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선택받은 자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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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한참이 지나서 검성은 입을 열었다.
헌터들이 검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의 입술은 바싹 메말랐다.
“본인은 김공자에게···.”
여기서 검성은 많은 말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성기사를 믿지 않아도 되었다. 믿을 이유가 없었다. 성기사가 아무리 청렴하고 공정하기로 유명한 헌터라지만, 그녀 역시 5대 길드의 권력자이긴 똑같았다. 왜 그녀를 신뢰해야 하는가.
‘네놈들이 전부 한통속이 되어 본인을 속이는구나!’
라고 검성은 화를 낼 수 있었다.
아니면··· 차라리 검성은 자신의 스킬 카드를 공개할 수도 있었다. [탐정의 혜안]. 상대방의 킬 카운트를 보여주는 능력. 자신이 지닌 스킬을 남한테 까발리는 것은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긴 했다. 그래도 변명의 거리로 삼기엔 충분하지.
‘내가 꼰대라서 김공자를 의심한 게 아니다. 전부 스킬의 탓이다! 스킬이 그렇다고 말하는데 내가 어찌하느냐. 섣불리 다른 사람을 믿느니 자기 스킬을 믿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사람들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체로 남을 불신하거나 남한테 변명하기 마련.
‘염제처럼 아예 상대를 죽여버리는 싸이코패스도 있지만.’
불신. 변명. 입막음.
염제가 [입막음]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여 자기가 싸이코패스임을 증명했듯··· 검성 역시 무슨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될 거다.
그저 그럴 뿐인 이야기다.
“으음.”
검성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름이 김공자라 했던가.”
“예.”
“만일 자네가 진정 무고한 인간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아니. 아니다. 이게 아닐세.”
검성이 말하는 도중에 고개를 저었다.
노인은 칼을 검집으로 집어넣었다. 스르릉. 칼이 거두어지자 알현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검성을 둘러싸고 있던 헌터들이 조금은 긴장을 풀었다. 그런 가운데 검성은 자신의 넥타이를 빳빳하게 다듬었다.
“다시 말하게 해다오.”
노년의 검사가 머리를 깊이 숙였다.
“진심으로 미안하네.”
노인은 사과한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오해했다. ···그래서 쉽게 사람을 죽일 뻔했다. 여태까지 본인은 스스로 판단하여, 죽어 마땅한 인간은 1초라도 더 빨리 지상에서 죽여 없애야 한다고 믿었다네. 믿음에 따라 죽여왔지.”
검성이 머리를 조금 더 아래로 숙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일세.”
알현실에서 노인의 목소리는 낮게 흘렀다.
“말로만 사죄해서는 쓸모가 없지. 그대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합세··· 그리 말할 수만 있으면 멋지겠네만.”
낮게 깔린 목소리에 자조가 섞였다.
“부디 목숨을 취하는 것만은 용서해주게. 부탁함세. 나는 아직 살고 싶다네. 살아서 이 탑의 정상을 밟고 싶네. ···큰 잘못을 저질렀고, 자네를 자칫 죽일 뻔했지. 그런데도 이 추한 노구가 계속 살아가도록 용서해주련가.”
궁전의 알현실이 조용해졌다.
노인은 얼마든지 달리 선택할 수 있었다. 성기사를 불신할 수 있었다. 스킬로 변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노년의 검사는 [어쩌면 자기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성기사가 내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눈길이 마주쳤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으나, 나는 성기사가 뭐라 말하고 싶었는지 잘 알았다.
‘진실이다.’
노인이 말한 것이 전부 진실임을.
미안하다는 것, 이제부터는 [탐정의 혜안]을 기준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것. 그뿐만이 아니라, 죽기 싫다는 것.
더 살고 싶다는 것.
그러니 부디 용서해달라는 것.
-꼰대 늙은이 같으니.
배후령이 웅얼거렸다. 하지만 별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약간의 회한이 섞인 듯한 눈초리로 한때 제자였던 노인을 바라볼 뿐.
검성을 용서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나한테 맡기겠다는 뜻일까.
“음.”
그 침묵을 듣고 나도 마음을 결정했다.
“검성님.”
“말씀하시게.”
“저한테 검을 가르쳐주시죠.”
“······.”
검성이 숙였던 머리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가르쳐달라고 할지···. 제가 앞으로 대련을 청하면 언제든지 받아주십쇼. 검술 스승은 어쩌다 구해놓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대련 상대는 아직 없거든요. 검성님이 대련 상대가 되어주시면 좋겠네요.”
마침 배후령과 11층에서 약속하기도 했다.
20층을 클리어하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검술을 단련하겠다고.
약속을 지킬 겸, 여기서 검성을 수련 파트너로 삼으면 적당할 거다.
결과적으로 나의 이득과 성장으로 이어지고···.
“······.”
아니.
그게 아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합니다. 다시 말하게 해주십쇼.”
“······?”
“솔직히 아무런 대가 없이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럼 뭔가 쪽팔리잖아요. 꼭 내가 검성님보다 훨씬 더 대인배같이 보이고요.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검성님처럼 강한 헌터가 절 적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에 소소하게 만족해요.”
“······.”
“하지만 칼부림까지 오갔는데 여기서 오케이! 하고 용서하긴 쫌 쪽팔리네요. 쓸데없이 대인배마냥 행세하기도 낯부끄럽고요. 그냥 싫습니다. 그러니까 검성님이 가진 것 중에 제일 가치 있는 거. 검술이나 가르쳐주십쇼.”
나는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아니, 뺨이 씰룩거렸다.
“이럼 저도 안 쪽팔리고··· 검성님도 체면이 살 테니.”
“······.”
“······.”
씨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게 이렇게나 부끄러운 짓거리였나!
맙소사. 검성은 어떻게 자기 목숨이 아까우니까 제발 용서해달라고 말한 거지? 자존심도 강해 보이는데. 대단하다. 쩐다. 사람이 진심으로 누군가한테 사과할 수 있단 말인가? 용서해달라며 애원할 수 있는가? 나라면 절대 못 한다. 안 한다. 차라리 죽고 말지.
“···세상에.”
성기사가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전부 진실이다.”
알현실에 다시 침묵이 가라앉았다.
무거웠다.
똑같은 침묵일 텐데도 아까랑은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어.”
제일 먼저 독사가 입을 뻥긋거렸다.
“진짜? 검성한테 아무거나 부탁할 수 있는데 잘난 척하기 쪽팔려···? 그러니 그냥 대련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믿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스킬에 따르면 진실이군.”
“뭐야. 저 신입. 혹시 천연기념물이냐?”
뱀탕으로 끓여 먹기 전에 닥쳐라.
“···신선하네.”
마녀가 떨떠름해 하며 말했다.
“뭐라고 할까. 아득바득거리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챙기려는 아이들만 보다가··· 김공자 헌터 같은 사람을 보는 건 무척 오랜만이야. 용케도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았구나.”
죽었다. 엄청 많이 죽었다.
구체적으로는 4000번 넘게 죽었다. 됐냐?
“아아아.”
왠지 모르지만 이단심문관은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진실로 사죄하는 자와 진실로 용서하는 자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일까요! 그렇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다툽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러하기에 끝없이 용서할 수 있습니다! 이야말로 성스러운 기적! 아아, 여러분. 저는-.”
“시끄러우니까 아가리 여물어.”
“옙.”
독사의 한마디에 이단심문관이 정말 입을 닥쳤다.
좀 놀라운 기적이었다.
“저기. 서로 좋게좋게 끝난 것 같네만. 이러면 혹시 내 1만 골드만 아깝게 낭비된 거 아닌가?”
백작의 하소연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격하게 소주가 땡기는군.
“아무튼 그렇습니다. 검성님. 당장 검술을 수련할 필요는 없고요. 제가 말씀드리면 그 때 어울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저의 대련 파트너가 되어주시죠.”
“······.”
검성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노인의 입술은 콧수염과 더불어 떨고 있었다.
“이렇게 선한 젊은이를 내가 오해했다니!”
“어···.”
“오오! 검을 가르쳐달라고 했는가. 대련 상대가 되어달라 말했는가. 물론일세! 좋다 말다! 얼마든지 대련 상대가 되어줌세!”
덥썩. 검성이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아버렸다.
“어, 저기요. 검성님?”
“마르쿠스 할아버지라 불러주게나!”
“네?”
“공자 젊은이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음. 눈어림으로 짐작하건대 아직 30살이 넘지 않으렷다. 본인이 바깥세상에 매우 착한 손녀를 두고 왔다네. 심성이 고운 아이지. 만약 손녀도 탑에 들어온다면 내 적극적으로 공자 젊은이의 매력을 어필해보겠네!”
“아뇨. 진짜 괜찮은데요···.”
연애엔 관심이 없었다. 그것보다 손이 아팠다. 손이.
폼으로 랭킹 1위를 먹은 게 아니라는 듯 검성의 악력은 어마어마했다.
“뭣? 지금 내 손녀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어. 네. 죄송하지만 검성님의 손녀뿐만 아니라 지금은 연애 자체에 흥미가 별로···.”
“어허! 그러면 몹쓸 노릇이지!”
악력이 1단계 레벨업 했다.
“청춘에는 자고로 사랑의 봄바람이 불어야 마땅하다네. 굳이 결혼할 필요는 없네. 그러나 연애는 필수이지! 연애를 하면 그 때까지 보지 못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때까지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네! 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지!”
“아. 예에···.”
“자신의 추함을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가. 내 경우를 말해줌세. 그건 16살 시절, 내가 아직 세상만사를 우습게 보던 시절이었다네. 하지만 동년배의 그녀를 만나고 나서···.”
어라?
이 어르신,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귀찮아졌다.
얼굴도 너무 가까웠다. 콧방울의 피지 구멍, 블랙헤드가 보일 지경이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얼른 떨어져주시면 좋겠는데.
-꼰대 할범이라고 말했잖냐.
배후령이 쯧쯧 혀를 찼다.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꼰대야. 꼰대가 뭔지 알아? 다른 사람 말을 안 들으면 그게 꼰대거든. 마르쿠스 할아범은 사람 말을 안 들어요. 좋게 말하면 줏대가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가 기막혀서 아예 우화등선할 수준이지.
전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튼 걱정하지 마시게. 공자 젊은이! 이제부터 본인이 자네를 확실히 챙겨주겠다네. 아, 혹시 용돈 필요하신가? 상련 금고에 내 돈을 쌓아두기만 했더니 주체를 못 할 지경일세.”
“저기. 돈은 저도 알아서 법니다. 게다가 용돈이라뇨? 저도 멀쩡한 어른인데···.”
“지금 보니까 옷차림이 너무 남루하구먼! 어허. 사람은 모름지기 옷부터 단정해야 정신도 깨끗해진다네. 본인이 솜씨 좋은 재단사를 알고 있네만. 정장을 한 벌 맞춰보는 건 어떤가!”
뭐지.
설마 이것도 [무수한 악수의 요청]의 일종이냐.
현 랭킹 1위의 헌터한테 호의를 받게 되었으니 기뻐해야 정상일 텐데. 별로 안 기뻤다. 오히려 심각하게 쪽이 팔렸다. 마치 진짜 할아버지가 손주 자랑하는 얘기를 옆에서 실시간으로 듣는 느낌이었다.
어찌하여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어쩌죠? 확 자살해버리고 오늘 하루 다시 시작해버릴까요?’
-미친놈···.
그 순간이었다.
[환영합니다, 헌터 김공자.]
[당신은 11층을 1위로 공략했습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마치 나의 싸움이 끝나기만 기다린 것처럼.
3.
‘아.’
나는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검성이 얌전히 싸움을 멈춰주어서 다행이라는 표정. 아직 누구도 목소리를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이구나!’
미소가 지어졌다.
‘이유는 몰라도 12층부터 20층까지는 공략 정보가 상당히 적었지.’
언론 통제가 이루어진 것일까.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내가 4000번의 죽음을 뛰어넘어 회귀하기 전, 다른 층들은 공략 정보가 많이 풀렸던 반면, 유독 12층부터 20층까지는 정보가 드물었다.
마치 거대 길드들이 연합해서 억지로 정보를 숨기려는 듯.
[11층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나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호의 여신이 당신에게 보상을 제시합니다.]
[가을비의 마왕이 당신에게 보상을 제시합니다.]
[두 가지 보상 중에 선택하십시오.]
‘어?’
나는 눈을 깜빡였다.
‘보상을 선택하라고?’
이전 스테이지에선 듣지 못한 목소리가 연달아서 들려온 것이다.
내 놀란 반응에 응답하듯, 눈앞에 선택창이 스르륵 떠올랐다.
+
[수호의 여신]
설명: 아이김 제국을 수호하는 여신이 당신의 헌신에 감동했습니다! 여신은 당신에게 제국의 중요 직책을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은 제국의 재상이 될 수도 있고, 대장군이 될 수도 있으며,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직책을 선택하면 그 직책의 능력과 명성도 함께 계승됩니다!
여신의 용사여! 동료 용사들과 힘을 합치십시오.
그리고 20층에 위치한 마왕의 코어를 파괴하십시오!
※단, 마왕의 보상을 선택하면 여신의 보상을 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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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보상을 읽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진 내가 알고 있는 내용 그대로네.’
이른바 역할극(Role-Playing)!
헌터들은 실제 아이김 제국의 사람이 되어 움직인다. 누군가는 제국의 재상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제국의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직책만 대신하는 게 아니다. 기사단장이라면 기사단장의 능력과 명성도 함께 계승받는다.
[12층에서 선택할 수 있는 특별 클래스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높은 등수로 이전 스테이지를 공략한 헌터들에겐 보상이 주어졌다.
바로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특별한 직책’을 선택할 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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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김 제국의 재상]
[아이김 제국의 대장군]
[아이김 제국의 재무장관]
[아이김 제국의 외무장관]
[아이김 제국의 기사단장]
[아이김 제국의 친위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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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화려한 직책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캬아.’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예전엔 경비병A 같은 역할밖에 선택하지 못했는데···.’
회귀를 경험하기 전에도 물론 나는 12층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기사단장은 물론이고, 경비대장 같은 직책마저 중상위 랭커들이 모조리 독식해버린 것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어떤가?
‘스테이지 보상이 진짜 좋긴 좋구나.’
제국의 재상이나 대장군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격세지감.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백번천번 옳았다.
‘···그런데 마왕의 보상이란 건 뭐지?’
내가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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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의 마왕]
설명: 당신의 활약에 마왕이 감탄합니다. 마왕은 당신에게 자신과 은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는 여신과 정확히 똑같은 보상을 약속하되, 한 가지 선물을 더 얹힙니다.
당신을 제외한 상위 10위까지의 용사를 전부 죽이십시오!
그러면, 마왕은 권능을 발휘하여 당신을 탑 99층까지 단번에 전송할 것입니다.
※단, 상위 10명 중에 오직 1명만 마왕의 보상을 받습니다.
※다수가 이 보상을 택할 경우, 그중 무작위로 1명만 뽑습니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마왕의 보상은 소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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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가 뒤늦게 반응했을 때, 마음속에서 두 명의 목소리가 겹쳤다.
‘뭐?’
-하아?
배후령과 나였다.
우리는 눈을 깜빡이고 다시 한 번 마왕의 보상을 읽었다.
하지만 다시 읽어도 똑같은 문장들이 새겨져 있었다.
[당신을 제외한 상위 10위까지의 용사를 전부 죽이십시오!]
[그러면, 마왕은 권능을 발휘하여 당신을 탑 99층까지 단번에 전송할 것입니다.]
틀림없이 그렇게 써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성. 마녀. 이단심문관. 백작. 독사. 성기사 등. 이미 안면이 어느 정도 쌓인 최상위 랭커들이 그곳에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을···.’
다 죽이면.
‘99층까지 단번에 클리어할 수 있다고?’
나는 침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목소리가 울렸다.
[헌터 김공자.]
[두 가지 보상 중에 선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