 임신을 한 것처럼 오메가의 배가 빵빵해졌다. 수도를 잠그고 물 채우기를 멈췄다. 구멍에서 수전 헤드를 뽑아내니, 푸아아아 물보라가 뿜어져 나왔다.

유리는 오메가의 구멍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싶어서 엉덩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있었던 지라 완전히 젖게 되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오메가에게서 정신을 아찔하게 할 만큼의 페로몬이 풍겨 나왔다.

물로 관장을 당한 오메가가 흑흑거리며 울었다. 유리는 그를 뒤집어서 테이블에 완전히 눕혔다. 다리를 M자형으로 접고 아직도 빵빵한 배를 손으로 꾹 눌렀다. 쪼르르르륵. 실례를 하는 것처럼 구멍에서 물이 쏟아졌다.

깨끗하게 오메가의 안을 씻겨낸 유리는 바지를 내렸다. 유리의 아름다운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흉흉한 물건을 본 오메가가 하얗게 질렸다.

만일 유리의 이상형인 이 오메가가 경험이 없었다면 피를 한 바가지 쏟아냈을 텐데, 다행히 걸레여서 부담 없이 발기한 좆을 구멍에 처박을 수 있었다.

“으아아아.”

오메가의 비명이 그 어떠한 신음보다 듣기 좋았다. 물 때문에 차가워진 내벽은 경직되어서 유리의 성기를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조여들어 제대로 성기를 물지 못하는 좁은 그곳을 유리는 꾸역꾸역 억지로 넓히며 들어갔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오메가치고 우람한 좆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유리는 그의 좆을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으아.”

퍽, 퍽, 퍽. 물에 축축하게 젖은 볼기짝은 좆을 처넣을 때마다 찰진 소리를 냈다. 유리는 오메가의 엉덩이가 멍들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좆에 박힐 때마다 지방과 근육이 환상적인 비율로 섞인 오메가의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흔들릴 때조차 가슴이 퍼지지 않고 예쁜 모양을 유지했다. 유리는 그 엄청난 광경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걸레 주제에 내벽에 흡반 기관이 있는 생명체처럼 좆에 달라붙었다. 단단한 근육질 몸만큼 구멍 맛도 옹골찬 오메가였다.

이러니 걸레가 되도록 알파들한테 따먹힌 거지 싶었다. 유리는 그가 자신이 없는 동안 돌려 먹힌 게 짜증 났다. 이제라도 자신이 알았으니 잘 간수해서 전용 정액받이로 써먹어 주기로 했다.

엄청난 힘으로 오메가의 구멍에 피스톤질을 하고 있는데, 테이블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그 위에 누워 있던 오메가가 하마터면 다칠 뻔했다. 유리는 오메가에게 좆을 박은 채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오메가는 유리의 허리에 다리를 감싸서 버텼다. 오메가가 허공에 허리를 눕힌 채 사정했다. 제가 싼 좆물로 얼굴이 흠뻑 젖었다. 유리는 그런 오메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메가가 입을 쩝쩝 다시며 하얀 정액을 입 안에서 굴렸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입가에 묻은 정액을 핥아 먹기도 했다.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이렇게 야할 수 있을까. 그동안 소개받았고, 그에게 접근하려고 한 오메가들은 하나같이 말라비틀어진 멸치 같아서 별로였는데 말이다.

이 오메가를 놓치면 자신은 평생 좆을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유리는 오메가에게 물었다.

“야, 너 이름이 뭐야.”

“제이콥이요.”

“이제부터 내가 네 아가리랑 구멍 찢어질 때까지 박아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유리는 제이콥을 바닥에 내려놨다. 제이콥은 뭘 좀 아는 오메가였다. 네 발로 개처럼 엎드려서 유리 쪽으로 엉덩이를 바짝 세웠다. 두 손으로 볼기짝을 잡고 갈라 걸레 구멍을 활짝 공개했다.

유리는 끊임없이 애액을 흘리는 제이콥의 구멍이 참 요사스럽다고 생각했다.

“공작님, 콥콥이한테 좆물 가득 부어주세요.”

“콥콥이? 네 별명이야?”

“네. 콥콥이 귀엽죠? 콥콥이 예쁘죠?”

제이콥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재롱을 부렸다. 유리는 안 그래도 귀엽고 예쁜 오메가가 하는 짓도 귀엽고 예쁘니까 미칠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찜 쪄 먹어야 하나 흥분으로 손이 덜덜 떨렸다.

유리는 제이콥의 구멍에 다시 좆을 처박았다. 제이콥이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어대도 상관하지 않고 구멍을 쑤셨다. 손으로 제이콥의 가슴을 손잡이처럼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오랜만에 땀이 흠뻑 나도록 움직였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른 채 섹스에만 열중하느라 요리사들과 시종들이 부엌에 온 줄도 몰랐다. 아랫것들이 처음 보는 공작님의 알파 짓거리에 놀랐다. 유리는 부르르 몸을 떨며 제이콥 안에 실컷 좆물을 싸질렀다.

시원하게 사정한 유리는 제이콥의 구멍에서 좆을 뺐다. 좆물이 흐르지 않도록 뻥 뚫린 구멍이 조신하게 좁혀졌다. 역시 하는 짓이 완전 여우다. 제이콥이 엉덩이 근육에 힘을 빡 주고 배 속에 정액을 담은 채 유리를 돌아봤다.

“공작님, 정액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는 예의 바르기까지 한 제이콥에게 이미 마음을 다 내준 상태였다. 일하러 부엌에 왔던 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간 지 오래였다. 유리는 큰 대야에 담긴 감자를 손에 쥐었다. 물에 담겨 있던 거지만, 한 번 더 깨끗하게 씻었다.

“콥콥아, 뭐 해. 얼른 다리 벌려야지.”

“넹~.”

제이콥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변태인 공작 때문에 많이 당황했지만, 인생 역전 기회를 잡기 위해 맨바닥에 드러누운 채 말 잘 듣는 개처럼 다리를 벌렸다. 공작이 제이콥의 구멍에 감자를 넣었다.

“으흡.”

한 개가 끝이 아니었다. 연거푸 세 개가 밀어 넣어졌다. 알이 큰 감자가 내벽을 자극하며 굴러다녔다. 제이콥은 눈물 콧물 다 짜며 공작에게 빌었다.

“공작님, 제발 감자 빼주세요.”

“내가 왜?”

“흑으응. 이러다가 콥콥이 망가져요. 제발, 감자 빼주세요. 으응~.”

“…알았어. 그럼 네가 싸봐.”

“네?”

“감자 네가 싸서 뱉으면 되잖아.”

제이콥은 입술을 감쳐물었다. 배 속에 든 감자 때문에 낑낑거리며 쪼그려 앉았다. 배에 온갖 것들을 집어넣어 본 제이콥이었다. 그중에서 감자가 제일인 것 같았다.

오메가 스팟이 눌려 얼굴이 쾌감으로 빨갛게 익은 제이콥은 간드러진 콧소리를 내며 배에 힘을 줬다.

“흐으응응응~.”

구멍에서 감자가 반쯤 밀려 나왔다가 도로 들어갔다. 제이콥이 일부러 헥헥, 혀를 빼고 야하게 헐떡였다. 공작은 다시 발기해서 손으로 좆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제이콥은 비틀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끌어 내린 채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끄응응응~. 아앙.”

감자가 퐁 하고 빠졌다. 감자를 뱉자마자 제이콥은 허리를 휘며 가는 연기를 했다. 우성 알파가 내뱉는 페로몬 때문에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열성인 몸이었지만 제이콥의 구멍에서 홍수가 난 것처럼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얼떨결에 배에 든 나머지 감자들이 구멍을 탈출해 바닥으로 후두득 떨어졌다.

“으아아아앙. 가~. 가버려~.”

그 한 방으로 절정에 도달한 제이콥은 제 큰 가슴을 손으로 잡고 비틀었다. 지켜보던 공작이 참지 못하고 다시 제이콥에게 달려들었다. 제이콥은 자신의 목덜미에 코를 처박고 좆질을 하는 공작의 머리통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공작이 발정 난 짐승처럼 이성을 잃고 좆질을 했다. 제이콥은 끊임없이 그에게 자신이 귀엽고 예쁜 오메가라는 말을 해 세뇌를 걸었다. 공작은 처음 부엌에 들어섰을 때와 완전히 달라진 눈빛으로 제이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았어. 그만 지껄여. 너 귀엽고 예쁜 거 누가 몰라. 좆질할 땐 구멍으로 좆이나 잘 물고 앙앙거리기나 해.”

제이콥은 그가 자신에게 넘어왔나 시험 삼아 서운한 척 눈시울을 붉혔다. 공작이 바로 꼬리를 내리고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다 너 예뻐해서 한 소리니까 서운하게 듣지 마.”

“정말요? 콥콥이 정말 예뻐요?”

“그래, 내가 본 오메가 중에서 제일 예뻐.”

제이콥은 활짝 웃으며 공작에게 두 팔을 뻗었다. 공작은 제이콥의 미소에 넋이 나가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제이콥은 공작의 머리통을 끌어안아 부드러운 가슴에 처박았다. 공작이 혀를 내밀어 제이콥의 가슴 맛을 봤다.

제이콥은 다 넘어왔구나 싶었다. 눈앞에 공작과 결혼해 떵떵거리며 사는 자신의 미래 모습이 그려졌다. 상상 속에서 재수 없는 자코모가 제이콥에게 굽실거리면서 아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핑크빛 인생을 꿈꿨던 제이콥은 자신이 아주 잘못된 사냥감을 택했다는 걸 곧 알게 되었다. 제이콥은 온갖 체액으로 더럽혀졌기에 숙소로 돌아가 씻고 싶었다. 그런데 공작이 제이콥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디 가?”

“씻으러요.”

“기다려.”

공작이 벗어 던졌던 바지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휴대용 통신 마도구로 어딘가에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 시종장이 들어와서 공작이 가져오라 시킨 물건을 건넸다.

철컥. 대형견에게나 채울 목줄이 제이콥의 목에 걸렸다. 공작이 목줄과 연결된 사슬을 손에 쥐고 잡아당겼다.

“가자. 씻겨줄게.”

씨발, 좆 됐다. 집착광공 알렉세이를 피했다가 괜히 더 미친놈을 건드리게 되었다. 제이콥은 거칠고 강압적인 섹스를 좋아하지만 플레이 이후에도 그런 대접을 받는 건 안 좋아했다. 플레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이고, 일상과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공작에게는 상대의 삶까지 통제하고 제 손안에서 굴리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다. 제이콥은 아무리 공작을 홀리려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공작이 개 목줄을 찬 제이콥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름다운 우성 알파의 미모에 제이콥은 구멍으로 애액을 지렸다. 그렇게 너덜너덜하게 박혀놓고도 또 박히고 싶어서 구멍이 오물거렸다. 아아, 젠장. 모르겠다. 일단 공작이라니까 먹고 보자.

제이콥은 공작이 목줄을 잡아당기는 대로 네 발로 걸어서 부엌에서 나왔다. 시종들이 기겁하며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시종장 트리니티는 드디어 우리 공작님이 오메가랑 잤구나 싶어 손수건으로 감동의 눈물을 닦았다.

비록 그 오메가가 미친 변태일지라도 자신의 주군이 더한 미친 변태 놈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이제 안달리시아 공작가는 후계자를 얻을 수 있었다. 무척이나 튼튼해 보이는 제이콥이니, 아이 또한 순풍순풍 잘 낳으리라.

유리는 시종장의 마음도 모른 채 신이 나 제이콥을 제 방으로 데려갔다. 아직도 해야 할 게 많았다.

***

제이콥을 침실로 데려간 유리는 열성 오메가를 임신시키기 위한 작업을 준비했다. 그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필요한 목록을 뽑아서 시종장에게 휴대용 통신 마도구로 보냈다. 그리고 유리는 방 안에 있는 시계를 벽에서 떼어냈다. 시간은 모를수록 좋았다.

그다음으로 가구를 옮겨 창문을 가렸다. 빠져나갈 데가 없다고 믿게 하면 도망쳐도 잡아 오기 훨씬 쉬었다. 샤워를 끝낸 제이콥이 몸 위에 걸칠 게 없어서 알몸으로 욕실을 나왔다.

유리는 거구의 오메가가 수줍게 뺨을 붉힌 채 가슴을 팔로 감싸는 모습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어젯밤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좆물을 싸댔는데도 불알이 텅 비기는커녕 계속 샘솟았다.

“구멍은 괜찮아?”

“…네.”

고개를 푹 숙인 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제이콥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리는 열 번은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쩜 그의 취향에 쏙 드는 오메가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튼튼해서 함부로 굴려도 전혀 망가질 것 같지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제이콥이 후다닥 욕실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 숨었다. 시종장이 심부름한 물건을 가져왔다. 그는 안달리시아 공작 가문에 후계자가 생길 거란 기대로 약간 고양되어 있었다.

다시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유리만 남게 되었다. 유리는 가방을 열어서 구속구를 꺼내 손에 쥐었다. 제이콥이 귀엽게도 문 너머에서 빠끔히 얼굴을 내밀어서 시종장이 나갔는지 살폈다.

“이리 와.”

제이콥이 가슴을 출렁출렁 흔들면서 걸어왔다. 유리는 끄응 앓는 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이런 오메가가 좆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구멍을 돌리고 다녔으니 얼마나 많은 알파들이 신나서 따먹었겠는가.

유리는 제이콥의 손과 발에 각각 구속구를 채웠다. 쇠로 된 막대에 수갑이 달려 있어서 제이콥은 손도, 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게 무슨.”

제이콥이 당황해서 구속구가 채워진 사지를 살폈다. 자기 입으로 멀쩡하다고 했으니, 안 멀쩡해지도록 안아줄 작정이었다. 유리는 제이콥을 바닥에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콥콥아.”

다정하게 애칭을 부르는 목소리에 제이콥이 긴장해서 몸을 굳혔다. 유리는 가방 안에 있던 도구를 꺼내 들었다. 샤워를 하면서 구멍 속을 씻어냈는지 내부가 뻑뻑했다. 손가락을 구멍에 넣고 가위질해서 늘렸다.

쩝쩝. 입맛 다시는 소리가 나며 다시 구멍이 애액으로 젖어 들었다. 누가 이런 오메가를 열성이라고 할까. 음탕하기로는 세계 제일일 녀석이었다.

유리는 열성 오메가의 자궁 입구를 열 때 사용하는 도구를 천천히 제이콥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알파 자지처럼 생긴 이것은 성인 남성의 평균 팔 길이보다 긴 막대기였다. 마법이 걸려 있어서 내벽에 진동을 가해 오메가를 흥분시킬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열성 오메가의 자궁 입구를 열 수 없었다. 오메가가 흥분하면 막대기 끝에서 발정제가 뿜어져 나온다. 그럼 잘 열리지 않는 자궁 입구가 열리며 알파의 노팅을 받아낼 준비를 마친다. 유리는 긴장으로 단단해진 제이콥의 근육질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힘 풀어. 이것보다 세 배나 굵은 내 자지도 받아냈으면서 왜 처음인 것처럼 굴어. 안 그래도 예뻐해 줄 테니까 걱정 마.”

“흐흐~. 그게 아니라~. 힝힝 공작님. 이거 이상해요.”

제이콥은 1단계에 불과한 진동 세기를 못 견뎌 하며 콧소리를 냈다. 유리는 천천히 손잡이를 넣었다가 뺐다가 하며 내벽을 이완시켰다. 제이콥이 아응 아응 예쁘게 울면서 남성기를 세웠다. 오메가 주제에 꽤 큰 사이즈였다.

물론 그런 점마저도 유리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유리가 진동 세기를 최대치로 올렸다. 벌의 날갯짓처럼 잔잔하던 진동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강해졌다.

“으아아앗. 응아앙. 우앙아아.”

제이콥이 몸부림치며 무릎으로 기어서 도망치려고 했다. 유리는 그의 허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제이콥에게 몸무게를 완전히 실었다.

“버텨. 넘어지면 개새끼를 불러다가 접붙여 버릴 줄 알아.”

제이콥의 뒷머리를 잡아서 얼굴을 들어 올렸다. 처연하게 울고 있는 남성미 넘치는 잘생긴 얼굴이 유리를 더욱 사나운 알파가 되도록 부추겼다.

“과연 개한테 노팅 당하면 인간을 낳을까, 개를 낳을까. 응? 궁금하니까 한번 실험해볼래?”

“흐흑흑흑. 싫어요. 흑흑. 훌쩍. 잘못했어요. 개는 싫어요.”

유리는 눈물 젖은 제이콥의 뺨에 쪽 뽀뽀를 했다. 자신의 오메가는 눈물마저 달콤했다. 그의 눈알을 입 안에 넣고 오독오독 씹어 먹고 싶을 정도였다. 알사탕처럼 맛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이렇게 예쁘게 우는 모습을 한쪽 눈으로밖에 보지 못할 테니 참기로 했다.

제이콥의 허리에 올라탄 유리는 오메가 발정 도구로 열심히 배 속을 헤집어서 자궁 입구를 찾아냈다. 그렇게 우성 알파의 좆물을 받아냈는데도 단단히 닫혀 있는 걸 보니, 역시 열성이긴 했다.

좀 더 제이콥을 발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아까운 발정제를 애먼 바깥에 뿌려봤자 임신하지 못할 거다. 어차피 유리의 눈에 띈 순간, 제이콥은 죽을 때까지 그의 정액을 받아먹으며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조급하게 후계자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였다.

유리는 제이콥의 큰 가슴을 처음 본 순간부터 임신한 오메가에게서 젖을 짜내며 섹스를 하고 싶었다. 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이루고야 마는 그는 이번에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 거다.

제이콥을 맛본 순간부터 그가 아닌 다른 오메가를 안는 상상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 어떠한 오메가들도 유리를 이렇게 흥분시키지 못할 것이다. 오메가 도구에 범해지는 제이콥은 엉엉 울면서도 튼실한 허벅지로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아! 이봐라. 뼈에 가죽만 남는 걸 인생 최고의 숙제라는 듯 굶어대는 유르한 제국의 오메가들은 절대 우리 콥콥이처럼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유리는 힘줄이 빡 곤두선 제이콥의 팔뚝을 매만지며 황홀해했다.

이전까지 성 경험이 전무한 유리에게 제이콥은 첫 동정을 떼게 해준 오메가였다. 가뜩이나 이상형인 존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열성 오메가의 자궁을 열기 위해 유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아무리 제이콥이 요망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도 꾹 참았다. 오메가 발정 도구의 손잡이만 잡고 쑤시기만 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한계에 도달했다. 유리는 제이콥의 허리에서 일어났다.

제이콥은 체력이 훌륭한 오메가여서 엎드린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아주 훌륭했다. 그는 구멍에서 막대기를 쭉 뽑아냈다. 붉은 점막이 기둥에 달라붙어서 함께 밖으로 딸려 나왔다. 구멍은 터진 물풍선처럼 애액을 뿜어냈다.

유리는 막대기가 빠지자 뻥 뚫린 제이콥의 내벽을 감상했다. 오물오물 탄력 있는 구멍이 다시 좁아 들었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부엌에서부터 사용해 하얗게 애액이 말라붙어있는 좆을 꺼냈다.

한 번 사용했다고 꼭 티를 냈다. 더러운 좆을 제이콥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으응.”

유리는 제이콥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제이콥이 엉덩이를 바짝 세운 채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 꼴이 유리의 정액을 배 속에 잘 담고 있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녀석도 참 목적이 뚜렷했다. 공작저에 단순히 시종 노릇을 하러 들어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중요한 건 제이콥의 정체가 아니니,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이웃 나라에서 보낸 첩자여도 상관없었다. 그럼 제이콥을 쇠사슬에 묶어서 방에 가둔 채 구멍만 쓰면 됐다.

유리는 눈앞에 있는 제이콥이 너무나 매혹적이기에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뒀다. 거대한 알파 좆에 몇 시간이고 혹사당해 뜨끈한 내벽이 빈틈없이 유리의 자지에 달라붙었다.

“하아, 맛있다.”

좆이 녹아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제이콥을 엎어 놓은 채 쉬지 않고 좆질을 했다. 거구의 몸이 찌그러지다 못해 젖통까지 바닥에 짓눌리는 게 보였다. 엉덩이를 붙잡고 있던 손으로 제이콥의 머리채를 고삐처럼 잡아당겼다.

제이콥이 허리를 들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봉긋하게 솟은 젖꼭지 다음으로 근육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인 가슴이 한눈에 들어왔다. 팔꿈치를 접은 제이콥은 수갑에 달린 쇠막대로 가슴 밑을 받쳤다. 더욱 가슴이 도드라지며 마치 유리에게 빨아달라고 비는 것만 같았다.

유리는 제이콥의 우람한 젖통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퍽, 퍽, 퍽. 살벌한 타격음이 날 정도로 장골로 제이콥의 엉덩이를 세게 때리며 좆을 박았다. 그릇 위에 놓인 푸딩처럼 눈앞에서 오메가의 가슴이 흔들렸다.

유리가 급하게 구멍에서 좆을 꺼냈다. 조금만 더 있어도 사정할 뻔했다. 유리는 자신이 빠져나가서 텅 빈 구멍에 도로 열성 오메가의 임신을 돕는 도구를 처넣었다. 아까 넣었을 때보다 깊게 막대기가 들어갔다. 변화를 감지한 알파는 손잡이까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악. 아파. 아파.”

제이콥이 몸부림치며 무릎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유리는 제이콥의 발에 걸린 쇠막대를 잡아서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구멍 안에 손을 넣어 손잡이에 달린 발정제 투약 버튼을 눌렀다.

쏴아아아아. 물줄기가 뿜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수압이 강했다. 어떤 경우여도 버텨내던 제이콥이 바닥에 쓰러져서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잔뜩 웅크린 몸이 깜찍하고 귀여웠다.

유리는 제이콥의 볼기를 손바닥으로 짝짝 때려서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자연스럽게 구멍이 단단하게 다물리며 제이콥이 마도구에서 나오는 발정제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 유리는 웅크린 제이콥의 몸을 억지로 풀어냈다. 다리에 달린 쇠막대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흡흑흑.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이콥이 살인마를 만난 사람처럼 울면서 빌었다. 안타까웠다. 그러나 유리가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제이콥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임신시키려고 하는 거기 때문이었다.

유리는 제이콥의 발에 달린 쇠막대를 벽에 박힌 못에 고정시켰다. 제이콥은 완전히 거꾸로 뒤집혔다. 발정제가 들어서 복어처럼 부푼 제이콥의 배가 몹시 귀여웠다. 유리의 아이를 임신하면 배가 더 빵빵해져서 몇 배는 더 귀여울 거다.

그는 발정제에 절여져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는 제이콥을 감상했다. 제이콥이 투명한 오줌을 쌌다. 유리는 얼른 제이콥의 턱관절을 눌러서 입을 벌렸다. 제이콥의 주둥이로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는 제가 싼 오줌을 삼키지 않으려고 했다.

“먹어.”

“흐으으으.”

“다 먹어. 안 먹으면 아가리 찢어질 때까지 좆 박아댈 거야.”

꼴깍. 목젖이 움직였다. 유리는 다 삼킨 걸 보고도 제이콥 입 안에 손을 넣어서 남아 있는 게 없는지 확인했다. 손가락을 빼내니 침과 아까 싼 오줌으로 축축했다. 유리는 코에 손가락을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킁킁. 오메가 페로몬이 진하게 났다.

이게 뭔지 몰라도 발정 난 오메가가 싼 페로몬 정수 같았다. 다음에는 제이콥에게 먹이지 말고 자신이 먹기로 했다. 유리는 거꾸로 매달린 제이콥이 쉬지 않고 내지르는 교성을 즐겼다. 눈이 게게 풀리고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침을 질질 흘릴 때, 제이콥을 못 박힌 벽에서 내려줬다.

유리는 구멍 속으로 사라진 손잡이를 잡기 위해 집게손을 넣었다. 그럼에도 깊숙이 박힌 도구는 잘 빠지지 않았다. 넋이 나간 제이콥의 뺨을 살살 때려서 정신 차리게 했다.

“콥콥아, 힘줘서 뱉어봐.”

“….”

“야! 어째 나만 노력한다? 너도 협조적으로 굴어야 빨리 끝날 거 아니야.”

제이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그가 마조여도 안달리시아 공작은 그동안 만난 쓰레기 에스퍼들이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지독했다. 끝난다는 소리에 제이콥은 끙끙거리며 아랫배에 힘을 줬다.

공작이 구멍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손잡이를 잡고 쭉 빼냈다. 막대에서 뿜어진 액체들은 진작 내벽에 흡수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유리는 자신이 참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생각했다. 흐물거리는 제이콥의 구멍에 좆 뿌리까지 한 번에 처박았다. 불알이 찌부러질 정도로 깊게 삽입했다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 미끈미끈한 오메가의 배 속이 알파의 자지에 찰싹 달라붙어서 진입을 방해했다.

따먹고 또 따먹어도 맛있었다. 원래 모든 오메가들이 다 이럴까 궁금했다. 유리는 제 성기 모양대로 불룩 튀어나온 배를 손으로 꾹 눌렀다.

“흐아아앙.”

구멍이 확 쪼그라들었다. 유리가 눈을 찌푸렸다. 이렇게 조임이 좋으니, 어떻게 질려서 놔주겠는가. 제이콥의 인생은 이 맛 좋은 구멍 때문에 망할 거다. 그러기 전에 자신이 주워줬으니 고마워해야 했다.

유리는 정작 자신이 제이콥의 인생을 진흙탕에 처박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집요하게 좆을 놀렸다. 그러다 아무리 배 속을 점령해도 발견하지 못했던 미개척지를 발견했다.

“아, 이건가?”

“아니야! 아니야~. 싫어~.”

제이콥이 벌벌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유리는 겁에 질린 오메가의 볼기를 살살 토닥여줬다. 제이콥이 구속된 팔다리를 휘둘러 유리를 밀치려고 들었다. 한숨밖에 안 나왔다.

임신시켜준다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왜 버릇없이 구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리는 한없이 기뻤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처음으로 자궁 입구가 열린 게 분명했다.

유리는 그동안 엉뚱한 곳에 좆질을 해댄 알파들을 비웃으며, 제이콥의 자궁에 진정한 첫발을 내디뎠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제이콥의 굵은 목덜미에서 핏줄이 불거졌다. 유리는 송곳니로 살살 혈관 주위를 씹으며 구멍에 피스톤질을 했다. 철퍽철퍽한 물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구멍에서 좆을 빼내니 피가 묻어 있었다.

제이콥은 아름다운 우성 알파가 눈꼬리까지 휘면서 웃자 자기가 당한 짓도 잊고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알렉세이도 보통 미모가 아니었는데, 공작도 만만치 않았다. 유르한의 핏줄은 대대로 아름다운 쓰레기인 듯싶다.

“콥콥아, 너도 내가 처음이네? 나도 네가 처음인데.”

제이콥은 안달리시아 공작이 뭔 개소리를 하나 싶었다. 수많은 에스퍼들을 가이딩하면서 굴려 먹은 몸뚱이였다.

평소와 달리 명치까지 좆이 들어오는 기분이었지만, 제이콥은 자신의 자궁 입구가 열렸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열성 오메가는 애액이 나오는 베타 남자에 불과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이콥이 틀렸다. 안달리시아 공작은 그의 미모에 넋이 나간 얼빠진 멍청이의 안에 다시 깊게 쳐들어왔다. 제이콥은 숨을 흡 들이마셨다. 배 속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공작이 제이콥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유두를 입으로 쭙쭙 빨았다.

젖꼭지가 혀에 뭉그러지고, 이에 잘근잘근 씹혔다. 공작이 무슨 오줌을 싸듯 제이콥의 안에 사정을 했다.

“아아아앙.”

평소에 배 속에 정액을 받을 때보다 더 흥분됐다. 제이콥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구멍을 조였다. 페니스가 물총처럼 사정액을 배출했다. 지독한 쾌감에 온몸에 닭살이 일었다. 머리털이 쭈뼛 서고 체온이 갑자기 내려가 부르르 몸이 떨렸다.

과연 우성 알파였다. 그렇게 좆물을 싸고도 또 쌀 게 남아 있다니. 오르가즘에 취해 몽롱해진 제이콥은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기겁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어… 어… 어!”

당황한 제이콥은 ‘어어’만 반복했다. 열성 오메가에게 사정한 우성 알파가 노팅을 한 것이다. 제이콥은 그제야 자신의 자궁 입구가 열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열성 오메가는 히트 때도 자궁 입구가 잘 열리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알 수 없었다. 안달리시아 공작의 귀두가 두 배는 더 부푼 것 같았다. 한번 자궁 입구가 열렸다고 인지하자 그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궁에 정액을 채우고 귀두로 입구를 막아서 흘리지 못하게 하는 거였다. 말로만 듣던 노팅이 이런 거였구나 새삼 신기했다.

워낙 튼튼한 몸인지라 다른 오메가들 같으면 기절해버렸을 첫 노팅에도 제이콥은 쌩쌩했다. 둘은 몸이 연결된 채 1시간 동안 키스를 나눴다. 제이콥은 다정한 공작의 키스에 혹시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해버렸다.

제이콥은 노팅이 풀리자마자 구멍 밖으로 좆을 꺼내는 공작을 보며 다리를 오므렸다. 그가 손과 팔에 채운 구속구를 풀어줬다. 그리고 자신을 번쩍 들어서 침대로 데려갔다. 이제 재우려는가 보다 하고 눈을 감았는데, 씨발. 이 새끼 뭐야.

눈이 번쩍 떠졌다. 방금 노팅해놓고 또 좆질을 하려고 들었다. 양심에 털 난 새끼였다.

“공작님, 콥콥이 힘들어요. 그만하셔요~.”

간들거리는 콧소리로 달래니, 그제야 공작이 제이콥 옆에 누웠다. 제이콥은 이제 공작과 결혼해 신분 상승을 하게 되는 건가 긴가민가했다. 공작이 겨우 한 번만 섹스하고 결혼해줄 것 같진 않았다.

자신이 없으면 못 살게 안달복달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럴 때는 밀당이 최고였다. 힘들었지만 참고 몸을 일으켰다.

“끙차.”

“어디 가게?”

“저 공작저에 어제부터 일하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열심히 일 안 하면 잘려요.”

“내가 공작이야. 자르긴 누가 잘라. 잔말 말고 옆에 누워.”

제이콥은 공작이 내민 팔뚝 위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게 상당히 넘어온 것 같긴 했다. 그래도 그동안 딜도로 써먹었던 에스퍼들과 달리 이번에는 결혼을 하기 위해 작업을 거는 거였다.

쉬운 오메가로 보여서는 안 된다. 손에 들어올 듯 안 들어와 애를 태워야 했다.

“6시에 일하러 가야 하거든요. 그때 깨워주세요.”

“정말 일하게? 힘들지 않아?”

“힘들어도 제 할 일은 해야죠. 저 할 일 많아요. 제가 없으면 아무도 감자를 먹을 수 없게 되거든요.”

제이콥의 말에는 모순이 가득했다. 제이콥은 고작 어제 처음 감자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고, 그동안 안달리시아 공작 가문에서 감자를 먹지 못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굳이 불필요한 인력인 제이콥이 없어도 감자를 못 먹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나 피우던 제이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면, 그를 거대한 똥으로 본 시종장이 감동할 거다.

“그래, 네가 까주는 감자, 어디 먹어보자.”

유리는 하찮은 일을 하면서도 자부심 넘치는 제이콥이 기특해 쪽 뽀뽀를 했다.

그는 사실 지금 몹시 감명받았다. 제이콥은 수많은 속물 오메가들과 달리 공작인 자신과 자놓고도 시종 일을 하려고 들었다. 다른 오메가들 같았으면 드디어 철혈의 공작을 넘어트렸다며, 거만하게 약혼자 행세를 하려고 들 텐데 말이다.

유리가 보기에 제이콥은 순수하고 물욕이 없는 오메가였다. 유리는 결혼식 준비가 끝날 때까지 제이콥이 원하는 대로 그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이렇게나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가진 오메가인데 공작저에서 도망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기사들을 붙여서 감시는 할 거다. 유리가 봤을 때 제이콥은 착하고 순한 오메가이지만, 혹시 첩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유리가 이렇게까지 첩자를 걱정하는 이유는 그런 일을 한 번 눈앞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페도로프 황제를 낳은 오메가는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전혀 아니었다. 페도로프의 오메가 아버지는 적국에서 보낸 첩자였다.

그러나 선황이 그를 워낙 총애하여 나중에 팔다리를 잘라서 황궁에 가둔 채 아이를 낳게 했다. 형제들은 그 사실을 알아 페로도프를 몹시 경멸하고 적시하였다.

그러나 유리는 페도로프가 오메가로 발현할 거라고 믿어 예뻐했다. 굶고 있는 이복형을 찾아가 밥도 주고, 옷도 주고, 같이 놀기도 했다. 설마 어렸을 때부터 작업 걸었던 것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제이콥의 신분을 확인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나 매력적인 오메가가 갑자기 시종으로 나타나 구멍을 벌려준 건 미심쩍은 일이니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만에 하나 제이콥이 적국에서 보낸 첩자면 임신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드르렁. 커어억. 드르렁. 커어엉.”

얼마나 힘들었는지 제이콥이 입을 벌린 채 코를 골았다. 유리는 곤히 잠든 제이콥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애써 불안을 떨쳤다.

“역시 평범한 오메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생겼어.”

제이콥의 잘생긴 얼굴과 섹시한 몸매, 맛 좋은 구멍이 유리를 자꾸만 불안에 떨게 했다. 얼른 그의 뒷조사를 해서 마음 편히 제이콥을 사랑하고 싶었다. 유리는 제이콥의 뱃살을 만지면서 이중턱을 입으로 쪽쪽 빨았다.

제 눈에 콩깍지가 낀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채 유리가 은밀하게 제이콥의 뒷조사를 시켰다. 평범한 오메가에 불과한 제이콥의 행적은 다행히 하루 만에 밝혀졌다.

***

제이콥이 열심히 감자 껍질을 까고 있을 시간, 유리는 서재에서 제이콥의 고향과 가족관계, 가이드로서 일했던 길드 나달에 대한 자료를 읽었다. 나달은 가이드를 아주 악독하게 굴리기로 유명한 길드인데, 가족들 빚을 갚기 위해 들어간 거라고 했다.

어쩜 이렇게 심성까지 착할 수 있을까. 이러니 호구처럼 그런 쓰레기통에서 고생하다가 도망쳐 나온 거지 싶었다. 기사단장이 조사해 온 자료에는 알렉세이의 증언도 첨부되어 있었다. 에스퍼들에게 강간당한 제이콥을 구해줬다고 했다.

설명이 고작 한 줄이라 더 알아보고 싶어서 알렉세이에게 통신 마도구로 연락해봤다.

“글쎄요. 딱히 오크에 대해서 기억나는 거 없는데요?”

“오크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그 오크처럼 생긴 열성 오메가요.”

“하! 설마 내 콥콥이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유리는 믿기지 않았다. 제이콥처럼 잘생기고 섹시한 오메가를 어떻게 오크라고 부를 수 있지? 하긴 알렉세이가 좋아해서 따라다니는 오메가는 금빛 멸치처럼 생겼다. 조카 알렉세이의 심미안은 이상한 편이었다.

“…이름이 콥콥이였나? 아무튼 그 오크를 우연히 제가 구했다가 아인이의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종으로 취업시켜준 거예요.”

“그래, 알았다.”

유리는 완벽하게 깔끔한 제이콥의 행적을 확인하고 마음을 한시름 놓았다. 물론 그가 첩자였어도 사랑했을 테지만, 그 튼실한 팔다리를 잘라야 했을 테니 슬펐을 테다.

알렉세이와 통화를 끝낸 유리는 바로 페도로프 황제에게 연락을 넣었다. 황위 계승권에서 밀려나 공작이 된 그는 황제에게 결혼을 허락받아야 했다.

다행히 제이콥은 평민 출신 열성 오메가라는 비천함까지 갖춘 완벽한 배우자였다. 만일 유리가 좋은 집안 출신 오메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됐을 거다.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저 좋아하는 오메가 생겼어요.”

“아! 드디어! 유리, 잘됐구나.”

“네. 너무 잘생긴 오메가예요. 형이 봐도 마음에 들어 하실걸요?”

아마 페로도프 황제는 이 통화가 끝나자마자 유리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저택에 사람을 보낼 터다. 그들은 의좋은 형제였지만, 선황제에게서 태어난 적통 핏줄은 위험한 존재이니 말이다.

유리는 통화를 끊고 얼른 자신의 오메가를 보러 가기 위해 서재를 나섰다. 마침 제이콥이 요망하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유리의 눈은 날카롭게 좁아졌다. 제이콥의 환상적인 뒤태를 보며 넋이 나간 다른 시종들을 살벌하게 째려봤다.

물론 시종들은 절대 유리 안달리시아와 같은 감상을 느끼지 않았다. ‘저 새끼 아직도 안 잘렸어?’ 하면서 고작 하루 일해 놓고 3년은 진상 짓을 한 시종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탄탄하게 근육이 오른 엉덩이를 흔들며 걷던 제이콥이 갑자기 멈춰 섰다.

제이콥이 멀쩡히 들고 있던 감자를 바닥에 던지더니 허리를 숙였다. 엉덩이가 더욱 부각되면서 단추가 네 개 풀린 셔츠 사이로 가슴 근육이 불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제이콥의 마성의 기술에 쌍코피를 터트렸다.

그는 코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시종장은 공작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어서 의원을 불러오겠다며 달려갔다. 제이콥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공작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복도 유리창을 닦던 시종들이 우웁, 구역질을 일으켰다.

‘빨리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저 변태 새끼 없는 공간에서 마음 편히 숨 쉬고 싶어.’

제이콥은 혀를 살짝 내민 채 실수한 자기 자신한테 꿀밤을 때렸다.

“아이쿠, 이런 실수를 왜 하는 거야.”

“…귀여워.”

유리 안달리시아가 중얼거렸다.

“네?”

시종들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귓구멍에 귀지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새끼손톱으로 귀를 후벼 팠다. 제이콥은 새침하게 공작님을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나 공작이 제이콥의 허리를 낚아채 끌고 갔다.

“어어~. 공작님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물어? 너, 누가 그렇게 대놓고 섹시하래. 이리 와. 나만 볼 거야.”

저 오크에게서 섹시함과 귀여움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데 공작님께서 노망이 난 것 같았다. 분명 어제 취업한 오크인데 하루 만에 공작의 애첩이 되었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물론 부엌에서 제이콥과 공작님이 그 짓을 더럽게 벌였다는 소문은 들었다. 부엌에서 일하는 시종들이 거기서 일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걸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서 청소 담당 시종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저런 덩치 크고 못생긴 시종을 공작님처럼 잘생긴 우성 알파가 첫눈에 반해서 떡치게 되었다는 전개는 너무 개연성이 없지 않은가.

오크처럼 생긴 제이콥은 흑마법사가 틀림없었다. 마족에게 사랑에 빠지는 주술을 걸어 달라고 해서 우리 공작님을 홀린 게지 싶다.

순결을 중요시하던 공작이 제이콥과 문란하게 섹스를 하게 된 이유를 그렇게밖에 찾지 못한 시종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들은 단체로 근무 시간 중에 공작저를 빠져나와 황궁으로 갔다. 일제히 제이콥을 흑마법사라고 고발했다.

황궁에서는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관을 파견했다. 그 조사관은 막냇동생에게 생긴 연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페도로프 황제가 보낸 첩자와 딱 마주쳤다. 기사들이야 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인지라, 얼마 안 가 서로의 방문 목적을 알게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기사들은 힘을 합쳐 공작과 흑마법사가 있는 침실로 쳐들어갔다.

“꼼짝 마라!”

검에 오러를 두른 기사 둘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안달리시아 공작이 자기 덩치만 한 오메가를 붉은 밧줄로 칭칭 묶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저… 그게 공작 각하….”

“뭐지? 머리통이 목에 달려 있기에는 많이 무거웠나 보지?”

공작이 얼른 알몸인 오메가를 이불을 덮어서 가렸다. 그들도 굳이 보고 싶지 않았기에 참 잘된 일이다 싶었다.

“공작님, 흑마법사가 공작님을 홀려서 지금 이러시는 겁니다. 저희가 마탑까지 호위하겠습니다. 얼른 마족의 술수에서 벗어나게 해드릴 테니 걱정마시죠.”

유리는 기사들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구나 싶었다. 자신은 멀쩡하다는 걸 피력했으나 소용없었다. 기사들이 침대에 있는 제이콥을 포박하기 위해 다가왔다가 이미 포박되어 있어서 망토만 둘러 주었다

기사들이 침대에서 제이콥을 일으켰다.

“공작님, 저 흑마법사 아니에요.”

“알아, 콥콥아.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걱정 말고 일단 조사받고 있어.”

유리는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이 자식을 보지 못하게 페도로프 황제가 견제하는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제이콥과 달리 옷을 온전히 갖춰 입은 그는 기사들에게 끌려가는 제이콥을 보며 분노를 불태웠다.

이렇게 되면 그도 페도로프 황제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리는 소매 안에 작은 단도를 숨긴 채 제이콥과 함께 황궁으로 향했다. 마탑에 도착한 유리는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마족의 힘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검사받은 후 멀쩡한 상태라는 걸 확인받았다.

유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자연스레 제이콥 또한 무죄라는 게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마법사들이 봐도 안달리시아 공작이 제이콥에게 빠진 건 이상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사해도 제이콥이 흑마법사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가이드일 뿐이었다. 혹시 안달리시아 공작이 에스퍼로 각성해 가이드인 제이콥에게 끌리나 싶어 공작을 용사 요르에게 데려가 봤으나 그는 일반인이었다.

치욕스러운 일을 당한 공작이 분노로 부들부들 주먹을 떨었다. 마법사들도, 공작과 애첩을 데려온 기사들도 겁에 질려서 식은땀을 흘렸다.

기사들은 안달리시아 공작에게 허리 숙여 사죄했다. 공작저에서 신고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한 거라고 해명하였다. 아무리 그들이 자기 임무를 다한 것이라 할지라도 계급이 깡패였다.

유리는 누가 제이콥을 신고했냐고 물었다. 원래는 신고자를 보호해줘야 했지만 기사들은 자기네가 입을 열지 않으면, 공작저에서 일하는 모든 시종들이 큰일을 당하겠다 싶어 얼른 이름을 알려줬다.

“지금 너희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예. 죄송합니다.”

기사들이 다시 한번 공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유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페도로프 황제가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한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살포시 웃었다. 유르한의 핏줄을 물려받아 아름다운 안달리시아 공작이 웃자 다들 마음이 풀어졌다.

그러나 소매에서 단검을 꺼낸 공작이 기사에게 다가가 배를 찔렀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차피 너희는 에스퍼라 안 죽잖아. 그럼 잘못한 죄로 찔려도 되지?”

“쿨럭. 예. 맞습니다.”

기사는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황제가 아끼는 안달리시아 공작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그리 대답했다. 유리가 나머지 기사를 돌아보며 씽긋 웃었다.

“기다려. 너도 곧 찔러줄게.”

제이콥은 식겁했다. 좆 됐다는 걸 느꼈다. 공작은 알렉세이보다 더 미친 새끼였다. 아무리 신분 상승과 부와 권력이 좋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제이콥은 이 일을 계기로 공작저에서 도망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택에 돌아온 공작이 제이콥에게 혹시 조사받으면서 성희롱당한 건 없냐고 물었다.

“그런 거 없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구멍 검사받자.”

공작이 제이콥을 침대에 엎어두고 손가락을 구멍에 넣었다. 일부러 알파 페로몬을 풀지 않아 뻑뻑한 구멍에 손가락을 세 개나 쑤셔 박았다. 내벽이 힘겹게 벌어졌다.

“뭐야, 왜 이렇게 헐렁해. 조사받으면서 이 걸레 구멍 내돌렸지.”

커다란 손바닥이 오른쪽 볼기를 때렸다. 제이콥은 아니라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거짓말하지 마. 아니면 잘 조여 물어야 할 거 아니야. 이렇게 헐렁하니 주먹도 들어가겠어.”

공작이 진짜 주먹을 넣을 것처럼 제이콥의 구멍을 툭툭 때렸다. 제이콥은 얼른 구멍을 조이며 울었다. 이렇게 돈 많고 정력적이고 아름다운 쓰레기를 다시 만나기 힘들겠지만, 눈물을 머금고 떠나야 할 때였다.

제이콥은 이번이 그와 하는 마지막 섹스라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했다. 공작의 위에 올라타 쿵쿵쿵, 아래층에서 지내는 시종이 소음공해로 울 때까지 요분질을 했다.

유리는 드러누운 채 제이콥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두툼한 자지와 가슴이 흔들리는 광경을 침 흘리며 구경했다. 절경이었다. 제이콥은 체격만큼이나 체력이 좋아서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유리 위에서 움직였다.

우성 알파가 아니었으면 자지가 부러지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유리는 만족하며 제이콥을 꼭 끌어안고 잠들었다.

제이콥은 새벽에 슬그머니 자신을 끌어안은 팔을 치워냈다. 그리고 혹시 몰라 메모를 남겼다.

「친애하는 공작님께.

공작님 안녕하세요. 저 콥콥이에요.

어제 저는 흑마법사라는 거짓 신고를 받고 조사를 받으면서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버렸어요. 공작저에서 일하는 시종들은 저를 공작님의 연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오메가라고 여기는 거겠죠.

저는 더 이상 공작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비록 만난 지 3일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신생 커플이지만, 부디 저를 향해 불타오르는 애정을 진화시켜주세요. 공작님에게는 저 같은 평민 열성 오메가보다 귀족 우성 오메가가 더 어울려요.

부디 당신을 사랑해 떠나는 절 찾지 말아주세요.

공작님의 귀염둥이 콥콥이 올림♡」

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찾을 때, 왜 도망갔냐면서 기사들 배에 칼을 찔러 넣은 것처럼 굴 수 있어서 해둔 안전장치였다. 제이콥은 살금살금 깨금발로 침실을 나왔다.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밧줄 자국이 남은 흔적들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사랑을 깨닫기에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와 너무 속궁합이 잘 맞았다. 이렇게 취향도 찰떡처럼 맞을 수는 없는 일인데 아쉬웠다.

어쨌든 그렇다고 사이코 새끼랑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새로운 사냥감을 찾으러 떠나기로 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당분간은 자신을 찾을지 모르는 공작을 피해 조용히 피신해 있다가 다른 귀족을 낚아채 결혼할 계획이었다.

제이콥은 새벽에 공작저의 대문을 밀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여긴 제이콥의 행방을 쫓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안달리시아 공작에게 명령을 받아 제이콥을 감시 중이던 공작 가문의 기사 단장이었다.

그에게 발각된 제이콥은 공작 몰래 도망치는 데 실패했다. 기사단장에게 붙잡혀 도로 저택에 돌아갔다. 제이콥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시종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자다가 깨서 저택 메인홀에 나온 시종들은 수군거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둥, 너 같은 걸 공작님이 거들떠볼 줄 아냐는 둥 제이콥이 떠나는 걸 반기는 분위기였다.

유리는 제이콥이 평범하게 고용된 시종이기에 자신이 붙잡을 핑곗거리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그저 서로를 보자마자 스파크가 튀어서 신나게 떡을 친 알파와 오메가일 뿐이었다.

수많은 알파와 오메가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들은 쉽게 헤어져 상대방을 잊어버리곤 했다. 그렇지만 유리는 그럴 수 없었다. 제이콥은 유리의 첫 남자였다.

제이콥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여겼기에 배신감을 느꼈다. 유리는 제이콥을 붙잡기 위해 그가 죄를 짓고 도망가려고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로 했다. 냉엄한 표정으로 시종장에게 제이콥의 가방을 열라고 했다.

“네? 그게 무슨. 저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

“글쎄. 그렇게 당당하면 확인해도 되잖아.”

제이콥은 안달리시아 공작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나름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시종들이 무시한 것처럼 제이콥의 유혹은 공작에게 통하지 않았던 거다.

그는 그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오메가 구멍이 앞에 있으니, 제이콥을 사용한 것뿐이었다. 제이콥은 울음을 터트렸다. 쌍놈의 새끼. 내가 저딴 새끼를 꼬셔서 결혼하려고 했다니. 마음을 고쳐먹고 손절하기 잘했다.

아무것도 훔친 게 없는 제이콥은 자신이 소지품 검사를 받고 무사히 공작저를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도주에 성공했다면, 자신을 찾기는커녕 공작이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침실에 두고 온 편지가 신경 쓰였다. 괜히 그딴 글을 썼다.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나중에 그 편지를 읽고 얼마나 자신을 비웃을까.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자신에게 가서 머리통을 치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꿈 깨!’

제이콥의 망상과 달리, 유리 안달리시아가 자기 오메가를 그냥 도망치게 둘 리 없었다.

유리는 잠옷에 달려 있던 보석 단추를 하나 떼서 제이콥의 가방 안에 투척했다. 제이콥이 펑펑 우느라 보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종들은 두 눈 멀쩡히 공작의 개수작을 보고야 말았다. 그제야 공작이 제이콥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알아차렸다.

“이거 봐. 넌 이 사파이어를 훔쳐서 도망치려고 했잖아. 시종장. 이 사파이어를 제이콥 월급으로 사려면 그가 얼마나 근무해야 하지?”

“3년입니다. 공작 각하.”

“이야, 비싼 것도 훔쳤네. 보는 눈이 있어.”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엉엉 울던 제이콥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번진 제이콥을 보며 유리는 속상해서 붉게 짓무른 눈가를 닦아주려다가 얼른 손을 거뒀다.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려고 한 오메가였다.

배신당한 애정만큼 그를 괴롭히리라 마음먹었다. 유리는 뻔뻔하게 제이콥에게 누명을 씌웠다.

“이제 보니 남창이 아니라 도둑이었네. 절도죄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내 저택에서 일해. 알겠어?”

유리는 혹시라도 제이콥이 잠옷에 달린 단추랑 가방에 들어간 단추가 같은 걸 확인할세라 신경질이 난 척 가방을 발로 차버렸다.

안에 담긴 옷들과 소지품이 바닥을 굴렀다. 그 사이에서 단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이콥이 억울하다고, 오해라고 유리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저 절대 아니에요. 도둑질 안 했어요. 믿어주세요. 공작님.”

유리는 야멸차게 제이콥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시종장이 상황을 정리하고 제이콥의 처우를 어떻게 할지 묻기 위해 공작의 뒤를 쫓았다.

“정말 시종으로 부리실 겁니까.”

“내가 싫어서 도망간 오메가야.”

“하지만… 지금 제이콥은 공작 각하의 후계자를 임신했을지도 모릅니다.”

유리도 알았다. 그래서 더 못 견디게 화가 났다. 시종장이 화난 유리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이콥에게 힘든 노동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가뜩이나 열성 오메가라 유산을 할지도 모르지만, 뭐 자기 복을 자기가 차버린 놈인데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평민 출신이라 가뜩이나 안달리시아 공작 가문의 안주인이 되기에 부족하다 싶던 찰나입니다.”

유리는 떠나려는 시종장을 얼른 붙잡았다. 시종장 트리니티가 아프다며 손목을 놓아달라고 했다.

“쉬운 일 위주로 시켜. 몸에 무리 가지 않는 일로다가.”

“시종 일 중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화장실에 수건 넣기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공작의 속마음이 이렇게나 훤히 들여다보일 수가 없었다. 시종장은 나중에라도 공작이 후회하지 않도록 그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오메가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공작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제이콥에게 빠져드는 걸 보고, 트리니티는 공작의 취향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공작은 고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취향에서 오억 광년 정도 떨어진 오메가를 좋아하는 별종이었던 거다.

어쩐지 묘하게 납득이 갔다. 페도로프 황제도, 선황도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알파 같은 미남 오메가를 좋아했다. 제이콥은 미남이 아니지만 덩치만 따지면 역대 유르한 황제들의 취향에 쏙 들어맞았다. 핏줄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싶었다.

시종장은 제이콥과 같은 오메가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 오메가는 대부분 가녀린 체구를 지녔다. 그러니 아무리 제이콥이 이상한 변태여도 안주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굳게 제이콥과 공작을 다시 이어주기로 결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이콥이 저택에 온 첫날 그렇게 주장하던 M사이즈 유니폼을 챙겨서 제이콥의 숙소로 향했다. 침대에 앉아서 우는 제이콥이 어쩐지 불쌍해 보였다. 안쓰러워진 그는 얼른 그걸 던져줬다.

“앞으로 이걸 입고 일하도록.”

“네? 왜요? 저 그냥 XL 사이즈 주세요.”

“아니. 제이콥 넌 아무리 봐도 M사이즈야. 이제 공작 각하의 침실 청소 담당이니까 어서 갈아입고 일이나 해.”

시종장은 제이콥에게 붙잡힐세라 얼른 도망치듯 방에서 나왔다. 제이콥은 시종장이 주고 간 작은 사이즈 유니폼을 상체에 대봤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치수였다.

한숨을 쉬며 옷을 벗고 시종복을 입었다. 작은 옷에 빵빵한 가슴이 갇혀 있다가 피융 가운데 단추를 날려버렸다. 벌어진 셔츠 사이로 옷에 갇혀서 생긴 가슴골이 노출되었다.

바지는 더 심각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바지가 엉덩이 중간에 걸쳐져 구멍이 보일 것만 같았다. 제이콥은 이런 바지에는 멋없는 사각팬티를 입을 수 없다 싶어서 얼른 검은색 T팬티로 속옷을 갈아입었다.

방을 나서자 이른 아침부터 청소 중인 시종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제이콥을 흉봤다.

“저거 봐. 미쳤나 봐.”

제이콥 때문에 알파 시종들이 내쫓긴 저택에서 더 이상 그의 육감적인 몸매를 보고 추앙해줄 존재들은 없었다. 잔뜩 의기소침해진 제이콥은 공작의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청소하는 김에 얼른 편지를 찾아서 자신의 흑역사를 불태워 버리기로 했다.

공작은 어느새 잠옷을 벗고 번듯한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제이콥이 들어오자 뚫어지게 쳐다봤다. 제이콥은 주춤거리며 들어와 침대 위를 정리했다.

움직일 때마다 셔츠가 잔뜩 올라가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고, 바지가 내려가 사과 같은 볼기짝을 볼 수 있었다. 장골에 살짝 걸쳐진 검은 끈은 속옷의 흔적이리라.

제이콥을 외면하려고 했으나 어느새 유리는 슬그머니 다가가게 되었다. 제이콥은 잔뜩 긴장한 채 편지를 찾느라 공작이 다가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제이콥은 침대 밑에 떨어진 자신의 편지를 발견했다. 얼른 그것을 숨기려고 했는데, 제이콥을 감상 중이던 유리에게 손이 붙잡혔다. 유리는 이게 뭐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쓰레기라 버리려고 한 거예요.”

유리는 제이콥에게서 편지를 빼앗아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흐물흐물 입매가 녹아내리고,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공, 공작님?”

“앞으로 유리라고 불러.”

유리는 이상형인 오메가 앞에선 한없이 쉬운 남자였다. 그를 꼬시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소용없었던 아름다운 우성 오메가들이 알면 열 뻗쳐서 뒷목 잡을 일이긴 하지만.

그는 제이콥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괴롭혀서 미안해.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콥콥아. 우리 결혼하자.”

놀랍게도 그들이 만나 한 거라고는 섹스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유리도, 제이콥도 상대방이 제 반려가 되기에는 몹시 부족함이 없다고 여겼다. 제이콥은 멧돼지가 달려가듯 공작에게 뛰어가 안겼다.

“네!”

유리의 품에 안긴 제이콥은 도르륵 눈을 굴렀다. 이게 웬 횡재인지 모르겠다. 공작이 미친 사이코패스 변태라 살짝 걱정되기는 했지만, 제이콥은 순진하게 이걸로 사파이어 도난 사건이 묻히겠다며 속으로 좋아했다.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황제는 막냇동생과의 통화를 통해 엄청나게 잘생긴 오메가를 기대하고 결혼식장에 왔다가 무척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결혼 당일이어도 말릴까 했다가 이미 오메가가 임신했다는 소식에 그냥 축하를 건넸다.

그렇게 제이콥은 안달리시아 저택의 전설이 되었다. 시종들이 단체로 미쳤는지 다들 꽉 끼는 사이즈의 시종복을 입고 돌아다녀서 시종장을 진저리치게 했다.

평민 출신의 천박한 오메가일까 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제이콥은 좋은 안주인이었다. 제이콥이 획기적으로 저택을 잘 돌봐서라기보다는, 아무것도 안 시키니 좋다는 의미였다.

유리 안달리시아는 침실 밖으로 자기 오메가를 내돌리는 경우가 없었다. 제이콥은 침실에 갇혀서 쉬지 않고 섹스를 한 덕에 어느덧 체지방이 쏙 빠지고 과한 근육도 적절히 빠져 훈남 기사 에스퍼 같은 몸매가 되었다.

이에 유리는 매우 불만이 컸다. 그는 두 손으로 잡을 때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왔던 제이콥의 부드러운 가슴 지방을 사랑했다. 또 턱 밑에 고인 턱살은 얼마나 귀여웠는데 그걸 누구 멋대로 없앤단 말인가.

“콥콥아, 너 나 몰래 다이어트하니? 도대체 살을 왜 빼는 거야. 지금 네 완벽한 몸매가 아주 엉망진창이라고. 관리 좀 하지 그래. 아무리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고 해도 너무 소홀하게 구는 거 아니야?”

제이콥도 할 말이 많았다. 아무리 잠자리로 이루어 낸 신분 상승이라 하더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말라 죽을지도 몰랐다. 만일 자신의 가이드 등급이 A급만 되었어도 이렇게 힘들게 귀족을 노려 결혼하지는 않았을 거다.

“유리, 제가 왜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겠어요? 다 유리 때문이잖아요.”

“뭐? 내가 뭘 어쨌다고.”

“아니, 우리 하루 종일 섹스만 하잖아요! 나 이러다가 복상사로 죽으면 유리는 참 좋겠어요? 우성 알파가 절륜하다고는 듣긴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유리 자지는 헐지도 않아요? 내 구멍은 다 헐어서 너덜거리는 것 같거든요?”

제이콥이 씩씩거리며 화냈다. 더 이상 못 한다며 하루에 한 시간만 섹스하자는 강구책을 내세웠다. 결혼과 동시에 섹스중독자처럼 살았던 유리였지만 제이콥의 살이 빠진 게 본인 탓이라니 이를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제이콥은 다시 근육과 지방을 늘리기 위해 철저한 운동과 식단 관리에 돌입했으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입덧이었다.

“우웁. 닭가슴살 개구려. 왜 이러지?”

운동을 하고 단백질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도저히 닭가슴살을 입에 넣을 수 없었다. 유리는 그런 제이콥을 위해 사과를 깎아줬다. 그건 또 맛있다고 제이콥이 우적우적 잘 먹었다.

유리는 제이콥에게 언제쯤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하나 눈치를 봤다. 그런데 그러려면 결혼도 하기 전에 본인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임신부터 시켰다는 걸 고백해야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제이콥이 화나서 유리와 상종하지 않을지 몰랐다. 놔두면 자연스레 알겠지 하며 유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제이콥은 열성 오메가인 자신이 임신을 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사과만 집어 먹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데 샐러드와 과일밖에 먹지 못한 제이콥은 어느새 늘씬하게 잘빠진 오메가가 되고 말았다. 공작저에서 일하는 시종들은 물론이고, 공작의 배우자를 비웃었던 귀족들은 살에 파묻혀 있던 제이콥의 미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이콥은 아인 페르디안과는 결이 다른 미남이었던 것이다. 쌍꺼풀 없이 큰 눈이 매혹적이고, 남자답게 높은 콧대가 시원시원했다. 턱선은 갸름한데 어깨가 떡 벌어져 얼굴이 조막만 해 보였다.

오메가임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은 졸지에 같은 오메가들에게 인기인이 되어버렸다. 그가 공작의 배우자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사교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는 더욱 제이콥의 인기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제이콥은 자신 앞에서 이리저리 허리를 꼬며 교태를 부리는 오메가를 보며 착잡해졌다. 어쩌다가 큰 가슴을 잃고 이런 처지가 되었나 싶었다. 물론 제이콥은 지금도 가슴이 컸다. 다만 예전과 달리 지방이 쏙 빠져서 훈련을 열심히 받은 기사처럼 탄탄한 가슴이라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딱딱하고 맛없는 가슴으로는 유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제이콥은 잘생긴 남편이 시무룩해져 돌아다니는 걸 떠올리며 인상을 썼다.

“어머, 제이콥 님, 혹시 무슨 고민거리 있으세요?”

“요즘 부쩍 입맛이 없어서요.”

“아휴, 그러시구나. 어쩐지 살이 많이 빠져서 몰라보게 잘생겨지셨더라고요.”

오메가들에게 둘러싸인 제이콥은 오메가 페로몬만 없으면 하렘을 건설한 알파 왕이었다.

“어쩜 이렇게 군살 없이 잘 빠지셨을까. 우리 알파 남편도 제이콥 님처럼 늠름하고 멋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뜬금없이 오메가가 제이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제이콥의 오른쪽 어깨가 점령당하자 왼쪽에 앉아 있던 오메가도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양손의 꽃이었으나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제이콥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하. 제이콥 님 부끄러워하시는 것 봐. 너무 귀여워.”

제이콥은 저를 뜯어 먹을 것처럼 구는 오메가들을 피해 달아났다. 마차를 타고 저택에 돌아와 요즘 부쩍 바쁜 유리를 찾았지만, 그가 없어 서운해 눈물을 흘렸다.

“훌쩍. 훌쩍.”

“제이콥 님. 왜 우시는 겁니까.”

시종장이 나타나 손수건을 건넸다. 정말 유능한 존재였다. 어떻게 자신이 울고 있는 걸 알고 찾아와 위로해주는 거람. 제이콥은 아인이 알렉세이에게 감시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걸 봐놓고는, 태평하게 자신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유리가 요즘 날 피하는 것 같아.”

한때 자신의 상사이고 한참 나이가 많은 시종장이었지만, 제이콥은 신분 상승을 하자마자 바로 말을 놓았다. 이 권력의 참맛을 누리기 위해 자신이 했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았노라 여기면서.

시종장은 제이콥에게 오해라고 설명했다. 황제 알렉세이가 마왕자에 의해 마계에 보내진 건 극소수만 아는 기밀이었다. 시종장은 공작의 손과 발이 되어 그를 수십 년 동안 보필한 최측근이라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됐다.

물론 유르한 제국의 황후가 될 아인 페르디안과 친구이며, 공작의 남편인 제이콥도 충분히 그 국가 기밀을 알아도 될 만한 존재이긴 했다. 그러나 시종장은 제이콥이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해 그 비밀을 공유하지 않았다.

제이콥이 답답해하더라도, 공작님이 황제 권한 대행자가 되었다는 말을 삼갔다. 그렇게 제이콥의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

한편, 그 시각 유리 안달리시아 공작은 황제 알렉세이가 사라져 황궁에 불려와 집무실에 갇혀 서류를 읽고 있었다. 한창 섹스를 해야 하는 신혼에 일해야 하는 제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그렇지만 페도로프가 형제들을 다 죽여버린 탓에 유르한 제국에 남아 있는 황족이 없었다. 알렉세이가 돌아오지 못하면 유리가 황제가 될 판이었다. 그럼 공작이랍시고 황궁에서 보낸 돈을 펑펑 써대며 탱자탱자 놀 수 없었다.

시름이 내려앉은 유리의 얼굴을 보고 보좌관으로 붙은 하인리히 후작이 ‘나라 걱정에 상심이 크신가 보다.’ 하였다. 물론 완벽한 오해였다. 하인리히 후작은 안달리시아 공작에게 각 지역에 예산안을 재작성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황제 폐하께서 안 계신 틈에 미친 귀족 새끼들이 예산안에 장난질을 쳐놓았습니다. 작년 대비 2배, 심하면 10배를 더 달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하인리히 후작의 지시에 따라 유리는 펜대를 잡고 지역별로 다시 예산안을 작성하라는 서류를 유려한 문장으로 적어 내렸다.

그러다 슬쩍 하인리히 후작의 눈치를 보며 서류 밑에 숨겼던 매직 미러를 꺼냈다. 유리는 공작저에 설치해둔 영상 기록 마도구를 통해 남편을 관찰했다. 알렉세이처럼 에스퍼가 아닌 유리는 마도구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공작 각하! 뭐 하시는 겁니까!”

매서운 후작의 호통에 유리는 뻔뻔하게 서류 밑에 숨겨둔 매직 미러를 꺼냈다.

“뭘 하긴. 내 남편을 훔쳐보고 있었다.”

“이건 집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압수입니다.”

“젠장. 알렉세이 새끼. 도대체 S급 에스퍼라면서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

하인리히 후작이 야근을 하고 가라고 했으나, 정시 퇴근을 시켜주지 않으면 외국으로 도망가겠다고 해서 간신히 제시간에 공작저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유리의 착각이었다. 하인리히 후작은 이럴 줄 알고 근무 첫날부터 유리에게 정시 퇴근 시간이 오후 9시라고 거짓으로 알려준 것이다.

유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늦은 밤, 지친 마음과 몸을 끌고 제이콥이 있을 부부 침실로 향했다. 제이콥이 등을 돌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콥콥아. 여보야 왔다.”

“흥!”

“그러지 말고 빨리 얼굴 보여주라. 응? 나 오늘 일하느라 무지 힘들었단 말이야.”

제이콥이 울면서 유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유리는 은근슬쩍 자지에 뺨을 문대는 제이콥의 행동에 자신이 남편 하나는 잘 얻었다고 생각했다.

“너무해용. 자기. 콥콥이가 살 빠져서 이제 싫어진 거죵?”

제이콥은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유리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은 채 엉덩이를 흔들었다. 유리의 손이 제이콥의 엉덩이에 자석이 부착된 것처럼 달라붙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넌 살 빠져도 여전히 훤칠하고 멋져. 물론 내 이상형에서 살짝 벗어나긴 했는데 타고난 미모가 어디 가겠어. 해골 뼈다귀 같은 너도 좋아. 콥콥아.”

비약이 무척이나 심한 부부였다. 제이콥은 해골 뼈다귀 같기는커녕 오랫동안 검술을 연마한 에스퍼처럼 근육이 꿈틀거리는 체형이 되어 같은 오메가들까지 홀리고 있었다.

유리는 제이콥의 잠옷 바지를 내렸다. 상의는 걷어 올려 허리를 드러냈다. 잘록한 허리에는 척추 기립근이 예쁘게 잡혀 있었다. 유리가 손으로 천천히 제이콥의 등을 쓸어내렸다.

“으응~.”

제이콥이 간드러진 콧소리를 내며 유리의 애간장을 녹였다.

“오늘 식사는 제대로 했어? 또 풀만 먹은 거 아니지? 정말 큰일이다.”

유리는 임신한 오메가의 영양 상태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제이콥은 역시 유리가 자신의 젖통이 작아진 걸 신경 쓰는구나 싶어서 속상해했다.

제이콥은 유리의 바지 지퍼를 이로 물어서 내렸다. 손은 쓰지 않고 오로지 입으로만 속옷에서 성기를 꺼냈다. 제이콥은 다른 오메가들과 달리 못생긴 탓에 잠자리 기술을 잘 익혀야만 했다.

살이 빠진 지금,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것 같이 멋있어졌지만, 제이콥은 여전히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믿었다. 오히려 예전에 있던 장점을 잃고 더 못나졌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볼품없어진 제이콥을 유리는 계속 사랑해줬다. 제이콥은 결혼 전, 자신이 남편의 공작 작위와 돈만 보고 꼬신 걸 조금 반성했다. 물론 지금도 제이콥이 유리를 사랑하는 이유의 90%는 공작이라는 그의 신분과 엄청난 재산이기는 했다.

어쨌든 제이콥도 유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럼 된 거였다. 제이콥은 유리의 거대한 페니스에 뺨을 붙이고 문질렀다. 좆구멍에서 흘러내린 쿠퍼액으로 뺨이 금세 미끌미끌해졌다. 제이콥은 성기를 입으로 가져가 쫍 빨았다.

우리 남편이 낮 동안 많이 쌓였구나 싶었다. 이를 입술로 감싼 채 좆기둥을 훑었다.

“읍. 흡. 읏. 흐응~.”

제이콥은 목젖이 찔리면서도 구멍을 조이며 애액을 흘렸다. 타고나길 알파 자지 없이는 못 사는 체질이었다. 유리가 제이콥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내벽을 만졌다. 헤픈 구멍이 후드득 애액을 흘렸다.

목젖 너머까지 들어간 좆을 제이콥이 기도로 확 조였다. 유리는 제이콥의 머리카락에 깊숙이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최대한 자기 쪽으로 당기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제이콥은 목구멍이 범해지면서도 남편의 손가락에 의해 자극당하는 구멍이 가려워 마구 엉덩이춤을 췄다.

유리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제이콥의 입에서 좆을 꺼냈다. 제이콥은 잔뜩 벌린 입을 닫지 못하고 굶주린 개처럼 침을 뚝뚝 흘렸다.

“헥헥. 헥.”

혀를 내민 채 헐떡이는 제이콥의 야한 모습에 유리는 얼른 뒤로 자리를 옮겼다. 잔뜩 성난 채 핏줄이 불거진 좆을 구멍에 밀어 넣었다. 좁은 내벽이 늘어나면서 유리의 것을 온전히 삼켰다.

“으응. 더. 더 세게 넣어주세요.”

제이콥은 거친 플레이를 좋아해서 이런 부드러운 삽입에 만족하지 못했다. 유리는 좆을 문 제이콥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그러면 잘 조여야 할 거 아니야. 하여간 발정만 나서 쑤셔주기만 하면 좋아하지.”

엉덩이를 맞은 제이콥의 속살이 쫀쫀하게 유리의 페니스에 달라붙었다. 유리는 제이콥의 배가 침대에 눌리지 않도록 가슴을 움켜잡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예전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출렁이던 가슴은 아니었지만, 손에 잡힌 딱딱한 근육 또한 마음에 들었다.

유리는 진정으로 제이콥을 사랑하는 게 틀림없었다. 제이콥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와 키스를 나눴다.

“사랑해, 콥콥아.”

“으응. 저도요.”

유리는 무릎 위에 알파처럼 커다란 오메가를 앉혀놓고 계속 좆질을 했다. 젖꼭지를 쥐어뜯듯 강하게 잡아당겼다. 구멍이 확 오므라들면서 좆을 끊어버릴 듯 죄었다.

유리는 반대 손으로 튼실한 제이콥의 좆을 잡았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제이콥과 혀를 섞고 손으로 각각 젖꼭지와 좆을 만져주며, 자지로는 구멍까지 쑤셔주니, 이쯤 되면 가이드 남편에게 어울리는 능력자지 싶다.

그가 진짜 에스퍼였다면 제이콥이 주말마다 신전으로 가이딩 봉사활동을 나가지 않았을 텐데 아쉬었다.

유리는 제이콥이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고 포옹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에스퍼가 되고 싶었다. 그럼 제이콥의 손도, 포옹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유리는 아쉬움을 느끼며 제이콥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투명한 침이 둘 사이에서 길게 늘어지다가 끊겼다. 유리는 황홀함에 젖은 제이콥의 붉은 눈가를 보며 웃었다.

“역시 귀엽단 말이지.”

그렇게 그들의 애정 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하루에 한 시간만 섹스를 하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날밤을 새우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유리는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 머리칼을 헝클이며 짜증 냈다.

“아 씨, 후작 새끼가 또 지랄하겠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어기적 싫은 티를 내며 준비하고 황궁으로 향했다. 그런데 유리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알렉세이 황제가 돌아왔단다. 얼른 알렉세이에게 그동안 작업한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그는 공작저로 돌아갔다.

침실 문을 벌컥 열고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콥콥아. 여보야, 왔다!”

그러나 제이콥이 없었다. 시종장이 나타나 제이콥의 외출 소식을 알렸다.

***

제이콥은 요즘 부부 관계에 소홀한 남편을 꼬시기 위해 직접 오메가 속옷 상점에 들렀다. 가게 점원이 알파처럼 생긴 오메가를 보고는 바로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어서 오세요, 제이콥 님.”

제이콥은 VIP 대기실로 안내받았다.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와서 어떤 음료와 디저트를 먹을 건지 물었다. 제이콥은 속옷 구경만 하러 왔는데 먹을 것을 주는 상류층 쇼핑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피… 아니 우유랑 초코 쿠키 주세요.”

커피를 마시려고 하다가 우유로 바꿨다. 어제 꿈에서 예쁜 호랑이가 제이콥에게 달려들어 젖을 먹는 꿈을 꿨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태몽 같긴 한데 자신이 열성 오메가인지라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속옷을 볼 때가 아니라 의원을 찾아가 임신했는지 알아봐야 했지만,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최대한 미룰 생각이었다. 참으로 바보 같았다. 그렇지만 임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싶지 않았다.

VIP 대기실에 앉아서 초코 쿠키를 오독오독 먹으면서 바지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손으로 털어냈다. 다른 손님들이 왔는지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정말이라니까요. 제가 예전에 제이콥이랑 같은 고향 출신이었는데요. 걔가 워낙 못 생겨서 첫 힛싸 때 수도에 올라왔는데 인안나 신전에서 거절당했답니다. 히히히. 완전 웃기죠.”

“하긴 제이콥 님이 오메가처럼은 안 생겼죠. 그래도 알파였으면 인기 많았을 텐데 아쉽네요.”

자코모의 목소리였다. 제이콥은 손을 덜덜 떨었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다른 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이콥은 뒤가 구린 게 많은 오메가였다.

유리를 만나기 전까지 여러 에스퍼들과 그룹 섹스를 할 만큼 방탕하게 지냈다. 아무리 알파와 오메가들이 러트와 히트라는 핑계를 대며 걸레처럼 살아도 유리는 그런 제이콥의 과거를 몰랐으면 했다.

그에게 제이콥이 첫 남자라는 걸 알아서일까. 천박하게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그를 유혹했음에도 그가 자신을 걸레로 보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새 그는 제이콥의 안에서 놀라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제이콥은 그가 자신의 난잡한 과거를 아는 게 무서웠다.

“사실 제이콥이 안달리시아 공작님이랑 결혼한 게 다 제 덕분이랍니다. 제가 제이콥이 오메가가 됐을 때, 저 새끼 더럽게 못생겨서 굶어 죽겠구나, 해서 알파 유혹하는 기술을 알려줬거든요.”

“어머! 어쩐지. 제이콥 님이 살 빠지기 전에 더럽게 못생겼었는데 어떻게 공작님이랑 결혼했나 싶었는데, 자코모 님의 도움이 있었군요.”

“그뿐만 아니라 제가 제이콥을 먹여 키웠다고 볼 수 있답니다. 대가 없이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몰라요.”

하! 어이없었다. 물론 자코모로 인해 알파와 오메가의 세계에 눈을 뜬 건 맞았다. 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제이콥을 끌고 귀족들이 다니는 카페나 의상점에 가서 선물을 사줬다.

게다가 그걸 장부에 적어두고 나중에 갚으라고, 자기 후원자 중에 고리대금업자가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걸 자기 입으로 도와줬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화가 났다. 그럼에도 그가 제이콥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제이콥의 고개가 점점 수그러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자코모와 귀족들이 VIP 대기실에 들어왔다가 이미 앉아 있던 제이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제이콥 님, 안녕하세요.”

평소 제이콥에게 복근 좀 만져보고 싶다고 매달리던 오메가 귀족이 인사했다. 자코모는 고향에서처럼 백작 부인이 되어서도 오메가들을 거느리는 여왕벌 노릇을 하고 있었다. 살짝 당황하는 듯 보였던 자코모는 기죽은 제이콥을 보고 바로 의기양양해졌다.

“안녕, 제이콥. 오랜만이다. 너도 귀가 있으니 들었을 테지만, 내가 네 고향 친구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어. 뒷담화 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제이콥은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욕이 아니라 해도 자신은 기분 나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이 대답하지 않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오메가 귀족들이 제이콥의 눈치를 보며 자코모에게 얼른 사과하라고 했다.

자존심이 강한 자코모는 아직도 제이콥이 자기보다 더 신분이 높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오메가 귀족들을 얼른 안달리시아 공작 부인 제이콥에게 다가가 알랑방귀를 뀌었다.

“제이콥 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자코모와 아무 상관도 없어요.”

“맞아요. 저희는 언제나 공작 각하와 제이콥 님을 위해 밤낮으로 후계자 생기시라고 기도하고 있다고요.”

저랑 같이 어울리던 오메가 귀족들이 제이콥에게 붙자 자코모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삐죽 올라갔다. 잔뜩 짜증 난 자코모는 제이콥을 노려보며 물었다.

“제이콥, 네가 대답을 안 하니까 마치 내가 너 흉본 것처럼 오해받잖아. 너 혹시 인성에 문제 있어? 왜 네 뒷담화 한 거 아니라고 하는데도 인정을 못 해.”

“…기분 나빴으니까.”

“뭐?”

“내가 기분 나빴으니까 너 뒷담화 한 거 맞다고. 어디서 공작 부인을 백작 부인 따위가 흉보고 그래. 네가 평민 출신이어서 아직 신분제에 익숙하지 않은가 본데, 내가 너 마음에 안 든다고 채찍으로 때려도 넌 찍소리 못 해.”

자코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기가 생각해도 불리하다는 걸 알아서다. 제이콥은 시장에서 사과를 사다가 마주쳤을 때, 자신이 받았던 모욕을 갚아주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원이 얼른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제이콥 님.”

귀족은 굳이 말로 아랫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됐다. 그들의 눈빛, 손짓, 그 모든 걸 예민하게 지켜보는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가게에 있는 속옷 종류별로 내 사이즈에 맞춰서 공작가로 보내줘.”

“예, 감사합니다.”

오메가 귀족들이 제이콥의 통 큰 쇼핑에 감탄하며 역시나 하고 감탄했다. 더불어 그들은 공작이 가진 부와 명예와 권력을 제이콥이 똑같이 누리는 걸 몹시 부러워했다. 제이콥은 도도하게 자코모를 내려다보며 셔츠 단추 하나를 떼서 바닥에 던졌다.

“네가 예전에 빌려준 돈, 얼마 안 한다고 안 받으려고 했지? 안 되겠다. 그거 몇 푼 안 하는데 자꾸 뒤에서 내가 마치 너한테 큰 도움이라도 받은 것처럼 떠들어대면 어떡해. 받아둬. 거스름돈을 필요 없어. 그까짓 것 나한테는 별거 아니거든.”

셔츠 단추 하나가 사라져서 제이콥의 쇄골이 드러났다. 유리가 지독하게 물고 빨고 씹어서 생긴 붉은 자국들이 빼곡하게 보였다. 오메가 귀족들이 “어머 어머, 사랑받으시는 거 좀 봐. 부러워~.” 하며 제이콥의 비위를 맞춰줬다.

자코모는 어렸을 때부터 무시한 못난이 제이콥이 감히 자신을 모욕한 일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저지른 사치 때문에 빚이 많았다. 이혼당할까 봐 남편에게는 빚을 다 말하지 못하고 인안나 신전에서 몸을 팔아 조금씩 갚고 있었다.

그런 자코모는 겨우 자존심 때문에 제이콥이 준 다이아몬트 단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상황에 더 자존심 상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면서 단추를 주워 주머니에 얼른 넣었다.

분노로 눈 밑 근육이 파르르 떨렸지만, 예전에도 제이콥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듯 이번에도그리하겠노라 다짐하며 웃어 보였다.

“제이콥, 너무 예민하게 군다. 알았어. 이걸로 우리 빚 청산하는 거다? 넌 어째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한테 이리 못되게 구니.”

“…미안. 나도 너한테 속상한 게 많아서 그랬어.”

자코모는 여우처럼 살살 눈웃음을 치며 제이콥 옆에 꼭 붙었다. 제이콥의 팔짱을 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구는 자코모를 보고 다른 귀족들이 ‘엄청난 새끼.’ 하고 속으로 욕했다.

가게 점원이 눈치를 보다가 사태가 소강된 것 같아 나섰다. 비싼 명품이니만큼 혹시라도 물품에 하자가 있는지 본인에게 확인을 받고, 문제가 없었다는 서명을 받아둬야 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혹시라도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제이콥은 엄청난 양의 속옷을 보며 충동적으로 과시하듯 쇼핑한 걸 후회했다. 가뜩이나 살 빠져서 남편하고 사이가 멀어졌는데, 이렇게 과소비한 걸 보면 유리가 이혼하려고 들지 몰랐다.

환불하고 싶어도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점원의 안내에 따라 속옷을 확인하고 서류에 서명을 해버렸다. 점원들이 속옷이 든 상자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날랐다.

“바로 안달리시아 공작저에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아놀드 속옷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이콥은 가게 입구까지 점원에게 친절한 배웅을 받았다. 문을 열자마자 안달리시아 공작 가문의 인장이 찍힌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공작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팔에 여전히 자코모가 매달려 있었다.

“이거 놔. 나 가야 해.”

“제이콥.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를 이렇게 보낼 거야? 너 정말 야박하다.”

“그럼 어쩌라고.”

“…하하. 어쩌긴. 같이 공작저에 가서 식사라도 함께 하자.”

자코모가 어떤 오메가인지 아는 제이콥은 선뜻 그러자고 대답할 수 없었다. 고향 마을 알파들은 다 자코모에게 홀려서 전 재산은 물론이고 집문서까지 가져다 바쳤다. 순진한 유리는 처음으로 오메가에게 유혹당해 넘어간 것뿐일지도 몰랐다.

제이콥은 제가 못생겼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유일한 장점이었던 큰 가슴도 작아진 지금, 유리가 자코모를 보고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목구멍으로 먹을 게 넘어가지 않는 걸까. 무슨 큰 병에 걸린 걸지도 몰랐다. 죽을병에 걸렸다면 빨리 아인이에게 말해서 힐링 포션을 얻어 마셔야 했다. 제이콥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제이콥 님. 타시죠.”

마차 문을 열고 기다리던 기사가 제이콥을 재촉했다. 자코모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얼른 마차에 타버렸다. 제이콥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차에 올랐다. 부디 오늘도 유리가 늦게 저택에 돌아오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웬일로 낮부터 유리가 공작저에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이콥을 끌어안은 유리가 키스를 퍼부었다.

“콥콥아, 나 이 선물 무지 마음에 들어. 자기한테 입히고 싶은 거 너무 많더라. 하아~, 어떡해. 좆 터질 것 같아.”

이제는 사라진 턱살인데, 유리가 미련을 못 버리고 턱밑을 혀로 핥아댔다. 손은 가슴을 거침없이 주무르며 젖꼭지를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미리 도착한 속옷들은 시종들에 의해 부지런히 옮겨지고 있었다. 몇몇 박스가 침실로 향하는 걸 보면 유리가 그걸 입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제이콥의 군마와 같은 허벅지에 유리가 발정 난 개처럼 하체를 문질러댔다.

“하아~, 하아~. 빨리 가자. 나 이러다 싸겠어.”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면서 헐떡이는 만년 러트, 자신의 남편을 보니 야한 속옷을 구매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콥은 그와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 같아 기뻤다. 유리가 왜 쓸데없는 데 사치를 부렸냐고 화내지 않는 것도 자신을 아끼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그러느라 자코모가 함께 왔다는 걸 잊어버렸다. 제이콥의 큰 덩치 때문에 가려져 있던 자코모가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유리가 뒤에 딸린 그를 보고 뭐냐고 물었다.

“고향 친구인데, 쇼핑하다 우연히 만나서요.”

“아, 그래. 근데 왜 널 따라왔대?”

“함께 식사라도 하게요.”

제이콥은 마음 같아서는 못된 악당처럼 자코모를 바닥에 내팽개쳐 버리고 싶었다. 도대체 왜 자신을 따라왔냐, 혹시 자신의 남편을 노리는 거냐, 화내고 싶었다. 자코모는 유부남이어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는 백작 남편을 버리고 언제든지 공작 남편으로 갈아탈 오메가였다.

유리가 시큰둥해져서 시종장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갑자기 손님을 맞이하게 된 시종들은 바삐 부엌으로 달려갔다. 요리사들은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를 기다릴 동안 공작 부부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응접실로 향했다. 세 사람 앞에 따뜻한 보리차가 놓였다. 공작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차에 자코모가 찻잔으로 입을 가린 채 비웃었다.

보리차는 제이콥이 고향에서 즐겨 마시던 차였다. 공작이 제이콥을 퍽이나 아끼는 듯했지만 자코모는 자신이 공작을 꼬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무용수처럼 가녀린 몸매를 가진 미인이었다.

또한 제이콥처럼 열성이 아닌 우성이어서 페로몬만 내보내면 알파들이 질질 싸며 개처럼 달려들었다. 자코모는 은근슬쩍 덥다고 손부채질을 하며 밑밥을 깔았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단숨에 두 개 풀어버렸다.

당연히 공작이 자신의 목덜미를 훔쳐볼 거라 생각했는데, 공작의 시선은 단추 한 개를 떼어내 벌어진 제이콥의 셔츠 속을 보느라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헛기침 소리를 내며 주의를 끌었다.

“크흠. 공작님, 차 맛이 좋네요.”

“아. 내 반려가 좋아하는 차다. 너도 고향 친구라니 알겠군. 제이콥을 위해 직접 비옥한 땅에 보리농사를 짓게 해 차로 만든 거다. 시중에서는 맛볼 수 없을 테니, 많이 마셔두도록 해.”

그렇게 말하는 유리 안달리시아 공작은 보리밭에 대한 자긍심과 반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제이콥은 그냥 시중에서 산 보리차인 줄 알았던지라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유리가 자신을 위해주는 줄 몰랐다.

졸지에 이상한 오해로 멀어졌던 부부 사이를 더 가깝게 해준 자코모는 이를 악물었다. 짜증을 참으며 뜨거운 보리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공작 각하.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이만 일어나도록 하지.”

공작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제이콥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이콥이 뭐 대단히 위험한 산이라도 오르는 것처럼 공작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자코모는 어떻게 해야 공작을 꼬실 수 있나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식당에 도착한 부부는 나란히 얼굴을 마주 보며 앉았다. 유리가 제이콥의 얼굴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앉는 거였지만, 자코모는 큰 오해를 했다.

공작이 자기 옆자리에 앉힐 만큼 제이콥을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언제 기죽었냐는 듯 의기양양해진 자코모는 공작 가문의 식사라고 하기에는 엄청나게 소박한 음식들을 보고 인상을 굳혔다.

남부 출신인 그들의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이 식탁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았다. 제이콥의 아버지가 그러했고, 자코모를 낳아준 오메가 아버지가 그러했다.

매일같이 식탁 위에 자투리 야채와 토마토소스를 함께 넣고 끊인 스튜가 올라오곤 했다. 제이콥이 허겁지겁 고향에서 먹던 스튜를 먹었다. 유리는 특별히 지시해서 준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콥콥아.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너무 맛있어요. 신기하게 울 엄마가 끓여준 스튜랑 완전 똑같아요.”

스튜를 다 먹은 제이콥의 앞에 감자와 가지, 애호박과 같은 야채로 만든 그라탕이 놓였다. 수저로 한술 뜬 제이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이거!”

“드디어 알아보네. 사실 네 고향에 사람 보내서 부모님 찾아뵀어. 어머님이 너 임신해서 음식 못 먹는다니까 직접 레시피 적어주시더라.”

제이콥은 유리가 자신을 위해 엄마의 레시피를 구해온 것에 감동받았다가, 그가 한 오해를 듣고 울음을 터트렸다. 열성 오메가인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는 괜한 친절을 베푸는 거였다.

“왜 울어? 그렇게 좋아?”

“흑흑흑. 유리. 저 임신, 흑, 안 했어요.”

“…뭐야. 너.”

유리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자코모는 공작이 임신 사실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이제 가망이 없다 싶었다가, 본인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걸 듣고 마음을 놓았다.

자코모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웃는 걸 본 시종들이 그의 헛꿈을 알아보고 혀를 찼다. 공작이 제이콥을 얼마나 총애하는지 알면 저런 생각은 절대 안 할 텐데 말이다.

“아직도 몰랐어? 너 임신했어.”

유리는 결혼 전에 허락도 안 받고 임신시켜버린 죄를 고하기로 했다. 제이콥의 고향 친구라고 해놓고 은근히 페로몬으로 추파를 던지는 자코모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더 이상 얼토당토않은 짓을 저지르면, 아무리 제이콥의 고향 친구라도 해도 얼굴에 뜨거운 그라탕을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아니라니까요. 저 열성인데 어떻게 임신해요.”

“그래서 마도구의 도움을 받았잖아. 내가 처음 너한테 노팅했던 날 기억하지? 그때 쓴 마도구가 자궁 입구 열어주는 거거든. 너한테 말도 안 하고 임신시켜서 미안해.”

활짝 피어났던 자코모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마치 짜자작, 유리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첫눈에 반한 오메가를 내 반려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어. 널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 제이콥.”

“유리….”

제이콥은 용서를 비는 유리에게 두 팔을 뻗었다. 유리가 얼른 제이콥이 앉은 식탁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제이콥의 무릎과 등을 팔로 받쳐서 안아 올렸다.

공작 부부의 닭살 돋는 애정 행각에 익숙한 시종들은 이제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경지에 이르렀다.

“식사 다 했으니까 우리 빨리 새로 산 속옷 입어보자.”

“네.”

품에 안긴 제이콥이 무슨 병아리라도 되는 양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공작이 입을 맞췄다. 그들은 그렇게 식당을 나가버렸다. 자코모는 홀로 식탁에 남겨졌다. 그가 냅킨을 집어던지며 짜증 냈다.

“씨발.”

사랑 없이 오로지 조건만 보고 결혼한 자코모는 권력, 돈,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조리 차지한 제이콥이 부러워 배 아파 죽을 것 같았다.

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당장 풀어야 했다. 자코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작저를 나와 미친 듯이 보석 상점으로 달려갔다. 닥치는 대로 보석을 구매했다. 구매 서류에 서명을 하고 백작저로 돌아왔는데, 백작이 나와 있었다.

“당신이 어쩐 일이에요.”

자코모는 안달리시아 공작처럼 남편이 집에 돌아온 자신을 안아줄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의 옆에서 변호사가 나타나 서류를 내밀었다. 남편이 턱짓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거기 서명해.”

“네? 이게 무슨.”

자코모는 이혼 서류를 받아들게 되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혼 서류를 구겨서 바닥에 던져버렸다. 막대한 위자료를 주기 전까지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위자료? 위자료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이 빚진 게 얼마인 줄이나 알아? 그리고 너, 나 몰래 인안나 신전에서 몸 팔고 있었더라? 그동안 네가 진 빚, 다 너한테 청구할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거다.”

백작이 바닥에 던져진 종이 뭉치를 발로 지르밟았다. 자코모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협의 이혼하기 싫으면, 재판상 이혼해. 너한테 이혼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에 우린 무조건 이혼할 수 있어.”

“여보,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제가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 팔았던 거예요.”

자코모는 얼른 울면서 무릎 꿇고 남편 다리에 매달렸다. 아이도 없는 탓에 이혼하면 양육비를 받아낼 수 없고, 귀족 작위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백작이 한참 망설이다가 고백했다.

“나 E급 에스퍼야. 제대로 능력 써먹지도 못하는 등급이긴 한데, 지금 네 속마음은 다 들린다. 너한테는 내가 그냥 돈줄이지? 네가 어떤 녀석인 줄 알면서도 노력하다 보면 날 사랑해줄 거라고 믿었던 내가 병신이다.”

백작의 바짓단을 잡았던 자코모의 손아귀에서 힘이 풀렸다. 천 갈래 만 갈래 찢긴 이 심장은 알지도 못하고 그가 가버렸다. 후회는 언제나 늦었다.

***

제이콥은 유리에게 안겨서 침실에 도착했다. 그가 침대에 조심스럽게 제이콥을 내려놨다. 제이콥은 아직도 자신의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납작한 배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유리가 상자에서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서 강아지 꼬리가 달린 팬티와 강아지 귀 머리띠, 그리고 방울이 달린 목줄을 꺼냈다. 제이콥은 얼른 옷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유리가 제이콥에게 강아지 귀 머리띠를 씌워줬다. 꼬리가 달린 팬티를 입히고, 목줄까지 채우니 영락없이 개 수인처럼 보였다. 그가 제이콥의 뺨을 손으로 감싸 키스했다.

“만약 네가 진짜 개라면, 넌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수캐일 거야.”

쪽쪽. 제이콥의 입술을 빨면서 유리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제이콥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우성 알파가 고작 열성 오메가에 불과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알파 페로몬에 구멍이 흐물흐물해져 있는데, 유리가 목줄을 잡아당기며 매섭게 혼냈다.

“자세 안 잡고 뭐 해. 버릇없는 개 같으니라고.”

“아!”

희열감이 전신을 벼락처럼 관통했다. 제이콥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주인님이 다시 한번 목줄을 잡아당겼다. 제이콥은 얼른 네발로 엎드려서 엉덩이를 유리에게 내밀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재롱을 부리니, 그가 오른쪽 볼기를 손바닥으로 짝 때렸다.

“함부로 발정하지 마. 이렇게 예쁘게 굴면 다른 수캐들이 다 달라붙어 네 구멍 따먹을 거 아니야.”

유리가 엉덩이를 때려줄 때마다 제이콥은 오메가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큰 사이즈의 좆으로 쿠퍼액을 질질 흘렸다. 헥헥, 혀를 입 밖으로 내민 채 헐떡이는 모습이 정말 개라도 된 것 같았다.

매를 맞아 뜨끈뜨끈해진 볼기를 유리가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아앙!”

아픈 걸 좋아하는 제이콥이 진저리를 치듯 엉덩이를 흔들었다. 유리가 제이콥의 팬티를 벗겨내니 애액을 흠뻑 싸서 팬티 안에 질척한 점액질이 고여 있었다.

유리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제이콥의 구멍에 혀를 가져다 댔다. 두툼한 혀로 구멍 주름을 문지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콥이 상체를 무너트리고 젖통을 침대 시트에 문질렀다. 이 음란한 오메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유리를 만나서 제이콥은 무사할 수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못된 알파들에게 붙잡혀 평생 좆물을 받으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을 것이다.

물론 유리는 제이콥의 큰 가슴과 쫀쫀한 구멍을 노리는 쓰레기 알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열두 명만 낳게 할 계획이었다. 쓰레기 알파들과 유리는 엉덩이냐 궁둥이냐 하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었지만, 유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길거리의 아이들이 붉은 사루비아 꽃의 꿀을 입으로 쭙쭙 빨아 먹듯 유리는 제이콥의 꽃물을 흠뻑 마셨다. 구멍에서 입을 떼어내자 입가가 온통 애액으로 젖어 있었다. 혀로 핥아 입가를 정리한 뒤, 그는 발기한 좆을 구멍에 밀어 넣었다.

“아앗. 좋아요. 유리, 더 세게 박아주세요.”

제이콥이 넣자마자 교성을 지르며 가버렸다. 예민해도 너무 예민한 몸이었다. 좆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달라붙어서 조이는 내벽은 제이콥의 근육질 몸처럼 탄력 있고 완벽했다.

아무리 써도 색만 탁해질 뿐 이렇게 맛 좋은 것은 돌덩이 같은 엉덩이 근육 덕분이리라. 운동으로 다져진 오메가의 엉덩이는 오로지 섹스를 위해 수련한 결과물이었다.

제이콥은 거대한 육봉을 배 속에 담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때마다 목에 걸린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 유리가 목줄을 뒤로 잡아당겼다. 제이콥의 머리가 들리며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는 말에 탄 기수처럼 좆을 박다가도 제이콥이 너무 흥분하면 목줄을 잡아당겨 멈추게 했다. 쉬지 않고 마찰되는 내벽은 뜨끈하다 못해 속살이 아릿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절정에 도달하기만 하면 멈춰 세우는 유리 때문에 제이콥은 완전히 가지 못했다.

유리는 쌕쌕 숨을 몰아쉬며 직접 제이콥의 젖꼭지를 꼬집었다. 안에 담고 있는 좆을 내벽이 쥐어짰다. 유리가 땀에 젖은 제이콥의 뒷목에 입맞춤을 했다.

“콥콥아. 가고 싶어?”

“네~. 여보, 제발 콥콥이 가게 해주세요.”

“그럼 내가 갈 수 있게 제대로 조여.”

유리가 그렇게 말하며 제이콥을 번쩍 들어서 자기 위에 앉혔다. 그가 제이콥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앗. 아앙. 아아!”

제이콥은 몸이 흔들릴 때마다 출렁이는 제 가슴을 내려다봤다. 지금은 살이 빠져서 작아졌지만, 임신을 했으니 젖이 돌면 빵빵하게 커질 거다.

그땐 가슴 크기부터 유륜과 유두 모두 발달해 남편을 만족시킬 수 있다. 제이콥은 자신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젖 달라고 조르는 유리를 상상하며 배를 조였다.

약속대로 제이콥이 구멍을 잘 쓰니, 유리가 씨물을 안에 흠뻑 싸줬다. 알파의 페로몬이 농축된 정액이 점막에 흡수되면서 제이콥은 더욱 큰 쾌감을 느꼈다.

“아아앙. 가! 가버려~.”

천박한 오메가의 교성이 쩌렁쩌렁 침실을 울렸다. 제이콥은 좆구멍으로 물대포처럼 투명한 액을 뿜어냈다.

분수를 싼 제이콥은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꼬챙이처럼 제이콥을 꿴 유리의 좆은 사정으로 죽은 듯싶더니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아홉 번 넘어지면 열 번을 일어설 자지였다.

제이콥은 자코모 덕에 유리에 대한 제 사랑을 깨달았지만 순간적으로 자신이 결혼을 잘한 걸까 생각해버렸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우성 알파가 내보내는 페로몬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이콥은 몽롱하게 눈이 풀려 발정 난 개처럼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렇게 한 마리의 개와 그 개를 보고 발정하는 주인은 다음 날이 될 때까지 섹스를 했다. 속옷 쇼핑이 불러온 후유증은 엄청났다.

왜냐하면 상점에서 쓸어온 속옷을 다 착용하고 유리와 섹스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은 의원이 가끔 와서 몸 상태를 진찰할 때를 제외하고는 유리와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렇게 열성 오메가인 제이콥이었지만, 우성 알파에게 페로몬 테라피를 지독하게 받아 산달까지 유산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

제이콥보다 먼저 임신했던 아인은 제왕절개 후 힐링 포션을 사용해 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제이콥도 아인과 같은 방법으로 출산할 예정이었다.

유리가 젖몸살을 예방해주겠다는 핑계로 온종일 불어 터지도록 주물럭거린 가슴에 연고를 발라줬다. 연고 때문에 번들거리는 가슴을 보고 유리가 참지 못하고 제이콥에게 달려들었다. 제이콥은 워낙 생활화된 지 오래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배 속에 든 제리는 아니었나 보다. 얌전한 아이가 갑자기 발을 뻥뻥 차댔다. 제이콥은 산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손으로 감쌌다. 열심히 좆질을 하던, 뇌에 정액만 가득한 알파가 당황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디 아파?”

“으… 나올 것 같아요.”

유리가 얼른 침대 옆에 있는 통신 마도구로 의원들을 호출했다. 제이콥은 원피스형 잠옷을 입은 채 바퀴가 달린 침대에 눕혀졌다. 침대는 곧장 공작저 내에 마련된 수술방으로 이동했다.

유리가 제이콥의 손을 잡고 울면서 무서워할 것 없다, 금방 회복될 것이다, 하나도 안 아프다, 하며 열심히 제이콥을 달랬다.

제이콥은 배가 아파 끙끙거리다가 갑자기 멀쩡해져서 뭐지 싶었다. 수술방 문이 열리고 침대가 들어갔다. 의원들이 제이콥 위에 덮어준 천을 걷어냈다가 할 말을 잃었다.

“저… 이미 출산하셨는데요?”

의원이 재빨리 제리를 거꾸로 들었다. 제리가 목구멍을 막고 있던 분비물을 토해냈다. 순한 아이는 울지도 않았다. 의원이 소독한 수술 가위로 탯줄을 끊었다.

의원들은 제리가 태어난 날과 시간, 성별을 기록하고, 몸무게를 쟀다. 그다음에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깨끗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제리를 감쌌다.

제이콥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낳아버린 제리를 안아 들었다. 아인이 낳은 루트비히와 달리 너무나 조그마했다. 제이콥은 자신이 임신한 내내 밥을 잘 먹지 못해 제리가 이렇게 태어난 것 같아 미안했다. 코를 훌쩍이며 울었다.

“제리야, 아빠가 미안해. 널 이렇게 미숙아로 낳아버리다니.”

슬픔에 젖은 제이콥의 말을 듣고 의원은 당황했지만 얼른 부정했다.

“제이콥 님, 미숙아 아닙니다. 제리 님은 정상 체중이세요.”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나 오메가 덩치가 크니, 출산도 별거 아니구나 싶어 속으로 감탄했다.

“아… 하지만 이렇게 작고 조그만데? 루비는 우리 제리 두 배만 했던 것 같은데?”

이미 친구 아인이 낳은 신생아를 본 제이콥이었다. 혹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나 싶었는데, 의원들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몸무게 3.2kg. 신장 51.7cm. 머리둘레 34.2cm. 완벽한 정상이고, 평균치입니다. 루트비히 황자 전하는 무척 우량아로 태어나신 겁니다.”

어쨌든 제리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니 다행이었다. 의원이 힐링 포션을 복용하라며 제이콥에게 건넸다. 아이템이 좋긴 좋았다. 먹자마자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방금 출산한 오메가라고는 믿기지 않게 제이콥은 수술방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콥콥아! 왜 그냥 나와. 수술은 어쩌고.”

“크흠. 그냥 자연 분만했어요.”

의도와 달리 그냥 제리가 나와 버렸지 말이다.

“왜? 너 힘들게 왜 그랬어. 이 바보야. 흑. 아무튼 울 자기야, 고생 많이 했어.”

유리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면서 제이콥을 살폈다. 제이콥이 방금 힐링 포션을 먹어서 괜찮다고 알려줬다. 시종장이 제리를 눕힌 아기 침대를 밀고 수술방에서 나왔다. 유리가 제리를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맙소사. 콥콥이 널 닮아서 이렇게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걸까? 그런데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작지?”

이미 초특급 우량아 루트비히를 본 유리도 제이콥처럼 아들 걱정을 했다. 일주일 내내 공작저에 대기하면서 수술을 준비했던 의원들은 허탈해져 수술방을 나오다가, 제이콥과 똑같은 걱정을 하는 공작에게 말해줬다.

“공작 각하. 걱정 마십시오. 제리 님은 평균이세요. 루트비히 황자 전하께서는 엄청난 우량아이신 겁니다.”

“음. 그래. 그러니까 내 아이는 건강하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제리가 누운 아기 침대가 아기방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유모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숙련되지 못한 부모의 손에서 아이가 고통받느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 물론 제이콥과 유리는 아기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유리는 제이콥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납작해진 배를 문질러 확인해보고 가슴을 덥석 움켜잡았다. 출산한 오메가의 가슴에서 젖이 흘러 원피스를 적셨다. 유리가 진득하게 제이콥의 눈을 들여다봤다.

“콥콥아. 많이 힘들어?”

제이콥의 눈은 바삐 도르륵 움직였다. 그가 얼른 힘들다고 했다. 유리가 가슴을 잡고 주무를 때마다 젖꼭지에서 젖이 뿜어져 나왔다.

“이거 지금 제대로 짜 줘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뭉쳐서 고생해. 난 네가 안 아팠으면 한다. 콥콥아, 내가 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뭘까. 도대체 뭘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황하게 밑밥을 까는 걸까. 제이콥은 자기 남편을 알아서 살짝 불안했다. 물론 제이콥도 즐겁게 유리와 어울려서 즐기긴 하지만 체력 차이가 문제였다.

우성 알파와 에스퍼가 동음이의어는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가이드인 제이콥이 에스퍼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으니 유리가 에스퍼일 리는 없고, 그냥 우성 알파여서 에스퍼처럼 지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365일 러트 중인 유리가 은근하게 허공에 알파 페로몬을 흩뿌렸다. 그러자 페로몬에 자극받은 제이콥의 가슴에서 모유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휴, 아깝게 이걸 왜 흘려. 혹시 가슴 마사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도와줄게.”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제이콥은 자기 오메가의 젖을 빼려고 잔뜩 기대 중인 알파 남편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지금 유리가 나 도와줄래요?”

유리가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 유리가 제이콥은 귀여우면서 웃겼다. 어쩜 이렇게 자신의 주인님은 제 취향을 저격해대는 걸까.

제이콥은 젖이 가득 차오른 가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깨를 펴고,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면서 걸었다. 유리가 걸어가는 제이콥을 보고는 꽃에 꼬인 벌처럼 졸졸 쫓아왔다. 은은한 오메가의 페로몬이 제이콥을 오만 배쯤 잘생겨 보이게 만들어줬다.

두 사람은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쾅 닫아버렸다. 마치 방금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서로를 가지고 싶어 다급히 옷을 벗어 던졌다. 유리는 제이콥을 번쩍 안아 들었고, 제이콥은 유리의 허리에 다리를 단단히 감았다.

제이콥은 침대에 눕혀졌다. 유리가 아래 깔린 제이콥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이 제이콥의 입술을 물 때마다 달콤한 침이 넘어왔다. 커다란 손이 단단한 몸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긴장을 풀어줬다.

제이콥은 본능적으로 다리를 벌리고 구멍으로 애액을 내보냈다. 유리가 입술을 떼어내고는 다리부터 벌리는 제이콥을 야단쳤다.

“방금 애 낳은 오메가가 좆 달라고 조르면 어떻게 해.”

“하지만 힐링 포션 먹어서 완전 말짱해졌단 말이에요. 히잉. 유리, 콥콥이 배 속이 간지럽대요. 자지로 긁어주면서 젖 짜주면 안 돼요?”

제이콥은 남편을 유혹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알파보다 힘이 약한 오메가가 그들을 지배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 무식했다. 그러나 효과는 분명했다.

제이콥의 유혹에 유리의 뺨이 빨간 염료를 묻혀놓은 것처럼 달아올랐다. 유리는 제이콥이라는 늪에서 앞으로도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 낳은 오메가니까 당분간은 얌전하게 있어.”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홀딱 옷을 벗어 던진 알파가 한 말이라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제이콥은 “흐응? 그래요?”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발딱 세운 좆부터 가라앉히고 말했으면 믿어줬을 거다.

유리도 제가 말해놓고 웃겼는지 실실 쪼갰다. 결혼 전 그의 이미지가 오메가에게 차가운 철혈의 공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그의 미소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제이콥은 다시 유리와 키스를 나눴다.

한 번도 험한 일을 해본 적 없어 굳은살 없이 고운 손이 제이콥의 양 가슴을 움켜잡았다. 둥글게 굴리는 손짓이 음탕하고 농염하기 그지없다.

반면 침대 시트를 휘어잡는 제이콥의 손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농부 아버지를 도와 밭일을 해온 손이었다. 길드에 소속된 가이드가 되고 나서는 에스퍼들의 좆을 만지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태생의 비천함을 나타내듯 손은 거칠고 못생겼다.

제이콥은 유리와 결혼해 제리까지 낳았지만 아직도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왔다는 사실이 신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저를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린 고귀한 대귀족 유리 안달리시아는 제 손에 말캉하게 뭉개지는 제이콥의 가슴으로 온 정신이 쏠려 있었다.

제이콥은 과거에 함부로 몸을 굴린 탓에 자신이 이렇게 유리에게 사랑받아도 되는 걸까 불안하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남편에게 버림받을까 무서웠다. 그러한 제이콥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유리는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쭉쭉 잡아당겼다. 예쁜 손이 모유에 젖어 들었다.

아깝다면서 유리가 모유가 묻은 자기 손을 혀로 핥았다. 어쩌면 자신의 남편은 일부러 젖을 흘린 걸지도 모르겠다. 손을 핥는 내내 아래에 깔린 제이콥을 집요한 시선으로 함께 맛보았으니 말이다.

제이콥은 가슴 중독자인 유리이니, 이때를 노려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던 불안을 고백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내내, 계속 이런 불안을 안고 있으면 아무리 그에게 사랑받아도 자신은 지옥에 사는 것 같을 테다.

“유리… 할 말이 있어요.”

“뭔데?”

“사실 제가요….”

말도 꺼내기 전인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저한테 유리가 약하다는 걸 알아 영리하게 우는 거였다. 제이콥은 두 손으로 가슴을 끌어모아서 유리의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게 하고 말했다.

“제가 시종으로 일하기 전에 사실 길드 소속 가이드였거든요.”

“….”

“난 셀 수 없이 많은 알파랑 섹스 가이딩을 한 걸레예요. 일요일마다 신전에 가는 것도 에스퍼들이랑 손잡고 포옹해주면서 닉스 빼느라 그런 거예요. 그래도 날 계속 사랑해줄 수 있어요?”

유리가 여전히 말없이 제이콥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유리가 제이콥의 첫 상대가 아닌 게 죄는 아니지만, 유리에게는 제이콥이 처음이었다.

페르디안 저택에서 시종으로 일할 때, 알렉세이가 굉장히 순결을 중요시하는 걸 본 제이콥이었다. 유리 또한 알렉세이처럼 제이콥을 만나기 전에 단 한 명의 오메가도 만나지 않는 결벽주의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제이콥은 못내 제 과거가 마음에 걸렸다.

알파와 오메가들은 몹시 문란하게 지내기 때문에 그동안 제이콥은 제 행실이 문제 될 거 없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유리는 오직 단 한 사람이랑만 섹스를 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게 때로는 상대를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리가 먼저 제이콥에게 알려줬다. 유리도 제이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신시킨 잘못을 용기 있게 고백한 만큼, 제이콥도 용기를 낸 거였다.

1시간 같은 1분이 지났다. 유리가 눈물에 젖은 제이콥의 뺨을 손으로 문질렀다.

“언제 고백하나 싶었어.”

“…알고 있었어요?”

“응. 나 이래 봬도 황족 출신 공작이야. 결혼할 오메가를 대충 조사할 리 없잖아.”

그가 자신의 과거를 뒷조사했다는 게 기분 나쁘긴커녕 알면서도 계속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제이콥은 그제야 마음 놓고 울음을 터트렸다. 유리가 고백해줘서 고맙다면서 제이콥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가 우는 제이콥을 번쩍 안아서 무릎에 앉혔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에 쪽쪽 뽀뽀를 하며 예쁘다고 웃었다.

“치. 뭐가 예뻐요. 울어서 눈 퉁퉁 부었을 텐데.”

“내 눈에는 다 예뻐 보여. 안 예쁜 구석이 없어.”

“알았으면 진작 좀 말해주지. 내가 얼마나 마음 졸인 줄 알아요?”

제이콥은 괜히 싱글벙글 웃는 유리가 얄미워서 주먹으로 때렸다. 그는 맞으면서도 좋다고 웃었다.

“네가 잘생겨서 좋아.”

마을에서 제일 못난이였던 제이콥에게 유리는 잘생겼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발랑 까진 오메가처럼 앙큼하게 굴어놓고, 속으로는 순진하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고 있어서 더 좋아.”

같은 길드 오메가들에게 얌체처럼 재수 없게 군다는 소리나 들었던 제이콥에게 유리는 착하다고 한다. 제이콥은 이래서 그가 자신의 유일무이한 짝이구나 싶었다. 그와 각인을 하고 싶어서 유리의 목덜미를 쳐다봤다.

유리가 바로 시선을 눈치채고 “할까?” 물었다. 그게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각인에 대해 합의해온 부부처럼 말이다.

“네.”

제이콥과 유리는 동시에 서로의 목덜미를 물었다. 송곳니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페로몬을 서로에게 쏟아부어 영원히 자신의 짝이라고 새겨 넣었다. 각인을 끝낸 그들은 어쩐지 처음 소개받은 사이처럼 서로를 보기 부끄러워했다.

유리와 제이콥은 서로를 한참 끌어안았다. 제이콥은 유리의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알파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편이 되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리가 슬그머니 제이콥에게 물었다.

“우리 하던 거 계속할까?”

“그럴까요?”

유리 허벅지에 앉아 있는 제이콥은 착유를 하기 몹시 좋은 위치에 있었다. 유리가 집게손으로 젖을 비틀었다. 제이콥은 엉덩이를 유리의 허벅지에 문지르며 젖을 뿜었다.

“하으으으. 으응.”

제이콥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유리를 올려다봤다. 유리의 허벅지가 제이콥이 흘린 애액으로 몹시 미끄러워졌다. 그가 젖으로 더럽혀진 제이콥을 황홀하다는 듯 내려다봤다.

“유리, 이것 좀 보세요. 콥콥이 유두 껍질이 벗겨질 것 같아요.”

제이콥은 잔뜩 꼬집혀서 젖꼭지가 퉁퉁 부은 가슴을 두 손으로 받치고 흔들었다.

붉어지기는 했으나 유두는 멀쩡해 보였다. 유리는 제이콥의 속내는 꿰뚫어 보고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이콥은 유리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침대에 누운 채 기다렸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밑으로 구멍을 열고 닫으며 말이다.

“얼른 나으라고 침 발라줘야겠다. 이리 대. 콥콥아.”

제이콥이 유리의 얼굴 쪽으로 가슴을 내밀었다. 입술에 유두가 뭉그러질 때마다 달콤한 젖이 흘렀다. 유리의 입술은 젖에 젖어 들어 번들거렸다. 혀로 핥아줄 때마다 제이콥이 몸을 배배 꼬았다.

“아앙. 아아앙. 기분 좋아!”

유리는 크림빵을 베어 먹는 것처럼 제이콥의 가슴을 한입 크게 입에 머금었다. 입 안 가득 젖이 고이도록 유방을 마사지했다.

제이콥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힘차게 젖을 빨던 유리가 한참 만에 입에서 유두를 뱉어냈다.

“하아, 하아.”

전력 질주를 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며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아서 정리했다. 제이콥은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유리를 봤다. 그의 머리통을 다시 제 가슴으로 잡아당겨서 반대쪽 유두를 빨게 했다.

중독될 것만 같았다. 제이콥은 앞으로도 남편에게 가슴 마사지를 받을 일이 기대되었다. 출산 전부터 가슴 마사지를 수시로 받아서 그런지 젖몸살도 없었다. 나름 유리의 말이 일리 있었구나 생각하던 제이콥이었다.

슬슬 넣고 싶은데 언제 넣을까 가늠해봤다. 가슴을 빨던 유리가 고개를 들어서 제이콥을 보며 눈웃음을 쳤다.

“아무래도 해야겠지?”

이번에도 그들은 주어가 없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제이콥은 계속 기다려왔기에 얼른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런 혜택도 없으면 귀한 힐링 포션 쓴 보람이 없잖아요.”

힐링 포션은 에스퍼들조차 잘 구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지만 제이콥은 친구를 잘 둔 덕에 사용할 수 있었다.

힘들게 출산하지 말라고 힐링 포션을 선물해준 아인이 알면 허탈해하겠지만, 제이콥은 그 덕에 바로 남편이랑 잘 수 있어서 좋았다. 분명 아인이도 힐링 포션을 사용해 출산했으니 바로 알렉세이랑 했을 거다.

제이콥은 저에게 발정 난 짐승처럼 박아대는 우성 알파의 얼굴을 유심히 보며 제발 제리가 자신 대신 유리를 닮길 기도했다. 못생겨도 잘 나가는 건 오직 제이콥 안달리시아, 자신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S급 에스퍼의 수면제가 되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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