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자살헌터-45화 (45/400)

45화.  < 마왕의 이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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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스 스테이지에 입장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보스 스테이지에 입장한 것은 이거로 두 번째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똑같은 것도 많고, 달라진 것도 많다.

[도전자는 사왕(死王). 1인입니다.]

[당신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먼저 알림음.

‘불지옥 저택’에 도전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전히 한 명뿐인 도전자. 솔로 플레이어였다. 탑에선 언제나 그러듯 조용히 도전자의 행운을, 나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점도 분명 있었다.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11층부터 19층까지 보상이 일괄 정산됩니다.]

이제 나는 단순한 도전자가 아니었다.

11층부터 19층을 제패하여 여기까지 올라온 정복자였다.

탑에선 나라는 정복자를 맞이하여, 반갑게 아홉 차례의 나팔을 불어주었다.

[11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2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3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4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5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6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7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8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19층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

터벅.

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정산 완료.]

내 발걸음을 반기는 멜로디를 들으면서.

[탑이 당신의 위업을 인정합니다.]

[당신에게 스킬을 개조할 권리가 주어집니다!]

[EX급이 아닌 이상, 어떤 스킬이든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건 나를 축복해주는 찬가와 같았다.

탑에선 미리 스테이지를 만들어 놓았다. 퀘스트의 노선도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닦여진 길을 걷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워진 무대를 만들었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스테이지를 깼다.

탑은 내 공략법을 인정한 것이다.

마치 ‘그것도 좋다’라고 말하려는 듯.

[사왕의 권한을 조정합니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신에게 한정적으로 사도(使徒)의 권한이 부여됩니다.]

[이번 보상에 한하여, 당신은 제한적인 관리 권한을 가집니다.]

[어떤 스킬을 어떻게 강화할지 당신에게 일임됩니다!]

미리 정해지지 않은 스테이지.

미리 정해지지 않은 공략법.

그러므로 당연히, 보상도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과연.’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선택을 맡기는 것인가.’

왜 탑이 세워졌는지 나는 모른다. 누가 탑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어째서 탑에 이세계의 생명들이 가득한지도, 역시 모른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탑이 [어떤 존재]인지는 이제 짐작이 간다.

‘우리의 선택을 지켜보는 존재.’

그리고 나의 선택을 기억해주는 존재였다.

‘좋아.’

스르릉!

나는 칼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도 내 선택을 보여드리지.’

제국의 시조가 썼다는 유물.

[레판타 아이김의 수호성검]이 나의 오러에 공명하여 하얀빛을 흘렸다.

나는 눈앞의 [적]을 향하여 칼을 겨누었다.

“자아.”

스무 번째 스테이지의 입구.

어느 작은 마을로 이어지는 길목에 그것은 서 있었다.

“이제 너의 결말을 지을 때다. 마왕.”

-······.

그것이 작게 으르렁거렸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버린 짐승 같았다.

세상의 불길에 휘말리고 불꽃에 내쫓긴 짐승은, 바야흐로 아주 자그마한 피신처밖에 갖지 못했다. 마을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다. -나의······.

아카시아 나무들이 양옆으로 난 길.

하얀꽃이 매달린 길 한복판에, 짐승은 외로이 서 있었다.

-나의 마을이다!

그것이 우짖었다.

-감히 나의 낙원을 망가트리지 마라!

그리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스 스테이지를 개시합니다.]

무대가 개막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약한 보스를 쓰러트리는 무대가.

"······."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보았다.

맑았다. 푸르렀다.

하늘은 본래부터 푸른색의 영토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보며 나는 확신했다.

오늘.

비는 내리지 않는다.

3.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날렸다.

흩날릴 적에 꽃잎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길바닥은 소리 없는 꽃잎들로 희게 분칠되었고.

오직, 길 위에서 오가는 숨결만이 세상의 공백을 메웠다.

-용서할 수 없다!

세상을 메운 숨소리는 거칠었다.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내 눈에, 아직도 탄 자국이 남아 있거늘! 나의 뇌리에 탄내가 인으로 박혀 있거늘! 그 불길을! 네놈들! 내 네놈들의 악의를 잊을 성싶더냐!

그것이 붉은 검을 휘두르며 절규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세상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다.

스무 번째 스테이지는 특히 비좁았다.

20흥.

미니맵을 살펴보면, 다른 스테이지들과 비교해서 1/100조차 안 되는 크기. 월드맵을 확인해봐도 달라질 건 없다. 고작 1픽셀짜리 빨간점이 세계지도에 찍혀 있을 뿐.

그것이 20층의 보스 스테이지였다.

-다시 돌아가서! 다시 시간을 돌려서!

그저 평범한 시골의 마을이었다.

-또다시 나의 낙원을 불태우려는 것인가!

세상에서 제일 좁은 스테이지.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약한 보스 몬스터.

-또다시! 네놈들은, 너희들은 그렇게! 언제나 그런 식으로!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지는 길에서, 그것은 울부짖고 있었다. 단 한 명의 비명이었다. 가날픈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일인(_人)의 절규로도 가득 메워질 만큼 이 세상은 비좁았다.

작은 세계.

자그마한 마을.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네.”

나는 마왕의 검을 쳐냈다.

칼과 칼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기억하냐? 12층에서는 네가 마왕이었고 내가 용사였잖아. 네가 침략했고 내가 막아섰지. 야, 세상사가 참 공교로워. 안 그래? 이제는 네가 지키고 있네.”

-죽어라!

“미안하지만, 마왕.”

내가 칼날을 비틀었다.

“그 대사는 나한테 가장 의미없는 말이다.”

나의 칼은 무리없이 마왕의 검을 밀어냈다. 힘 자체가 달랐다. 마왕의 근력은 이미 보잘것없었다. 내 밀어내기를 마왕은 버티지 못했으며, 그 결과로 뻥 뚫린 길목처럼 허리를 내주었다.

빈틈.

내 칼날이 쉬이 마왕의 상체를 갈랐다.

-크아아아아!

붉은 피가 터졌다.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핏물이 흘렀다.

길바닥에 떨어진 아카시아의 하양.

그 꽃잎에 빨간 향기들이 후두둑, 내려서 묻었다.

“약해졌네. 가을비의 마왕.”

한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붉은 꽃잎이 내 발에 짓밟혔다.

“정말로 약해졌어.”

-으, 크읍··· 우흑······,크으윽···!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더 약해져라."

-이······.

“지금보다 훨씬 더.”

칼날이 마왕을 갈랐다.

하얀 꽃잎들이 조금 더 붉어졌다.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마을로 향하는 길.

마왕의 등 너머로 펼쳐진 길은 하앴다.

하지만 내 등 뒤로 이어진 길바닥은 점점 더 빨갛게 물들었다.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한걸음.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다시 한 걸음.

마왕이 한발짝 물러설 때마다 꽃잎의 하양이 줄어들었다.

내가 한발짝 나아갈 때마다 아카시아의 외길은 조금 더 붉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크윽···,우으윽······.

마왕의 전신(全身)이 조금씩 드러났다.

원한. 원망. 원성.

멍울진 구정물이 벗겨진 것이다.

-안 돼···.

마왕의 발등이 드러났다.

-안 된다···! 더는, 더 이상은···.

길을 디딘 두 다리가 드러났다.

-윽······.

왼팔과 오른팔이 온전히 드러났다.

허리의 아래와 허리의 위가 드러났다.

긴 목이 드러났다.

-탑이여, 안 된다······ 안된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굴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턱.

아랫입술과 윗입술.

인중과 코끝, 양쪽의 뺨.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붉은 눈.

하얀 이마.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마지막으로.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사자의 갈기를 닮은 머리카락이.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검은색을 잃어버렸다.

최후의 구정물마저 흘러내리고 말았다.

-아······.

그것이 신음을 흘렸다. 가느다란 팔뚝이 덜덜 떨었다. 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으으, 으······.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서 있는 그것은 더 이상 마왕이 아니었다. 세상의 누구도 검조차 제대로 들어 올릴 수 없는 이를 마왕이라 부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을비의 마왕의 존재가 흐릿해집니다.]

[가을비의 마왕이 더는 권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탑 또한 그것을 마왕이라 부르지 않았다.

[등급 조정에 착수합니다.]

[가을비의 마왕의 이명을 박탈합니다.]

마왕이었던 것이 떨었다.

-안돼······!

하얀빛이 그것을 감쌌다.

마치 벌떼에 둘러싸인 것처럼 그것은 몸부림 쳤다.

-안된다···! 안 된다! 안돼, 안 된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빛은 조금도 흐릿해지지 않은 채 그것을 휘감았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집행했다.

[가을비의 마왕의 이명을 박탈합니다.]

[가을비의 마왕의 권한을 박탈합니다.]

그것이 절규했다.

-아아아아······!

타천圍天.

절대적인 무위를 자랑하던 성좌가 지금, 추락하였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그것은, 뿔뿔이 흩어지는 빛방울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뻔었다. 마구잡이로 빛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빛은 잡히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갈 뿐.

하얀빛이 흩어지고 또 흩어졌다.

-아,

그곳에는.

“아아,"

단지 한 명의 여린 짐승이 남았다.

“아, 으······ 안 돼, 윽, 으···, 아아아···.”

가을비의 마왕이 아니고.

악몽의 주인이 아니며.

변방의 성녀가 아닌.

가녀린 존재.

“그래.”

나는 칼자루를 쥐었다.

“이제야 충분히 약해졌구나.”

“오지 마······ 다가오지 마······."

“그럼 막아라.”

터벅.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무엇으로 막을 거냐, 말으로? 칼로? 무엇으로든 막아봐. 그러지 않으면.”

한 걸음 더.

“나는 이대로 네 앞에 설 거다.”

그것이 한 걸음 물러섰다.

다가오는 내게, 그것은 힘겹게 말했다.

“너는··· 너희는 내게, 내 아이들에게···. 그런 주제에, 내게 이런 짓을 할 자격이,”

“틀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가 말한 대로 나는 이계에서 건너온 이방인이다. 그래. 아인의 연합과 신전, 군왕과 황제까지 이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너와 네 마을을 불태웠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이 대륙에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해보자고. 하지만, 나는 아니야. 완전한 이방인이니까. 우리 같은 헌터는 책임에서 자유롭다.”

“읏···.”

“너는 나의 책임을 묻을 자격이 없다. 그리고 물론,”

한 걸음 물러서는 그것에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나를 막아설 힘도 더이상 없다.”

그것은 떨었다. 그 떨림이 입술로부터 새어나와 흘렀다.

“나는··· 나는 아무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거냐?"

“나는! 난 그저 병자들을···.”

“[에스델]도 지금의 너처럼 두려워했었지.“

그것이 움찔했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지. 죽기 싫다고 외쳤지. 제 아비를 찾았지. 그런 아해를 너는 어떻게 했었지?“

그것이 에스델이 되기 전에, 인간의 기억을 얻기 전에 저질렀던 일을 나는 담담히 말했다.

“발버둥치는 사람의 목줄에 이빨을 박았다. 제멋대로 잡아먹고 에스델이 되었다. 그 뿐이냐. 아낙이 소중히 여겨서 믿고 건네준 갓난 아기를 집어삼키고. 그런 주제에 사람들을 구원했다면서, 네 멋대로 잘난 척했지. 널 믿어주고 아기를 맡긴 아낙을 배신한 거야.”

“나는···,그런 게.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너는 사실을 숨겼다. 가만히 놔두면 사람들이 오해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괴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서 일부러 침묵했다. 사람들을 속인 거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변명해봤자 소용없어. 이 세상에서 나만큼 너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네가 무엇을 겪었고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어찌 변화 해갔는지, 나는 속속들이 알고 있다.”

"······."

“너는 무결한 성녀가 아니다. 무고한 피해자가 아니다. 아낙과 아기까지 갈 필요도 없어. 말했듯 에스델을 집어삼킨 그 순간 너는 자신의 무오함을 자칭할 어떤 권리도 잃어버린,”

“나는!!”

그리고 그것이 발작적으로 외쳤다.

“나는, 몰랐어!!”

나는 멈추어섰다.

이를 악문 채, 덜덜 떨면서, 그것은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의 틈마다 울부짖음이 흘렀다.

"나는, 난 몰랐어. 나는 그 때 인간의 기억이··· 지식이 없어서, 몰라서···."

살려달라는 말의 의미도.

발버둥도.

애원도.

"그때는··· 그때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거냐."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알기만 했다면, 난 절대 에스델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 그것은 말하려 했고,

나는 그에 앞서 말했다.

"그게 인간이 하는 일이지."

그것은 말을 잃었다.

"너를 불살랐던 군왕들도 똑같은 변명을 할 수 있을 거다. 아니, 틀림없이 하겠지. 실제로도 했겠지? 네가 세상을 피로 뒤덮을 적에 네 앞에 선 그들이 뭐라고 말하더냐?"

나는 몰랐다,

당신에게 악의가 없었다는 걸 우리는 몰랐다.

그저 사악한 마녀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러기에 나는, 이라고 그들은 말했고,

"으읏···."

마침내 그것은 완전하게 침묵했다.

침묵한 그것을 향해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배운 게 얼마 없거든. 무식해서 말이야. 내가 아는 세상의 정의(正義)는 하나밖에 없어.”

한걸음 더.

“인과응보다.”

그것이 어깨를 떨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네가 그림자로 집어삼켜서 다시 토해낸 것을 인간이라 믿는다면, 좋아. 너도 똑같은 일을 당해라. 적어도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냐.”

“무···,무슨 소리를 하는···?”

“탑이여!”

내가 하늘을 올려보았다.

“클리어 보상을 사용하길 원한다!”

나는 황금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층에서 19층까지 돌파함으로써 얻어낸 클리어 보상. 그것을 다름 아니라 이 스킬에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

[백귀환생(百鬼還生)]

랭크: SS

효과: 당신이 직접 죽인 자들을 몬스터로 소환합니다. 사자(死者)는 생전의 능력을 계승하지 않습니다. 기억을 계승하지도 않습니다. 고블린이나 오크, 좀비, 스켈레톤 등, 몬스터로 소환될 뿐입니다.

※단, 일주일에 1번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

백귀소환.

SS급 스킬.

나는 카드를 쥐어서 드높은 창공을 향해 들이댔다.

“분명히 내가 원하는 대로 스킬을 개조할 수 있다고 말했지!"

[당신의 말에 탑이 긍정합니다.]

내 외침에 응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개조는 불가합니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탑이 예시를 사용합니다.]

[SS급 스킬이 SSS급 스킬로 진화하는 것이 허용 범위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요구할 부분은 처음부터 딱 하나에 불과했다.

“스킬 백귀소환의 개조를 요구한다!”

[탑이 당신의 의사를 묻습니다.]

“다른 부분은 아무것도 안 건드려도 좋아! 단, 기억. ‘기억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개조해줄 것을 바란다! 내가 원할 경우에 한 해서, 피소환자가 생전의 기억을 계승하도록!”

움찔.

그것이 멈칫했다.

“당신··· 무슨 짓, 을 하려고······?”

“어때! 이 정도면 합리적인 수준의 요청이지 않나!”

나는 에스델을 무시하고 외쳤다.

“죽인 자의 능력을 계승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다! 스킬을 계승시키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야. 심지어 쿨타임을 줄여달라는 말도 아니지. 기억! 오로지 기억뿐이다. 나는, 내가 죽인 사자가 생전의 일을 기억하길 원한다!”

조용했다.

하늘이 침묵한 것이다.

[당신의 요구 레벨을 측정합니다.]

[현재 측정 중···.]

잠시 후.

[탑은 당신의 요구가 적절한 수준임을 인정합니다.]

허락이 떨어졌다.

[요구 사항을 확인합니다.]

[11층에서 19층까지 클리어한 보상으로 얻은 특전을 ‘백귀소환’ 스킬에 사용하겠습니까?]

“그래.”

[백귀소환에서 당신이 요구하는 개조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원할 경우, 사자는 생전의 기억을 계승합니다.]

[이상의 요구 사항이 확실합니까?]

“그래.”

[확인 완료.]

[즈라쿠아에 승인을 요청합니다.]

[승인 완료.]

그리고.

[사왕의 요청이 승인됩니다.]

하얀빛이 내 스킬 카드를 휘감았다.

한차례 빛의 폭풍이 불어닥쳤다.

빛이 전부 가라앉은 다음, 찬찬히 카드를 살펴보았다.

+

[백귀환생(百鬼還生)]

랭크: SSS

효과: 당신이 직접 죽인 자들을 소환합니다. 사자(死者)는 생전의 능력을 계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할 경우, 사자는 생전의 기억과 외형을 계승합니다. 당신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만 몬스터로 소환됩니다.

※단, 일주일에 1번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

백귀 환생.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얻은 SSS급 스킬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좋다.’

내가 바란 모든 것이 완벽히 이루어졌다.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이제부터 난 너를 죽일 거다.”

“죽인다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방식처럼 [집어삼킨다]라고 생각해. 네가 에스델을, 병자들을, 아이들을 그림자로 삼키며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너를 똑같은 방법으로 죽여주고---."

서서히.

내가 검을 들어올렸다.

“똑같은 방식으로 살려주마.”

그것이 공포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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