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 세계를 상대하는 방법. (3) >
=========================
“비, 빛…?”
신전의 성기사가 말을 더듬었다.
보옥에서 찬란히 뿜어져 나오던 하얀빛은 조금 가라앉았다.
이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될 정도.
“사람이 빛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말했잖아요…. 이분은 그저… 그저 빛이세요….”
리저드맨 마법사가 울먹였다.
리저드맨의 표정을 읽는 데엔 별로 자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잘 알아볼 수 있겠다. 마법사는 감동한 것이었다. 찢어진 뱀눈에 새벽이슬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거든.
“이 반짝거리는 영혼을 알아보지 못하시겠어요…?”
“모, 모르겠소만.”
“왜 모르시나요? 당신의 눈알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대가리가 문제인가요…?”
성기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졸지에 지능 수준을 의심받게 된 거다.
“아니. 그러니까 빛이라는 게 당최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아아.”
리저드맨 마법사가 훌쩍였다.
그리고 성기사장을 홱 돌아봤다.
“이래서 신전의 머저리 짜식들이란…!”
“뭐, 뭣이?”
“이분은 말이에요, 예? 빛이시라구요! 진짜 완전 빛인데 그걸 왜 몰라봐요. 눈이 없어요? 머리가 없어요? 하이얀… 빛도 그냥 빛이 아니라 하이얀 빛인데!”
“비, 빛은 원래 하얀 것 아닌지?”
“아아. 이러니까! 저급한 인간들과는 얘기가 안 통한다니까요!”
리저드맨 마법사가 짜증 난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쾅쾅. 조금만 더 짜증이 심해지면 자기 가슴이 아니라 상대방의 머리통을 후려갈길 기세였다. 성기사장도 그걸 느꼈는지 얌전히 합죽이가 되어버렸다.
“이런 영혼을 가진 분께서 저희한테 거짓말을 하실 리 없습니다!”
리저드맨 마법사는 목까지 멨다.
“설령 거짓말을 하신다 해도 그건 전부 우리를 위한 뜻!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당신들처럼 영혼이 타락한 자들은 조용히 이분의 말씀에 복종하면 그만이에요. 이분이야말로 시황제의 전인… 아니. 여신의 사도이신 게 분명해요!”
리저드맨 마법사가 나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의 말에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빛.
마법사뿐만이 아니었다. 아카시아 숲길에 몰려든 군세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나를 쳐다보았다.
"음."
나는 당당히 팔짱을 꼈다.
“그렇다.”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본인이, 바로 여신의 사도다.”
“역시!”
웅성웅성.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제국의 장군에 뒤이어서 인어 폭포의 마법사까지 내 신원을 보증해줬다. 삼인성호(드人成虎). 없는 호랑이도 세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정말로 있는 것처럼 믿어지는 법이다.
“저분이 빛이래.”
“빛이 뭐지?”
“하여간 빛나긴 하던데. 칼도 막 번쩍거리고….”
“아이김의 황제인가 뭔가가 쓰던 칼이라는군.”
“그럼 어디 귀하신 가문의 분이구먼.”
수호성검을 봤을 때만 해도 의심쩍게 여기던 대다수의 병사들. 그들이 이제는 ‘설마?’ 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물론 삼인성호를 이루려면 아직 한 명이 더 필요했다.
“아니! 역시 나는 모르겠소!”
성기사장이 한발짝 걸어 나왔다.
“시황제의 전인이시고 빛이시라고 합시다! 하지만 왜 저 청년이… 아니, 저분께서 이곳에 직접 행차하시어서 우리의 앞길을 막는단 말이오! 다들 잊으셨소? 우리에겐 우리의 임무가 있소이다!”
성기사장은 힘차게 내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우리는 저곳을 불태워야 한다오!”
에스델의 고향.
아귀가 낙원이라 부른 장소가 그곳에 있었다.
“교황 성하께서는 비단 마녀만을 염려하셨던 게 아니외다. 마녀를 따르는 이단자들! 그들 역시 천벌을 피해갈 수는 없소! 만일 그대가 정녕… 여신의 사도라면, 그대야말로 천벌을 집행하는 데 앞장서시오!”
"......."
꾸욱. 누군가가 뒤에서 내 옷자락을 잡았다. 아귀였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아귀가 두려움에 질린 것이 빤히 보였다.
‘괜찮다.’
나는 태연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최고의 구라는, 90%의 진실과 10%의 거짓말로 이루어진다!’
배후령이 해준 조언을 떠올리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전의 성기사여. 말을 조심하라. 천벌이 어떻게 집행되어야 하는가 정하는 것은 그대가 아니다. 사특한 무리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하는가, 그것은 온전히 내가 결정한다.”
“무엇이…?”
“악(惡)은 모두 내가 거두었으며, 천벌은 이미 집행되었다.”
내가 나직이 말했다.
“인세에서 천벌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업이노라.”
“어, 업이라니…?”
“보여주마.”
나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꿈틀.
순식간에 내 그림자가 아카시아 숲길로 퍼졌다.
-그오오오!
그림자에서 스켈레톤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성기사장은 얼굴빛이 사색으로 변했으며, 다른 지휘관들도 깜짝 놀라 무기를 꺼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켈레톤은 수십에서 수백, 수백에서 수천으로 불어났다.
어느덧 대륙의 군세는 완전히 포위되었다.
백귀환생.
사천의 스켈레톤이 되살아났다.
-그오오오오!
-으어! 우오오오!
괴물들은 사납게 울부짖으면서 나의 명령만 기다렸다.
아귀가 나와 있다는 데에서 알겠지만, 나는 아직 백귀환생을 사용 모드로 해놓은 상태. 얼마든지 백귀를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대륙인들이 보기에는 다르겠지.
“아, 악마들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병사들은 혼비백산했다. 갑자기 사천에 이르는 몬스터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꼭 지옥에서 빠져나오듯 땅바닥으로부터.
말 그대로 지옥도(地獄圖)였다.
“시… 신이시여.”
성기사장이 덜덜 떨었다.
“이 끔찍한 것들은 대체…?”
“본인의 업이다.”
나는 아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귀는 움찔거렸지만 별 말을 안 했다.
“보아라. 이 넓은 세상에 악한 존재가 어찌 마녀뿐이겠냐. 이것들 하나하나가 전부 내가 거두어들인 악인이요, 마녀에 버금가는 악마 들이다.”
“이, 이 괴물들 전부가……?”
“그러하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하늘을 봤다.
마치 비극적인 운명에 사로잡힌 영웅처럼 말이다.
“여신께서는 내게 명령하셨다. 자신을 대신하여 지상에 넘쳐나는 악을 토벌하라! 토벌하여서 거두어라! 그리하여 나에게 이 능력을 하사하셨으니.”
내 목소리는 자연히 엄숙해졌다.
“세상의 모든 악을 토벌하는 것이 내 사명. 악마들을 지옥에 거두는 것이 내 업이다. 너희는 지금 나의 지옥을 보고 있노라.”
“세상에….”
리저드맨 마법사가 탄식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마녀에 버금가는 악인들이라고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
“저,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여신의 사도께서는 홀로, 혼자서, 이 세상에 만연한 악을 처단하시고 계셨던 것인가요…?”
“그러하다.”
“맙소사. 아무도 사도님을 알아주지 않는데… 어찌 이만한 지옥을.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을 당신께서 어떻게 혼자서…. 여신의 사도 이시여, 괜찮으신 건지요…?”
"음."
내가 팔짱을 낀 채 턱을 끄덕였다.
“이것이 나의 업이다!”
근엄 하고도 엄숙하며 진지하게.
“너희는 따로 마녀를 징벌할 필요가 없다. 마녀의 하수인들을 벌할 필요도 없다. 이미 악인들은 내가 모조리 수거하였노라. 이들은, 나의 그늘 아래에서 영원히 신음하고 고통받을 것이니. 내가 곧 이들의 지옥이다!”
“아아…… 빛이시여……!”
리저드맨 마법사가 흐느적 무너졌다.
“어찌하여 당신께서 그토록 하이얀 빛을 내셨는지, 우둔한 소첩도 겨우 알겠나이다! 저희가 모르는 곳에서 사도님께선 끊임없이 저희의 대륙을 구해주셨던 것이군요!”
내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그러하다!”
최고의 구라는 90%의 진실과 10%의 거짓으로 이루어지니.
비록 과정이 거짓말로 점철되었지만 결론만은 맞았다.
사실 결론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상관없지 않을까?
-이 새끼….
배후령이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은 내가 가르칠 게 없구나! 하산하거라!
‘어허. 모든 것이 스승님의 조언 덕분이거늘. 어찌 불초 제자가 하산하겠나이까.’
-아니다. 좀비야. 너의 인성질은 이미 나의 인성질을 한참 초월하였도다….
배후령이 아아, 한탄했다.
-이 스승은 어린애처럼 순수하여서 너 같은 개자식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구나….
‘겸손하시군요. 아직 스승님의 패악한 인성에 배울 게 많습니다. 말씀을 거두십쇼.’
-이놈.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느냐.
‘스승보다 나은 제자 없다는 말은 들어보셨수?’
제자와 스승이 서로 인성을 추켜세웠다.
인간관계가 삭막해진 오늘날.
실로 아름다우며 정겨운 사제가 이곳에는 있었다.
“-아무튼.”
나는 백귀환생을 거두었다.
스르르륵.
사천 마리에 이르던 스켈레톤이 빠르게 사라졌다. 마치 배가 침몰하듯 몬스터가 그늘 아래로 잠기는 광경을, 대륙인들은 어안이 벙벙 해져서 쳐다보았다.
“너희는 마녀와 마녀의 하수인을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있는 이상, 이들은 영원히 나의 지옥에 갇혀서 고통받을 것이다. 이것이 여신의 뜻이고, 이것이 여신의 천벌이다.”
"........"
“설마 여신의 지엄한 뜻을 거부할 생각인가.”
성기사장이 쭈뻣거렸다.
“하, 하옵시나… 사도이시여. 정녕 이, 잔악한 악마들은 안전한 것이옵니까? 그러니까 소인의 말씀은… 만일 이 악마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오면,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막대할 것이어서….”
“과연.”
내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내가 이 악마들을 확실히 간수하는 것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말이렷다.”
“소, 송구하오나 그러하옵니다….”
“좋다.”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었다.
그러자 아직 소환이 해제되지 않은 스켈레톤 하나가 다가왔다. 성기사장과 나 사이에 스켈레톤이 우뚝 섰다.
성기사장은 흠칫해서 두세 발자국 물러났다.
“사, 사도이시여. 이 해골은 어찌하여…?”
“너의 의심을 제대로 풀어주마.”
나는 스켈레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백귀여, 기억을 되찾거라.”
꿈틀!
스켈레톤의 그림자에서 구정물이 올라왔다. 새하얀 뼈를 타고 올라간 구정물은, 그대로 형체를 갖추었다. 근육을 이루었다. 살을 이루었다. 옷을 이루었다.
잠깐 눈을 깜빡이고 나자, 그곳에는 해골 뼈다구가 아니라 잘생긴 미남자가 있었다.
“크아아아! 뭐, 뭐야, 씨발!?”
입이 좀 더러운 미남이었지만.
“대체… 윽, 야, 이 개자식아!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냐! 내가, 쌍! 무슨 짓을 했다고!”
불타오르는 듯한 눈초리.
그렇다.
나는 염제 ‘유수하’에게 기억을 되돌려준 것이다.
“미친 자식! 빌어먹을 놈! 죽여버린다! 거지발싸개 같은 새끼가, 감히 나를!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반드시 족쳐버린다!”
“보다시피.”
나는 유수하의 어깨를 짚고 지휘관들을 돌아봤다. 유수하는 팔다리를 움직여 발악하려 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뭔 짓을 해도 ‘주인’인 나한테 반항하기란 불가능하니까.
“이 남자 또한 마녀에 버금가는 악인이다.”
내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마녀보다 더 잔악무도한 악마라고 할 수 있지. 마녀는 처음부터 태어나길 괴물로 태어났으나, 이 남자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가공할 만한 악업을 행했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태워버리며….”
“죽여버린다! 죽여버릴 거다!"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씨,-------! 야! 확 찢어 --,------!!"
아카시아 숲길에 욕설이 그득 흘렀다. 백귀 ‘유수하’는 입을 벌려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저주를 다 퍼부었다.
욕설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휘관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불과 60초도 안 지나서, 유수하는 어떻게 하면 나를 죽일 것인가에 대하여 무려 15가지 방법을 묘사한 것이다. 굉장했다.
“아니, 씨발 그리고 이것들은 또 뭐야! 야, 도마뱀! 귀길쭉이! 뭘 꼬라봐! 니들 나한테 뒤지고 싶어서 아주 그냥-----."
60초가 더 지나자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저주가 옮아갔다. 조금 더 지나자 여기 있는 사람들의 부모와 가족한테도. 사람을 살해하는 방법이 대략 10가지 정도 추가된 것은 덤이었다.
“이, 이 무슨 추악함……! 이 무슨 어둠……!”
리저드맨 마법사가 경악했다.
“현왕의 보옥을 쓸 필요조차 없어요. 저 남자, 그야말로 악마의 영혼을 지니고 있어요!”
“확실히….”
엘프 레인저 대장이 신음을 흘렸다.
“긴 세월을 살며 어리석은 인간은 많이도 봤지만… 이렇게까지 추악하고 사악한 인간은 오랜만입니다….”
오오.
기뻐해라, 유수하.
드디어 이세계에서도 너의 위대함이 인정 받는구나.
-좀비야. 근데 이건 고인 능욕 아니냐?
‘맞죠.’
-쫌 그렇지 않아?
‘유수하는 쫌 이래도 싸요. 게다가 검제 양반. 댁이 나보고 좀비왕이라면서요. 좀비왕이 좀비 같은 놈을 부려먹겠다는데 뭐 이상한 거 있습니까?’
-으음.
배후령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그치요?’
-역시 너의 인성질은 나를 한참 초월한 게 맞아. 좀비야.
그건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딱!
나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었다.
“춤추어라.”
“뭐, 씨, 뭣----."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유수하가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흐드러진 꽃길 위를 유수하의 뒤꿈치가 경쾌하게 노닐었다. 딱, 따닥! 왕년에 클럽에서 좀 놀아보기라도 했는지 유수하의 춤사위는 제법 봐줄 만했다.
“아니, 이게, 자, 잠깐!? 뭐야, 싸---."
“또 춤추어라.”
딱!
유수하의 춤이 탭댄스에서 지루박으로 바뀌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수하는 춤에 재능이 있었다. 지루박을 마친 다음에는 곧바로 코사크 댄스에 돌입한 것이다.
“죽인다!”
코사크 댄스를 추면서 유수하가 울부짖었다.
“주, 죽여버릴 거다! 개새끼! 이, 씹, 너! 너는! 진짜로 내가! 내가 반드시!”
다시 말하지만 그는 코사크 댄스를 추고 있었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코사크 댄스를 추면서 하는 말은 그게 아무리 걸쭉한 욕설이고 끔찍한 저주여도 전혀 무섭지 않다.
설령 히틀러가 되살아나서 연설을 시작하더라도, 그가 코사크 댄스를 추고 있다면, 아무도 그의 연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그것이 바로 코사크 댄스의 힘이다.
“씨, 씨발…! 시발, 씨발…!”
과연 유수하도 코사크 댄스의 위력을 실감한 것인가.
뭔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수하는 그저 씨발이라는 욕만 내뱉었다. 그리고 열심히 댄스 스텝을 밟았다. 죽여주는 배경음악과 배경화면이었다.
"음."
나는 성기사장을 돌아보았다.
“이래도 걱정이 되시는가?”
성기사장이 멍하게 입을 벌렸다.
“악마들은 절대로 본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안심하라.”
결국.
성기사장은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여신의 사도이시여… 그대의 이름을 여쭈어보아도 되겠나이까…?”
떨리는 목소리.
대륙의 군세가 모두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당당히 받아내며 다시금 팔짱을 꼈다.
“내 이름은 공자다.”
성기사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마을을 불태우자고 울부짖던 지휘관이 공격을 단념한 것이다.
그 때.
[축하드립니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멀 스테이지 클리어.]
[히든 퀘스트, ‘멈추어진 세계의 용사’를 클리어했습니다!]
별로 반갑지 않은 목소리도 들렸다.
-또, 또라이 자식!
목소리의 주인은 배꼽을 잡고 뒹굴뒹굴 굴렀다.
-미친놈! 이렇게 퀘스트 깬 놈은 네가 처음일 거다! 아니, 처음이야! 와, 어디서 이런 또라이가 기어나왔지? 야, 내가 인정한다! 김공자!
‘뭘 인정해요?’
-너는…… 모든 또라이들의 빛이다!
그건 소수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