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자살헌터-231화 (231/400)

231화.  < 나의 군단. (1) >

어두운 골목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되살리고 싶다라.”

자수정 자작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흥미롭네요.”

너무도 투명한 보랏빛 거울이 그 안에 골목을 담았다.

“왜냐하면, 여긴, 전혀 [부활]이랑 분위기가 안 맞거든요. 아시나요? 공자 씨.”

내 이름을 부르면서 자수정 자작은 흙탕물을 밟았다. 처브적. 자수정 자작의 발에 플라스틱병 쓰레기가 걸렸다.

자수정은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그 더러운 폐품을 건져 올렸다.

“이 음료수병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바깥세상에서 수입해온 물건이겠지요. 하찮은 음료수에 불과하다지만, 누군가는 백금을 들여서라도 수입해와 마시고 싶었던 거예요. 아끼고 또 아껴서 마셨는데…… 어머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탕진되었어요.”

탑주는 즐거운 듯 흥얼거렸다.

“그렇게 아껴 마시던 음료. 그걸 그냥 버리기엔 아까웠겠지요. 아마도 한동안은 물병처럼 쓰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연필통으로 썼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런 식의 애정에는 한계가 있는 법.”

툭.

자수정 자작이 플라스틱병을 다시 흙탕물에 던졌다.

“그렇게 쓰레기는 쓰레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버려졌어요.”

이미 흙투성이였던 플라스틱병은 물웅덩이에 천천히 미끄러지다가 이내 멈추었다.

“여긴.”

어느덧 자수정 자작은 우리들 사이에 서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염제 역시, 함부로 대들면 좇될 거 같다는 본능을 느꼈는지, 최대한 조용히 자수정을 보고 있었다.

“모든 버려진 것들이 다시 한 번 버려진 곳이에요.”

다시금 침묵이 내려 앉았다.

어두운 골목 속.

저 광활한 바깥세상에서 버려진 자들이 탑으로 몰려와 바빌론을 세웠고, 바빌론에서 버려진 자들이 다시 구석진 골목으로 기어들어 할렘가를 차렸으며, 이제 할렘가에서조차 버려진 흉가(凶家)와 흉물(凶物)이 있어, 이곳, 우리 세 사람의 주변으로 흉흉한 침묵이 내려 앉았다.

“이런 곳에서, 공자 씨는 사람을 되살리겠다 말씀하셨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좋아요.”

자수정 자작이 싱긋 웃었다.

“어떤 수단으로 부활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한 번 설명해주셔도 괜찮을까요?”

그래.

나는 자수정을 보며---자수정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버려지고 또 버려진 모든 것들을 향해 나의 자격을 증명했다.

“아시다시피. 저에겐 이미 죽은 자를 불러들이는 스킬이 있습니다.”

파앗.

내 손에서 황금색 카드가 빛을 발했다.

+

[백귀환생]

랭크: SSS

효과: 당신이 직접 죽인 자들을 소환합니다. 사자(死者)는 생전의 능력을 계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할 경우, 사자는 생전의 기억과 외형을 계승합니다. 당신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만 몬스터로 소환됩니다.

※단, 일주일에 1번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내 손이 또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저에게는 [기억]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온전한 신체를 나눠줄 스킬이, 또한 있습니다.”

+

[지골룡의 두개골]

랭크: SSS+

효과: 살아있는 자의 기억을 보관합니다. 보관된 기억은 ‘상자’에 담깁니다. 이 상자는 오직 해당 스킬을 소유한 자에게만 파괴될 수 있습니다.

상자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당신은 똑같은 기억을 계승하는 인물의 육체를 몇 번이고 생산할 수 있습니다. 육체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기억을 쌓고, 이 경험을 다시 상자에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허락한다면 말입니다!

인물의 육체가 파괴되더라도 상자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사의 특권을 베푸십시오.

※단, 파괴된 육체의 기억은 상자에 업데이트할 수 없습니다.

+

나는 두 장의 카드를 꺼내 보였다.

“자수정 씨.”

“예, 공자 씨.”

“두 스킬을 함께 발동하면, 저는 유수하를 살릴 수 있습니다.”

내 옆에서 가만히 풍경에 압도당해 있던 유수하가 꿈틀, 어깨를 움츠렸다.

“살리게 해주십시오.”

“흐응."

자수정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로 흥미로우며, 지극히 재치 있고, 소인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들어드리고 싶은 부탁이지만.”

자수정이 손가락을 들어 내 카드를 긁었다.

“스킬의 설명을 잘 보시어요. 먼저 백귀환생부터.”

+

당신이 직접 죽인 자들을 소환합니다.

사자(死者)는 생전의 능력을 계승하지 않습니다.

+

보세요, 하고 자수정이 말했다.

“백귀환생에선 명백히 [사자]라는 단어가 있어요. 백귀환생을 통해 소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은 아니에요. 가령 그곳에 서 있는 유수하 씨는,”

유수하가 한 번 더 어깨를 떨었다.

“생명이 아니에요. 소환체예요. 말하자면 죽기 전의 몸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있고, 그 인형에 죽기 전의 기억을 덧씌운 것이지요. 반면......."

자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다음 카드를 보세요.”

+

살아있는 자의 기억을 보관합니다.

보관된 기억은 ‘상자’에 담깁니다.

상자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당신은 똑같은 기억을 계승하는 인물의 육체를 몇 번이고 생산할 수 있습니다.

+

“너무도 명백히 [살아있는 자]의 기억을 보관한다고 설명되어 있어요.”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어서 툭, 툭, 카드를 두드렸다.

“이미 죽은 자의 기억이 아니에요. 이미 죽은 자를 혼령술이든 소환술이든 다시 불러들여서 만든 소환체의 기억도 아니에요. 오직, 이미 살아있는 자의 기억만을 상자에 담을 수 있어요.”

자수정 자작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기울였다.

"안타깝네요.”

"......."

“아직 유수하 씨가 살아 있었더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상자에다 기억을 보관할 수 있었을 텐데요. 스킬이란 무척 엄격해서, 아무리 안타깝다 해도 예외를 허락해줄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탑주.”

“으흠?"

자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가요?”

“저에게는 살아있는 자든 죽은 자든 기억을 수거하는 과정 자체가 불필요합니다.”

나는.

[지골룡의 두개골]이란 스킬을 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그림을 그려 두었다.

“왜냐하면, [백귀환생]이 이미 죽은 자의 기억을 모조리 저장하고 있으니까요.”

"......."

자수정이 입을 다물었다.

골목 안의 침묵이 한결 진해졌다.

나는 계속해서 보라색 눈동자에 대고 말하였다.

“[백귀환생]은 이미 그 자체로 기억이 보관된 상자입니다. 유수하의 기억이 있습니다. 살천성의 기억이 있습니다. 금사매의 기억이 있습니다. 아귀의 기억이 있습니다. 마천을 심장에 품은 교인들의 기억이 있습니다.”

내 발 아래에서.

이미 한 번 유수하를 빚어낸 바로 그 그림자에서, 연이어 백귀들이 소환되었다.

그림자는 점점 더 넓어져서 자수정 자작의 발치에 놓인 플라스틱병 쓰레기를 덮었다. 흙웅덩이를 덮었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골목길을 덮었으며, 오래 전 흉가가 되어버린 할렘가를 덮었고, 마침내 이 세상에서 두 번 버려진 모든 것을 덮었다.

아귀, 마교의 교인들, 금사매, 살천성.

내 그림자에 거두어진 자들이 천천히,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그들을 등지고서 나는 자수정을 바라보았다.

“이미 저의 [백귀환생]은 수많은 기억들을 담고 있는 [상자]입니다.”

이 탑의 신에게 고했다.

“저는 이미 이 아이들의 기억 상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다시 살아있는 아이를 찾아 기억을 가져와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탑주. 저에게, 그 과정은 불필요합니다.”

고로.

“제게 필요한 것은 오직 이 아이들의 육신.”

"......."

“제 소환술에 묶여서, 제가 부르면 바로 불러지고. 생전에 가진 실력을 하나도 갖지 못하고. 그저 몸과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인 인형이 아니라---."

나에게 쇠사슬로 묶인 인형들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가진 아이들.”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인간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몸.

“저는 이 아이들에게 몸을 나눠주는 것만을 원합니다.”

자수정이 입술을 닫았다.

내 그림자에서 피어오른 백귀들의 시선이 자수정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진흙탕과 구분이 되지 않아서, 그것은 구정물에 뜬 무수한 별들이 그녀를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즉, 사왕. 당신은 유수하뿐만 아니라---”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모두가, 이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2.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아하…."

자수정 자작은 웃었다.

“으흠. 그래요.”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가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내가 만들어낸 스킬의 활용법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만은 표정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삶은 두 번 허락되어야 하나니.”

자수정 자작이 발끝으로 툭, 흙탕물을 두들겼다.

그러자 구정물이 튀어올랐다.

흙물이 자수정 자작의 양말과 종아리에 묻기 직전, 허공에서 검은색 물방울들이 뚝 멈추었다.

“그것이 바로 소인이 탑을 세운 이유라.”

시간이 멈추었다.

자수정 자작은 장난스럽게 흙탕물을 한 번 더 툭, 쳤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휘날렸다. 마치 서커스 천막이 돌아가는 것 같은 슬로우모션 속에서--- 자수정 자작은 환히 웃으며 손뼉을 쳤다.

“공자 씨는, 소인이 세운 탑 안에서 자신만의 탑을 세우려 하는군요.”

짝!

자수정 자작은 단지 손뼉을 쳤을 뿐.

하지만 멈추어진 세상에 그녀의 손뼉은 마치 밤하늘에 울린 종소리 같았다.

만일 시간이 멈추든 말든 상관없이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면, 틀림없이, 방금 자수정 자작이 친 손뼉을 들었을 것이다.

“좋아요, 여러분.”

자수정 자작은 밝게 웃었다.

“감히 소인에게 도전하는 이 [후배]에게.”

지금처럼 그녀가 환히 웃은 적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무대에 올라선 가희처럼, 오케스트라를 향해 선 지휘자처럼, 자수정은 폐허나 다름없는 할렘가 한복판에 서서, 양팔을 활짝 벌렸다. “소인이 [선배]로서 관록을 보여드리지요.”

자수정이 들뜬 숨으로 외쳤다.

“모두! 이리로 와주세요!”

그 순간, 밤이 찢어졌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느 거대한 신이 칼로 가른 듯 밤하늘에 길게 상처가 벌어졌다. 양갈래로 쪼개어진 것이다. 마치 밤하늘에 보이지 않는 지퍼가 달려 있었고, 그 지퍼를 누군가가 찌이익 끌어내린 것 같았다.

만월(滿月)이 쪼개어졌다.

은하수가 벌어졌다.

달빛이 찢어지고 별빛이 갈라졌으며, 마침내 온 하늘이 벌어졌다.

아가미처럼 벌어진 그곳에는 오직 새까만 칠흑만이 숨쉬고 있었다.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그리고.

칠흑의 틈새에서 새하얀 나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다음에는 다섯 마리.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그러나, 곧 수십.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만생의 주인의 사도가 현현합니다.]

수백, 수천, 수만.

무수한 흰나비들이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멍하니, 흰나비로 이루어진 별들을 올려보았다.

"......."

저 수많은 나비 하나하나가 전원, [금사매 영애에 버금가는 사도]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금사매 영애한테 비교하는 게 실례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평범한 성좌가 아니라 이 탑의 유일무이한 주인, 탑주를 섬기는 사도들이었으니까.

“주군, 저 자는 대체……?”

밤하늘을 가득 메운 사도의 숫자에 경악한 것일까.

내게 소환된 아귀가 어깨를 떨면서도, 나를 지키기 위해 곁으로 다가왔다.

아귀뿐만이 아니었다.

“소교주님. 이번엔 또 무슨 미친놈을 적으로 만든 거요?”

“이거 내가 후달려서 하는 말이 아니라 머릿수가 좀 많이 차이가 나네. 뭐 내가 머릿수 때문에 겁 먹을 양반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좀 그렇다고.”

“세상에……."

마교의 교인들이 내 주위를 겹겹이 둘러쌌다.

여차하면 몸을 던져서라도 나를 보호하겠다, 는 표정이었다.

“아하핫.”

그런 나와 백귀들의 모습을 보고, 자수정은 유쾌한 듯 웃었다.

“사왕."

“만일 사왕이 소인과 똑같은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만일 소인보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서 사왕과 소인의 자리는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자수정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하지만 소인이 조금 더 빨랐네요.”

밤하늘에서 나비들이 은하수를 이루었다.

무수한 별이 떴다.

별빛으로 보이는 점 하나하나가 전부 자수정 자작의 사도였다. 고대와 현대를 불문하고,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자수정 자작에 의해 구원받은 생명들이 하늘에서 별빛처럼 찬란하게 수를 놓았다.

“후발주자로서 소인을 쫓아오려면, 조금, 많이 노력해야 할 거예요.”

“……다행이네요. 다른 건 몰라도 노력할 자신은 있거든요.”

“기대하겠어요.”

자수정은 미소를 지었다.

“기대의 표시로,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더 드리지요.”

자수정 자작이 손을 들었다.

수십 마리의 나비들이 날개를 펄럭거리며 자수정한테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비들이 자수정의 손등에 닿은 순간, 작게 빛이 터졌다. 빛은 순식간에 커지더니 이윽고 어린아이만한 크기가 되었다.

“신님!”

어린아이가 와락 자수정의 허리를 껴안았다.

“진짜다! 신님이다!”

“신님, 좀 자주 불러주세요!”

“체감상 거의 30년 만에 불러주신 거 같아!”

어린아이들이 꺄아까아 요란을 떨면서 자수정한테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동경하는 언니를 만나게 된 팬들 같다고 할까? 어린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자수정은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어주었다.

“아?"

문득.

그 중 어떤 아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저씨?”

"......."

가슴이 술렁거렸다.

“아저씨다!”

“아저씨라니? 어떤 아저씨?”

“이 세상의 절반은 우리한테 다 아저씨인데.”

“우리랑 놀아준 아저씨!”

인형으로 조각된 모습으로만 본 얼굴들.

“어디서? 어떤 식으로?”

“우리가 갇혀 있던 저택!”

“언제적 이야기야?”

“저 아저씨가 와서 우리랑 놀아줬어!”

“그건 우리가 아니잖아.”

“신님한테 우리가 맡긴 기억이었지?”

“맞아! 신님이 우리들 기억을 가지고 탑을 꾸민다고 하셨어!”

“아, 기억나……. 600년 전이구나?”

“그때 정말 재밌었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

불타는 저택의 아이들.

인형이 아니라 진짜 얼굴을 가진 채 조잘조잘거리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 안 죽었던 거냐?”

“아니요."

대답한 사람은 자수정이었다.

그녀는 어린아이의 이마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죽었어요.”

"......."

“이 아이들은 이 세계의 유수하 씨와 같아요. [만일 소인이 있었더라면]. 그런 가정이 세워진 세계들 중 한 곳에서, 소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저택을 탈출하여, 살아남아, 소인의 사도가 된 아이들이지요.”

즉.

“당신이 [백귀환생]과 [지골룡의 두개골]로 사람을 되살리기로 결정했듯, 소인은 [만생]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고 있어요.”

“제가 유수하에게 하려는 것처럼……."

“예. 소인은 삼라만상에서 절명한 모든 이에게 두 번째의 삶을 주려 하지요. 그래요. 원래는 유수하 씨도 이 세계를 통하여 소인이 거둬들이려 했지만.”

자수정이 작게 웃었다.

“당신한테 맡겨볼게요.”

"......."

“아귀 씨도. 마천의 무인들도. 금사매도. 살천성도. 이 무수한 별들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사왕. 그 한 줌을 당신한테 맡겨보겠어요. 언젠가 물방울이 모이고 또 모여서 강줄기를 이룰지도 모르니까요.”

밤하늘의 무수한 은하수.

그 아래에서 만생의 주인은 양손을 모았다.

“소인과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걸으려는 분.”

어디엔가 기도하듯이.

“당신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트라우마 재현 완료.]

[피대상자의 자아가 유지된 것을 확인.]

[페널티를 종료합니다.]

빛이 있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