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 히어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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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견례가 이뤄지고 보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제국의 황제를 알현했다. 제국과 탑 사이에 여러 밀약이 맺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역사의 격동을 뒤로 물리고-.
먼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
아직 나만의 후일담이 남았으니까.
“반짝아.”
[예, 용사님, 이라고 반짝이가 답합니다.]
라비엘과 나의 침실.
거대한 침대 위에 한 자루의 검이 놓여 있다.
“집어삼켜라.”
한때 내 연인의 심장을 찢어버린 것.
이 세상을 영원히 반복되는 열흘에 가둬버린 칼.
기원검 (祈願劍).
그 요물을 향하여서, 내 성검은 하얀빛을 토했다.
[수호의 여신이 자신의 조각을 흡수합니다.]
하얀빛이 기원검에 닿았다. 부르르르! 그 즉시 기원검에서 붉은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빛에 반항하려는 듯, 붉디 붉은 피안개가 칼날에서 뿜어졌다.
[기원검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우상검은 자매를 설득합니다.]
하얀빛과 붉은 안개가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나 안개가 조금 더 짙었다. 붉은색이 하얀색을 압도하려는 때, 내 성검에서 또 다른 색(色)이 흘러나왔다.
[연민검 역시 자매를 설득합니다.]
검은색 구정물. 내가 두 번째로 거둬들인 성검의 파편이 가세한 것이다.
전세가 역전됐다. 새하얀 빛이 안개를 좀먹었고, 새까만 물이 안개를 파먹었다. 붉은빛 안개는 순식간에 졸아들었다.
[기원검은 자매들의 배신에 경악합니다.]
[레판타 아이김이 아닌 주인을 모실 수는 없다고, 기원검이 일갈합니다.]
나는 입을 열었다.
“레판타 아이김이 왜 성좌들을 죽였는지 대충 짐작은 가.”
붉은색 안개가 멈칫했다.
안개엔 눈이 안 달렸지만, 나는 시선을 마주친다는 기분으로 안개를 노려보았다. 차분한 긴장감이 우리 둘 사이에 가라앉았다.
“처음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야. 이번 세계를 겪으면서 알았어. 성좌라는 놈들은 제멋대로 다른 세계를 침략하고 침공해서, 자기 입맛에 맞게 지배하려 든다는 걸. 원주민들의 의견 따윈 무시한다.”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방구석 도서관장]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장의 관심사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관찰하는 것.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을 [캐릭터]로 지정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관음한다. 자기 입맛에 맞게 세상을 재단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장은 다른 성좌들과 똑같다.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민폐지.”
폭력이다.
“레판타 아이김은 황제까지 해먹은 놈이야. 생각이 깊겠지. ‘성좌들을 이용해서 권력을 탐하느니 차라리 성좌들을 모조리 죽이겠다.’ 대충 그런 계획일 거라고 짐작한다. 아마 이 세계에도 성좌가 있었겠지만, 레판타 아이김이 죽였을 거야.”
[.......]
“하지만 네 원래 주인은 잘못을 범했어.”
나는 칼끝을 거두었다.
“성좌가 죽어 없어진 세상에는 또 성좌가 태어난다. 봐라! ‘수호의 여신’이 봉인된 대륙에선 ‘가을비의 마왕’이 생겨났다. 이 세상에선 ‘은으로 도금된 심장’이 나타났어. 딱 잘라서 말하는데, 네 주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
[레판타 아이김은…….]
“아니라면 아니라고 대답해보시지.”
붉은 안개를 휘감은 칼. 적검(赤劍)이 침묵했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경력이 네 주인보다 일천할지 모른다. 그래. 네 주인은 어마어마한 시련을 겪어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서,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살천성(殺天星)이란 업을 짊어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일을 저질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
[.......]
“네 주인이 멋대로 성좌를 죽여버린 탓에 어느 세계에선 영원한 겨울이 도래했어. 그 세상을 살아가던 무인들은 움직이는 시체가 되어 모욕당했다. …설령 레판타 아이김이 고귀한 이상을 품었다 해도, 용서받을 일이 아니야. 책임을 져라.”
그러자.
붉은 안개가 스멀스멀 한곳에 모였다. 잠시 뒤에 안개는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다.
온몸이 핏빛으로 물든 아이.
[제 이름은 기원.]
붉은 아이의 모습을 갖춘 검이 입술을 열었다.
[사람들의 기원을 들어주는 것이 제 본연의 역할.]
[레판타 아이김은 기원했습니다. ‘모든 성좌를 죽여서, 다시는 성좌들에게 사람들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라고. 그의 기원은 고귀합니다. 무겁습니다. 창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레판타 아이김에게 존재를 위탁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기원을 품고 있습니까, 인간이여?]
나는 어린아이를 내려보았다.
“어떤 일에서든 도망치지 않는 것.”
그리고 말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겠다. 변명하지 않을게.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내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일들을 ‘세상은 원래 그렇다’며 넘어가지 않겠다. 내 칼이 닿고 내 목숨이 이어지는 한.”
[아아…….]
붉은 아이가 허공을 올려보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다만 당신의 선의를 축복하는 것. 단지 당신의 지옥에 함께하는 것.]
그것은 장절한 한탄이었다.
[제 능력은 시험.]
[저에게 심장이 꿰뚫린 자는, 그자가 품은 소원을 시험받습니다. 그것이 정말로 진실된 소원이었는가. 모든 것을 다 희생하더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는가.]
[마침내 스스로 소원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저의 저주받은 능력입니다.]
아이는 붉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저희의 새로운 주인이시여.]
[부디 오래도록 지옥에서 번영하시길.]
스르륵.
안개는 내 성검으로 빨려들었다.
[수호의 여신의 존재가 한층 더 뚜렷해집니다.]
비로소 숨이 탁 놓였다.
“후우.”
이로써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내가 끝마쳐야 할 일은 대강 마무리 지었다. 아직 제국과 탑이 나눠야 할 얘기가 많고도 많지만… 그건 정치의 영역. 나보다는 아내가 활약할 분야다.
“끝났는가?”
침실에서 나오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비엘이 물었다. 시녀 한 명이 라비엘을 호종하고 있었다.
“예. 라비엘. 전부 끝냈어요. 이제 이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는 성좌나 성좌의 파편은 없어요.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거예요.”
“자그마치 세 명의 사도가 연합군을 꾸려 공격했는데도 처참히 실패했다. 안심해라. 그대의 무위를 보고도 감히 침략을 꾀하는 머저리는 없을 것이다.”
"......."
라비엘의 옆에 선 시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했다. 라비엘을 호종하고 있는 시녀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이 세상을 침공했던 장본인--- 금사매 남작 영애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들으라고 말씀하시는 소리 같은데요. 공작 각하. 이건 저 혼자만의 착각일까요?”
금사매 남작 영애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대외적으로 [간사한 악마에게 몸을 뺏기어서 쇠망치를 휘두른 영애]로 되어 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악마한테 빙의당했다는 것 자체가 명예를 더럽히는 소문이라, 당분간 라비엘을 섬기면서 불명예를 씻기로 했다. 장차 황태자와 결혼하길 원했던 금사매 영애로선 뼈아픈 일이겠지.
뭐. 지금 와선 금사매도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귀가 밝군. 그대 들으라고 한 소리가 맞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끊임없이 뉘우쳐라, 영애. 적당히 회개했다 싶으면 신전의 인맥을 동원해서 명예를 회복시켜주마. 그 때까진 입 닥치고 우리 부부를 위해 일하도록.”
"으으읏...."
시녀복을 입은 금사매 영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하지만, 그녀는 우리 부부에게 절대 반항하지 못한다. 당장 내가 [백귀환생]을 거두기만 해도 금사매는 곧바로 허물어지니까.
"......."
이것이 내가 도달한 엔딩.
그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저는 이제 다음 스테이지로 향할게요. 라비엘.”
“음. 그래야겠지.”
라비엘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도 그대를 따라 이세계를 견학하고 싶다만, 제국에는 내가 필요하다. 내게 나의 일이 있듯이 그대에게도 그대만의 일이 있을 터. 마음껏 날뛰고 와라, 공자여. 만일 지쳐서 위로받고 싶다면 언제라도 돌아와라. 나는 이곳에 있다.”
“예. 하지만….”
나는 조금 고민하면서 말했다.
“그, 탑에서 20층은 제가 가진 땅이에요. 거기에 저희 두 사람만을 위한 집을 지어두고 싶어요. 만약, 라비엘도 좋다면요.”
“오호? 과연. 다음부터는 그곳이 우리 부부의 본가(本家)가 되는 것인가. 새로운 집에서 나는 이반시아의 공작이 아니라 오직 그대의 동반자로 있을 수 있겠지.”
라비엘이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속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읽었다.
“기대하고 있으마.”
라비엘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었다. 하얀색에 은실 자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벌려서 조용히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이건.
“내가 평소에 가지고 다닌 손수건이다. 마법의 힘을 빌려서 손수건에 향수를 반영구적으로 고정시켰지.”
“향수요?”
“그대가.”
라비엘이 발돋움하여 내 귓가에 소곤, 속삭였다.
“내게 처음 반한 순간에 맡은 바로 그 백합향이다.”
"......."
“그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들 때마다 단검의 손잡이를 매만진다지. 흉한 습관이다. 버려라. 마음이 들썩일 때면 칼자루를 만지는 대신, 나의 손수건에 배인 향을 맡거라.”
아아.
“공자여. 그대를 그대로 있게 하는 것은 그대의 불행이 아니다. 고통이 아니다. 아니었으면 한다. 나에 대한 기억과 사랑. 행복이, 그대를 그대로 있게 해주길 바란다. 내 바람을 받아주겠느냐?”
“……예.”
나는 가슴에서 북받치는 울컥함을 삼켰다.
“예. 꼭 그럴게요, 라비엘.”
“사랑한다.”
“사랑해요.”
나는 라비엘과 입술을 겹쳤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그림자는 곧 떨어졌고, 나는 말하였다.
"---전송."
빛이 내 눈앞을 감쌌다.
2.
다음에 눈을 깜빡인 순간, 나는 이미 대도서관에 있었다.
미리 도서관에 돌아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헌터들이 보였다.
“어서 와. 사왕.”
그들을 대표해서 흑룡주가 입을 열었다. 나는 흑룡주를 보자마자 그녀의 기분이 별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서 와’라는 말과 달리 흑룡주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어. 무슨 일 있으세요?”
“아무런 문제도 없단다, 라고 대답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흑룡주가 하아, 한숨을 쉬었다.
“응. 무슨 일이 있어. 그것도 꽤 심각한 일이야.”
그러고 보니 좀 이상했다. 주변엔 흑룡주를 비롯해서 최상위 랭커들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약제사 같은 헌터들도 보여야 정상이었다.
“잠깐만요. 다른 헌터들은 어디 갔어요?”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멀리 물렸어. 지금부터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기밀에 가깝거든. 뭐, 여기서 대화하는 장면도 탑에는 생중계되고 있겠지만….”
흑룡주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졌다. 불길하게도.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아핫.”
대답한 사람은 흑룡주가 아니라 이단심문관이었다. 그는 지난 스테이지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벗고 평소의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작금의 문제를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그렇군요. 사왕! 당신은 너무 성공해버렸습니다!”
“네?”
“생각해보십시오. [천마실록]에서 사왕은 스승에 대한 지고지순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武)를 경애하고 교인들을 다독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수많은 헌터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지요. [천마실록]이 클리어된 다음엔 한동안 바깥세상의 무술인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씩 탑에 들어왔을 정도입니다!”
그 말을 이번엔 성기사가 이어받았다.
“탑에 생중계되는 영상을 누군가가 찍어서 바깥세상에도 그대로 유포하고 있다. 아니, 사실은 우리가 유포를 허용했다. 사왕. 네가 성공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광고 효과를 만들어낸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말일세.”
백작이 부채를 지폈다.
“아무래도 조금.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여겼던 것 같구먼.”
“만만하게 여겼다면…?”
“자네라는 인물. 아니, 자네라는 [아이콘]이 가진 파급력을 말일세.”
무슨 소리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동료들을 쳐다봤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일하게 심각하든 말든 항상 웃고 있는 이단심문관이 반응했다.
“11만 3천 6백 5십 4명.”
“예?”
“어제 하루에만 우리 탑에 입신한 사람 숫자입니다!”
"......."
나는 이단심문관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잠시 뒤, 이단심문관이 ‘어제 하루’라고 말한 것을 깨달았다.
“어제, 하루에요?”
“예! 바깥세상에서 전쟁이 벌어지거나 나라가 멸망하면 이만한 인구가 유입되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소규모 국지전을 제외하면 전투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하핫. 나라도 멸망하지 않았지요! [평시]인데도 불구하고 이만한 입탑(入塔)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깥세상에서 입수해온 전단지일세.”
백작이 내게 전단지를 건넸다.
마치 대통령 선거 포스터처럼 내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
죽음의 왕을 우리의 왕으로!
유토피아로 향하라!
+
나는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설마 죽음의 왕이란 건…?”
“당연히 그대의 이명. 사왕(死王)을 가리키는 것이지. 이런 종류의 전단지가 수많은 지역에서 수없이 배포되고 있다네. 혹시라도 오해 할까 말해두자면, 절대로 우리가 뒤에서 꾸민 일이 아닐세. 바깥세상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어.”
"......."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전단지, 라는 부분에서 짐작했을지 모르겠다만.”
성기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세상에 전단지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사왕. ‘인터넷을 쓰지 않는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을 때’ 비로소 전단지를 동원하는 거다.”
“……무슨 말씀이세요?”
“인터넷이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의 인간들.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 분쟁 지역. 군벌 난립 지대. 무수한 빈민과 난민이 탑에 들어오고 있다. 그들의 [국가]와 [국적]을 버리고, 바깥세상에서 살아온 [인생]을 뒤로 한채, 바벨탑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듯이 말이지, 라고 성기사는 말했다.
"흠."
독사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사람들. 탑에 들어오면서 검은색 모자를 쓰거나 검은색 상의를 입더라고. 마교(魔敎)에 입신하겠다는 건데…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냥 널 보고 입탑한 거지.”
“단순히 빈민과 난민만 몰리는 게 아니야.”
흑룡주가 말했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도 상당수 들어왔어. 과학자, 사회학자, 동료들과 같이 입탑한 교수들까지 있어. [탑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라고 자처하면서.”
“김공자.”
거대 길드장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단순히 스테이지들을 공략한 게 아니야. 바깥세상에선, 아니. 어디서나 사람들은 영웅을 원해. 난관에 대한 용기. 인간에 대한 존중. 사랑에 대한 헌신. 가로되, 선(善)한 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바치는 영웅만큼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존재는 없어.”
흑룡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꺼내어 내게 보여주었다.
“당신은 우리의 깃발이 되어버린 거야.”
언제나 바빌론 광장 정중앙에 떠 있는 홀로그램이, 화면엔 찍혀 있었다.
+
1위. 검성
2위. 사왕
3위. 흑룡주
4위. 이단심문관
5위. 백작
6위. 독사
7위. 바벨의 언어사
8위. 광역통신사
9위. 성기사
+
헌터 랭킹 2위.
그것이 탑이 내게 새로이 내린 자리였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사왕."
흑룡주가 스마트폰을 거두면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지했다. 지금까지 봐온 어느 때보다 더.
“우리의 왕이 될 각오가 되어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