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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자살헌터-127화 (127/400)

127화.  < 마경(魔境).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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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살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행동논리를 이해했다. 네 혼자만의 힘으로 나를 격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외세를 끌어들였군. 이제 막 50층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초보자가 외부세력을 동원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만….”

살천성이 말하는 동안에도, 무수한 유성우들이 잿빛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싸아아아! 지극히 먼 곳에서 쏘아진 불꽃들. 막대한 마력으로 이뤄진 수천 줄기의 공격이었다.

“내 오류였다.”

유성우가 점점 더 빠르게 쇄도해왔다. 그러나 살천성은 무심했다. 무심한 눈길로, 만년필을 휘갈겨 일기장에 뭐라뭐라 적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초보자에게 대응할 때도 강력한 외세의 개입을 염두에 두도록 하지.”

“미친! 튀어!”

“거미 새끼들이 단체로 약 빨았나?!”

살천성보다 주변의 헌터들이 빨리 반응했다. 팟! 파앗! 50층에서 살아가는 헌터들의 필수 아이템인 듯, 여기저기서 순간전이 스크롤을 찢었다. 대머리 바텐더 역시 그랬는데 도망치기 직전에 우리한테 비명을 질렀다.

“야! 살천성! 이번에도 리모델링 비용은 네놈한테 달아둘 거니까, 잊지 말고 써놔라! 스크롤 비용까지 네놈이 지불해줘야 돼!”

“알겠다.”

탁.

“기입을 완료했다.”

살천성이 일기장을 접었다.

“약속에 의거,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이방인을 지키지.”

마침내 유성우가 코앞까지 당도했다. 콰앙! 쾅! 무차별로 쏟아진 폭격처럼 유성우가 길거리를 파괴했다. 파괴의 폭풍이 노천 술집까지 덮치려는 찰나, 어떤 손길이 내 손목을 꾹 잡았다.

“시각 청각 극대화. 대가로, 나의 기억 [1시간]을 버린다.”

살천성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놀라운 묘기가 펼쳐졌다.

하늘을 뒤덮어버릴 정도로 무수했던 유성우의 탄막을, 살천성은 발자국만 살짝 움직여서 피해버렸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가 나를 끌어들여서 움직일 때마다, 바로 지척으로 유성우가 스쳐 떨어졌다.

-아앙?

하늘 위에서 분노 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야, 별자리 성애자 새끼야! 넌 왜 끼어드는데. 꺼져! 지금 너랑 같이 있는 놈은 우리 마탑이랑 원한이 있다! 위대한 지팡이와 척을 지려는 게 아니면 얌전히 사라져라!

“우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청하지.”

살천성이 오른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유성우 폭풍이 만들어낸 먼지구름이 일거에 걷혔다. 살천성 본인은 물론이고 나도 완전히 멀쩡했다.

-대화는 무슨 지랄맞은 대화야! 꺼져, 또라이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있는 이방인을 수호해야 한다. 수호란, 이방인의 신체를 포함하여 정신까지 온전하게 보장하는 걸 뜻한다. 여기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

살천성은 왼손으로 다시 수첩을 꺼내어 읽었다.

“마탑은 지극히 이기적인 집단이다. 이기적이므로, 자신들의 이익과 손해에 입각하여 교섭할 수 있다. 나는 너희에게 심각한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존재다. 교섭해라.”

-그놈은 우리랑 불구대천의 원수야! 불, 구, 대, 천의 원수라고!

“모든 문제는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야! 야! 얘들아! 지금 살천성 기억이 얼마치 있는지 아는 놈 있으면 보고해!

상공에는 마법사 수만 명이 빗자루에 올라타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대답했다.

-상시감시반 소속 홍보석입니다! 수령(手領)! 살천성의 기억은 현재 7일치 남아 있습니다!

-씨발, 하필 일주일 풀로 채웠냐.

이빨이 으드득 갈리는 소리가 퍼졌다.

-상관없다! 저 별자리 성애자까지 싹 다 쳐내! 지금 시간부로 마탑은 총동원령 태세에 들어간다! 첫 번째 손가락부터 다섯 번째 손가락까지 마탑에 속한 자들은 모조리 검제와 살천성을 사냥해라! 다시 말한다 새끼들아! 이건 총동원령이다!

“…교섭 결렬이군.”

살천성이 중얼거렸다.

그가 왼손에 들고 있는 일기장이 촤르륵 넘어갔다.

“검색, 마탑. 부가검색, 전투. 세부검색, 파훼법.”

살천성은 힐끗 일기장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무줄- 바깥세상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노란색 고무줄을 꺼내어 자신의 긴 은발을 묶었다.

"......."

나는 바로 옆에서 살천성이 천천히 머리를 묶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마도 시간으로 따지면 2초밖에 안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동작이, 살천성에게 얼마 남지 않은 의례이자 의식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부터 전투에 돌입한다.”

-죽여 버려!!

그리고 상공에서, 수만의 마법사가 돌진했다.

-기수(旗手)들은 포위!

모든 적군이 돌격한 건 아니었다.

-가수(歌手)들은 후방에서 합창해라!

-예!

잿빛 하늘에 마법사들의 진형이 펼쳐졌다. 그 진형은 거대한 고리를 닮았다.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다섯 개의 고리를 이루어서, 합창 하기 시작했다.

여섯 겹으로 이루어진 선율이 울려 퍼졌다.

-오.

배후령이 말했다.

-오랜만에 보네? 저거 유사성창(類他星唱)이야.

‘유사성창이요?’

-저기 첨탑이 다섯 채 세워져 있잖냐. 탑 지하에 성좌가 한 마리씩 봉인되어 있거든. 뭐, 말이 봉인이지 사실 감금이야. 아무튼 봉인된 성좌들의 힘을 노래로 구현해서 빌려 쓰는데, 효과는….

[경고. 당신이 광역기의 대상으로 지정됩니다.]

[경고. 당신이 발하는 오러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경고. 당신이 발하는 마법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경고. 당신이 발하는 정신방어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경고. 당신이 받는 모든 종류의 페널티가 두 배로 가중됩니다.]

배후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효과가 좀 지랄맞지.

‘미친?’

-저걸 거미줄이라 불러. 그래서 쟤들 별명이 거미고.

과연 탑 50층에서 천 년이 넘게 군림했다는 괴물 집단 다웠다. 싸움이 시작하기도 전에 전력이 확 줄어버리는 것 아닌가? 150년 전에 저런 거미줄을 찢어발긴 배후령은… 괴물을 뛰어넘는 괴수였을 테고.

“---일격. 강화.”

그 괴수와 맞서 싸웠다는 인간이 한 명. 내 눈앞에 있다.

“대가로, 노을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 기억을 버린다.”

어느새 살천성의 오른손엔 검이 소환되었다.

일보(一步).

살천성은 마치 춤을 추듯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공기가 갈라졌다.

그것은, 검격보다는 차라리 태풍에 가까웠다. 푸른 오러가 잿빛 하늘을 두동강냈다. 상공에 펼쳐진 여섯 개의 고리 중 하나가 태풍에 휘말렸다.

-재, 재정비! 재정비!

-후퇴해!

마법사 수백 명이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빗자루를 가누지 못해 그대로 지상에 고꾸라진 마법사도 있었다. 마법사들이 흘린 고깔모자가 검은색 꽃잎처럼 흩날렸다.

[가중된 페널티 효과가 회복됩니다.]

그러나 살천성은 멈추지 않았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일격 강화. 대가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소리의 기억을 버린다.”

하늘이 다시금 찢어졌다.

[반감된 오러의 위력이 회복됩니다!]

-저 미친놈! 또라이! 별자리 성애자!

-엄지 고리 파괴! 검지 고리 파괴! 대열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수, 수령! 역시 일주일 풀로 채운 살천성이랑 싸우는 건 무모함다!

-개같은 별자리 성애자 새끼! 됐으니까 닥치고 돌격이다! 돌격!

마법사들이 불덩어리를 쏘았다. 얼음덩어리가 토해졌다. 살천성과 내가 서 있는 지상에서 나무뿌리와 잡초들이 순식간에 자라나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공기가 들끓었다. 밀림이 우거졌다. 안개가 펼쳐져서 시야를 뒤덮었다. 거론하기도 까마득할 정도로 수많은 마법이, 기적이, 우리 두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일격 강화.”

살천성은 다만 한손에 일기장, 다른 한손에 검을 쥐었다.

“대가로 아이들의 미소에 대한 기억을 버린다.”

모든 마법과 기적이 찢어졌다.

[반감된 마법의 위력이 회복됩니다!]

[반감된 정신방어의 위력이 회복됩니다!]

[광역기 지정이 해제됩니다.]

불덩어리가 파괴되었다. 얼음덩어리가 쪼개졌다. 나무뿌리는 잘렸으며 잡초는 썩었다. 공기에 푸른 바람이 돌았으며, 밀림이 사라졌다. 안개가 걷히고 난 다음의 세상에서 마법사들은 신음하고 있었다.

-중지 고리 파괴! 약지 고리 파괴! 소지 고리, 파괴!

-성창이 전부 파쇄됐슴다, 수령!

-저놈이 고리들 약점에 딱딱 들어맞게 공격해오는데요?!

-씨발…! 어떤 연놈이 기밀을 다 팔아넘겨서…!

나는 코앞에서 벌어지는 대전을 멍하게 봤다.

마법사들이 끈질기게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살천성은 방금 먹은 음료수의 기억, 어제 걸어다닌 길거리의 기억, 자잘한 기억들을 버려가며 싸웠다.

단 한 명에 불과한 헌터가 수만 명의 마법사와 대적한 것이다.

-어떠냐? 너랑은 완전 정반대되는 싸움법이지?

배후령이 실실 웃었다.

-살천성 쟤가 쓰는 것도 일종의 마공(魔功)이야. 좀비 네가 쓰는 마천신공은 기억에 의거하지. 굶주림에 대한 기억, 고독에 대한 기억.... 살천성은 반대야. 쟤는 [기억을 버린다].

나와 정반대되는 마공.

-잘 봐둬라. 언젠가 너도 겪게 될 레벨의 싸움이니까.

살천성의 전투법은 담담하되 처절하였다.

“온화한 하늘 아래에서 산책하는 기억을 버린다.”

그는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을 하나씩 버렸다. 살천성의 어조는 담백했고 검로는 단순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싸움은 담담했다.

“인간이 고통스러울 때 짖는 비명의 음색을 버린다.”

하지만 살천성이 버리는 하나하나의 기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살천성이 간직한 기억은 마치 상자가 차례대로 열리듯이 개방되었다. 그것은 판도라 상자였다. 열고 나면 내용물이 증발해버리는 상자.

-살천성은 길면 일주일치, 짧으면 하루치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

배후령이 말했다.

-일주일 이상까지 기억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왜냐면 저놈, 일주일치가 쌓일 때마다 성좌를 사냥하러 떠나거든. 성좌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의 기억만으로도 충분하단 거지.

"......."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했나? 엄밀히 말하면 틀렸어. 저놈은 기억을 희생시켜서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거야.

그건.

더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삶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반짝이는 차마 전 주인의 싸움을 지켜보지 못합니다.]

내 성검이 떨었다.

[반짝이가 회상합니다. 과거에 전 주인은 저런 식으로까지 싸우진 않았습니다. 언제부터, 왜 저렇게 되었는지 자신은 알지 못합니다.]

어느덧 마탑의 마법사 군대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원형의 고리는 전부 파괴된 지 오래.

처음엔 엄중한 대열을 이루어서 살천성에게 치고 빠지기를 거듭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 도달한 걸까. 대오가 허물어졌다. 마법사들은 산발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뿐이었다.

-수, 수령님. 거 보십쇼. 일주일 풀로 빤 살천성은 안 됨다….

-우리가 공언한 개사기 캐릭터니까….

-여기서 더 마력을 꼬라박으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아까부터 감시반에서 연락이 시끄러워요. 수령. 성좌들이 이상을 감지하고 여길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저희가 약해진 틈을 노려서 침공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아요.

-큭!

마법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이빨을 으득, 씹었다. 그녀는 고깔모자를 벗어서 왼손으로 구겼다. 어마어마한 분노를 안광에 담고서 마법사는 내 쪽을 노려보았다.

-검제… 검제, 검제, 검제!!

-아이고. 이 몸의 인기는 죽어서도 사그라들지 않는구만.

배후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봐라, 좀비야. 사람이 너무 잘나도 이래서 문제란다.

-네놈이 살천성이랑 동맹을 맺었단 사실은 아주 잘 알겠다! 기대해라! 너를 사냥하기 위해서 우리 마탑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 지금은 단순히 힘 싸움으로 끝나지만, 다음번엔, 반드시!

마법사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우와아… 수령, 그거 전형적으로 도망치는 패배자의 대사….

-조용. 지금 수령 건드리지 마쇼. 개구리로 변해서 잡아먹힘다.

-반드시 조져버리겠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흩어져서 기수를 돌린 때, 살천성이 입을 열었다.

“기다려라. 마탑주(魔塔主).”

-뭔데!

“내게는 아직 23시간에 해당하는 기억이 남아 있다. 이중 22시간을 소모하여 일격을 강화하면, 너희의 첨탑 중 한 채를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거냐?

“그렇다.”

살천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긍정했다.

“내 기록에 의거하면, 마탑주 너는 극도로 체면에 신경을 쓰는 인물이다. 총동원령을 내려서 나를 제거하지 못한 것도 제법 뼈아픈 손실이지. 그러나 첨탑을 잃어버리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내 협박을 고려해라.”

-.......

마탑주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일그러졌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나와 이 남자에게 공격하거나 공작하는 것을 일절 금지한다. 공격과 공작이란 우리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 및 사고 전부를 일컫는다. 간접적인 방식과 직접적인 방식을 모두 금하며,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할 시, 그 주관을 행사하는 사람은 우리로 지정한다. 이에 너희의 주관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 개같은 칼잡이들이 쌍으로….

“다시 한 번 협박하지. 일주일간의 휴전협정을 받아들여라.”

살천성이 검을 쥐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너트리겠다.”

초토화된 황무지에 정적이 가라앉았다.

-너…. 네놈, 마탑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줄 알아라.

“휴전협정에 동의하나?”

혀를 차는 소리와 동시에, 살천성의 눈앞으로 종잇장이 소환되었다.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계약서였다. 살천성은 무심한 눈길로 계약서를 읽은 다음, 만년필을 꺼내 서명했다.

“만족스러운 교섭이군. 이제 물러나라.”

-검제를 죽일 때 같이 묻어주마. 살천성.

“너의 적의는 확실하게 기록해두지.”

-퉷!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돌렸다. 가을철 메뚜기 떼처럼 그들은 하늘을 뒤덮은 채, 천천히 멀어졌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 근처엔 살천성과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살천성이 몸을 돌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너와의 약속을 이행했다. 이방인.”

"......."

“하지만, 너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나는 함정에 빠졌군.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그로 인해 일주일치 기억이 하루치로 줄어버렸다. 전력이 매우 약화되었다. 이런 전력 약화야말로 네가 의도한 노림수일 테지.”

살천성은 자신의 처지를 무덤덤하게 묘사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공자야.

배후령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넘어가지 마라. 지금 저놈은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일부러 너한테 얘기를 붙이는 거야. 저놈을 인간으로 보지 마. 쟤는, 철저히 자기가 입력한 내용에 따라서 움직이는 병기나 다름없어.

‘예.’

나는 성검을 쥐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천성을 노려보았다.

“맞습니다. 저는 당신을 쓰러트릴 겁니다.”

“반면에 나는 약속에 따라 너를 공격할 수 없군. 너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위험한 상황이야. 만일 마탑주가 말한 대로 네가 검제 본인이거나 검제의 전인이라면, 각별히 위험하겠다.”

“제 이름은 사왕. 마교의 소교주이며, 이반시아 공작가의 부인입니다.”

살천성이 일기장을 펼쳐서 글자를 적었다. 내 이름을 적은 것이다. 살천성은 만년필을 움직이며 내게 질문했다.

“마교란 무엇이지?”

“모든 비명에 응답하는 칼.”

“소교주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휘둘러지는 검이지요.”

“사왕이란 무엇인가?”

나는 붉은 오러를 끌어올렸다.

“당신을 거두게 될 사람의 이름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살천성. 굶주린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까?”

“일기에 적혀 있다. 그러나 내가 직관하는 기억에 한정하면, 없군. 나는 굶주림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당신의 패착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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