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 비와 진흙과 불. (4) >
-라임! 단칼에 코를 잘라주마!
귀족 병사는 단숨에 쇄도해 들어왔다.
‘오?’
그런데 이게 꽤 신기했다.
순인종처럼 칼을 한 자루나 두 자루 쓰는 게 아니었다. 자그마치 사도류(四刀流). 상, 하, 좌, 우, 네 갈래 검로를 뽐내며 칼들을 휘둘렀다.
영장류의 양팔로는 감히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공격 루트.
‘헤에.’
몸통에 촉수가 여럿 달린 산와족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묘기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싸움을 겪었지만 [이런] 종족의 [저런] 검술은 처음 봤다.
‘상하는 허초(虛招). 블러핑이고.’
나는 재빨리 눈어림으로 상대의 검격을 파악했다.
‘좌우가 실초인데…. 왼쪽은 조공. 오른쪽이 진짜 주공이네요. 왼쪽의 검이 좀 더 빠르고요. 오케이. 이거 왼쪽이 막히면 바로 반대편으로 파고들겠다는 거네.’
-크흐.
배후령이 감개무량하다는 듯 탄식했다.
-분식집 개도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김좀비. 이제야 얘기가 좀 통하는구나.
‘저 마교 소교주입니다. 아저씨.’
-누구보고 아저씨래.
아무튼… 뭐라고 해야지. 이걸.
‘단순한 종족의 차이가 검술의 차별로 이어진다는 게 쫌 기이하네요.’
-응? 당연 한 일 아니냐?
‘네. 근데 당연함이란 거, 원래 맨몸으로 부딪혀보면 새삼스럽잖아요. 흐음. 진짜 이거야말로 사마외도의 무술인데. 마천신공을 새로 가다듬는 데 도움이 안 되려나….’
-얼씨구, 이젠 달팽이들 검술까지 연구하시려고?
‘봐서요.’
나는 능숙하게 몸을 숙여서 허초의 간격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왼발과 오른발을 써서 가볍게 툭, 툭, 산와족의 칼을 걷어냈다.
-라임?!
귀족은 경악했는지 더듬이를 쫙 폈다.
‘미안하다. 얘야.'
힘싸움에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
‘실력 이전에 엔진의 문제란다.’
산와족 병사는 오러를 쓸 줄 모르거나, 아직 촉수 너머의 칼날까지 오러를 흘려낼 줄 몰랐다. 배후령에게 [내공을 운영하는 것만큼은 재능이 있다]라고 평가받은 나다. 저 병사가 나를 따라오기란 그냥, 불가능했다.
아무리 끝내주는 기마술을 가지고 명마를 몬다고 해도, 초보 파일럿이 조종하는 비행기보다 더 빠를 순 없는 법.
심지어 나는 초보라는 소리를 들을 짬도 졸업했다.
-이, 악신이! 라임이시여! 내게 힘을 주소서!
귀족이 더욱더 가열차게 칼질을 휘둘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귀족은 내 갈기의 털끝 하나를 자르지 못했다. 나는 거의 리듬 게임을 즐기다시피 투욱, 툭, 귀족의 칼을 걷어찼다.
-케르릅?! 케루!
물론 이건 내 입장에서 느긋하게 해설한 거고.
고르케가 보기엔 코앞에서 칼들이 휙휙 날아다니고 있었다.
-살려! 고블린 살려! 케케륵케르, 살려달라… 는 이 악마가 케케륵케르 아니냐?! 망했다! 고르케는 망해버렸다!
'쯧쯧.'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기껏 정성을 들여 꿈속 무대까지 마련했다. 오러를 전수해줬다. 그럼 아무리 죽는 게 무섭다 해도 근성을 발휘해야지 않나? 만에 하나 정말로 죽을 위험에 처한다고 해보자. 아무렴 내가 알아서 도와주지 않겠느냐 이 말씀이다.
-야. 좀비야.
‘네?’
-너 아까부터 이 고르케인지 뭔지 하는 고블린을 대하는 방식이 영….
‘영? 영 뭐요?’
-꼭 누가 누구를 가르칠 때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누구와 누구가 여기 있는 누구이고 누구인 거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헛소리로 풍월 읊을 거면 그냥 지켜나 보십쇼.’
-응…. 그래…. 괜히 내가 고블린한테 미안해지고 그러네. 살면서 인간한테 미안해본 적도 얼마 없는데 고블린한테 송구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오고 그런다, 막….
귀신이 뭐래.
“크그릉.”
나는 수비에 전념했다. 산와족 병사가 휘두르는 칼들을 발톱으로 흘릴 뿐. 일절 병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이 귀족을 쓰러트리는 것은 내가 아니다.
고르케의 몫이다.
‘고블린들의 몫이고.’
나는 끈기 있게 기다렸다.
-케르. 케르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과연 고르케도 [일단 목숨의 위험은 없는 것 같다]고 느끼자 조금은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애원하길 그치더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공방을 쳐다보았다.
-...게르릅….
‘옳지.’
직면(直面).
자신에게 들이닥친 일을 똑바로 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바로 그거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달팽이 귀족의 칼부림을 쳐냈다. 차앙! 내 발톱이 칼들을 강하게 밀어젖혔다.
-라이무?!
순간적으로 산와족 귀족의 몸이 훤히 비었다.
만약 이대로 발톱을 한 번만 더 휘두른다면 그걸로 끝. 미처 막아볼 틈도 없이 귀족은 허리가 절단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 그랬다.
가만히 있었다.
-......!
귀족의 얼굴이 빨개졌다. 산와족은 살갗이 다소 투명했다. 피가 몰리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티가 났다.
산와족의 귀족은 가열차게 검격을 쏟아부었다.
-나, 나를 모욕하는 거냐!
아니다.
-우리 가문을 욕보이지 마라! 라임!
여기서 욕 먹을 사람을 굳이 하나 뽑으라면 그건 나다.
‘고르케는 얼마 전까지 노예였다가 이젠 귀족과 마주보기 시작한 애고. 너는 사람이면서 용감히 악신과 맞서 싸우는 용사지. 어느 쪽이든 칭찬받아 마땅해.’
반면에 나는?
이 세계에서 신이나 다름없는데 귀족병을 가지고 놀고 있다.
강자가 되어 약자를 조롱하는 작태는 마교의 교리에 어긋날뿐더러, 어른스럽지도 못했다.
‘미안.’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거든.’
좋은 부모라면, 자식을 위해 모욕을 뒤집어쓰는 일에 개의치 않는다. 좋은 스승 또한 제자를 위해 오욕을 삼키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존귀한 것이 있다 믿는 자는 기꺼이 치욕을 받아들인다.
하물며 신이라면 어떻겠는가?
‘지금 나는 종족 전체를 보살피는 성좌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데 그까짓 모욕을 감내하면 어떠하고, 오욕을 감당하면 어떠한가. 노예로 갇혀지낸 것들을 위해 잠시나마 무(武)를 내려놓는 치욕을 나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자, 고르케야!’
나는 즐겁게 욕 먹을 짓을 했다.
‘그리고 어린 고블린들아! 봐라! 너희가 두려워하던 산와족이다. 너희를 지배한 귀족들의 일원이다. 어떠냐.’
다시 한 번 귀족의 칼을 차아앙! 멀찍이 밀쳐냈다. 다시 한 번, 귀족의 품안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열렸다. 아까 전에도 열어줬으나 고르케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던 그 빈틈이었다.
‘아직 1대1로는 대들어볼 자신이 없냐?’
이번엔 달랐다.
‘자신이 없다면 만들어주마.’
무언가에 홀린 듯, 고르케가 팔을 움직였다.
젊은 고블린의 손에서는 붉은색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쿵!
-아?
누가 흘렸는지 모를 신음이 새어나왔다.
산와족의 귀족은 망연하게 자기 몸뚱이를 내려봤고, 지정족의 젊은이는 멍하게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주먹 자국.
귀족의 몸통에 빨간색 흉터가, 마치 도장을 찍은 것처럼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나이스 샷
나는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거라니까.’
다음 순간, 귀족이 몸을 굽히며 구토했다.
-구엑! 쿠급, 큽… 웨에엑!
귀족이 탄 사냥개 머리 위로 소화액이 쏟아졌다. 다행히도 산와족은 국물 음식을 많이 먹는지 토사물에 건더기가 없었는데, 사냥개는 그걸 별로 다행이라고 여기진 않는 것 같았다.
-왈! 키깅, 왈!
거대한 사냥개는 그만큼 몸부림도 거대했다. 지진을 맞이한 산처럼 부르르 떨더니 산와족 진영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개의 허리에 찰싹 들러붙은 채 귀족이 실려갔다.
-구에에에엑!
실려가는 도중에도 무지개빛 토사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고르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주먹을 줬다가 폈다.
-고르륵....
그 후로도 도전자들이 이어졌다.
귀족은 물론이고 귀족의 사병, 무예에 자신 넘치는 상급병, 일확천금을 노리는 졸병까지, 다 합하여 열한 명에 이르는 산와족이 결투를 청했다.
그러나 어느 산와족도 내 발톱을 넘지 못했다.
말했다시피, 애시당초 나를 따라오는 게 불가능한 싸움이었다.
-.......
싸움이 길어질수록 고르케의 말수는 줄었으며.
-고르케! 고르케! 고르케!
연승이 이어질수록 고블린들은 열광했다.
‘어떠냐.’
나는 승부와 승부 사이에 일부러 뜸을 들였다. 바로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고, 느긋하게, 고블린들 앞을 뚜벅뚜벅 걸었다.
고르케는 승리의 투사가 되어 내 몸에 올라타 있었다.
‘멋지지?’
지정족의 눈을 사로잡았다.
‘부럽지 않냐?’
고블린들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너희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냐.’
그들의 마음에 붉은색 물감을 뿌렸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게 혈화만이 아니다. 진흙만 향기로운 것도 아니야. 싸움의 승리. 도전을 받아서 이겨내는 것. 이것 역시 불만큼 아름답고 진흙만큼 향기롭다.’
고블린들은 결투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승리의 향기에 취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라면 왜 눈을 반짝이겠는가?
세상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이들에게 나는 다만 미소를 지어주고 싶었다.
‘부러움을 부러움으로 받아들여라. 동경해라! 꿈을 꾸어라. 삶은 어디론가 흘러갈 때만 생생해진다. 부러움은 너희에게 흘러갈 방향을 속삭여줄 거다. 고여서 썩어버리는 술이 아니라, 꿈을 속삭이는 물이 되어라.’
콜로세움에서 싸우는 검노(劍奴)를 봤을 때 느꼈다.
지정족에겐 투지가 잠들어 있다.
고블린들은 콜로세움에서 죽어버린 동족 ‘갸리’를 별종으로 여겼다. 특이한 아해로 여기며 장례했다. 하지만 만일 갸리가 승부를 사랑했다면, 다른 지정족 역시 똑같은 것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
“크르륵!”
나는 열한 번째 도전자의 칼을 걷어찼다.
‘백사자가 너희의 곁에 있다.’
비록 가짜 성좌에 불과한 미신(空信)이지만.
나는 너희에게 아름다움을 속삭여준 미신(美神)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마도.
「본좌는 너에게 한 잎의 꽃으로 기억될 수 있겠느냐.」
틀림없이.
스승님께서도 다만 그것을 바라셨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삶을 나눠주는 것이 인연이고, 의지를 물려주는 것이 기연이라면, 지금 내가 이 아이들에게 동경을 가르치는 것은 필연일 터였다.
나는 열두 번째 도전자의 칼을 받아쳤다.
[지정족이 결투의 미학에 눈을 뜹니다.]
탑이 머릿속에 소곤거렸다.
[지정족이 승리의 명예를 욕망합니다.]
[지정족이 도전의 영욕을 동경합니다.]
아마 탑에게도 탑 나름대로의 미학과 절차가 있어서 언제나 알림을 보내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불필요했다.
[지정족의 특성 ‘탐욕갑’이 변화합니다!]
고블린들의 넋 나간 얼굴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으니까.
[지정족이 새로운 특성 ‘승부욕’을 얻습니다!]
내 눈앞으로 문자들이 새겨졌다.
+
[승부욕]
분류: 문하. 집단무의식.
기원: [탐욕갑(B)]
설명: 지정족은 탐욕스럽습니다. 탐욕은 본성의 천박함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핍에서 생겨납니다. 어떤 종족이 보기에도 지정족의 외양은 추하므로 그들은 태생부터 결핍을 안고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삶은 세상에 흐를 때만 비로소 삶이다.’
이제부터 지정족은 이 결핍으로 세상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 것입니다.
‘흘러야만 한다면 차라리 격류로 흐르리.’
지정족은 자신들 또한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그들은 욕망을 달성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검(劍)은 믿음의 상징이고, 결투는 믿음의 절차이며, 승리는 믿음의 증명입니다.
‘더 격렬하게!’
지정족은 끝없이 욕심을 부릴 것입니다.
더욱 명예로운 승부를. 더욱 영예로운 승리를.
지정족은 계속해서 믿음의 증표를 얻으려 할 테고, 어쩌면 이것은 끝나지 않을 비극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지정족은 기꺼이 비극에 눈물을 흘릴 것이며, 실패한 영웅에게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흐르는 물에 꿈이 함께하기를.
※단, 오러사용자가 특권층으로 대우받을 수 있습니다.
※역사의 전개에 따라 이 특성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
뚜둑.
열세 번째의 도전자를 꺾었을 때였다.
내 사자 갈기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고르르, 크르. 고르.
처음에는 고르케가 흘린 땀방울이겠거니 생각했다. 생전 처음의 결투를 무려 13연전으로 장식한 고르케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체력의 한계 이전에 심력의 한계. 더는 오러를 쓰기 곤란한 지경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땀이 아니었다.
비였다.
-고르?
-케?
고블린들이 망연히 하늘을 보았다.
뚜두두둑, 투두, 두둑….
비가 내렸다. 고블린들의 매부리코로 빗방울이 떨어져 톡, 튕겼다. 무게를 견디지 못해 흘러내린 방울은 빗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비.
-케륵케다….
-비다.
-정말로 온 하늘에서 물이….
고블린들은 입을 열어 빗줄기를 받아마셨다. 동굴에서 혈화를 봤을 때보다, 처음으로 동굴을 빠져나와 노을을 봤을 때보다, 지정족은 더 황홀해진 낯으로 비를 올려보았다.
-고르룹. 고르, 고르!
-케륵케! 케륵케!
고블린들이 작달만한 양팔을 벌렸다. 발을 뒹굴었다. 발바닥 아래서 작은 물장구가 쳤고, 끈적한 흙탕물이 튀겼다. 어떤 고블린은 땅바닥에 뒹굴어서 맨몸으로 비와 진흙을 묻혔다.
성스럽다 말하기엔 적이 난잡했고.
난잡하다 말하기엔 가히 신성했다.
-.......
산와족의 장군이 달팽이 나팔을 집어넣었다.
-곤란하다. 도시의 명령을 받아 급한 대로 부대를 꾸려서 여기까지 추격했는데, 하필 장맛비가 내려서 강물이 범람해버렸다. 더러운 곰팡이들은 이미 도하했고…. 사냥개들에게 헤엄을 시키기엔 물이 너무 사납다. 라이무. 필멸자로 태어나서 어찌 불멸하는 자연에 대적하겠나? 이것이 악신의 저주인가.
장군은 중얼거리며 개머리를 돌렸다.
-아니면 이 또한 라임의 뜻이겠지.
수백의 견기병들 사이로 들어가며 장군이 외쳤다.
-강 건너 곰팡이들을 추격하는 건 멈춘다!
-협곡의 촉수여, 하지만 그건….
-라임. 내 판단이다. 불멸자들 사이에 끼어서 우리만 희생될 순 없다. 우리는 이대로 백산도시(白 山都市)의 추격대와 합류하여 순인종을 뒤쫓는다. 전군, 움직여라!
부우우우우-
빗줄기를 뚫고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와족들은 촉수로 개의 허리를 두들겼다. 사냥개들은 헥헥거리며 뒷다리를 내디뎠고, 곧, 긴 그림자를 끌면서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다.
부우우우...
나팔은 그림자보다 조금 더 길게 이어지다가 끊겨졌다.
빗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
나는 견기병 부대가 사라진 방향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올 때 빠르고 떠날 때 가벼운 군대였다. 왜 이단심문관이 자신에 넘쳤는지, 왜 우리한테 패배하고 있는데도 웃었는지, 저 군대를 보니 짐작이 갔다.
“그르르.”
나는 고블린들을 돌아보았다.
아이들이 비를 맞고 흙을 바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했어.’
구루까지 인도하면 모든 의무가 끝나겠지.
‘이번 스테이지도 슬슬 마무리할 때가 왔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고블린들이 뛰노는 광경을 좀 더 지켜보았다.
‘귀여운 것들.’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