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메라는 헤일리의 얼굴을 크게 크로즈업했다.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것 같던 차갑고 냉혹한 얼굴, 그 아름다운 얼굴에 순간 변화가 일었다.검은눈동자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컷!-아주 좋아!"
빅은 바로 이거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메이슨은 한껏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을 풀며 고개를 들었다.화색을 띄 빅은 바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확인했고 메이슨은 '에구구'하며 무릎을 짚었다.
"소피!"
글로리아가 소피를 불렀고 그녀가 달려와 메이슨의 얼굴에 급하게 분을 칠했다.
"식은 땀이 나는데, 다음장면 괜찮겠어요?
글로리아가 걱정이 난다는 듯이 물었고 메이슨은 비오는 장면이라 다행이네요하고 웃었다.
"헤일리!"
화면을 보던 빅이 메이슨을 불렀다.메이슨은 살짝 다리를 절며 그에게 다가갔다.토니가 재빨리 대본을 가져다 주었고 핫팩을 무릎위에 올려주었다.메이슨이 끙,하고 의자에 앉자 빅이 다리를 뻗으라며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음, 괜찮아?"
"이야, 제 걱정 해주시는 겁니까?"
메이슨은 빈정거리는 것처럼 말했다.딱히 그에게 화를 내는건 아니었고 빅도 씩,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안, 그래도 오늘 찍고나면 한동안 쉬게 해줄테니까 응? 나도 좀 찍고나면 이, 뜨거운 욕망이 좀 해소될꺼고."
그는 창작혼에 불타 올라서 어쩔수 없다고 말햇다.
"하지만, 다음장면 괜찮겠어요?"
조금전의 비촬영으로 홀딱 젖었던 체이스가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털며 다가와 끼어들었다.
"수중에, 뛰기까지 해야하는 장면이잖아요? 아무리 한장면만 찍는 다지만 한 장먄이 이래서야."
체이스는 빅을 비난하듯 말했고 빅은 살짝 눈을 피했다.
"하, 한번에 가면 괜찮지 않을까?"
조기서 여시까지 뛰는 정도는, 괘, 괜찮지? 10야드 정도밖에 안되는 걸. -빅이 물었고 메이슨은 무릎을 꾹 누르며 말했다.
"뭐, 잠시 뛰는 정도는 가능하긴 합니다."
다리를 좀 절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티안나게 뛸수는 있다.예전에 용병일을 할때도 안다친 척하는 일은 자주 했었으니까.
"NG가 얼마나 날줄 알고...."
체이스는 걱정되다는듯 말했지만 빅은'에이, 헤일리가 뭐, 얼마나 NG를 낸다고.'하며 손사래를 쳤다.그는 이 장면을 찍을 생각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것 같았다.체이스는 못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고 메이슨은 그를 달랬다. 빅의 말대로 고작 몇미터 거리를 뛰는 일이었다.다리가 완전히 부러진것도 아니었고 그 정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진짜 걱정도 팔자네요. 이러니 체이스가 꼭 헤일리 매니저같은데요."
이번씬에 함께하게되어 준비중이던 애쉬튼이 듣다듣다 못들어 주겠다는듯 끼어들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안 그래요?"
메이슨은 그의 잔뜩 꼬인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괜찮죠? 안 괜찮아요?"
잔뜩 시비조인 그의 말에 메이슨은 어쩔까 싶다가 곧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어린애를 화나게 하지말자.귀찮으니까.메이슨은 다시한번 생각하며 그에게 웃어보였다.
"거봐요. 괜찮다네요. 체이스."
애쉬튼은 그러니까 그만 좀 하라는 듯 말하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체이스는 갑자기 나타나 한 소리하고 사라진 그를 벙찐 얼굴로 쳐다봤고 곧 화가 난 얼굴이 되었다.
"아, 체이스. 혹시 수건하나 더 있어요?"
애쉬튼을 따라가 화를 내려던 체이스는 대뜸 묻는 메이슨의 말에'어, 예?'하고 되물었고 메이슨은 말했다.
"저도 곧 젖을텐데 토니가 수건을 약간만 준비해온 모양이더 라구요. 혹시 남은거 있나해서..."
"비품에 있을텐데..."
"아, 그럼"
메이슨이 일어나려하자 체이스가 그를 막아서서 다시 자리에 앉혔다.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메이슨이 뭐라고 하기도전에 체이스가 바람처럼 비품담당에게 달려갔다.
"왜 그러는 거야?"
다음 장면의 대본을 보는 메이슨에게 빅이 물었다.
"뭐가요?"
"애쉬튼 말이야. 왜 봐주는 거냐고. 방금 체이스도 일부러 심부름보낸 거잖아"
그가 애쉬튼과 싸울테세니까. 빅은 묘한 눈으로 쳐다봤고 메이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뭐"
싸워 뭐하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자 빅이 다시 물었다.
"계속 오냐오냐 해주니까 더 기어오르는거 아냐. 뭐. 노아한테 말해서 자르는 정도는 아니라고해도, 제대로 한마디만 해줘도 깨갱할텐데, 왜 받아줘?"
빅이 과거, 메이슨이 여배우 멜리사에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솔직히 너도 그렇게 착한 성격은 아니잖아?"
눈치는 빠르지만 타인에게 무심하기 때문에 자기 선 안의 사람 외에는 배려하지 않는다. 맺고 끊는것이 빠르고 쉽고 간단한 인간이며 생각보다 굉장히 삭막한 타입. -빅이 본 눈앞에 헤일리 러스크는 그런 성격이었다. 사실 그가 노아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을때는 빅도 조금 놀랐었다.
"어차피 샅이 일할거니까 좋게 가자는 거죠. 뭐. -저런타입 건드려봐야 나마 귀찮고"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내가 보기엔 이미 귀찮아 진것 같은데."
빅의 중얼거림에 메이슨은 고개 들어 애쉬튼을 쳐다봤다.그는 잔뜩 꼬인 눈으로 이쪽을 보고있었다.애쉬튼 키트는 7년째 배우일을 하고있었다.벌써 서른 두살이고 ㄱ의 배역은 유약한 성격의 조역으로 고정되어 있었다.외모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연기를 대단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캐릭터는 확실한 탓에 일이 끊기는 법은 없었다.물론 일이 끊기지 않는다고 해서 잘 나간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쉬튼은 자신이 B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헐리웃의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대역이 있는 그런 배우였다.가끔은 '이 정도로도 괜찮아. 헐리웃에서 이정도 자리 잡았으면 대단히 성공한거지.'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세워 주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잘 나가는 스타들을 보면 늘 열등감에 시달리는 평범한 헐리웃 인간이었다.
스타가 되고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연애인은 없었다. 칭찬받고 존경받고 찬양받고 싶었다.같은 일을 하고 수천만 달러씩 받아가는 것을 보면 자신의 몇만달러짜리 수입은 괜스레 초라해지고 말았다. 관심구걸이라는 것은 알지만 솔직히 사고쳐서 스포트라이트 받는 망나니들이 부러울때도 있었다. 자신은 촬영중에 쓰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져도 연예란 반 페이지도 할당받지 못하는데, 그런 놈들은 아무 공중 화장실에나 들어가 개돼지처럼 섹스했을 뿐인데 3일내내 연예뉴스 1면을 장식하다 못해 정규 뉴스에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그 뒤에는 몸값이 높아져 값비싼 명품가방을 들고 패셔니스타인 척 파파라치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그들이 부러우면서도 그렇게 할수있는 성격이 못 되었기 때문에 에쉬튼은 그들을 싫어했다.천박한 걸레같은 것들이라고 욕했다.단역으로 영화에 들어왔던 헤일리가 갑자기 감독눈에 들어 주연급으로 떠올랐다는 말을 들었을때 애쉬튼은 빅이 미쳤다고 생각했다.헤일리라니. 그 만나니를 주연으로 쓴다고? 그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한 번도 못 본건가? 그런 예쁘장한 인사의 남자배우가 필요했다면 차라리 자신이 낫다고 생각했다.발음이고 발성이고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데다가 표정연기나 손짓 발짓 연기, 처음부터 끝까지 앵앵거리기만하는 그 게이자식이 주연이라니, 그 이야기가 사실인걸 알았을때 애쉬튼은 내장이 꾀이는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래도 빅이 곧 그 바보같은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겼다.비호감을 넘어 혐오를 받는 수준의 망나니를 데리고 무슨 영화를 찍는다고, 빅도 어쩔수 없이 이번 영화는 망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그러나 애쉬튼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로 흘러갔다.헤일리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꽤 좋았다. 게다가 촬영장 분위기는 멜리사가 있을 때보다 화사했다.체이스는 본인이 몇 십배, 아니. 비교할수 없을 만큼 잘나가면서 헤일리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사람들도 그를 다 좋아했고 심지어 노아 레이칼튼까지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자신보다 분명히 밑, 완전히 바닥을 기며 스캔들로나 연명하던 남자는 하루 아침에 국민적 영웅이니 하는 소리를 들었고,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듯 평온한 얼굴로 촬영장에 나타났다.배알이 꼴리는 걸 꾹꾹 참고 있는데 빅은 시도 때도 없이 헤일리를 찍고 싶다고 칭얼거렸고.체이스는 눈치도 없이 헤일리를 찬양했다.
'괜찮습니다.'
애쉬튼은 어린애 달래듯 웃던 헤일리의 얼굴과 그 옆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던 체이스를 떠올렸다.
"본인이 괜찮다는데..제가 뭐라고."
진짜 기사라도 자청하는 건지. 시종일관 저 자세로 헤일리, 헤일리, -빅 프록터의 영화에 체이스 빌러와 함께 출연한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애쉬튼의 비우ㅣ는 완전히 상해 있었다.애쉬튼은 힐끗, 빅과 나란히 앉아 대본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있는 헤일리를 쳐다보봤다.다리를 길게 뻗고 앉은 그는 무릎이 저린지 계속해 무릎과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흥."
컨디션 조절도 못하는 병신 같은 놈. 배우는 촬영기간 동안 완벽하게 케릭터에 몸을 맞추고 조금의 상처도 만들지 않는게 기본이었다.제 본업이 보디가드도 아니고, 사람을 구하다가 다리를 다쳐? 기가 막힌 일이었다. 대체 저런 몸으로 무슨 영화를 찍는다고...
"..........."
멈칫한 애쉬튼은 아주 오랫동안 헤일리의 다리를 쳐다봤다. 매니저가 무슨 일이냐고 물을때까지 제법 오랫동안.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며 시선을 돌린 애쉬튼의 얼굴은 약간 밝아져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관두고, 이거나 알려주세요. -여기는 현실인 겁니까?"
애쉬튼을 힐끗 쳐다본 메이슨은 정말로 다 귀찮아져 손을 내젖고, 보고있던 대본을 들어보이며 물었다.현실과 가상현실이 교차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리얼'의 특성 탓에 장면 이해가 잘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애쉬튼의 베베 또인 얼굴을 재밌다는 듯이 구경하던 빅은 힐끗,대본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알 필요 없어. 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돼."
"다 현실이라고요?"
"관객들만 영화속 장면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하면 되니까. 우린 그냥 다 현실적으로 찍으면 되는 거지. 가상현실이라고 어디서 영상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찍을 땐 다 리얼이니까."
그걸 알기 쉽게 구분 짓는 건 내 몫이고, 빅은 제법 감독처럼 말했다.내내 촬영하고 싶다고 칭얼대는 모습만 보다 그가 진지하게 구는 것을 보니 생소한 감이 있었다.메이슨은 대본을 다시 들여다 봤다. 장면은 메이슨의 역활인'클로저'가 빗속에서 애쉬튼의 역활인'폴'을 쫒다가 막다른 골목 앞에서 그를 쏘아 죽이는 씬이었다. 애쉬튼의 역활인 폴은 제법 중요했기 때문에 그가 죽는 이씬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제법 궁금했지만, 빅의 말이 맞았다. 아무렴 어떻단 말인가.어차피 영화데. 빅이 말한것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이슨은 적당히 대본을 살피며 힐끗, 애쉬튼을 보았다.애쉬튼은 왜인지 아까보다 한결 기분이 나아보였다. 메이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대본을 넘겼다. 곧 스타일리스트 제스퍼가 다가와 다리. 상처부위에 옷 안쪽으로 랩을 단단히 감아 주었다. 살수씬을 찍다가 붕대와 상처가 젖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헤일리. 열있는거 아니에요?"
랩을 감고 바지의 핏을 정리해준 제스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상처 부위만 그런가? 왜 이렇게 몸이 뜨거워요?"
"아."
메이슨은 살짝 미간을 구겼고 제스퍼가 그의 이마를 짚었다.
"어머, 열이 제법 있는데? 괜찮아요. 당신?"
"열 있어. 헤일리?"
"아니, 약간 나른하긴 한데...한장면 정도는 어떻게 되겠죠."
어렵게 촬영장 까지 나와서, 다들 한장면 찍자고 준비하고 있는데 열 좀 있다고 돌아가 버리는 것도 우스웠다. 몸이 확실히 좋진 않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고 금방 찍고 돌아가 노아와 아까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당신이 내 옆에서 자준다면 더 좋겠죠.'
옆에서 잔다....그 의미는....빅이 떠오르는 상념을 끊고 끼어들며 물었다.
"정말 괜찮아? 전 몸이 아프면 다음에 찍어도 되긴 하는데...."
"울지 말고 말해요."
메이슨은 울것같은 빅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났다.
"헤일리...."
빅은 네가 너무 멋있어 죽겠다는 듯이 불렀고, 마침 글로리아가 다가와'준비 다 됐어요. 빅. -헤일리는 저쪽에서 부터 부하들과 애쉬튼을 쫒아 걷다가. 신호하면 그때부터 뛰시면 됩니다.'고 말했다. 빅은 이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한 번에 끝내자구."
메이슨은 피식 웃으며 글로리아를 따라 카메라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애쉬튼 역시 약간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메이슨을 보며 입매를 비틀고 웃었다.
"근데 생각보다, 되게 잘 걸으시네요."
"예, 뭐."
"별로 절지도 않고.....뛰는 장면 까지 찍으시려는걸 보니 진짜 다친게 맞나 싶기까지 한데요?"
메이슨은 힐끗 그를 쳐다봤다.
"아니 뭐. 그냥. 잘 걸으신다구요."
"............"
메이슨은 역시 이런 놈들이랑은 안 맏는 다고 생각하며 멀찍이 있는 빅을 돌아보았다.
"액션!"
그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고 스레이트맨이 '72에1에1'하고 씬번홀 불렀다. 딱! 명료한 소리가 터졌고 비가 쏟아지며 애쉬튼이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메이슨은 종아리에 힘을 주고 그를 따라 걸었다. 다리가 저리는 고통이 허리를 무겁게 만들었지만 티내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애쉬튼을 잡겠다고 생각하자 조금씩 걸음이 빨라졌고 메이슨 뒤에서 걷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도 따라 걸음이 빨라졌다. 휙, 애쉬튼이 반환점을 돌았고 빅이 손가락을 까딱했다.메이슨은 달리기 시작했고 등뒤의 남자들도 뛰기시작했다.쏟아지는 비는 시원했고 다리가 아픈줄도 몰랐다. 막다른 골목에 멈춰선 애쉬튼을 가로 막았을때까지.
메이슨은 재킷안쪽 숄더 건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애쉬튼이 덜덜 떨며 천천히 돌아섰고 메이슨은 찰박찰박 일부러 물고인 곳으로 그에게 걸어갔다.정말로 내내 노리던 사냥감을 발견한 듯한 흥분이 조금 일었다. 메이슨은 그의 대사를 기다렸다.'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지?'그말을 해야할 타이밍에 애쉬튼은 가만히 있었다.
"..........."
설마, 메이슨이 입술을 달싹였고 그순간 애쉬튼이 휙. 빅을 돌아보며 손을 들었다.
"...........-!"
손에 땀을 쥐고 메이슨의 연기를 감상하던 빅은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대사를 까먹어서."
"커, 컷! -컷!컷!!!"
애쉬튼의 말에 빅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컷을 외쳤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익!"
그에게 소리지르려던 빅은'...아이구.'하고 이마를 짚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소중한 한 컷을 잃은 빅은 울것처럼 끙 앓았고 애쉬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
메이슨은 다시 저리기 시작하눈 다리를 힐끗 쳐다보고 애쉬튼을 돌아봤다.고개 숙이고 있는 그의 입술이 비죽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에휴."
메이슨은 안좋은 예감에길게 한숨쉬며 이마를 짚었다. 잠시 빗속에서 뛰었다고 그새 열이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다리와 허리도 한층 묵직해져 있었다.
"다시, 이번엔 잘 좀 가자고! -한 번에!"
빅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곧 메이슨의 불길한 예감대로 긴 촬영이 시작되었다.
"컷! 야! 애쉬튼!"
빅은 그야말로 저새끼를 잡아 죽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벌써 일곰 번째. 애쉬튼이 넘어지거나, 표정 연기가 안되거나, 대사를 씹고 있는 것이었다. 장면이 긴것도 아니었다.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지?"
그럼 메이슨이'네 형을 죽일 떄 물어봤지.' 하고 비열하게 웃으면 그가 겁이나 벌벌 떨리지만 분노한 얼굴로 소리지르는 것이다.
'닥쳐, 그건 진짜가 아니야 진짜일리가 없잖아!'
그리고 메이슨은 '진짜야. 유감이지만.' 하고 총을 들어 가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대사도 짧고 장면도 간결했다.비가 오고 그 앞에 달려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빅이 이 모든 장면을 한 번에 이어 찍고 싶어 했기 때문에 메이슨이 일곱번씩이나 빗속에서 저린 다리로 달려야했다. 이번 NG에서는 토니가 모포를 들고 달려나왔다.
"리스, 괜찮아? 괜찮아?....여기 의자 좀 갖다 주세요!"
토니는 울것같은 얼굴로 휘청거리는 메이슨의 어깨에 모포를 덮었다.스태프가 재빨리 가져다준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자 천장이 빙 돌았다.
"야! 너 이리와!"
빅은 정말로 화난 얼굴로 애쉬튼을 불렀다.빅이 미친 사람처럼 애쉬튼에게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
메이슨은 덜덜 떨리는 어깨를 느끼며 토니가 가져다준 뜨거운 물을 마셨다.아, 저 새끼가 진짜...메이슨은 가증스럽게 빅과 스태프들에게 사과하는 애쉬튼을 흘겨보았다. 그는 일곱번의 NG를 내는동안 메이슨에게는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너 엿한번 먹어보라는 의도가 뼈가 저릴 정도로 잘 느껴지고 있었다.다른 때라면 상대 배우가 몇번의 NG를 내든 별 신경 쓰지 않았을 메이슨이지만 안 그래도 노랗던 하늘이 아예 새까맣게 보일 정도가 되자 그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나 있었다.
"헤일리! 괜찮아? 아우. 진짜!"
빅이 저 새끼를 때려 죽일수도 없고, 이제와 잘라버리고 새 배우로 대체 할수도 없고 미치겠다는 얼굴로 달려왔다. 애쉬튼은 빅이 화내는 자리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깊은 죄책감에 어쩔줄을 모르는 얼굴이었다.저렇게 연길 잘하는데, 저 새끼가, -메이슨은 가증스럽게 눈믈을 짜내며'오늘 제가 왜이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하는 놈의 얼굴을 보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아, 내가 귀찮아 질거라고 했잖아?"
빅은 미치고 팔짝뛰겠다는 듯이 메이슨에게 말했다. 메이슨은 '음.'하고 쓰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맞장구 쳐줄 힘도 없었다.빅은 하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메이슨의 얼굴을 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오늘을 알마나 기다렸는데."
빅은 울고있는 애쉬튼을 분한 얼굴로 흘겼다. 너, 이 새끼. 되는대로 통편집을 해 줄테나.그렇게 마음을 먹었지만 나중은 어떻든 당장 이 장면은 애쉬튼이 없이는 안됐다.마음같아서는'헤일리 엿 먹일려고 일부러 지랄떠는거 아니까 그만해. 씨발새끼야!'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심증만 가득할뿐 물증이 없었다. 그 사실을 빅도 알고, 희게 질려서 쓰게 웃고있는 빅의 뮤즈도 알고 있으며, 가증스럽게 울고있는 애쉬튼놈도 알고 있었다.
"애쉬튼!"
빅이 신경질적으로 손짓하자 애쉬튼이 급하게 달려왔다.
"정말, 장말 죄성합니다."
애쉬튼이 고개숙여 빅에게 사과했다 빅은 그런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헤일리, 오늘은....오늘은 이만하고, 들어가 쉬어. 일주일 휴가를 줄테니까....아니. 5일. 아니. 나흘....사흘이면 될까?"
이틀은 너무 짧지? 다 안 낫겠지...?빅이 멍청이 처럼 말했고 글로리아가'다음주에 다시 여기서....체크하겠습니다.'하고 PDA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빅에게 고개숙인 그가 메이슨을 보며 희희낙락한 눈을 해보니자 끙, 하고 메이슨이 신음을했다. 아, 나도 성질 좀 죽여야하는데....늘 이 성질을 죽이지 못해 명 짧아지고골병들고 마는것이 아닌가..메이슨이 한숨쉬며 말했다.
"음, 딱 한 번만 더 가죠."
"리스!"
뒤에서 전전긍긍, 발을 동동구르며 '우리 리스! 우리 리스!'하고있던 토니가 메이슨의 어깨를 붙들었다.
"무리하지마요.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글로리아가 걱정스래 말했고 메이슨이 괜찮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애쉬튼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가서 준비할께요! 감사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벙찐 얼굴로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컷이 시작하는 곳으로 달려갔다.그리곤 금세라도 준비되었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 저자식이 진짜...."
빅은 얄미운짓하는 애쉬튼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자신이 지금 어떤마음으로 헤일리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말했는지 알기나 하냔 말이다. 그야말로 피를 토하고 럾던 결석이 생길것 같은 기분인데, 저 새끼는 제 꼬인 마음 좀 풀어보겠다고 이 촬영장에 있는 기백의 스태프와 배우, 감독까지 엿을 먹이고 있는 것이었다. 체이스가 수건사러 근처 백화점에 간 것이 아니었다면 플림없이 난투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됐어요, 이왕 이렇게 됐는데 못 찍고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헤일리...나도 진짜 찍고 싶은데, 내 마음 알지? 마누라가 첫날밤 벗고 달려들 때보다도 더 미치겠다고, 근데 네 상태가. 진짜...."
의젓하게 말하려든 빅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며'아, 몰라. 찍고 싶어. 배우의 건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몰지각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고 싶다고.'하고 울먹거리거 있었다
"감독님, 그러다 헤일리 죽으면 감옥갑니다....."
글로리아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헤일리, 정말. 무리하지 마요. 다 낫고 좋은 컨디션으로 찍는게 우리도 좋으니까요. 직업 정신도 살아있을 때에나 하는 이야기죠."
이미 충문히 투혼을 발휘했어요. -그녀가 메이슨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메이슨은 힐끗, 딴청을 부리고 있는 애쉬튼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도 뭐. 딱히 직업정신이나 투혼으로 이러는건. 아니고....한번이면 될것 같아서요."
"한 번?...그거 가지고 될까...."
빅이 애쉬튼을 퀭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번에도 NG가나면 그때는 정말......음, 다음주에 찍어야 할꺼에요."
메이슨은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애쉬튼을 노려보던 빅은'응?' 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당연히 NG가 나면 다음주에 찍어야겠지만 그가 하는 말엔 묘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품 담당을 찾으며 주변을 살피다'아, 근데' 하고 말했다.
"약간....애드리브 넣어도 되죠?"
뭐, 많이는 아니고 약간 입니다. 약간. -메이슨은 빅에게 동의를 구하며 덤덤히 웃었다
"리스, 그렇게 무리하다 기억이라도 돌아오면, 그러면...."
토니가 달달 떨린다는 듯 따라오며 말했다. 메이슨은 그의 말을 흘려들으며 끙, 하고 손등으로 식은 땀을 닦았다. 살수씬아라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쏟아지는 비탓에 식은 땀은 가려질 것 같았다.잠시 가방을 뒤진 메이슨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고 뒤에서 서성대던 토니가 의아한 얼굴로 '그건왜? 그거, 진짜 아이야? 왜 그런 걸 가지고 있어?' 하고 물었다.
"아, 그게요."
메이슨이 설명하려는데 등 뒤에서 스태프가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헤일리! 이거 찾았죠?"
"아. 고마워요."
스태프는 리볼버 한자루를 내밀며' 이게 왜 필요하죠?' 하고 물었고 메이슨은 그냥 웃었다. 메이슨은 그가 내민 총을 허리춤에 꽂았다.
"? 안 주머니에서 꺼내는거 아냐?"
토니가 의아하게 물었고 메이슨은 '난 여기가 더 편해요.' 하고 대충대답했다
"있다가 빅이 중간에 장면을 끊으려고 하면 한 번만 입좀 막아줘요."
"입을 막아? 빅의?"
"뒤에 몰래 서 있다가 꼭 막아요, 꼭"
토니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메이슨은 피곤한 얼굴로 반복해 말했다. 빅은 용병이 아니니까 입닥치고 있는 법 따위는 모르겠지. 애쉬튼이 이쪽을 보고있었다. 메이슨은 고개를 기울이며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리스....?"
토니는 흠칫해 메이슨을 불렀다.
왜, 왜그래?"
꼬, 꼭 사람 죽이겠다. -심약한 토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고 메이슨은 대답해주는 대신 절뚝절뚝 걸어 스타트 지점에 가 섰다. 먼산을 보는 척하던 애쉬튼이 희희낙락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정말, 다들 걱정이 많다니까."
메이슨을 도발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지금 자신의 행동을 별거 아니라고 자기변명을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주절거였다.
"안 그래요? 배우가 자기 몸 관리하는거야 당연하지 NG몇번 냈다고 다들..."
"야."
메이슨이 낮고 짜증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뭐, 한번 싸워 보시게? 하는 얼굴로 돌아본 애쉬튼은 메이슨의 싸늘한 표정에 멈칫했다.
"뭐, 뭐...."
NG 몇번 냈다고 싸움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주춤 물러나며 말했고 메이슨늠 입술께에 흐르는 땀인지 빗물인지 혀를 내어 햝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난 집어 치우고 지금부터 제대로 연기하는게 좋을 꺼야."
"나는 계속 제대로."
메이슨은 말을 끊으며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봤다.짜증나는 벌레를 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본 눈으로 그를 쳐다본 메이슨이 말했다.
"지금부터 쓸 내 총은 진짜거든."
"......뭐라구요?"
메이슨은 그의 얼굴이 당황과 황당함으로 구겨지는 것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총 맞는게 얼마나 아픈지.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진짜. 씨발 아무나 쏴 죽이고 싶게 아프거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애쉬츤은 지금 열올라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고 메이슨은 그가 그러든 말든 이어 말했다.
"그래서 네가 한번만 더 지랄을 떨면, 널 쏴버릴거야. -넌 배우니까, 뭐든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주겠지?"
메이슨은 자신의 눈이 진심인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다.그리고 애쉬튼의 갈색 눈덩자가 살짝 흔들렸다.
"............."
빙고. -메이슨은 목안으로 웃으며 큐 사인을 기다렸다. 멀리 앉은 빅이 손을 들어 올렸고 곧 기다리던 사인이 떨어졌다.
머리위로 차가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큐 사인과 슬레이트 맞물리는 소리에도 애쉬튼은 멈칫했다. 진짜 총이라니...무슨. 되도 않는 수작이야..빅이 당장에라도 뛰어올 것 같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애쉬튼은 못마땅한 얼굴로 달리가 시작했다. 착, 착, 착, 빗속을 걷는 구둣발 소리가 조용해진 촬영장을 울렸고 카메라의 파인더가 그들을 뒤 쫒는게 느껴졌다. 진짜 총이라니 납치 사건에서 총 맞은 곳이 허벅지가 아니라 머리라도 되는걸까? 애쉬튼은 이죽거리며 생각했다. -그때 잠깐 진짜 총 구경을 했다고 되는 대로 말하는 모양이라고, 헤일리 러스크는 호신용 총도 제대로 방아쉬 당기지 못할 놈이었다.
-꿀꺽
".........."
애쉬튼은 그의 표정과 눈이 마음에 걸렸다. 짜증이 잔뜩 어린 표정인데 눈이 플라스틱 구슬처럼 탁했다. 마치 감정이라곤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열이 나서 그런가? 애쉬튼은 찜찜하다 생각하며 뛰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뒤쫒던 헤일리와 눈이 마주쳤다.흠뻑 젖은 눈을 보자 까닭모를 섬뜩함이 일었다. 뭐야? 촬영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촬영중이니 당연한 일인데, 그게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다.
".........."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고 불쾌 했지만 뛰는 걸음은 빨라져 순식간에 골목까지 도착했다. 돌아보기 싫은 것을 꾹 참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헤일리가 바짝 다가와 있었다.
"..........!"
애쉬튼이 흠칫 놀라 뒷걸음 치다 주저앉았고 그가 물었다.
"네가 여기 있는걸 어떻게 알았냐고?"
헤일리는 조금 귀찮고, 번거로운 설명을 한다는 듯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엇, 그건 내 대산데....
"뭐 하는...."
왜 빅이 NG사인을 내지 않지? 애쉬튼이 빅을 돌아보려는데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헤일리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날 창고에서 죽은 납치범......정말 자살일 것 같아?"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 음산한 음성은 귓가를 파고들어 척추에 내리 꽂힌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허리를 편 애쉬튼이 입술을 달삭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는 내가 죽였어."
그리고 물어봤지. -헤일리는 교묘하게 대사를 바꾸어 말했다. 헤일리가 연기를 하는건지 진짜 이야기를 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헤일리는 유리알처럼 까만 눈동자로 빤히 쳐다봤다. 애쉬튼은 어느순간부터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눈을 보고 있자니, 그가 어느 쪽을 말하는 것인지 알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납치범을 죽였다고? 살인을 했단 말이야?
"거짓말...... 거짓말이지?"
헤일리는 간단히 대답하며 숄더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들었다.살짝 고개를 까딱하며 총을 들어올렸다. 철컥, 장선하는 소리가 공기를 가로질렀다. 애쉬튼은 헤일리의 무표정한 얼굴을 쳐다봤다. 순하게 생긴 얼굴은 비에 젖어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새까만 눈동자....그 얼굴에는 한 점의 감정도 앖았다.
"그건, 그건-. 진짜가 아니야! 가짜."
가짜 총이지? 아까 스태프에게 모형건을 받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애쉬튼이 소리지르기전 헤일리가 말했다.
"다 사실이야."
그는 재킷을 살짝 들추며 허리께에 꽂힌 또 다른 총을 보여주었다.
"..........!"
총이, 두자루? 어느쪽이 스태프가 준 총이지? 들고있는 것? 허리 춤의 것? 설마. 들고있는 것이 가짜겠지? 내내 그를 엿 먹인 자신을 위협하려고, 가짜를 들고.....애쉬튼이 덜컥, 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나는데 그가 문득 자신의 총을 내려다 봤다.애쉬튼도 얼결에 그를 따라 총구를 쳐다봤다.
"..........."
디테일이, 총의 묵직함이, 새까만 총구의 탁함이 달랐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내달리며 숨이 컥 막혔다.
"유감이야."
헤일리가 입술을 비죽이며 웃었다. 내내 무표정하던 그가 처음으로 지어 보인 표정이었다. 그가 쥐고 있던 총이 가슴께를 찍어 눌렀다. 손가락이 천천히 방아쉬를 당기는 끼이익, 작은 소리가 애쉬튼의 심장을 찢어 발길듯이 울렸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헤일리의 차가운 손이 입을 가렸다. 마침 터지려던 비명이 손바닥 안으로 사라졌고, 이대로 죽는 구나. 그런 예감으로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그 순간이었다.
"-컷!!!!!"
빅이 벼락처럼 크게 소리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