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ill the lights-28화 (28/29)

Side track 1. Jump to the light

촬영장은 바늘 소리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벽의 얼굴은 더없이 진지했고 스태프들 역시, 심각한 얼굴로 열중했다.

메이슨은 무심한 얼굴로 채이스를 향해 말했다.

"쏴. 나를."

총을 든 체이스는 덜덜 떨었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과 금세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 입술이 파들파들 덜렸다.

총을 든 건 메이슨 쪽으로 보일 정도였다.

"여기."

메이슨은 검지로 자신의 이마를 가리켰다.

"여기를 쏘는 거야."

쏴서 이 세계를 끝내버려. ─속삭이는 듯한 메이슨의 말에 천천히 체이스의 총구가 올라갔다.

어느 순간 총구의 떨림이 멈추었고 메이슨은 막 첫 걸음마를 걷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를 보듯 웃었다. 그리고───.

"컷!!! 오케이!!"

빅이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좀 전의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 촬영이 모두 종효되었다.

크랭크 업을 알리는 빅의 컷 싸인에 메이슨은 깊게 한숨을 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저분하게 분장을 한 체이스는 감격에 찬 얼굴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헤일리."

"저 때문에 스케줄 많이 꼬이셨을 텐데.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메이슨이 활짝 웃으며 인사하자 체이스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워지시네요." 하고 뻘한 소리를 했다.

메이슨이 피식 웃자 어느새 달려온 빅이 말했다.

"언제까지 두 사람이 손잡고 있을 거야? 응?"

"뭐. 바쁜 일이라도 있습니까?"

어차피 촬영도 끝났는데 손 좀 잡고 시간 좀 끌면 어떠냔 말이었다. 빅은 메이슨에게 "다음 영화 말인데." 하고 말을 꺼냈다.

"내가 보낸 시놉 봤어?"

지금 영화가 이제 끝났는데 새 시놉시스를 보냈다는 빅의 말에 메이슨은 살짝 미간을 구겼다.

"어디에 보내셨는데요?"

"네 집에. ─못봤어?"

"저 요즘 노아, 레이칼튼 씨 댁에 있는데요."

메이슨은 심드렁히 말했고 빅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래? 레이칼튼 씨 댁으로 새로 보낼까? ‥‥‥거기로 보내면 왠지 너한테 안 갈 것 같은데‥‥‥. 그 남자 나 싫어하지?"

메이슨은 아니라고 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노아가 빅을 싫어하는 것은 최근 영화 막바리 촬영으로 밀려 있던 메이슨의 촬영이 타이트해지면서 극에 달했다.

원래도 짜증 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촬영이 바빠져 새벽같이 나가서 다시 새벽에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들어와도 만날 수 없고. 그런일이 반복되자 노아는 빅에 대해 이야기하며 "쏴버리고 싶네요." 하고 농담인 양 말했다.

눈에 그득그득 진심을 담고.

"영화 편집으로 이제 한창 바쁘실 텐데 새 시놉이라니, 너무 급한 것 아닙니까?"

"무슨 느긋한 말을 하는 거야. 헤일리가 여길 나가는 순간 다른 놈팽이가 그를 채갈 텐데! 헤일리, 설마.

벌써 다음 영화 결정된 건 아니지?"

빅은 여기서 당장 나와 계약하고 나가라고 할 기세로 말했고

메이슨은 성큼 성큼 가까이 다가오는 빅을 피해 물러나며 손을 내저었다.

"영화는 무슨‥‥‥. 당분간 푹 쉴 거예요. 카페도 차리고."

"쉬어? 카페?"

"뭘 하신다구요?"

빅과 체이스가 의아하게 되물었지만 메이슨은 빙긋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노아의 저택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제법 괜찮은 카페 자리가 나와 있었다.

아니, 거기보다 괜찮은 곳이 없지는 않았지만 메이슨은 그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메이슨이 '농담입니다.' 라고 하지 않고 흐뭇하게 웃자 두 사람은 눈을 끔뻑 거리며 물었다.

"진짜 카페를 한다고? 네 사인이랑 브로마이드 막 걸려 있고 그런 거?"

"쉰다구요? 한참 일 해야 할 때 아닙니까? 카페 운영은 누가 합니까? 사람 고용했어요?"

두 사람의 물음에 메이슨은 미간을 구겼다. 예전부터 내내 꿈꿔온 자신의 소중한 꿈에 그들이 멋대로 먹칠을 하고 있었다.

"아뇨. 돈도 많이 벌었는데 뭐 영화 계속 찍을 필요가 있나 싶고‥‥‥. 사진이랑 브로마이드는 왜 겁니까. 자아도취도 아니고.

운영은 당연히 제가 하죠. 커피도 열심히 배웠는걸요."

진지한 메이슨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가 다시 메이슨을 보았다.

"그게‥‥‥, 될까‥‥‥?"

"레이칼튼 씨도 그러라고 합니까?"

두 사람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고 메이슨은 "제가 카페를 하는데 왜 노아의 허락이 필요합니까?" 하고 되물었다.

물론 노아는 메이슨이 카페 이야기를 하자 한참을 웃더니 "개업날 꽃을 보내줄게요."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아니. 그게 뭐랄까. 사업가로서의 조언이랄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텐데 싶어서‥‥‥."

"아. 혹시 파파라치들에게 커피를 팔겠다는 이야기야?"

그거 독한데? ─빅은 독하지만 무척 참신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슨은 두 사람의 걱정스러운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는 시끄럽겠지만 금세 조용해지겠죠. 원래 스타란 금세 떴다가 금세 잊히고 뭐 그런 거잖습니까."

헤일리가 잊혔듯이, 메이슨은 자신도 금세 잊히리라 생각했다.

지금은 당장 노아를 구한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영화 촬영도 끝났으니 한두 달이면 금세 조용해지지 않을까?

"상황 판단이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으로 피곤해서 그런가, 맹한 소리를 하네."

"음, 그래요. 아니 뭐, 저는 당신이 무얼 하든 응원할 겁니다."

빅은 심드렁히 말했고 체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다리고 있는 스태프들과 악수를 나눴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미쳐서 어쩌나 싶었는데, 그는 천재가 맞네요. 당신을 캐치하다니. ──당신과 함께 해서

정말로 만족스러웠어요."

글로리아는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취재진과 지긋지긋한 파파라치들 때문에 그녀는 오랬동안 벼르기만 했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무척 기뻐했다.

"헤일리, 당신, 정말 게이 맞아요? 나 그 키스가 잊히질 않는데."

메이슨과 키스신을 찍었던 여배우 리지는 끈적한 농담을 하며 웃었다.

카메라 감독, 조명감독, 조감독, 소품 담당‥‥‥. 눈을 내리깔고 서 있는 애쉬튼까지. 메이슨은 살짝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메이슨의 악수 신청에 그는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시선을 피했다.

메이슨은 빈손을 언제쯤 회수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했고 애쉬튼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솔직히, 터무니없이 잘 되시는 것 같아 질투했는데‥‥‥. 정말 연기를 잘하셔서‥‥‥."

그냥도 진짜로 무서웠고, 그 뒤에도, 꿈에도 나올 정도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듯 우물거린 그가 메이슨의 손끝을 살짝 잡았다 놓았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애쉬튼의 기어들어가는 듯한 짧은 사과 인사에 메이슨은 픽 웃으며 "앞으로 잘 되길 빌게요." 하고 말했다.

등 뒤에서 지켜보던 빅은 "잘 되는지 지켜볼 거야. 유심히." 하고 구시렁거렸고 체에스는 역시 남자답고 멋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사하고, 어서 뒤풀이 가자며 치덕치덕 붙는 빅과 체이스를 떼어낸 메이슨은 두리번거리며 토니를 찾았다.

"토니 못 봤어요?"

메이슨은 지나가던 스태프를 붙잡고 물어꼬 그는 "글쎄요." 하고 고개를 저었다.

내도록 안보이더니, 대체 어딜 간 건지. 메이슨은 약간 더 두리번거리다가 지나가려는 그를 다시 붙잡았다.

"아, 미안한데요. 잠시만 저 좀 도와주실래요?"

"예?"

"차에 짐을 넣어야 하는데, 매니저가 안 보여서."

메이슨은 그에게 난처함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예에."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슨은 그에게 토니가 들고 다니던 가방과 의상들을 넘겼다.

무개념한 배우처럼 휴대폰만 손에 달랑 든 그는 스태프를 매니저로 부려 먹으며 촬영장 뒤,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로 다가갔다.

"‥‥‥레이칼튼 씨가 서, 선물 하셨나 봐요?"

"음? 아, 끝내주죠?"

메이슨은 빨간색 엔초페라리를 자랑하며 웃었다.

"너무 화려하다 싶기는 했는데─‥‥, 세단은 또 취향이 아니라서요."

"아, ‥‥‥예."

스태프는 약간 뺨을 움칠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몰아쉬었다. 메이슨은 백치미 넘치는 평범한 걸레처럼 헤죽 웃으며 말했다.

"스포츠카는 승차감이 별로라, 마구 흔들리는데 그게 꼭 섹스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덜컹덜컹, 거친 기을 갈 때, 특히. 알죠? ─메이슨이 혀를 내어 입술을 핥으며 말하자 그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에게 헤실 웃어준 메이슨은 돌아서서 앞쪽 트렁크를 열고 짐을 넣으며 물었다.

"이런 쪽이 좀 더 취향이에요?"

"‥‥‥예?"

"섹스 밝히고, 아무나와 자는 그런 쪽이 취향이냐구요."

"무, 무슨‥‥‥."

메이슨은 힐끗, 뒤를 돌아보며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봤다.

구부정하고 왜소한 체구에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저 지저분한 운동화. 틀림없이 이놈이었다.

그 부슬부슬 비 오던 날, 노아의 제지로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신고 있던 운동화만은 분명히 보았다.

찰박, 으슥한 골목길을 돌며 그의 발에 튄 흙탕. 그리고 그것이 말라 생긴 선명한 자국이 그 신발에 남아 있었다.

메이슨은 그의 신발과 그의 얼굴을 보며 눈을 휘어 웃었다.

"직접 그만둘래요, 아니면 강제로 그만두게 할까요?"

메이슨의 물음에 남자는 부들부들 떨었다.

"무, 무슨 말인지."

메이슨은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서서 잘 닫히지 않는 트렁크를 다시 열어 안을 정리하며 말했다.

"예전에 페이트 붓고 글씨 쓸 때 손으로 차를 이렇게 짚었죠? ─지문이 다 남았거든요. CCTV도 물론 있고. ─당신 내가 찍는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스태프로 뛰었던데요?"

나 같은 게 뭐가 좋다고. 메이슨은 심드렁히 말하며 트렁크 밖으로 튀어나온 옷걸이를 정리했다.

"내 애인이 이런 일 하는 걸 싫어해서 기회를 주는 겁니다. 사실 나도 원래는 신경도 안 썼을 거예요. 페인트칠에 자위사진이나

욕설 같은 거, 우습지도 않죠. 솔직히 당신이 자꾸 노아 손가락에 상처내지만 않았어도‥‥‥. 음, 여하간 말이죠."

메이슨은 한참 트렁크 안 물건들을 정리하며 씨름하다가 겨우 트렁크를 닫으며 말했다.

"앞으로 그만하겠다고만 하면, 나도 귀찮으니까 그냥───,"

그냥 넘어가겠다고 말하며 돌아서던 메이슨은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

"‥‥‥그, 그 새끼랑 헤어지지 않으면 너도 죽이겠다고 했지?"

그는 가지고 있던 잭나이프를 메이슨의 배에 찔러 넣은 채로 덜덜 떨며 징그럽게 웃었다.

"나를 우, 우습게 봤지? 넌 변했어. 예전에 너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 어차피‥‥‥."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스토커는 금세 손이 젖어들 것을 기대라며 고개를 숙였고 눈을 크게 떴다. 머리 위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왓다.

고개를 들자 고통으로 인한 식은땀은커녕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헤일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에휴. 너 같은 걸─‥‥."

너 같은 걸 잡겠다고 나선 나나, 걱정한 노아나‥‥‥.

메이슨은 작게 중얼거리며 그의 손을 잡아, 들고 있던 파우피에서 칼을 뽑아냈다.

아니 뭐, 사람을 찔러봤어야 자기가 찌른 게 사람인지 가방인지 알 텐데

매일 사진에 낙서나 하는 스토커 놈이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잭나이프라는 건 말이다‥‥‥."

메이슨은 손목이 잡힌 채 부들부들 떠는 놈의 팔을 가볍게 꺾었다. 우득, 혈을 짚어 꺾은 손목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렸다.

"아악!"

"이게 되게 위험한 무기거든. 반으로 접히니까, 다치기 쉽다고."

이렇게 말이야. ─메이슨은 비명을 지르는 놈의 등을 차 위에 찍어 누르고 잭나이프를 놈의 손 쪽으로 천천히 접었다.

"으, 으악! 하지 마!"

메이슨은 칼을 쥐고 있던 놈의 손가락 위로 칼날이 박히도록 칼등을 누르며 말했다.

"칼날 잘 가았네? 손가락정도는 금방 잘리겠는걸."

"히, 히익. 살려, 살려줘."

메이슨은 쿵, 차에 놈을 한 번 더 찍어 누르고 놈이 볼 수 있게 피가 흐르는 손을 그의 눈앞에 대고

잭나이프의 칼등을 가볍게 누르면 놈의 귓가에 속삭였다.

"노아 손가락에 낸 상처, 알지?"

"자, 작은 상처였잖아! 면도날에 조금 벤─‥, 아아악!"

메이슨은 꾹, 칼등을 좀 더 누르며 말했다. 피가 차 위로 줄줄 흘러 떨어졌다.

"그래. 노아에게 해를 끼치면 어떻게 되는지, 이젠 알겠어?"

작은 상처에 손가락 하나. 셈은 할 줄 알겠지? 메이슨은 놈을 향해 진심으로 살의를 담아 웃어 보였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공포와 고통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벌벌 떨던 놈은 메이슨과 눈이 마주치가 입을 벙긋거렸다.

메이슨은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잔인한 얼굴이 비치는 것을 기분 좋게 쳐다보았다.

"으, 으아‥‥‥."

놈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꼴딱꼴딱, 뒤로 넘어갈 것처럼 숨을 삼켰다.

"으, 아아악! 사람 살려! 사람 사, 살려!"

곧 놈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소리 지르기 시작했고 메이슨은 그를 누르고 있던 손을 풀어 그가 바닥을 구르도록 놔두었다.

놈은 다리가 풀린 듯 주저 앉아 물러나며 질질 오줌을 흘렸다.

"무슨 일이에요?!"

잠시 뒤, 스토커의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메이슨은 약간 겁먹은 얼굴을 해보이며 차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헤일리!"

"괜찮아요, 헤일리?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람들은 칼을 쥐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남자와 창백하게 질린 헤일리를 살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글로리아가 다급히 물었고 메이슨은 말짱한 이마를 땀을 닦는 척 문지르며 "경찰을 불러주세요." 하고 말했다.

"내가 스토커를 잡은 것 같거든요."

메이슨의 말에 사람들은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내 허겁지겁 경찰을 부르러 뛰어가고,

바르작거리며 도망가려는 스토커 놈을 제압하고, 그리고 이 멋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취재진을 부르러 뛰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동분서주하는 사이에서 그 모든 것이 남 일인 양,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속 시원한 미소를 지은 메이슨은

차에 튄 피를 닦았다. 오늘로 모든 촬영이 끝나는데 끝까지 저 놈을 잡지 못하면 어쩌나, 어젯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랐다.

촬영 내내 놈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나중에 노아에게 말할 때 그가 덜 걱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느라 발바닥에 땀이 다 날 정도였다.

"‥‥‥활동 안하고 카페를 하겠다고?"

어느새 다가온 빅이 넌지시, 물었고 메이슨은 "예. 내일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러 갈 건데요." 하고 웃었다.

"음. 그래."

그게 가능할까, 정말? ─ 빅은 '연기력에 외모에 매력에‥‥ 심지어 화제를 모으는 것까지 천재적이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

뭐라구요? 차에 난 흠집을 보느라 빅의 혼잣말을 못 들은 메이슨은 그에게 되물었고 빅은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근데 역시, 여기서 계약 하고 나가지 않을래? 다음 영화는 천만달러에 러닝 개런티, 어때?"

"‥‥‥얼마요?"

내게 얼마를 준다구요? 메이슨이 솔깃한 얼굴로 쪼르르 빅을 쳐다보았고

빅은 메이슨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자신의 길 잃었던 시놉시스를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촬영장 밖으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엄청난 수의 파파라치들이 몰려 만들어낸 소란이 길게 이어졌다.

늘 그렇듯 뜨거운 헐리웃의 밤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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