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ill the lights-27화 (27/29)

6.

삼십여분전 별 생각없이 찌뿌드한 몸을 풀며 창밖을 내다본 메이슨은, 정말 우연히도, 모자에 검은 우비같은 것을 뒤집어쓴 남자가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게되었다......아니, 사실은 우연이었다면 좋겠지만 우연은 아니었다. 요 며칠, 노아의 만류와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조용히 요양을 하던 메이슨은 텔레비젼이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것 외에는 할 일이 없게 되자 소일거리로 점점 거슬리던 스토커를 찾아볼까. 그가 나타날만한 위치에서 음산하게 창밖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원래 타깃을 놓고 기다리는 것은 익숙하다 못해 생활같은 일이었다. 사박이나 땅밑도 아니고, 지붕이 있는곳에서 타깃을 기다리는 것 정도야 1년도 기꺼이 할수있었다. 여유롭고 음침하게 창밖을 보고 선지 이틀. 검은 우비의 남자가 노아의 저택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였고 순간. 메이슨은'저놈이군.' 하고 생각했다.사실 노아의 저택을 기웃거리는 건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집요하고 겁없는 파파라치나 노아를 사랑하는 방문자들도 물론 있었다

메이슨이 유독 그를 주시한것은 그가 묘한 서류 봉투를 들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소한 몸과 갈색머리카락. 얼굴을 꽁꽁 숨긴 행색에 메이슨의 감은 날카롭게 움직였고 경비원들이 그를 쫒아내기 전에 메이슨은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중간에 집으로 들어오던 노아를 만났지만 그는 다급히 달려 나가는 메이슨을 딱히 붙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딜 가냐고 물었고 메이슨은  '산책 좀.' 하고 눈을 굴렸다.

'그 다리로요?'

노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고 메이슨은 '재활입니다. 후유증이 생기면 안 되니까.' 하고 마주 웃어 주었다. 메이슨은 바람같이 나가서 검은 우비를 찾았다. 비도 안오는데 저게 무슨 꼴이냐고 생각하며 달려 나왔는데 부슬부슬한 비가 내리고 있기는 했다. 검은 우비는 견비원들이 도는 것이 보이자 빠른 걸음으로 반대로 달아났고 메이슨은 그의 뒤를 쫒았다.그냥. 얼굴만 확인하자, 메이슨은 그렇게 생각했다.놈을 잡거나 하는건 몸 좋으신 보디가드 형님들께 맡길일이고, 그는 상대가 누군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어떤놈이 이렇게 똥파리처럼 사람을 귀찮게 구는지, 정말 정황대러 스태프나 배우라면 혹시 자신이 아는얼굴은 아닌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대체 노아의 예쁜 손가락에는 무슨 원수가 졌는지도 물론 궁금했다. 타이밍 안 좋게 걸려운 빅의 전화를 무작정 끊고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린 메이슨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갔다. 누가 자신을 알아보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지니 조심히, 눈에 띄지 않게 걸으며 검은 우비의 남자를 따랐다.

검은 우비의 남자는 제법 긴 거리를 걸었다. 다리가 살짝 저려오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더니 몸에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귀찮은데 그냥 큰소리로 불러서 얼굴만 확인할까? 메이슨은 잠깐 고민했지만 그쪽이 훨씬 더 귀찮아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재빨리 뛰어가 남자의 어깨를 붙잡는 건 너무 위험하려나, 원래의 자신이었다면 몇걸음 걷기도 전에 놈을 잡아 엎어놓고 총부터 들이댔겠지만 헤일리의 몸으로는 그런일은 어려웠다. 상대가 왜소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능할수도 있었겠지만.....

".........."

멍청한 짓이겠지 아무래도......메이슨은 입맛을 다셨다. 헤일리로 사는것은 메이슨 테일러로 살 때보다 훨씬 안락하고 편하기는 했지만육체적인 능력이 워낙 차이가 커서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어떻게 할까, 메이슨은 고민하며 계속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가 약간 으슥한 길로 빠졌다. 혹시 미행을 눈치챈건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남자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 담배와 약간의 술을 샀다. 나쁜짓은 다 하는 놈이군.

메이슨은 초반보다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걸었다. 그태프나 배우라면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인사하며 아는척 하는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연히 만난것처럼 굴어 인사하고 얼굴을 확인한뒤 촬영장에서 또 보자고 말하며 헤어지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나쁘지 않을것 같다. 스태프나 배우가 아니라면 곤란하겠지만....놈이 골목길을 틀었고 메이슨이 조금더 빠르게 걸어 그를따라 골목에 들어건 그 순간이었다.

"....-!!"

등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잡아채며 끌어당겼다. 흡.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려는 입을 차갑고 큰 손이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다.설마, 미행하고 있는것을 알고있었나. 메이슨은 등뒤로 식은땀이 흐르는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고 쓰고있던 모자 챙이 상대의 턱에 걸렸다. 그는 살짝 미간을 구겼다.

"노...."

노아. 메이슨은 등뒤에서 나타나 자신을 껴안은 남자의 이름을 달싹였다. 노아는 이번에야말로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등 뒤에 서 있었다.

"노아, 여긴."

여긴 어떻게, 라는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싸늘한 얼굴을 한 노아가 메이슨의 팔목을 붙잡고 거칠게 끌어당겨 걸었다. 도로변에 그의 보디가드와 필이 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두 사람의 등장에 힐끔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윽."

빠르게 걷는 노아의 걸음에 다리가 지끈거려 메이슨이 신음했고 노아가 우뚝 멈춰섰다. 붙잡힌 팔목도 벌겋게 자국이 생기고 있었다.

"노아, 대체 여긴 어떻게."

메이슨이 숨을 몰아쉬며 묻자 노아는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돌아섰다. 메이슨은 그가 놓아준 팔목을 문지르며 그를 올려보았다.

"어떻게, 라."

노아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여 메이슨을 내리깐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산책을 나간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산책? 여기까지 말이죠? 노아는 입매를 비죽여 웃었다. 메이슨은 산책이 맞다고 우기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누가 봐도 아닌일을 모른 척 넘어가줄 표정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토커를 직접 쫒다니......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노아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메이슨은 입술을 달싹였다. 대체 언제부터 노아가, 어디서부터 자신을 쫒아왔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처음 나올때부터 따라오고 있었나? 아무리 스토커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눈치 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요. 스토커가 작고 왜소해 충분히 잡을수 있을것 같았나보죠?"

"저는, 그게 아니라....얼굴만 확인할려고."

메이슨은 그런게 아니라고 변명했다.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몸상태를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아는 '아 그랬군요. 다행입니다.' 하지 않았다. 그는 좀더 화난 얼굴이 되었다.

"확인하면 그 뒤는요? 그쪽도 당신이 확인했다는 걸 알 텐데. 그 뒤는 될 대로 되라?"

"아니 그건...."

저도 고민하느라 여기까지 온 거긴 한데....메이슨은 말끝을 흐리며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근에 헐리웃에서 가장 핫한 커플이자 언론에 노출이 거의 없는 헤일리 커플이 거리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싸우는 듯 날카로운 분위기가 이어지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거나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자신의 이미지야 원래가 사고뭉치 막장이었지만 상냥한 신사인 노아가 길에서 화내고 있는건 모두의 눈에 의외일것이다. 메이슨은 노아의 손목을 잡고 필을 돌아봤다. 그가 차문을 열어주고 메이슨은 노아를 차로 이끌었다.파파라치가 몰리기전 차는 출발했다.

"..........."

노아의 녹색 눈동자가 짜증과 화를 참듯 일렁거렸다. 메이슨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골랐다. 무슨 말이든 해야할것 같았지만 사실 멍청한 변명 말고는 생각나는 바가 없었다. 스토커를 따라가 얼굴을 확인한 뒤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솔직히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과거 용병시절, 그가 무모하게 작전을 감행한것은 빠져나올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메이슨은 자신이 헤일리의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척 하면서 감정적으로 움직였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며칠전 촬영장에서 쓰러지고 화내는 그에게 사과했을 때 처럼 노아의 녹색눈이 흔들렸다.그는 이번에는 그래요. 나도 심했죠.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다시 앞을 쳐다볼 뿐이었다.

"저 혼자 식사한다구요?"

저녁시간, 식당으로 내려온 메이슨은 필의 말을 되물었다. 아까 오후일로 노아가 화가 난것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 식사하는 것을 거부할줄은 몰랐다. 노아집에 묵을때는 언제나 바쁘더라도 꼭 저녁은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식사 시간에 만나면 아까 일을 다시 한번 사과하자고 맘 먹었던 메이슨은 정작 노아가 나타나지 않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단 얼굴을 했다. 미간을 문지르며 물었다.

"많이....바쁘신가 봅니다?"

식사도 못할정도로 바쁜건지 자신에게 화가나 식사를 거르는건지 떠보기위해 필에게 물었다. 필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늘 똑같습니다."

"....그렇군요."

단단히 화가 난거구나. 메이슨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휑한 식탁. 노아의 빈자리가 무척 거슬렸다. 메이슨은 필을 붙잡았다.

"당신은요?"

"예?"

"식사 안하세요?..어차피 하실거면 같이 드세요."

"아니, 저는 따로...."

"절 싫어하는건 알지만 식사 정도는 한번쯤 같이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필이 곤란해 하는걸 알면서도 그를 붙잡았다. 노아를 화나게 만든게 심란하고 스스로에게 짜증이나 누구라도 귀찮게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저번에도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당신이 맘에 안들거나 싫은게 아닙니다."

담담한 얼굴로 말한 필은 역시 약간 곤란한 듯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 앉았다. 곧 메이드들이 음식을 옮겨 왔다. 곧 식탁에는 달그락하는 작은식기 소리만 드렸다.메이슨은 새우를 썰다 말고 필을 쳐다보았다. 필은 꼭 노아처럼 조용히 식사를 하고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때 부터같이 자란 겁니까?"

메이슨은 넌지시 물었다. 그러고 보면 10년 전에도 필은 노아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었다.그때는 이렇게 전문적인 비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필이 어린나이부터 노아의 보좌관이 되기위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예. -레이칼튼 씨가 이야기 한 겁니까?"

"뭐....비슷합니다."

메이슨은 적당히 고갤르 끄덕였다. 그때 당시의 필은 인상이 흐릿했다. 10년전 일이니 그럴법도 한데, 필에 대해 기억나는것은 한 달의 근무가 끝나기 전날, 그가 메이슨을 찾아왔을때 뿐이었다. 그때 필은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었고, 그는 메이슨에게 자기가 할수 있는 모든 제안을 했었다. 집, 차, 전속계약, 미국에 남아주기만 한다면 가능한 모든것을 해줄것이라 말했다. 왜 그럴게 까지 해주는 겁니까. 일개 용병회사의 보디가드 한 명에게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냐고, 메이슨이 의아하게 물었을때 필은 말했다.

'저는 어린 나이부터 노아의 보좌관이 되기위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것이라고 평생 교육받아 왔습니다.'

'당신이 노아를 지켜주지 않응다면 제 직장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떄의 필은 무척이나 풋내나는 어린애였다. 메이슨은 사무적으로, 그러나 어렵게 말하는 그에게 '누구든....저보다 더 괜찮은 보디가드가 그를 지켜줄 겁니다.' 하고 말했다

'그의 곁엔 당신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메이슨의 말에 필은 내내 짓고있던 사무적인 얼굴을 무너뜨리고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때는 그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왜 그런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하니 그때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수 있었다.

"직장이 없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예?"

노아가 살아있다는 것은 필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무척 다행한 일이었지만. 메이슨은 의아한 얼굴인 필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웃어주고 새우와 야채를 포크로 찍었다. 음, 그나저나 어쩌지. 메이슨은 곤란하게 생각했다. 일단 노아를 만나러 가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게 좋을까. 사실 자신이 다시 그러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할수 없었다. 입만 산 남자는 되고싶지 않은데, 화를 내고 있는 노아를 생각하면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기분이 먼저 들었다. 못난 남자다 싶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오늘 길에서 레이칼튼씨를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요즘은 개인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발달되어 사람들 모두가 파파라치나 다름 없으니까요.'레이노아'가 길에서 연인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찍혔다간 시끄러울 테니까요, 아마 이렇게 식사할 시간따위는 없었을 겁니다."

소소한 불화설 정도는 이미 떠돌고 있지만 말입니다.-필이 약간 피곤한듯 말했고 메이슨은 픽 웃었다.

"뭐, 노아가 화를 낸다니, 사람들이 놀라긴 하겠네요."

아마 다들 노아가 길에서, 연인에게 활르 내는것을 믿지 못하고 헤일리 러스크가 크나큰 잘못을 했을거라고 할 터였다. 물온 이번에는 자신이 잘못한게 맞지만-...메이슨은 다시 푹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레이칼튼 씨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메이슨이 넌지시,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냐니....사람들이 보는것 보다는 좀 많이 까탈스럽고 예민하고....잘생겼고 돈도 많고, 좀 악취미라든가, 있는것도 같고."

메이슨이 떠오르는 대로 주절주절 쏟아내자 필은'아, 아니.' 하고 말을 끊었다. 그는 약간 당황한 얼굴을 했다.

"....감정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가 말했고 메이슨은 면접관처럼 굳은 입매로 쳐다보고있는 필을 바라봤다.

"글쎄요."

메이슨이 들고있던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건 당신에게 말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식사를 하자고했지 속마음을 털어놓아 보자고 한것은 아니었다. 덤덤한 메이슨의 말에 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는 당신이 싫거나 마음에 안 드는게 아니라 불편하고 걱정스러워 하는 겁니다.-당신의 그런 점이."

이 남자는 필이 아는 누군가와 어딘가 닮아있었다. 필은 그 점이 불편하고 걱정스러웠다. 처음에는 '헤일리 러스크' 라는 것 자체에 의아함과 의문을 가졌다면 실제로 만나본 그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리고 무심했다. 선안의 인간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선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했다.  노아에게 접근하던 모든 사람들은 필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 그에게 하나라도 더 물어보고 싶어하고 조금이라도 필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면 어쩔줄을 몰라하곤 했다.헤일리에게 그런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날 마음에 안들어하는 것은 알지만.' 이라든가 '싫어하는건 아는데.' 하면서도 그 생각을 바꾸게 하기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것이 이상했다. 심디어는 제가 식사에 초대해 놓고 쌩하니 '선 넘지 마.' 하고 말을 자르는 건 필요 이상으로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는 타인에게 무심하고 건조했다.레이칼튼 부부와 필, 많은 사람들이 붙잡는 것에 마음 한 번 흔들리지 않고 아프간으로 떠났던 그 남자와 닮아 있었다.

'왜 이런 사람만 좋아하는 건지.'

필은 노아의 취향도 어지간히도 이산하다고 생각하며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레이칼튼씨가 보이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입니다. 참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거든요."

필은 들고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물을 마시며 식사를 마치고 말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입니다. 높달까.....거의 모두랄까. 저는 지금 그분이 살아서 저렇게 생활하고 있다는게 무척 놀랍고 그리고 그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신이 그의 관심을 끌고 이렇게 같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필은 해도 되는 말과 하지 말아야하는 말들 사이에서 단어를 고르느라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신할수 없었다. 헤일리는 무심한 얼굴이었고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무서운 겁니다."

필이 망설이다 말하자 헤일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가 무척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 얼마전에 죽었기 때문에....."

필은 이 말을 하는것이 혹시, 헤일리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두 삶이 더 크게 싸우게 되는것은 아닐까 염려하며 말했다. 자신이 주제넘은 말을 하고있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10년전 자신이 메이슨에게 주제넘은 제안을 하면서 매달렸던 것처럼, 필은 지금의 헤일리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

메이슨은 그의 말에 입술을 달싹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필은 긴장했다.

"노아는 지금 어디 있죠?"

헤일리가 물었고 필은 주저하다가 '2층 서재에 계십니다.' 하고 말했다. 한숨을 쉰는 덤덤한 얼굴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기분이 상해서 따지러 간다는 건지, 도무지 표정을 읽을수가 없었다.

"식사 계속 하세요."

헤일리는 긴장해 있는 어깨를 툭 쳐주며 식당을 나섰다. 필은 한참동안 뻣뻣하게 앉아 있다가 곧 길게 한숨을 쉬고 두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한참뒤에야, 그러고 보니 헤일리고 메이슨을 알고 있다고 했던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아무 산관도 없는 이야기였다. 메이슨은 2층 서재 문 앞에서 서서 잠시 고민했다. 필의 말을 듣자마자 역시 노아를 만나러 가자, 하고 생각했던 마음과는 달리 문 앞에 서자 약간 긴장이 되었다.

"......그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무서운 겁니다. 그가 무척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 얼마전에 죽었기 때문에....'

필이 가르킨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메이슨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니까. 메이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선명한 노크소리에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메이슨은 다시 문을 드드리려다 관두고 끼익, 믄을 열었다.

"......답이 없으면 들어오지 않는 게 예의일 텐데요."

안쪽에서 조금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슨은 '압니다' 하고 무례함을 인정했다.

"식사하러 안 오셔서요."

메이슨은 약간 긴장된 것을 느끼며 말했고 작은 한숨소리와 함께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필을, 보냈는데요. 오늘 식사는 혼자 하라고."

"음. 그랬죠."

메이슨은 어두운 서재를 가로질러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안쪽, 소파에 노아가 길게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손으로 눈가를 누르고 있었고 메이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아픕니까?"

아파. 노아가 숨을 삼켰고 메이슨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거짓말이 아닌지 노아의 이마는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있었다.

"괜찮아요?"

의사를 불러야하나, 메이슨이 짚었던 손을 떼어내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노아가 강한 힘으로 메이슨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위로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엉거주춤 그의 몸 위를 엎드린 메이슨을, 몸을 일으켜 껴안았다.

"메이슨."

노아가 약간 젖은 ,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이슨....대답해줘요. 메이슨."

"......-예."

메이슨은 쿵, 쿵, 느리고 무겁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말했다.

"메이슨...."

노아가 숨을 삼키며 어깨를 움츠렸다. 무섭다는 것처럼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메이슨은 다시 대답해 주었다.

"예. 노아."

매달리듯 자신을 안은 그의 등을 안아 쓸어올리자 그가 한숨을 귀었다. 깊게 숨을 들이켜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쉰 노아는 말했다.

".....이쪽은 현실이군요."

노아가 겨우 알겠다는 듯이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노아는 껴안아준 메이슨에게 고맙다는 듯이 웃어보이더니 그를 밀어내고 일어났다. 얼결에 밀린 메이슨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피하듯 걸어나가는 노아를 보면서 당황했다. 아니, 그는 나가는 대신 문을 열고 메이슨을 보았다. 이만 나가 달라는 듯이.

"노아."

"내가 들어오라고 했던가요?"

노아는 내가 너를 허락했던가, 하고 물었다. 메이슨은 피곤한 그의 얼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당황한 메이슨의 얼굴을 보며 노아는 머리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그게 아니라....당신을 당황하게 하려는게 아니라, 내가 지금. 혼란을 정리중 이거든요."

머리가 터질것 같아서, 노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힘든 것처럼 말했다.

"제가 옆에 있는 쪽이 낫다고...."

메이슨이 지난주, 촬영장에서 통화한 내용을 말하자 노아가 작게 웃었다.

"보통은 그렇죠. 당신이 없는데서 기인하는 정신병이니까.....하지만 오늘은 당신이 있어서 생긴 혼란이라 혼자 있는 쪽이 정리하기 좋을것 같아요."

노아는 양해를 구하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가 나가는 것도 괜찮겠죠."

메이슨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자 어깨를 으쓱한 노아는 좋은 밤 되라는 듯 말하며 서재를 나서려 했다. 메이슨은 다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

"노아, 전."

메이슨은 노아를 붙잡기 위해 무슨말이라도 할수 있을것 같은 심정이었지만 무슨말을 해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계속 붙잡고 있으면, 당신에게 화를 낼지도 몰라요."

"화내세요."

차라리 화를 내는것이 나을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호텔방안에서 자신에게 활르 내던 노아가 지금의 노아보다는 훨씬 나았다. 메이슨의 말에 노아는'그러다 내게 질려서 떠나면,누구좋으라고.' 하며 쓰게 웃었다.

'노아,"

메이슨이 달래듯 부르자 노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피곤하고 입도 벙긋하기 싫은듯 보이는 그 얼굴에 메이슨은 내내 벼르던 사과를 건냈다.

"미안합니다."

"뭐가요."

"낮에, 당신을 걱정하게 만들어서...."

메이슨의 말에 노아는 '괜찮아요.익숙한 일이니까요.'하고 잘라말했다.

"당신을 걱정하는건 내 일상이라고 말했잖아요."

노아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그의 시선을 내리 깔고 낮게 웃었다

"당신이 원래 그렇게 목숨을 휴지조각처럼 아무데나 가져다 버ㅗ리는 건 나도 알아요. 그 위험한 곳에 자진해서 간다고 했을 때부터, 그 병신같은 회사에서 주는 위험한 임무를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는 걸 알고서도, 당신이 그런 사람이구나.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그런 사람이구나. 매일처럼 생각했으니까."

노아는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덤덤했고 느릿하게 말했고 메이슨은 눈을 깜빡여 그를 쳐다봤다. 노아는 이번일을 이야기 하는것이 아니라 십여년 전부터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신경은 가닥가닥 찢어지고, 갈라지고, -당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내내."

안그래도 미쳐있는데, 매일매일. 내일은 메이슨이 죽을지몰라. 내일은, 모레는, 그런 생각을 할때마다 노아는 조금씩 미쳐갔다.

"당장 그 거지같은 회사에서 당신을 빼내고 전쟁터에서 구르지 못하게 끌어다가 안전한 곳에 가두고 싶었지만... 매일같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럴수 없었죠."

노아는 고개를 들어 얼어붙은 메이슨을 바라봤다. 그 렌즈 없는 바다색 눈동자를 보며 노아는 웃었다.

"왜냐면 당신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노아...."

신음같은 메이슨의 부름을 들으며 노아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메이슨이 붙잡고 있는 손을 뗴어내며 '나 보고 화를 내라고요.' 하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내가 화를 낼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요."

일상적인 걱정을 넘어 화를 낸다는건 그의 겅강에 참견할 권리를 가진단 말이다. 그의 건강, 육체, 인생에 참견할 군리가 노아에게는 없었다. 내내 그 권리를 갑고 싶어서 미칠것 같았지만 여전히 노아는 그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메이슨은 당장에라도 떠날 것처럼 그 검은 가방을 손에 쥐고 다녔고 노아는 그것에 대해 한마디 묻지도 못했다.

"내가 아무런 자격도 없다는 걸 알아요. 지금 이대로 만족해야한다고....당신이 곁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얼굴도 볼수없던 예전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만큼 행복하니까, 욕심내지 말아야한다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생각해요."

노아는 뗴쓰는 어린애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애쓰며 말했다. 차라리 원하는 마음을 접어 포기하기만 하면됐다. 쉽지 않았지만 그런척 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신이 죽지 않고 살아서 존재한다는 말만 들어도 만족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날 구해준 다음에는 물론 그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죠. 근데..."

노아는 낮게 웃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인 웃음 같았다. 그는 한참동안 자신에 떼어낸 메이슨의 손을 보았다. 이 손이 정말로 자신의 몸에 닿게되자 일은 생각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메이슨은 자신의 빈손을 물끄러미 보고있는 노아를 쳐다봤다. 자신이 떼어놓고도 아쉬운듯 쳐다보는 그 시선에 금세라도 울것 같은 얼굴에, 메이슨은 그를 껴안고 싶은 것을 참았다. 노아는 말을 고르는 것처럼 몇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사실은요."

그는 문득,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작게 말했다.

"난 얼마전까지 당신이 아픈게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았거든요."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그만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 같아서 노아는 다리를 절거나 아파하는 메이슨을 볼때마다 내심 달콤하게 생각했다. 노아 본인이 다쳤을 때도 일부러 더 다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지만 메이슨의 걱정하는 눈길이 상처에 닿을때마다 기분이 좋았던건 사실이었다.

"잠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은 거죠. 당신은 원래, 그 모든게 쉬운 사람인데, 고작 필름 몇장 채우기위해, 대단치도 않은 스토커따윌 잡기위해 아무렇지 않게 위험에 뛰어드는 그런 사람인데...."

노아는 우숩다는듯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이 내옆에 있는게 혼란스러워요. 행복하고, 기쁘고, 당장에 죽어도 좋을 만큼 충족감이 넘치지만 마음 한켠에는 더 원하고 바라고, 당신이 누구에게나 그런다는것에 비참해하고...."

비참하다니, 배가 불렀죠. 중얼거린 노아는 메이슨의 굳은 얼굴과 흔들리는 눈과 어쩔줄 모르는 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번더 한숨을 쉬었다. 한번더...그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아 이를 깨물었다.

"...그런 얼굴, 그런 표정이 나를 착각하게 만드니까."

메이슨은 비명을 지를것처럼 숨을 몰아쉬는 노아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노아. -노아."

몸부림 칠것처럼 숨을 삼켰던 그는 메이슨이 껴안자 그대로 멈춰서 말했다.

"....메이슨....."

"예."

메이슨은 대답을해주며 노아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노아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있었다

"미칠것 같아요....."

노아가 울것같은 목소리로 말했고 메이슨은'괜찮습니다.'하고 그의 어깨에 이마를대고말했다.

"미쳐도 괜찮아요. 당신이 뭐하든 어디에 있든, 제가 또 구해줄 테니까..."

노아의 몸이든 정신이든 어둡고 위험한 곳에 두질 않을 것이다. 이치에 안 맞는 말이고 상황에도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메이슨은 그렇게 말하며 노아의 어깨를 끌어안지 않을수 없었다. 노아가 메이슨의 팔을 풀어 벽에 밀치고 입술을 깨물듯이 빨았다. 쿵. 순간 어깨가 뻐근할 정도의 충격이 있었지만 정신을 차릴새가 없었다.

"훗.....!"

노아가 메이슨이 입고있는 셔츠를 잡아당겨 벗겼다. 메이슨은 거친 동작에 상처가 나는걸 알았지만 입술을 깨물고 그를 안았다. 곧 그거 바지를 찟듯이 열고 끌어내렸다. 메이슨의 등이 식은땀으로 젖는것을 느꼈다. 다가올 통증에대한 공포심이었다.

"....그만하게 해요."

선뜩할 정도로 아프게 목덜미를 깨문 노아가 유혹하듯 낮게 말했다.

"그만두라고 하면.....여기서 멈출게요."

행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도, 기대하는 것도 여기까지만 하겠다는 말이었다. 메이슨은 그만두라고 하는대신 그의 아름다운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노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메이슨은 좀더 그의 입술을 달게 빨았다.

"....씨발."

노아는 메이슨을 벽에 밀치고 어깨를 부술것처럼 쥐고 벌어진 다리 사이로 급하게 성기를 밀어 넣었다.

".........!"

아무리 섹스에 익숙한 헤일리의 몸이지만 젖지도 풀어주지도 않은 산태로 커다란 성기를 받아들이는건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노아의 것이 급하게 밀고 들어오며 몸을 열었다. 눈앞을 하얗게 만드는 고통에 네이슨은 노아에게 매달렸다. 노아는 이제 그만둘수 없다는 듯 그의 다리를 들어 더 벌어지게 만들며 안으로 들어왔다. 한다리로 서게되자 메이슨은 더 노아에게 매달렸고 노아의 것이 더 깊숙이 들어왔다.

"............"

배를 뚫을 것처럼 깊숙히 삽입되자 몸안쪽이 떨어져 나갈것처럼 경련했다.

"메이슨....."

메이슨은 숨을 삼켜 고통을 참으며 'ㅇ...예'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

그 대답에 노아는 아픈 것처럼 웃었다. 정말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이.

".....하세요."

해도 됩니다. 노아는 무슨말이든 할것처럼 입술을 달짝이다가 입을 다물고 떨리는 메이슨의 입술에 키스했다. 노아가 천천히움직이기 시작했고 메이슨은 눈을 감았다. 분명뭄앞이 파랗게 질리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고통스러운데도 메이슨은 이순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눈을 뜬건 노아의 침대 위에서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수없지만 대강, 해가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메이슨은 멍하니 일어나 부스스 눈을 비비며 옆을 돌아보았다. 노아가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귀신처럼 뭐하는 겁니까."

메이슨은 끔쩍 놀랐던 것을 삼키며 물었고 노아는 '위험한 생각이요.' 라고 대답하고 한 타이밍 늦게 눈을 휘며 웃었다.

"................."

메이슨으 힐끗, 침대 머리맡을 보았다. 새로운 총이 있나 손을 넣어 더듬자 노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눈치한번 빠르네요."

그저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른 뿐인데, 자신의 생각을 용케 읽었다는 말이었다. 메이슨은 멈칫하며 그를 쳐다봤다. 맨몸인 노아는 잘 잤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왜."

메이슨이 그를 붙잡으며 일어났고 노아는 자신을 붙잡은 메이슨의 손을 달큼한 것처럼 쳐다봤다.

"그냥 생각만 한 것뿐이에요. 다들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잖아요. 신경쓰지마요"

노아는 메이슨의 손을 잡아 떼어내 손등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움직일수 있겠어요? 어제 내가 좀....지금 식사 여기로 가져올 테니까. 먹고 좀 자요"

"노아."

메이슨은 그의 손을 붙잡아 앉혔다. 노아는 눈을 휘어 웃으며 '아직 아래가 부족합니까?' 하고 물었다. 메이슨이 표정을 풀지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어제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않아준 덕에 내 오해와 착각은 또 깊어졌거든요. 그게 깨지는 게 두려워서 말이죠."

"뭐가 오해고, 뭐가 착각인데요."

왜, 대체 뭘 겁내는 겁니까. 메이슨은 치미는 안타까움을 삼키며 물었다. 노아는 겁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납치당한 상황에서 납치범을 도발하는 정신나간 짓도 벌이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만은 말도 안되게 겁먹고 있었다. 마치 미래에 절망망 준비 되어있는 것처럼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

어떤 오해고 착각이냐...중얼거린 노아는 눈을 들어 메이슨의 뺨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그 뺨을 쓸어내렸다.

"당신은 메이슨이지만 이 육체는 헤일리 러스크죠."

부서질것처럼 약하고, 병들어 있고, 또 음탕한, 헤일리의 몸, 노아는 자신의 눈에 완전히 메이슨처럼 보이는 그 몸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모두가 당신을 헤일리라고 불러요. 당신이 메이슨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니까."

아무도 몰랐다. 10년을 그를 카메라에 담았던 드라마 감독도 몰랐고, 친척들, 친구들, 16년을 그를 돌보았다는 매니저조차, 그가 다른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아요? 이제 당신을 메이슨이라고 부르는건 나뿐이에요....세상에 나만이 당신이 여기에 있는걸 알아요."

노아는 메이슨의 마른 손등에 입을 맞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의 존재를 아는것은 세상에 오직 자신뿐이라고 모두가 헤일리 러스크를 쳐다보고 있지만 그에게서 메이슨을 보고있는건 자신뿐이니까.

"이게 얼마나 달콤한 감각인지 당신은 생각도 못하겠죠."

당신에겐 그게 달가운 일이 아닐테니...그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에서 이렇게 성마르고 문제 많은 몸이되어 모두가 헤일리라고 부르는 상황이 달가울리 없으니까. 노이는 씁쓸히 웃었다.

"그래서 자꾸 혼자 특별해진 것처럼 느껴버려요. -사실 그건 내게 당신이 특별해서 일어난 일일뿐인데."

내가 당신을 알아보고, 메이슨이라고 말해달라고 매달리고....그래서 이렇게 된것일 뿐인데, 노아는 되뇌이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걸로 만족해야 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열익곱, 메이슨이 떠났을 때처럼.

"내게 당신이 유일한 것처럼, 당신에게도 내가 유일하다고....그렇게 생각하는게 너무 달고 행복해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거에요. 꿈이고 상상이고, 오해고 착각이더라도."

세상에서 서로에게 가장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 노아는 자신을 보고있는 메이슨의 입술에 입맞추었다.유일하고 특별한. 메이슨은 그 단어들을 읊으며 자신에게 키스한 노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며칠전 부터 내내 묻고싶은게 있었다 메이슨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사귀고 있는 겁니까?"

사실 노아와 자신은 거의 그런것 처럼 보였다.세상 사람들은 그들이 언제 공식 연인 선언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고 토니나 빅들은 이미 그들이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한적이 없었다. 좋아한다든가, 혹은 사랑한다든가. 메이슨이 지가가듯 좋아한다고 말한적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었다.그 와중에 섹스는 이미했고 메이슨은 내내 이관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자고 있었다.

".....글쎄요?"

노아는 메이슨의 물음에 해답을 주는 대신 되물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내내 이야기했는데, 왜 내게 그걸 물어요?"

결정하는건 당신인데...뇌깔리듯 말한 노아는 메이슨의 얼굴을 보았다. 노아는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긴장했다.

"칼은 당신이 쥐고있어요."

관계를 자르고 엮는것도, 자신의 목숨까지도 모두 그가 쥐고있었다.

"내게, 어디까지 줄 건가요?"

자신은 어디서 브레이크를 걸어야할까. 좋을대로 욕심내다가 메이슨이 떠나기라도 하면 그는 모든것을 잃는것이니 말이었다.

"나는.....당신을 얼마나 가질수 있어요?"

메이슨은 담담한 목소리로 묻는 노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입술은 가늘게 떨고 있었고 붙들고있는 손도 마찬가지였다.

"............."

처연할정도로 아름다운 노아의 얼굴은 사실 무척이나 취향이었다. 금발에 청순한 얼굴. 지켜주고싶은 상대...메이슨은 자신의 이상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것같아 조금 웃었다. 소아 성애자도 게이도 아니라서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메이슨이 몸을 일으켜 앉아 노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노아에 대한 감정이 성애냐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하지 않았다. 자신은 게이가 아니었고 육체야 어떻든 남자를 사랑항수 있다는건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이상형이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노아와의 성관계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고 생소했다.

"나를....메이슨이라고 브르는건, 내가 메이슨이라고 생각하는건 이제 당신밖에 없어요"

메이슨도 약간 긴장되고 조금 떨렸다. 성애라고 말하기는 쉽지않지만 그러나 그는 특별했다. 메이슨의 인생을 통틀어 그 누구도 그만큼 특별한 사람은 없었다. 20년전 길에서 가방속 작은 소리를 들었을때부터 이순간 까지, 메이슨은 모든 갈림길에서 노아를 선택해왔다. 그것이 자의든 자의가 아니든 간에 메이슨에게 노아가 늘 우선이었다.10년전 그를 떠났을때도, 죽은 아내와 딸보다는 섧세 울던 그가 더 눈에 밟혔다. 이런 영혼의 이끌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세살에서 사람사이 가질수있는 가장 큰 감정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건 사랑이 맞았다. 누구보다 메이슨의 감정을, 인생을 이렇게 흔들수는 없었다. 자신에게도 노아가 유일하고 특별했다.

"당신밖에 없으니까...."

메이슨은 손을 뻗어 멈칫해 떠진 노아의 아름다운 녹색눈가를 만졌다.

"원하는 대로 취하면 될것 같은데요."

그가 바라기만 한다면 모두 다 가져도 좋다고, 메이슨은 말했다. 노아가 눈을 깜빡였다. 깜빡, 깜빡, 자신이 들은 말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것처럼 예쁜눈동자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그리곤 그 눈에서 말간 눈물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라면."

"...현실일 겁니다."

메이슨은 노아의 뺨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닦지않고 보았다. 마음이 애잔한데 그게 꽤 달큼했다.

"꿈이라면......... 깨자마자 내 머리를 쏴버리거 싶을 것 같네요."

영원히 깨지 않도록, 노아가 입술을 달싹여 말했다. 행복한 얼굴이 아니라 이꿈이 깰까봐 두려워하는 얼굴에 메이슨이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 총, 제가 치웠습니다."

베개맡에 있는 ,그 리볼버 파이슨....가져다가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노아."

입술을 맞댄 메이슨이 중얼거리듯 이름을 불렀고 노아는 눈을 감았다. 너무나 달다는 듯. 메이슨은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고 노아가 메이슨에게 키스했다. 유일하고 특별한 그에게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어. 꿈보다, 상상보다, 착각보다, 오해보다 현실이 가장 달고 감미로웠다. 노아는 더이상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드디어 끝입니다...장량 킬더라이트 사이드트랙은  넘 좋아한 작품이라 텍본하면서도 내내 즐거웠어요^^..오타는 요령껏(?) 해석해서 보세요^^

사이드 트랙 1-6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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