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 영웅시대. (1) >
1.
전장은 병사들로 뒤엉켜 어지러웠다.
귀인 7영웅인지 독사 7분신인지, 아무튼 독사의 원군이 더해지자 귀인족들은 금세 지정족의 군세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만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지정족은 궤멸하겠지. 독사가 웃기는 양반이란 것과 별개로, 독사는 강하다! 그런 독사가 7명이나 되어서 군대를 이끄는 것인다.
“제기랄!”
나는 허공답보를 써서 얼른 전쟁터를 가로질렀다. 뒤에서 에스델과 우부르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주님!”
“애비 가주!”
“너희는 먼저 대기하고 있어라. 아니, 우부르카 무사장! 무사장은 나와 전음(傳音)을 유지하면서 저쪽 산봉우리에 올라가 있어!”
순식간에 나와 전쟁터의 거리가 좁혀졌다. 우부르카는 오러에 목소리를 실어, 나한테만 들릴 정도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쏘아주었다.
『산봉우리? 산봉우리는 갑자기 왜?』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언제 뭘 해야 하는지는 따로 알려줄 테니, 일단 산봉우리에 가서 대기타고 있어라!』
『우고르. 애비, 아니, 가주가 또 이상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
타앗, 탓!
나는 허공을 밟으면서 단숨에 전장의 한복판으로 쇄도했다.
만일 남들한테 내 모습이 보였다면 여기저기서 경악과 감탄이 흘러나왔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유령이나 다름없다. 오직 [플레이어]만이 나를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쟁터의 플레이어는, 우리 가문원들을 제외하면 독사뿐이다.
“냐하하하하-!”
전선(戰線). 어느 전사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쌍검을 휘둘렀다.
“지정족은 세계 최강의 종족이라더니 그것도 다 헛소리였나 보다! 나 한 명을 못 잡는데 뭐 최강의 종족이냐! 더 와라! 나는 귀인족의 칠영웅, 검희(劍姬)로다! 더 와서 더 죽어라!”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전사는 쌍검을 교차시켰다. 촤아악! 교차된 칼날에 지정족 전사의 목이 간단히 날아갔다. 내가 키웠고, 내가 보살폈으며, 그리하여 내 아이들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생명의 목숨이 날아간 것이다.
"이......!"
나는 마음속에서 분노를 터트리며, 바로 붉은 머리 전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게 지금 무슨 짓거리입니까!”
"엉?”
그때까지 히죽히죽 웃으며 전장을 활보하던 전사가 눈을 치켜떴다.
그런 전사의 등 뒤로는, 마치 내게 배후령이 붙어 있는 것처럼, 흐물흐물거리는 독사의 신형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오. 뭐야. 사왕이잖아? 이제 왔냐?”
독사는 나를 바로 알아봤다.
별로 반가워 보이진 않았다. 하긴. 내 입장에선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거지만, 독사 입장에선 볼 땐 며칠만에 다시 만난 것에 불과 할 테니.
“이제 왔냐니…… 지금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할 때예요? 왜 전장 한복판에 나와서 칼질을 해대는 겁니까!?”
“야. 야. 진정해라, 야. 종족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지. 난 귀인족의 신이니까 얘들 편에 서서 싸워줄 수도 있고. 뭐 그리 심각해?”
“그걸……."
나는 울분이 터지려 했다. 그러나 전쟁은 전쟁이었으며, 우리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전투는 전혀 멈추지 않았다.
-우거어어어어!
갑자기 멈추어 선 것을 기회라고 봤을까. 검희(독사)가 나와 대화하는 틈을 노려, 한 지정족 전사가 포효를 내지르며 창을 찔러왔다.
"흐."
물론 독사는 그런 수작에 당해줄 무인이 아니었다. 쌍검 중 하나를 들어올려 휙, 지정족을 향해 던졌다. 푸우욱! 칼날은 정확히 지정족의 이마에 박혔다. 지정족은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내 눈은 뒤집어졌다.
"천무문주!!"
“아, 진짜. 귀찮게시리. 야! 나라고 전쟁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거든!? 늦게 왔으면 지각생답게 짜져 있어!”
“닥치고 군을 돌리십시오!”
“아 왜! 이거 원래 벌어질 전쟁이야!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이겨야 오히려 피해가 작아지거든!? 그리고 임마, 애당초 이미 귀인족이고 지정족이고 나발이고 다 뒤섞였는데 무슨 수로 후퇴를 해! 후퇴하다가 더 죽겠다, 병신아!”
퉷.
검희가 가래침을 뱉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시체의 이마에 꼽힌 칼을 쓱, 뽑고 나서 검희는 다시금 쌍검의 자세를 취하였다.
“일단 끝나고 보자고!”
빌어먹을.
분통이 터지지만 독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 양군이 얽혀버린 지금 군을 물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럴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무사장!』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전음을 쏘았다.
전쟁터 저편. 하나의 산줄기가 평원을 굽어보듯 드리워 있었고, 그중 제일 드높은 정상에서 우부르카는 내 전음을 낚아챘다. 『들리는가!』
『우고르. 가주의 말은 항상 잘 들려서 지옥구멍에 빠져도 들릴 지경이다.』
『무사장, 넌 우리들 중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육신]을 갖고 있지!』
본디 이 세계 출신인 우부르카는 크게 웃었다.
『그렇다, 우고르.』
『전투를 막아야한다. 네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막는 것도 전부 다 내 특기이긴 하다. 하지만 무슨 수로?』
『산봉우리를 뽑아!』
아주 잠깐 침묵이 있었다.
안력을 오러로 강화하여 올려다보자,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우부르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산봉우리를 뽑으라고? 제정신인가?』
『왜. 어차피 너라면 가능하잖냐!』
『그야 무리하면 가능은 하다만…….』
『산봉우리를 뽑아다가 전쟁터 한복판에 내리찍어라! 되도록 병사들이 없는 부분을 골라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면 병사들도 충격을 먹고 잠깐 움직임을 멈출 거야!』
『우고르.』
우부르카가 웃었다.
『그게 애비가 가주가 되어서, 무사장이 된 아들한테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인가?』
『그렇다!』
『잘 되었군.』
우부르카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애비에서 가주로 진화하면 뭔가 좀 심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애비는 언제나 싸이코였고, 애비를 부르는 명칭이 가주가 되든 신이 되든, 싸이코는 여전히 싸이코일 것이다!』
쿠구르르르릉.......
멀리서 천둥이 울먹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부르카의 몸집이 점점 더 거대해지면서, 오러가 수축되고 증폭되는 바람에 맹렬한 소리를 뿜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리의 정체를 평범한 병사들은 알지 못했다.
“우거, 안 그래도 씨발스러운 날에 비까지 내리려나 보다!”
“저 검희인지 뭔지 하는 또라이를 막아라! 우거! 못 막으면 우리가 진다!”
지정족들이 으싸으싸 구호를 외치며 대열을 정비했다.
7명이나 되는 독사가 전선을 망가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정족은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전사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나, 김공자가 땀과 눈물로 키워낸 아이들이었다.
‘기특한 녀석들.’
나는 산꼭대기를 올려보았다.
『무사장!』
『우고르. 준비가 다 됐다, 가주.』
『뽑아라!』
그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굉음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전쟁터가 자잘하게 흔들렸다. 키가 커다란 귀인족도, 몸집이 큼직한 지정족도, 땅이 흔들리자 순간 균형을 잃고 어-? 어-? 당황스러워했다.
꽤 지위가 높아 보이는 귀인족 지휘관이 외쳤다.
“지, 지진인가!?”
“동료들과 대오를 맞춰라! 도망치지 마라! 어차피 작은 지진---."
미안하지만 지진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
쿠우우우웅...!!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귀 밝은 일부의 병사들은, 아주 잠시 전쟁터에서 고개를 돌려, 평원에 맞닿아 자라나 있는 산줄기를 올려다 보았다.
『우고르.』
그곳에는 전설 속의 거인이 서 있었다.
한두 명의 병사가 어, 어, 입을 벌리며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무슨 일인가. 왜 그러는가. 병사들 사이로 의문이 퍼졌고 그 의문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이런 식으로 오러를 운용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거인화(巨人化).
오러로 거인의 형태를 만들어내서 본인이 직접 조종하는 술법. 나와 만나서 가르침을 받기 전까지, 우부르카는 저런 술법을 통해 지정족의 패권을 쥐었다.
이제는 오래되어서 전설로만 전해지는 광경이, 지금, 이 전쟁터 한복판에서 도래한 것이다.
“뭐, 뭐야, 저거? 뭐야, 저거!?”
“요, 요정족의 환술인가? 요정족이 지정족에 원군을 보낸……."
“미친. 야, 우리 지금 제정신인 거 맞지? 어?”
병사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떨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군에 맞서싸우는 병사였고, 자랑스러운 전사였다.
하지만 자신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광경과 조우해버리자 그들은 순식간에 자기 자신의 책무를 망각해버렸다. 병사답지 않게 뒷걸음질을 쳤고, 전사답지 않게 공포에 떨었다.
신화 앞에 선 인간은 그저 누구나 필멸자가 될 뿐이므로.
이제는 전음을 쓸 필요가 없다 여겨졌는지, 우부르카는 입을 크게 벌려 고고히 외쳤다.
“보아라, 나의 가주여.”
신화의 거인이 된 우부르카는 씩 웃고 있었다.
“내가 바로 그대의 무사장! 그대가 가진 모든 검들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검이요, 그대 아래 놓인 깃발 중 가장 위대한 깃발이다! 내 이름은 우부르카! 사왕가의 무사장! 어느 가신보다도 최초로 가주의 명령을 실행한 자다!”
우부르카는 산봉우리를 [뽑아서] 등에 짊어졌으며,
[성좌 ‘패륜을 꿈꾸는 근육돼지’가 울부짖습니다!]
꼭대기에서 점프하여 그대로---- 그대로----- 전쟁터 한가운데에, 산봉우리를 거꾸로, 꽂아박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이 울려퍼졌다. 아니, 울려퍼졌다는 것은 너무도 미약한 글줄이리라. 세상이 뒤흔들렸다.
우부르카는 산봉우리를 짊어진 채 그것을 꼬라박았다. 말도 안 되는 높이에서 점프하여, 말도 안 되는 허공을 가로질러, 말도 안 되는 것을 땅바닥에 꽂았다. 그러했다. 우부르카는 말이 안 되는 전사였다.
쿵! 쿠우우웅…… 쿠르르쿵! 쿠우우웅!
본래 하늘을 찢기 위해 태어난 산봉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땅을 찢었다. 전쟁터가 갈라졌다. 산봉우리는 충격으로 인해 쩌저적, 쩍, 갈라졌으며, 갈라지면서 다시 한 번 더 굉음을 터트렸다.
쿠쿵!
모래먼지와 흙먼지가 전장을 휘감았다. 비명이 터졌다. 사방팔방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귀인족, 지정족, 종족을 가릴 것 없이, 눈앞에서 벌어진 과업에 놀라 병사들은 땅바닥에 엎어졌다. 방패를 놓고 창을 놓쳐서, 그저 애벌레처럼 바닥에 붙어 덜덜 떨었다.
“우고르.”
사방에 흙먼지가 자욱할 적.
거꾸로 침몰해버린 산봉우리에, 우부르카는 껄껄 웃으면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아까 전에 비하면 거인화의 레벨이 떨어졌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흙구름에 잠겨버린 이때, 오직 우부르카만이 홀로 먼지의 바다 위에 솟아나 있었으며, 그것은 [누가 이 구역의 미친놈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명백한 대답을 선사하고 있었다.
“본인은.”
우부르카가 입을 벌렸다. 먼지에 잠긴 산봉우리는 오래되어 폐허가 된 신전 기둥처럼도 보였다. 그 신전의 기둥 위에 앉아서, 우부르카는 지상을--- 두려움에 잠겨 떨어대는 병사들을 오시했다.
“화하평의회(火河評議會)의 212대 의장.”
여기저기서 경악이 서린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경악을 달콤한 향기마냥 맡으면서, 우부르카는 코를 두어 번 킁킁거렸고, 마침내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사왕가(死王家)의 무사장(武士長). 우부르카다.”
아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묻지 못했다.
질문은 오로지 강자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었으며, 이곳에서 감히 우부르카에게 질문을 던져도 될 강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의 가주께서 전투의 중지를 원하시며, 내게 전투를 중지하라 명하셨다.”
우부르카는 스으윽 전장을 훑어보았다.
“이의가 있는 새끼가 있으면 나와라. 상대해주마.”
그리고 전장에는 고요한 침묵이 찾아들었다.
이따금 덜 갈라진 땅바닥이 조금 더 갈라지며 쩌적거리거나, 덜 쪼개어진 산봉우리가 더 쪼개어지며 우지끈 거릴 뿐.
생명을 가진 자들은 어느 누구 하나 소리를 흘리지 못했다.
"......어어."
내 곁에서 쌍검을 축 늘어트린 독사만 유일하게 소리를 냈다. 검희의 얼굴을 한 독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다만, 우부르카가 아니라 나를 향해서.
“사왕 너…… 대체 무슨 미친 새끼를 거둬버린 거냐……?”
2.
전설 속에서 전해지던 대전사. 혈화극으로도 몇 번이나 만들어져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신화 속의 영웅.
젊은 지정족들이 그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우, 우부르카다!”
“우부르카! 선조들 중 최고의 또라이가 나타났다!”
우부르카는 콧방귀를 뀌었다. 까마득한 후손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우부르카는 입을 크게 벌려서 겨울의 공기를 단숨에 흡입했으며, 내뱉었다.
우고오오오오오오오오-!
사자후(獅子吼).
찢어져 뜯겨나간 산봉우리의 밑턱에서, 우루브카는 가슴을 벌려, 말 그대로 소리를 토해냈다. 토해낸 소리가 산중턱을 가르고 하늘을 갈라서, 마침내 전쟁터까지 휘몰아쳤다.
“힉, 이게 무슨……!”
“귀, 귀가……."
오러로 인해 증폭된 사자후는 기세를 잃지 않고 전장을, 전장의 너머를, 평원 전체를 휩쓸었다. 인간들의 싸움을 피해 수풀에 웅크리고 있던 사슴들이 놀라서 화다닥 도망쳐 뛰어갔다. 숲에서 잠자고 있던 새들도 날개를 퍼득여서 하늘로, 먼 하늘로 날아갔다.
"......."
"......."
결국 광활한 초원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풀벌레 소리도 없었고, 새소리도 없었으며, 들짐승이 발을 딛는 소리조차 없었다. 도망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도망쳤다.
오직 도망칠 타이밍조차 놓친 군사들만이 벌벌 떨고 있을 뿐.
“하아… 어쩔 수 없군. 내가 나서야겠어.”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귀인족 소년(독사)가 장갑을 고쳐 끼면서 앞으로 나섰다.
“우오오! 7영웅의 일원이신 [묵빛 검사] 님!”
“믿고 있었습니다요 젠장…!”
귀인족들이 환성을 울렸다.
우부르카가 황당한 듯 전음을 보내왔다.
『애비여. 웬 또라이가 내게 달려온다만.』
『치워. 죽이지는 말고.』
『우고르. 애비가 그리 말하지 않아도 애들 싸움에 낀 것 같아 마음이 찝찝하던 참이다.』
묵빛 검사(독사)는 날렵하고 빨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부르카에게 돌격할 수는 없었다.
묵빛 검사(독사)는 산아래에 있었고 우부르카는 산봉우리에 있었다. 거리가 문제였다. 그러나 묵빛 검사(독사)는 "어이어이, 기다리라고!” 하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가 산길에 발을 디딘 순간, 우부르카가 자갈을 한 알갱이 들었으며, 턱, 튕기었고, 그 튕긴 알갱이에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털썩.
묵빛 검사(독사)는 그대로 기절하여 몸이 고꾸라졌다.
“무, 묵빛 검사 님께서……."
“이럴 수가…! 백전무패의 7영웅이…!”
그 모습은 살아있는 교훈이나 다름 없었다.
첫 번째, 저게 진짜 역사속에 등장하는 우부르카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것.
두 번째, 저런 놈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머리가 상당히 돌아버리지 않는 이상에야 나이스 아이디어로 취급 받긴 어렵겠다는 점.
그 교훈을 다른 7영웅, 그러니까 다른 7독사도 받아들인 모양이다.
검희(독사)가 눈썹을 찡그렸다.
“철퇴, 철퇴! 일단 후퇴한다! 후퇴해서 진영을 세우고 타개법을 궁리해보자고. 이건 귀인 7영웅 모두의 뜻이다.”
“예, 예에……."
귀인족 병사들은 기세가 확 깎였다. 검희(독사)가 시키는 대로 넙쭉 고개를 숙였다.
다른 귀인 7영웅(독사)가 묵빛 검사(독사)를 업고서 물러서자, 귀인족은 그대로 일사분란하게 평원을 빠져나갔다.
“아드님의 돌팔매 한 방에 전쟁이 멈추었네요.”
기가 질린 건지, 빈정거리는 건지 모를 목소리로 실비아가 말했다.
내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김율이 그런 금사매의 말을 정정했다.
“우리 가문 무사장의 돌팔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