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 검은 결혼식.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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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천에 그림자가 깔렸다.
그림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흑색의 도포를 휘날렸다. 멀찍이 멈추어 선 유령 군단을 마주하고도, 그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천하가 강시로 창궐한 세계에서 살아봤으므로.
죽어봤으므로.
귀신은 그들의 공포가 될 수 없었다.
“오늘따라 때깔이 퍽 고우십니다. 소교주님.”
귀혼염마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마교 사마군(四魔君)의 일위. 마지막 정마대전에서 소림의 방장승과 일전을 겨룬 교인.
“얼굴에 분칠까지 하시고. 꼭 장가라도 가시는 거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가가는 거 맞아요.”
“……예?"
천 명의 교인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전성기 시절 힘을 되찾은 강호인들이었다. 모두가 내공으로 청력을 강화해서 내 말을 듣고 있었나 보다.
나는 그들에게 들으라고 말했다.
“저. 오늘 결혼합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교인들은 서로 쳐다봤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가려내기 위해 탐색전이 벌어졌다. 나는 그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들의 탐색전에 응해줬다.
“소, 소교주님이,”
귀혼염마가 입을 벌렸다.
“소교주님이 장가를 가신댄다!”
교인들이 폭발했다.
“우리 소교주님 장가간다!”
“마교천하의 지존께서 결혼하신단다!”
“약혼도 아니야! 진짜 결혼이야!”
교인들은 눈앞에 마주한 유령 군단조차 잊어버리고 난동을 쳤다.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내가 결혼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겐 어서 다급히 세상에 알려야 하는 사태인 듯했다.
“상대는 누구입니까?!”
“저쪽.”
나는 양손으로 공손히 가리켰다.
“저곳에 머리카락이 은빛이신 분이 저의 아내 되실 분입니다.”
라비엘은 그곳에서 혼란에 빠진 제국인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늠름한 옆얼굴.
내 손짓을 따라서 고개를 돌린 교인들이 쩌억, 입을 벌렸다.
“고우시다……"
“예, 예쁘시구먼.”
“우리 소교주님 보는 눈 높으시네.”
“소교주! 사모님께선 내공이 몇 갑자나 되시우!”
누가 강호인 아니랄까 봐 무공의 수준부터 물어왔다.
“음. 우리 아내님은 무공을 쓸 줄 모르십니다.”
교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얼마 안 가서 불만 어린 수군거림이 장내에 퍼졌다. 교인들의 눈빛에선 이 결혼을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반항심이 엿보였다.
“아니. 그래도 마도천하의 동반자 되실 분인데….”
“무공을 아예 쓸 줄 모른다는 건 좀 그러지 않나?”
“음, 권위는 무력에서 나오는 법이거늘….”
“혈귀대는 이번 결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말을 덧붙였다.
“까먹고 말씀 안 드렸는데요. 제 배우자는 이 나라에서 황제 다음가는 제후예요.”
그러자 교인들이 수군덕거렸다.
“그럼 얘기가 또 다르군….”
“사람이 태어나서 반드시 무공을 배워야 하는 건 또 아니잖아. 안 그래?”
“암, 권위는 권력에서 나오는 법이지….”
“결혼 축하드립니다! 소교주님!”
여러모로 참 순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중에는 교인이 아닌 자도 있었다. 아귀(飯鬼). 한때 가을비의 마왕이라 불리며 세상의 두려움을 받았던 아이는, 내가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입을 뻐끔뻐끔거리고 있었다.
“주, 주군께서 결혼이요?”
“어. 그렇게 됐다.”
“말도 안 돼요. 주군 같은 천하의 또라이… 앗, 아니, 송구하옵니다. 주군처럼 둘도 없이 특이하신 분과 결혼하겠다는 인간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했나이까?”
아귀 너….
겉으로는 주군 주군 잘만 따랐으면서 속으론 나를 또라이로 생각했구나….
마음에 상처를 한 획 추가하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존재했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피로연에서 풀고. 그것보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라."
“어, 아. 예. 알겠나이다, 주군. 어떤 적군인가요……?”
“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침략한 이계의 사도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내 결혼식을 망치려는 놈들이기도 하지.”
말이 떨어지자마자 교인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호라.”
혈귀대의 우두머리인 혈마는 칼자루를 매만졌다.
“흐음……"
위령대의 우두머리인 귀혼염마가 입꼬리를 올렸다.
“마교의 소교주가 혼약을 올리는 데 방해라.”
시영대의 우두머리인 월영마군이 옆머리를 넘겼다.
“카. 또라이들이구먼.”
척살대의 우두머리인 검마는 목을 상하좌우로 한 번씩 비틀었다.
"......."
마지막으로, 아귀는 말없이 검을 빼들었다. 내게 수백 번의 죽음을 강요했던 바로 그 검. 검붉은 광선을 토해내는 마검이었다.
“과연. 이해했나이다. 주군께서 또 다른 각성을 하시어서 저희가 생전의 힘을 되찾은 것인가 짐작했사온데… 그것이 아니라, 성좌의 가호 때문이군요. 저들이 성좌의 하수인들이겠습니다.”
“맞아.”
“감히 여쭈옵자면, 어떤 별자리에 빌붙은 아이들인지요?”
“마호스. 영원한 평야의 군마로 알고 있다.”
아귀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싸움밖에 모르는 머저리들입니다.”
그 비웃음엔, 나로 인하여 타천하기 이전 시절의 오만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적군은 1만. 우리는 1 천에 불과했다. 그러나 교인들은 잡담을 나누며 칼자루를 쥐었으며, 아귀는 천천히 칼날을 들어 올렸다. 아군은 유리했다. 아무도 이쪽이 불리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저의 주군이시여. 명하소서. 제가 어쩌기를 바라시나이까?”
나는 명령했다.
“쓸어버려라.”
아귀가 마검을 높이 치켜세웠다.
“바라시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옵니다.”
일섬(一閑).
피처컴 붉은 노을을, 피보다 더 붉은 광선이 갈랐다.
-그오오오오!
그것은 붉은 광선이었다. 감히 다른 표현을 허락하지 않는 위력과 위엄이 아귀의 일격엔 서려 있었다. 붉은 광선에 휘말린 유령들은 비명을 지르며 소멸했다.
유령 군단을 이끌던 장군마저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무슨, 이건… 아니, 말이 안 된다. 성좌라고…? 성좌도 아니면서 성좌를 부하로 부리다니….
장군이 경악에 차서 나를 바라본 그 때.
“조져버려!”
교인들은 거친 포효를 터트렸다.
“잔챙이들이다! 교리를 읊을 필요도 없다!”
“뉘집 씨발 쌍것들이 마도천하의 혼약을 방해하냐!”
“오늘 우리가 따는 모가지가 소교주께 바치는 결혼 축하 선물이다! 알았는가! 가져오는 모가지가 다섯 개 미만인 애새끼는 오늘 내 손에 죽는다!”
“크하하! 척살대원은 모가지 열 개 이상으로 따와라!”
“이래서 배우지 못한 것들이란….”
누군가는 분노하며, 누군가는 포효하면서, 또 누군가는 혀를 차며 뛰었다. 아직 유령 군단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간격은 무의미했다. 물경 일천의 그림자가 일제히 경공술을 펼쳤다.
-으음?! 막아라!
장군이 당황해서 외쳤다.
유령 군단 역시 정예병이었다. 방패를 들어서 틈 없이 대오를 갖추었다. 창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고슴도치 같은 형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둔하긴.”
아귀, 가을비의 망령이 비웃음을 흘렸다.
“말먹이들이 알아서 표적이 되어주는구나.”
붉은 광선이 다시 하늘을 찢어발겼다. 콰아아아앙! 밀집 대형을 취했던 유령 군단은 가볍게도 쓸려나갔다. 방진에 텅 비어버린 구멍이 생겨버린 것이다. 유령 병사들은 허겁지겁 빈틈을 메우려 했다.
“카하하!"
그러나 싸움에 잔뼈가 굵은 교인들은 결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물어뜯어라!”
교인들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림자의 군세와 유령의 군단이 충돌했다. 촤악! 촤아아악! 교인들은 내공을 흩뿌리며 유령들을 도살했다.
정마대전과 달리 교인들은 굳이 바라야의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아무도 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결투가 아니었다. 대전이 아니었다.
단순한 사냥.
교인들은 유령 군단을 한낱 짐승으로 괄시하여 참살했다.
-키기이익!
그 오만함을 이겨낼 힘이 유령 군단에는 없었다. 교인들이 휘두른 칼에 군단의 대오는 와해했다. 방패가 부서졌고 창이 부러졌다. 방패가 부서진 틈새로 교인들은 칼을 찔렀고, 부러진 창대를 거꾸로 쥐어잡아 내리찍었다.
학살이었다.
-부대별로 재집결하라!
장군이 깃발을 들어 올리고 다급히 외쳤다.
-당황하지 마라, 전사들이여! 급할 것 없다! 십인장의 인솔에 따라서.......
“어이.”
툭.
장군이 든 깃발의 꼭대기에 누군가가 가뿐히 올라섰다.
“안녕하슈.”
검마(劍魔). 사마군의 일위이자 사마군 중에서 입담이 제일 걸걸한 사내였다. 저녁 노을을 등진 검마는 얼굴이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형씨가 우리 소교주 장가를 방해한다매?”
-이놈,
“씨발 새끼가. 그냥 뒈져라.”
검극이 번쩍였다. 일격. 이격. 삼격. 세 줄기의 검로가 거미줄처럼 얽혔다. 일격이 장군의 오른팔을 잘랐고, 이격이 가슴을 베었으며, 삼격이 깃발을 찢었다.
-커, 헉…….
군신(軍神)의 사도가 피를 토했다. 그것조차 잠깐이었다. 장군이 피를 토한 바로 그 목구멍을 향해, 검마는 마지막 검격을 날렸다. 비명이 절단되고 머리가 치솟았다.
“오. 읏차.”
검마가 팟, 깃대를 박차 뛰어올랐다. 그는 공중에 치솟은 장군의 머리를 낚아챘다.
"어이고야, 이 귀한 걸 놓치면 안 되지. 카하. 봤냐, 애새끼들아! 내가 척살대 대주 검마다! 소교주한테 바치는 결혼 축하 선물은 우리 척살대가 일등이다!”
“젠장.”
“하필이면 저 돌대가리한테….”
이곳저곳에서 씨발 소리가 나직하게 흘렀다. 같은 사마군이어도 묘한 경쟁심이 있는 것일까. 검마한테 좋은 장면을 빼앗겼다며 다른 교인들이 죽상을 썼다.
[‘영원한 평야의 군마’의 사도가 소멸합니다.]
스르륵-.
검마가 낚아챈 장군의 머리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을 잃어버린 장군의 몸뚱어리도, 장군을 따르는 유령들도 순식간에 먼지처럼 부서졌다. 군단은 소멸했다.
“어? 어어?”
검마는 당황했다. 졸지에 빈손이 되어버린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봤다. 잠시 뒤, 그가 멍하게 내 쪽을 돌아보았다.
“어… 어어… 마음의 선물이란 것도 받아줍디까? 소교주?”
나는 피식 웃었다.
“괜찮아요. 에누리 쳐드릴게요.”
그때였다.
-루. 라.
아직 남아 있던 [불멸의 행복 전도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루. 라. 어린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공중에서 원무를 그렸다. 발걸음이 노을을 한 발자국 밟을 때마다 하늘에는 선율이 더해졌다.
“흐음.”
"으."
교인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몇몇은 서둘러 내공을 끌어올려 노랫소리에 대항하려 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영원한 평야의 군마]의 사도가 죽으면서 광역 효과도 끝난 것이다.
“아……"
아귀도 허탈한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던 검은색 구정물도 빠른 속도로 흘러내렸다. 아귀는 쯧, 혀를 차면서 검마를 노려보았다.
“저 멍청한… 아군이면서 도움이 안되네요. 송구하옵니다, 주군이시여. 전성기의 제가 아니면 이런 정신공격에는… 허약해서, 음…… 싸움… 을……"
뒤로 갈수록 아귀의 목소리가 느릿해진 이유는 그녀가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아귀는 몸이 비틀거렸다.
아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전장을 미친 듯이 질주했던 교인들이 픽, 픽, 하나둘씩 쓰러졌다. 라비엘의 지휘에 따르던 하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꿈의 사도가 부르는 자장가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기다려주십시오, 사왕.”
이단심문관이 수인을 맺었다.
“지금 제가 면역장을 생성하겠습니다!”
“아니요."
나는 이단심문관의 손을 잡아서 막았다. 이단심문관이 머리를 기우뚱 기울였다.
“사왕? 이대로 놔두면 저희까지 사도의 노래에 당해버립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만약 제 생각이 맞다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라비엘과 저, 그리고 당신은 괜찮을 겁니다.”
"흠."
이단심문관이 싱긋 웃으면서 수인을 풀었다.
“알겠습니다. 사왕이 그리 말하면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요.”
어느덧 노을은 절정에 달했다.
-루. 라, 라.
-라, 루루. 루.
석양이 붉게 타오르면서 어린아이들에게 비쳤다. 아이들의 그림자는 길게 지평선까지 뻗었다. 땅에 비춘 그림자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기를 반복했다.
『정신공격의 일종이군요.』
『저 노래에 노출되면 자기가 제일 행복했던 기억에 강제적으로 매몰됩니다.』
결혼식장이 고요해졌다.
교인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졸았다. 어떤 하객은 아예 엎어져서 잠들었다. 모두가 자신들만의 행복에 잠겨 있는 것일까.
“호오.”
그러나 여전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세 명 남았다.
“정말이군요?”
이단심문관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나와 라비엘을 번갈아 쳐다봤다.
“사왕의 말대로 저희 세 사람은 멀쩡합니다. 약간 졸음기가 오는 것도 같지만, 제 몸은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핫. 이번엔 또 무슨 마법을 부린 겁니까, 사왕?”
지금 상황을 궁금하게 여긴 자는 이단심문관 말고도 더 있었다. 꿈의 사도들이 서서히 원무를 멈추었다. 어린아이들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나를 내려보았다.
-이상한 인간이야.
-잠들지 않아. 꿈꾸지 않아?
-행복한 기억이 없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천천히 결혼식장을 둘러보았다.
“그런 게 아니다.”
그곳에는 작게 숨소리를 내며 잠든 아귀가 있었다.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졸아버린 교인들이 있었다. 내가 거두어들인 삶이 있었으며, 스승님을 증거하는 삶들이 있었다.
내가 불행해야 할 이유는 많았다.
무수했다.
나는 불에 타 죽었으며, 스스로 수천 번 자결했고, 동료들이 의심암귀에 사로잡혀 서로 죽여대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수십 번의 목숨을 버렸어야 할 때조차 있었다. 이미 죽은 시체에게 목이 물어뜯겼고, 나를 아름답다 말해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내가 나의 생을 불행이라 말한다 해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을지 모른다.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불행해져야 할 수백의 이유보다 행복을 위한 단 하나의 이유가 내게는 더 소중했다.
“알련지 모르겠는데. 오늘이 내 결혼식이다. 다른 날은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찾기도 어려울 거야. 너희는, 이 세계를 침략하는 날짜를 잘못 골라도 단단히 잘못 고른 셈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단심문관 씨는 뭐… 아예 행복하지 않거나, 단순히 매일매일이 행복이겠지만요.”
“앗. 과연! 그렇군요. 확실히 저는 언제나 항상 행복합니다! 사왕의 안목에는 정말 당할 수가 없군요.”
아하핫, 웃고 이단심문관이 속삭였다.
“신성 술식. 송신.”
다음 순간, 우리는 사도의 뒤편에 전송되어 있었다.
다른 사도들과 달리 [불멸하는 행복 전도사]에겐 전투력이 없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갖춘 사도는 우리를 보고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볼 뿐.
-이상한 인간이야.
나는 마음을 다잡고, 검을 휘둘렀다.
[‘불멸하는 행복 전도사’의 사도가 소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성술식으로 지상에 귀환했다.
이 세상에 침공한 이계의 존재들을 모두 토벌한 것이다.
"......."
아니. 아직 모두 토벌한 것은 아닌가.
나는 성검을 고쳐잡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망치를 쥔 사도가 멀리 서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사도는 화들짝 움츠러들었다.
-힉, 읏… 아….
나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이번이 나와 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나에게 반항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나에게 저항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나는 너를 죽이고 거두어들일 것이다.”
-거, 거두다니…?
“지금 이해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알게 될 거니까.”
망치의 사도에게 칼을 겨누었다.
그녀의 본명을 부르면서.
“덤벼라. 실비아 에비나일.”
금사매는 어깨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