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 황금률. (4) >
5.
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풍경은 전변하고 급변하여, 백설토 후작이 채찍질을 내리찍던 눈거리에서, 순흑신 자작이 인육을 찢어먹는 동굴로, 대하란 자작이 군사를 휘몰아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사살해!”
장군의 유능함이란 사람을 잘 죽이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는 것,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대하란 자작은 유능한 장군이었다.
“이곳은 반역향(反逆鄕)이다. 아군의 작전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농민, 빈민, 신분고하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조리 살인멸구하라! 책임은 내가 지마.”
수천의 기병이 반란군을 추살했다.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동네 사람들이 바들바들 어깨를 떨었다. 그들 중에는 정말로 왕국에 반역을 꾀한 자도 있었다. 영주님이 전쟁을 일으킨다니 일으켜지나 보다, 라고 넘어간 백성은 더욱 많았다.
“살려주십시오! 나리!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촌뜨기들입니다!”
정치가의 유능함이란 피아를 구분하여 아군을 위하는 데 있다.
대하란 자작은 정치가로서 무능했다.
그리고 인간은 어떤 한 면으로 유능하고 다른 한 면으로 무능할 때 가장 잔인해진다.
“태워.”
마을이 불타올랐다.
지켜주기 위해 지어진 목책이 도리어 주민들을 가로막았다. 왕국의 병사들은 장창을 들어, 목책 사이로 빠져나오려는 주민을 찔러 밀어넣었다.
“신이시여!”
우겨넣어진 고향에서 노인과 아낙들이 검은 연기에 질식했다.
촌장의 늙은 폐에 그을음이 꼈다. 촌장은 반란에 동참하라는 영주의 명령에 거역하여 반란 속의 반란을 일으켜야 했던 것인지, 왕국군의 손이 아니라 영주군의 손에 절딴나는 것이 더 호사스러운 죽음이었을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었는가.
“제발 저희를 구해주소서, 신이시여…….."
그 자리에 신이 있었다.
자수정 자작은 멀리 떨어진 나무 우듬지에 앉아 있었다. 자작은 스스로 공언했다시피 [회귀하지 않는 신]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회귀하여도 어느 누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신]이었다.
부동不動.
“자작.”
나는 신에게 손목이 잡힌 채 애원했다.
“저들을 도와주십시오. 이건, 부당합니다.”
“알아요.”
“왜 대하란 장군이 살고 저들이 죽어야 합니까? 왜 저들만 고통 속에서 죽어야 합니까?”
“자문사.”
나는 오러를 발동시켜서 자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자수정 자작은 부드러운 손길로, 결코 내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신의 악력은 내 무력보다 더 억셌다.
“그래야 할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요. 누군가는 살아야만 하고,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며, 누군가는 고통받아야 하는 이유라니. 그런 게 존재할 리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런데도 종종 여러분에겐 탓할 이유가 필요한 모양이에요.”
마을이 불타며 흘린 재가 숲까지 날아왔다.
자수정 자작은 검지를 들어 회색 잿가루를 슬며시 낚아챘다.
“여러분은 세상이 단지 우연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지요? 자신의 불행에는 악의가 존재하고, 누군가의 행운에는 조작이 숨어 있으며, 그리하여 자신은 동정받아 마땅하고 타인은 세상의 모든 저주를 받아야 마땅하지요? 맞아요.”
주변의 풍경이 다시금 변했다.
“여러분이 옳아요.”
왕국의 대의회장.
“소인이 여러분을 옳게 만들어드릴게요.”
아루호 백작이 요청한 증인들이 의회에 입장했다.
손녀를 잃은 노인은 선두에 불과했다.
백작은 자신의 권력, 아니 파벌의 권력을 총동원하여 희생자들을 찾아온 듯했다. 그 중에는 대하란 장군에 의해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의 자손 또한 있었다.
“여러분의 불행은 그냥 벌어진 일이 아니라, 소인이 방관하고 묵인했기에 일어난 것이니까요.”
의회는 점점 더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아루호 백작이 앞장서서 자수정 자작을 성토했다. 백작의 뒤에서 많은 귀족들이 그녀를 질타했다.
“이 중에서 자수정 자작이 직접 저지른 죄는 없다!”
아루호 백작이 웅변했다.
“그러나 자작은 죄인들을 감쌌다. 심지어 모르고 행한 게 아니라, 알면서도 그리 행했다. 왜 자작은 백설토 후작을 보호하는가! 왜 자작은 한낱 식인귀를 비호하는가! 저들이 명명백백한 악을 저지른바, 그들을 감싼 자작 역시 더없는 악인 아니겠는가!”
감히 아루호 백작이 소리내어 밝히지 못했지만, 죄인의 목록에는 옥좌에 앉은 태양왕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자그마치 60년이나 유폐된 군주다. 태양왕의 정치 없는 통치 아래에서, 지주들은 거리낄 것 없이 농민을 착취했고 귀족들은 방해받을 일 없이 영민을 쥐어짰다. 돌보지 않은 60년 동안 왕국 전역에서는 민란과 반란이 배양되었다.
"......."
태양왕은 홀로 옥좌에 앉아 침묵을 감내했다.
어디 국왕뿐이겠는가.
승천인으로서 1000년을 산 무위식 공작은, 1000년 동안 수많은 살육을 범했다. 여섯 명의 공작 중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이 왕국의 드넓은 대의회장 속에서, 수백 명의 귀족 가운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어본 적 없는 인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자수정 자작의 잘못이다!”
아루호 백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백작은 강골한 무인으로 직접 지휘봉을 들고 몇 차례나 전투를 이끌었다. 전쟁터에서 억울하게 죽은 목숨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녀는 몇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렸다. 몇 사람의 가정을 파탄냈다. 그리하여 몇 사람의 불행을 짊어지고 있다.
“하물며 자작은 죄를 저지른 당사자를 두고 [사랑스럽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 어찌 저리도 뻔뻔하게 죄 지른 자를 사랑한다 과시 하는가! 지금에라도 과거를 뉘우치고 과오를 바로잡아, 왕국의 윤리를 일으켜세우는 일에 동참해도 모자랄 판에, 감히 죄인을 사랑한다니!”
아루호 백작은 자수정을 공격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곳에 자리한 모든 왕족과 귀족을,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찌른 것이다.
“자작은 죄인이다!”
백작은 아파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에서 나는 피를 핥으며 도취하는 사냥개처럼 연거푸 자수정을 물어뜯었다.
“예."
그 모든 것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자수정 자작은, [그러는 당신도 똑같이 죄인 아니던가요?]라고 반문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똑같은 죄인이지요]라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맞아요.”
다만 그녀는 긍정했다.
“소인의 잘못이에요.”
자신에게로 향하는 손가락질과 희생자들의 절규를, 어린 신은 마치 달콤한 음료를 마시듯 기꺼이 받아들였다.
“소인이 죄인이에요.”
악신(惡神)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겠네요.”
어쩌면 아루호 백작은 지나치게 웅변에 집중한 것이리라.
"......."
만일 백작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어째서 자수정 자작의 파벌에 속한 귀족들이 단 한 마디도 반론하지 않는 건지 의아해했을지 모른다.
“……? 뭐?”
국왕에게 제아무리 권위가 없다지만 그럼에도 주상은 왕토의 주인이다. 법전이 보장한 권리가 있었다. 얼마든지 백작의 발언을 중지 시키고 자수정 자작을 편들어줄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태양왕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총희를 두둔하지 않았다.
“왜 그러시나요, 백작님? 소인은 방금 백작님의 견해에 찬성한다 말씀드렸어요.”
무위식 공작은 학살자였다. 그리고 공작이었다. 더 나아가면, 자신이 저지른 살해와 살육을 단 한 점도 후회하지 않는 권력자였다.
그녀는 주사위를 굴려 사람의 생사를 정하는 자신의 법도를 즐겼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고, 아주 먼 미래까지 그럴 셈이었다. 무위식 공작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직 하나. 이 세상에서 오직 자수정에게만은 주사위를 굴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무위식 공작은 1000년 만에 처음으로 들인 애완을 비호하지 않았다.
“내 견해에 찬성한다 함은……."
“모든 것이 소인의 잘못이고, 소인의 책임이며, 소인은 죄인인 고로,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아이를 죽인 백설토 후작은, 작금에 이르러 후작가의 가주가 되었다. 토끼 후작가는 대대로 왕도의 북쪽 항구를 독점했다. 왕국 한복판에 도도히 흐르는 대하(大河)의 물줄기 중에 3할은 그녀의 것이었다. 후작에겐 돈이 아주 많았다.
전직 식인귀였던 순흑신 자작은, 자신의 악명을 활용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영지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곰팡이들을 제거했다. 풍차를 소유한 지주를 숙청했고, 수로를 장악한 토호를 처형했다. 순흑신은 영지의 풍차와 수로를 모두 가문에 귀속시킨 다음 농민들에게 헐값으로 베풀었다. 자작에겐 쌀이 아주 많았다.
왕정군의 장수였던 대하란 자작은, 한 때 왕도 내부에서 반란을 기획했다. 그녀는 여전히 사람을 잘 죽였다. 단결한 적을 분열시키는 법, 단합한 영지를 붕괴시키는 법, 단련된 병사를 괴멸시키는 법. 전쟁에 필요한 수작들을 그녀는 꿰뚫고 있었다. 자작에겐 수가 아주 많았다.
“……그러니까, 내 주장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전적으로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주인을 지키지 않았다.
연인에 대한 사랑과 주인에 대한 충심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그들 전원이 침묵을 지키는 데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소인은 왕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흉악한 죄인인 바, 이에 법안을 제출하겠어요.”
자수정 자작이 침묵을 명령한 것이다.
“서기관. 준비한 법안을 나눠주세요.”
만일 백작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아무리 자수정 자작이 [왕도의 미친년]으로 유명하다 한들, 자기한테 불리한 증인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을 리 없고, 어쩌면 지금 의회에서 오가는 공방 자체가 [자수정 자작이 바라던 일]은 아니었을까 한 번 의심했을지 모른다.
“법안……?”
“예. 소인은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여 올리는 바예요.”
백작은 의심치 않았다.
“법안의 이름은 황금률(黃金律)이에요.”
그러기에 사냥당한 것이다.
“친애하는 귀족의회 동료 여러분.”
귀족들에게 서류가 배부되었다. 첨벙! 왕실 소속의 서기관들이 양수를 밟으며 바삐 오갔다. 공연파, 반석파, 내경파, 인외파, 모든 파벌의 의원들에게 공평히 종이가 돌아갔다.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몰라요.”
왕국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자들이 서류를 넘기는 동안, 자수정 자작은 유유히 연설을 시작했다.
“정말로 이 시대에 새로운 공작이 필요한가?”
어떤 귀족들은 서류를 읽지 않았다. 아니, 보는 것조차 끔찍하다는 듯 시선을 아래로 숙였다. 그 어떤 귀족 중에는 유희공이 있었고, 절검공이 있었으며, 내경공, 반석공, 흑룡공이 있었다.
벌써 공작들 선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되었음을 뜻했다.
“소인의 대답은 명확해요. 예, 일곱 번째 공작은 필요해요.”
"......."
그 중 만신공(萬神公)은 종교파의 수장으로 아루호 백작과 같은 파벌이었다. 아루호 백작은 멍하게 고개를 돌려 제 당수를 올려보았다.
이단심문관과 닮은 만신공은 활짝 웃었다.
“죄송합니다, 백작! 언니가 비밀로 해달라 부탁해서 말입니다!”
"......."
그제야 백작은 깨달았다.
어떻게 자수정 자작과 연관된 증인들 및 증거들이 그토록 쉽게 갖추어졌는지. 오늘의 정치적 승리가 누구에 의해 기획된 것인지. 왕국은 이미 자수정 자작의 소유였다.
“작금의 시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예. 공작위를 신설할 필요는 없겠지요.”
왕국을 그림자에서 장악한 신이 말했다.
“하지만 반란이, 반동이, 썩어빠진 악취가 너무도 많이 쌓였어요. 안 그런가요? 존경하는 귀족의회 동료 여러분. 반란에 연루된 백성만 해도 수십만이요, 왕국에 충심을 잃어버린 신민(臣民)이 수백만이에요. 누군가는 이 시대에 책임을 져야 해요.”
성질 급한 귀족은 법안 마지막 장에 쓰인 요약문부터 읽었다.
“책임을 지는 방법은 간단해요.”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여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갔다.
“지난 60년 간 왕국의 행정에 의하여 희생된 자. 억울하게 반란에 연루되어 삶을 망친 자. 망쳐진 자의 가족 및 후예. 부당한 명령에 의해 희생된 병사. 사민정책에 의해 터전을 잃은 자. 왕족이나 귀족의 무시 혹은 묵시로 인하여, 재산을 강탈당했고, 신체 일부가 훼손 되었으며, 고향을 떠나야만 했고, 친지가 죽은 자. 종족차별을 당한 자. 광노와 농노. 구체적인 예시를 거론하자면, 지난 60년 간 두 번의 황금룡 토벌령, 한 번의 내전, 세 번의 귀족가에 의한 반란, 기타 붉은 손톱 등의 반란도당에 의해 벌어진 혼란. 그것들에 원치 않게 희생된 신민들.”
다시 말하면 억울하게 희생된 왕국민 모두.
“그들에 대하여 왕국은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하며, 이제부터 신설할 일곱 번째 공작위에 이 모든 책임을 대행시키도록 해요.”
달리 말하면 자수정 자작.
"책임을 다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아요.”
왕국의 귀족들이 자수정 자작을 바라보았다.
“왕국에 의해 삶이 망가진 자는, 그동안 자신이 받은 고통만큼, 일곱 번째 공작에게 고통을 전가할 수 있어요.”
고문.
“책임을 대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자작의 파벌에 놓인 귀족들은 머리를 숙였다.
“일곱 번째 공작위에 복수하고자 하는 신민은,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주범을 지목하여, 황금률이 집행되는 현장에 참석할 것을 요구할 수 있어요. 구체적인 예시를 거론하자면, 남석이란 이름의 자유민은 백설토 후작에게 증인으로 참석을 강제할 수 있어요.”
복수.
“그리고 해당 신민에 의해 일곱 번째 공작이 아무리 고통을 받든 간에, 증인은 절대로 신민을 말릴 수 없고, 황금률의 집행에 간섭할 수 없어요. 증인은 그저 황금률을 지켜보는 것만이 허락되어요.”
죄의 대가.
“책임을 시행하는 시일과 장소는 다음과 같아요.”
하필 오늘이 어느 악신의 트라우마인 이유.
“매년 12월 24일. 연말 귀족의회가 폐하는 날. 이 날의 자정부터, 일곱 번째 공작은 왕도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순회해요. 출발지는 백금탑 앞의 백금광장이며, 종착지 또한 백금광장이에요. 이 순회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왕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든 일곱 번째 공작 앞으로 나아가서 황금률 집행을 요구할 수 있어요.”
오늘은 12월 24일이다.
“소인은 그 신민에게 황금률을 집행할 자격이 있는지 판별할 것이며.”
자수정 자작에겐 [빙하룡의 숨결]이 있다.
그녀는 상대방의 과거를 직접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왕국이 정말로 그 신민의 삶을 망가트렸는가 알 수 있다.
“만일 자격이 있다면 정확히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고로 얼마나 소인에게 고통을 되돌려줄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에요. 팔이 잘린 자에겐 팔을. 눈을 잃은 자에겐 눈을. 한 번으로 부족한 자에겐, 충분해질 때까지, 다음해에도. 그다음해에도 계속.”
자수정 자작에겐 [황금룡의 눈]이 있다.
그녀는 상대방이 가진 감정의 색채와 크기를 알아낼 수 있다.
왕국에 의해 그 신민이 얼마만큼 고통스러웠는가 알 수 있다.
“황금률을 집행하는 사이에 소인의 몸은 훼손당할 것이고, 아마도 온전히 걸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소인은 몸을 부축해줄 사람을 지시하겠어요. 가장 많은 신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자가 소인을 부축하게 될 것이에요.”
자수정 자작은 만나는 권력자마다 자신을 사랑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 이외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이 피를 흘릴 때, 제일 가까운 곳에서 피냄새를 맡아야 할 것이다.
“소인은 이상의 법안을 의제로 상정하는바, 거울파의 당수이자 자수정 자작가의 가주로서, 시왕(始王)께서 모든 귀족에게 보장한 권리에 의거하여, 여러분이 해당 의제를 투표로 의결해줄 것을 정당히 요청해요. 가결될 시, 황금률은 바로 오늘 밤부터 시행되겠어요.”
의회가 침묵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울렸다.
아마도 바깥에서는 12월의 눈이 내리고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의회 동료 여러분.”
경국공傾國公.
일곱 번째 공작이 될 귀족은 환히 웃었다.
“이제 죄인을 벌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