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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자살헌터-183화 (183/400)

183화.  < 신인 배우. (1) >

[진흙과 먼지]는 유서 깊은 고블린 극단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유서밖에 안 남았다. 한때 잘 나갔지만 그것도 옛말. 선대 극단주가 경영난에 시달리다못해 유서장을 남기고 실종된 이후, ‘유서 있는 극단’이란 말은 칭찬이 아니라 욕이 됐다.

-안으로 들어와라.

“저, 합격한 겁니까?”

-물론 합격이다. 우고르. 네가 아무리 애송이 요정족이라지만, 그런 열연을 봤는데도 떨어트리면 극장을 끌어갈 자격이 없다.

홉고블린 극단주가 코를 벌렁거리면서 나를 극장으로 안내했다. 끼이익. 대문이 열리자 130년 전통의 극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130년 동안 폭싹 낡아버린 건물이 그곳에 있었다.

“와오.”

어두컴컴한 실내. 조명이랍시고 횃불을 켜놨는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다. 천장과 벽 곳곳에 그을음이 낀 것이다. 심지어 지정족들은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지라, 바닥엔 지하수인지 뭔지 모를 썩은 물까지 고였다.

시각 테러에 후각 테러.

“이건 좀……."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미, 지네, 잡벌레 등등.

삼라만상의 벌레들이 한데 모여 자기들이 얼마나 축축한 장소를 사랑하는가 증명했다. 덕분에 이 좁쌀만한 극장에도 사랑이 넘쳐 흘렀으며, 생명이 넘쳐 흘렀고, 뭣보다 거미줄이 넘쳐 흘렀다.

“도대체….”

-감동한 모양이군. 이해한다. 나도 어릴 때 극장을 처음 구경했을 때 마냥 좋았다.

홉고블린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반응을 개떡같이 오해한 듯했다.

-심장이 두근거렸지. 마치 첫사랑에 빠진 거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느낀 심장의 두근거림이 내 인생을 여기까지 인도했다.

나도 심장이 두근거리긴 한다. 만리장성처럼 펼쳐진 거미줄들의 위용에 좌심방 우심실이 벌렁벌렁 뛰고 있다.

“극단주. 여기 청소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청소?

"......."

홉고블린의 ‘그게 뭐냐?’ 하는 얼굴에 나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그래. 이 아이들은 태생부터 흙탕물을 좋아했지. 이제 와서 청소 좀 하고 살라며 잔소리를 퍼부어봤자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거다.

-그, 근육도 없는 제가 정말로 심사에 통과하다니! 믿기지 않아요! 굉장하십니다! 역시 케케륵케르 님이에요!

참고로 이 몸의 원래 주인, 배우지망생 쏘니아는 정신체가 되어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배후령처럼 귀신 비슷하게 공중을 둥실둥실 떠다녔다.

다만 배후령이랑 서로 의사소통은 불가능. 오직 나한테만 둘의 목소리가 들렸다. 졸지에 나는 유령을 두 명이나 데리고 다니는 놈이 되어버렸다.

‘여름철 모기 두 마리가 동시에 웽웽거리는 거 같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쏘니아야. 왜 이렇게 볼품없는 극단에 목숨을 걸었느냐? 어차피 배우를 하기로 결심했으니 기왕이면 좋은 곳에 갈 것이지.’

-저도 처음엔 [불길]이나 [화마]처럼 유명 극단을 지망했었는데….

쏘니아가 시무룩해졌다.

-잘 나가는 극단에선 면접도 안 봐줘요. 몸 비실한 요정족은 쓸데가 없다고…. 그나마 상대라도 해준 곳이 여깁니다.

‘허어.’

쏘니아는 종족 차별, 아니 근육 차별의 희생자였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어쩌다 이렇게 근육만 외치는 종족이 되어버렸는가…. -따라와라. 우리 극단의 가족들을 소개해주겠다.

극단주를 따라서 건물 깊숙이 들어갔다. 그곳에 분장실이 있었다. 낡아빠진 연극용 소도구들이 무더기로 쌓였는데, 그 한복판에서 홉고블린 두 명이 쿨쿨 잠자고 있었다.

-일어나라! 식충이들아!

극단주가 솥뚜껑만 한 손으로 홉고블린들의 머리를 때렸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쳐자냐!

-우거... 우거어….

홉고블린들이 힘겹게 눈을 떴다. 한 명은 외팔이었고 다른 한 명은 외눈이었다. 홉고블린들은 초록빛 양손으로 초록색 얼굴을 부비부비 부비더니, 내 쪽을 슬쩍 봤다.

-워. 웬 요정족인가, 단주?

-매표원을 새로 뽑은 건가?

-밥벌레들 같으니. 매표원이 아니라 신인 배우다! 내가 말한 적 있지 않냐. 어떤 요정족이 맨날 배우로 뽑아달라며 따라다닌다고.

-아, 그 무진장 귀찮게 군다는 요정족…?

그제야 홉고블린 배우들이 정신을 차렸다.

-잠깐 설마 정말로 배우로 뽑은 건 아니지?

-왜 아니야. 방금 막 최종심사 봐서 통과시켰다.

-미쳤나? 단주. 저 딴 쓰레기 같은 몸매로 어떻게 무대에 오르냐?

말이 너무 심하시네.

-걱정 마라. 나도 알고 뽑은 거다. 신체는 보잘것없어도 이 녀석의 연기력은….

“제 이름은 쏘니아입니다. 극단주.”

-그래, 쏘니아. 쏘니아의 연기에는 지금껏 내가 본 그 어떤 배우보다 진실미가 넘쳤다. 요새 관객들이 근육만 따지긴 하지만 쏘니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극단주가 단언했다.

배우들의 얼굴에는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

-호오.

-단주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무튼 모처럼 막내가 들어온 거다.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지, 언제까지고 분장실에서 쳐자기만 할거냐? 얼른 씻고 무대에 집합해라.

-알겠다, 알겠다.

배우들이 일어났다.

우르르르!

레고 더미처럼 쌓여 있던 소도구들이 무너졌다. 놀랍게도 분장실에서 숙식하는 홉고블린은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 마지막 한 명은 소도구들 사이에 푹 파묻혀 있었다. 귀가 한 쪽 없는 홉고블린이 사자 인형을 끌어안고 쿨쿨 잠잤다.

-얼른 일어나라니까!

-악? 아악!

극단주가 하나 남은 귀를 꼬집어서 질질 끌고 갔다. 끌려가는 와중에도 배우는 사자인형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귀여워라. -알다시피 다다음주에 올라갈 혈화극은 화검난무(火劍亂舞)다.

잠시 뒤, 배우들이 집합했다.

극단주는 뒷짐을 지고 무대 앞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평범히 살던 케케륵케르는 어느 날, 평소부터 존경하던 염제를 만난다. 두 사람이 만나서 한 명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하고, 다른 한 명은 생이 끝난다. 최근에는 ‘사실 염제도 선한 인물이었다’는 식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만…. 우리는 고전으로 간다.

-단주.

외팔 배우가 손을 들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 구식이다. 우리도 최신 유행에 맞춰야지 않겠냐?

-맞다. 관객들은 새로운 걸 원한다.

외눈 배우도 거들었다.

-좀 유치하더라도 아닌 척 사랑하는 듯한 말을 좀 나눠줘야 한다. 요즘 대세는 당튕당튕이라 해서, 당기는 듯 튕기는 듯 교류가 있어 줘야 보는 맛이 있다더라.

-하, 몹쓸 소리! 진정한 불길은 땔감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극단주가 눈을 부릅떴다.

-자극적인 걸 쫓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근본이 없어진다. [화검난무]의 주제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에 대해 실망하는지, 그 실망이 얼마나 한 명의 삶에 극단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거다. 그거 이외엔 전부 사도고 이단이다!

음.

배우들이 궁시렁거렸다.

-하여간 저 꼰대 기질은 죽어도 안 고쳐진다.

-이러다 진짜 망하는 거 아닌가….

-시끄럽다! 너희가 하도 불평해서 대사 몇 줄 추가하지 않았냐. 더 이상 양보는 없다. 20분 동안 몸이랑 목이나 풀어라. 바로 연습 들어간다!

-그거로는 안 되는데…. 아무튼 알겠다, 단주….

막내인 나는 얌전히 객석에 앉아 선배들의 연습을 견학했다.

30분이 흘렀다.

‘와.’

나는 결론을 내렸다.

‘완전 개판이잖아?’

한마디로 형편없었다.

혈화극은 [오러를 쓰는 연극]이다. 분노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배우는 말로만 대사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불꽃과 같은 오러를 피어올린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오러에 익숙하면 연기에 능숙해질 수밖에 없고, 연기에 능숙하면 오러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혈화극의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훌륭한 전사, 뛰어난 오러 사용자가 된다.

그래야 하는데.......

“왜 이렇게 딱딱해?”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말이 귀에 들어갔는지, 극단주는 연기 지도를 하다 말고 내 쪽을 돌아봤다. -무슨 소리냐?

“어. 아뇨. 오러를 너무 정해진 방식으로만 쓰는 거 같아서요….”

케케륵케르가 염제의 만행을 깨닫고 분노하는 장면.

눈앞의 배우들은 [분노]라는 데 너무 초점을 맞췄다. 아니, 아예 초점을 못 맞췄다. 가령 인물의 [분노]를 표현한다면 무조건 오러를 확! 산불처럼 발산시켰다. [슬픔]을 표현할 때는 또 축 늘어지기만 했다.

마치 오러에 정해진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화려하긴 하지만.’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오러들이 확 커지고 훅 꺼지기를 반복했다. 현란한 맛이 있었다.

하지만 그뿐.

‘저러면 의미가 없는데. 진짜.’

나는 입을 열었다.

“혈화는 오러의 예술이에요. 그리고 오러는 특정한 의지 내지는 감정, 아니면 어떤 심상의 풍경에 본(本)을 세워 발휘하는 힘입니다. 감정이 먼저예요. 한낱 팔동작이나 대사를 우선해버리면 오러에 생기가 없어져요. 뭐라 해야 하지? 이게, 팔딱거리지가 않는달까. 아. 맞아. 맥아리가 없어요. 풀이 죽어.”

극단주가 눈썹을 찡그렸다. 왕년에 깡패들 좀 패고 다닌 인상이었다.

-웬 케케륵케르가 왈왈 짖는 소리냐?

“혹시 그거 지정족 속담입니까? …아니. 아무튼 간에.”

나는 무대 구석으로 올라갔다.

어느덧 배우들도 연기 연습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아. 분노하는 감정마다 뭐 동작을 정해놓고, 슬퍼하는 감정마다 또 동작 하나 정해놓고. 그러면 안 돼요. 사람이 슬프다고 무조건 눈물 짭니까? 아니잖아요. 상황마다 다르죠. 서로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도 즉각즉각 대응할 줄 알아야 오러에 의미가 있는 거예요.”

선배 배우들이 재밌다는 듯 피식거렸다.

-단주가 데려온 게 알고 보니 막내가 아니라 선생이었군.

-선생! 어디 한 번 모범을 보여줘라!

"으으음."

어떻게 해야 이해하기 쉬울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횃불들이 안 좋네요. 다 끕시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흙알갱이를 움큼 쥐었다. 그리고 오러를 실어서 휙, 휙, 쏘았다. 자갈 화살에 맞은 횃불들이 화력을 잃어 꺼졌다.

홉고블린들이 당황했다.

-뭐?

-무슨.......

순식간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오케이.”

모든 혈화극장은 산와족의 도시를 닮았다. 대공동(大空洞). 사방이 벽에 둘러싸였지만 천장에 구멍이 뚫린 동굴. 이제 지정족들은 노예로 신음하던 시절을 잊었다. 그러나 세월은 흔적을 남겨 이들의 건축 양식에 그림자를 덧대었다.

“다들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횃불이 꺼지자, 오직 자그마한 천장 구멍에서만 조명이 흘러내렸다. 새벽의 빛. 아직은 그늘을 머금은 푸름이, 허름한 무대에 가라앉았다.

“꼭 특이한 대사를 뱉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새벽의 조용한 융단.

“굳이 대사를 칠 필요도 없어요. 오러가 무슨 마법도 아니고… 됐다. 그냥 보여드릴게요. 예를 들어 분노를 표현한다고 해봅시다.”

나는 무대에서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했다.

“아주 익숙한 자세일수록 좋아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동작이요. 과하게 표정을 지을 필요도 없죠. 흡!”

천천히 가슴과 허리를 낮추었다. 올렸다. 낮추고 올리기를 특정한 리듬으로 유지했다.

“자, 보통, 팔굽혀펴기를 하면 이런 속도죠. 평범하고요. 근데, 이걸….”

나는 단숨에 오러를 끌어올렸다.

온몸에서 붉은색 불길이 넘실거렸다. 그 한복판에서 나는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비정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팔굽혀펴기를 반복했다.

빠르게.

기계적으로.

무표정하게.

"......."

사방이 조용했다.

나는 정면을 노려봤다. 숨소리를 내지 않은 채, 오직 빠른 속도로 팔굽혀펴기만 했다. 전신을 움직였다. 그런 내 위로는 핏빛 같은 오러가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후우.”

30초 후, 나는 손을 털고 일어섰다.

“보세요. 그냥 팔굽혀펴기잖아요. 익숙한 자세죠. 하지만 어때요? 똑같은 동작인데 속도만 다르게 해도 완전히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

“만약에 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불안정한 자세로, 광적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또 느낌이 달라지겠지요. 방금 게 정련된 분노라면, 이건 정신 사나운 분노예요. 그런 거예요. 꼭 특별한 대사를 치고 특이한 동작을 취해야만 감정이 표현되는 게 아니라고요."

홉고블린들은 뭔가를 알아들은 것 같으면서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좀 답답했다. 비로소 나는 [오러에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 선배.”

나는 외눈 배우를 가리켰다.

연극에서 염제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

-나, 나 말이냐?

“예. 염제는 자기애가 엄청 강한 남자잖아요. 선배라면 염제의 자기애를 어떻게 표현할 겁니까?”

-어….

“자기애(自己愛)라는 걸 대체 무슨 오러로 표현할 겁니까?”

외눈 배우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내 말에 따라 고민했다. 그리고 근처에 널려 있는 소도구 중에서 거울을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외눈 배우는 손거울을 쳐다봤다. 배우의 몸에선 희미하게 오러가 피어올랐다. 뱀처럼 요사스럽게 꼬물꼬물거린 것이다.

과연.

“엄청 최악은 아닌데. 이상하죠. 안 맞아요.”

-이상하다면…?

“봐요. 염제는 자칭 상남자 같은 새끼잖아요. 그런 애가 곱상하게 손거울을 쳐다보겠어요? 염제가 손거울을 들고 다닐 거 같습니까? 뭐 하러요. 왜요?”

-어….

“선배는 지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다]라는 관념에 사로잡힌 거예요. 거기에다 자기애는 왠지 요사스러운 거 같고, 왠지 꼬물꼬물거릴 거 같으니까 오러를 그런 식으로 피웠고요. 그럼 안 돼요. 다 뭔가를 따라하는 거에 불과하잖아요. 선배의 감정에 본을 세워야 한다니까요?”

-너, 너 같으면 어떤 식으로 할 거냐?

“똑같아요.”

나는 흡, 하고 오러를 운용했다.

우부르카가 그랬듯 나 역시 오러를 둘렀다. 가상의 근육. 마치 온몸이 울끈불끈거리는 것처럼 오러로 위장했다.

“흐읍…… 후우, 흐읍……."

그리고 나는 내 근육을 어서 감상하라는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팔굽혀펴기를 반복했다. 일부러 오버해서 숨소리도 넣었다.

[몸을 좋게 만들려는 동작]이 아니라 [좋은 몸을 과시하는 행위]를 취한 것이다.

“됐죠? 간단하죠?”

-……아니… 아까부터 지적하려 했지만, 오러를 너처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만일 여기서 자기애라는 걸 더 강조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이럴 때 소도구가 있으면 좋죠. 주변에 나무 의자를 막 늘여놓는 거예요. 그런데 염제는, 이 미친 새끼는 의자가 있는데도 안 앉아. 절대로 앉지 않고 계속 팔굽혀펴기만 하는 거예요. 쉬지 않고.”

-.......

“그럼 아무런 대사 없어도 사람들이 딱 알아볼 거 아녜요. 아, 저 새끼 미친 새끼구나. 자기한테 존나 뻑가서 주변이고 뭐고 하나도 안 돌아보는 미친놈이구나. 이제 좀 감들이 오세요? 말이 나온 김에 보여드려야겠네.”

나는 통나무 의자들을 가볍게 들어서 무대 위로 가져왔다. 아무렇게나 배치했다.

그리고 의자들 한복판에서 아까처럼 느릿느릿, 후욱, 후욱, 숨을 쉬어가면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물론 오러로 근육이 불끈거리는 것처럼 착각을 주면서.

“어때요? 쉽지 않습니까?”

-.......

외눈 홉고블린이 입을 멍 벌렸다.

-너 누구냐?

“신인 배우인데요?”

홉고블린들이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봤다.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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