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 우상 파괴. (2) >
"얼마든지 알아보라 그러세요.”
나는 자신있게 공녀한테 말했다.
"아니, 제발 알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지금까지 제가 지정족을 위해 해온 일들을 전부 쟤네들 머릿속에 영상으로 재생해준다고요? 맙소사. 이렇게나 친절하실 수가.”
"김 공자……?”
다른 동료들이 아직 머뭇거리는 동안, 내 대답만은 놀라울 정도로 상쾌하게 튀어나왔다.
마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온 것처럼.
"저희는 최선의 종족을 키웠다고 말할 순 없을지언정 최선을 다해서 종족을 키웠어요. 아, 전 진짜 마음에 얼룩 한 점 없이 이렇게 말하렵니다. 안 그래요?”
"......."
"아나스타샤. 뭘 망설여요? 얘들이 우리들 민낯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돼요? 우리가 저들이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에 막 쟤들이 절망하고 비탄하고 훽 쳐돌어버릴 거 같습니까?”
아나스타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내 친우의 검은색 눈동자에는, 명백한 불안함이 수그려 있었다.
아나스타샤의 눈동자에서 불안함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만일, 나한테 실망해버리면 어떡하지?』
『만약 너 같은 건 가짜 신이었다면서 불평하고, 욕하고, 저주하면.』
『그러면 어떡하지?』
그것은 절실한 걱정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당연히 불안은 하시겠죠.”
부모는 자식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
그러기에 사랑한다 말할 적에 한 점의 의심 없이 사랑할 수 있다.
반면에 자식은 어떠한가?
자식은 부모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모른다.
자식은 부모가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었을 때 비로소 태어난다. 이전에 부모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고향에선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향을 떠나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 수많은 일생을 자식은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모는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면들만 자식한테 보여준다. 이미 어느 정도 원숙해진 제스처를 써가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들의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이 어린 아이들에게 대단한 천사가 되어, 그들 위에 군림한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제 얼굴을 똑바로 봐 주세요.”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나스타샤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녀가 나보다 작았기에, 나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나스타샤의 눈동자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저를 키운 원장님은요…… 저희를 키우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일들을 해왔어요. 그때 그 시절부터 고아원 운용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나는 나의 이야기를 얘기해주었다.
일부러 가볍게, 별거 아니라는 듯한 어조로.
“어디 구청 주무관 조부가 죽으면, 원장님답지 않게 검은옷 싹 차려입고 장례식장에 가는 거예요.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고, 원장님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경조사란 경조사는 전부 가서 반드시 얼굴을 비치는 겁니다. 반드시. 뭐, 눈도장이죠. 우리나라에선 이런 눈도장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
“어디 구청에서 행사가 있다고 하면 바로 나가요. 고아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그래도 나오라면 나가는 거예요. 구청 행사라고 해봤자 뭐 길거리에 봇다리 장수들이 늘어서서 알록달록한 도자기 사지 않겠냐, 다육이 화분 필요하지 않으시냐, 수공예로 만든 지갑 좋지 않으시냐, 하고 저들끼리 시장판을 벌어놓은 거예요. 다 구청이 지원해서 설립된 가게들인데, 뭐 골목상권이라나 뭐라나? 그거 살려본다는 거예요.”
"......."
“원장님이 거기 가면 구청장이랑 쭉 붙어다니면서, 꼭 선물을 세 개씩 사요. [작품이 너무 예쁘네요]하고. 평소에는 돈 1만 원도 아끼느라 벌벌 떠시는 분인데…. 막 3만 원, 2만 원,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써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날 나는 몰래 원장 선생님을 따라 멀리서 미행하고 있었다. 봇다리 골목 장사는 일종의 축제였는지 알록달록한 가면들까지 팔았다. 나는 가면을 써서 근처 어른들과 같이 움직이는 어린애인 척, 힐끔힐끔 구청장과 함께 돌아다니는 원장 선생님을 엿보았다.
-아니, 청장님. 어떻게 이렇게 예쁜 작품을 만들었어요? 야, 여기 명인들만 거리에 집결했네. 명인 거리네. 이거 저희 구에서 자랑할 게 하나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원장선생님의 얼굴, 목소리, 톤은 고아원에서 우리를 대할 때와 완전히 달랐다. 만일 나 말고 다른 아이들이 지금 원장님의 모습을 보았다면 일생일대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원장선생님이란 언제나 조금 먼 곳, 언제나 찾아가서 뵐 수는 있어도 왠지 모를 안개를 두르신 분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거 다 수제작으로 만든 상품들이잖아요? 이거 만드신 분들한테 고아원 수업을 맡겨도 될까요?
-음? 고아원 수업이라면…….
-예. 제가 원장으로 있는데 아이들이 다 착해요. 착한데, 놀거나 배울 거리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 다육이 화분 만드는 수업이라도 1주일에 1번씩만 있으면 참 아이들 인성 교육에도 좋을 것 같고……. 청장님께도 보람있는 일이 되지 않겠어요? 시청과 구에서 후원하여 만들어진 공방 거리. 그 공방 거리들이 이제는 지역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친다……. 그림이 예쁘잖아요?
-흐음. 수업비는 그럼.......
-어휴, 구청에서 지원해주시면 저야 좋죠. 그럼 완전 구청이 주도한 프로젝트가 되는 건데. 주무관님? 주무관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고아원 무척 깨끗해요. 인력 사안이든 뭐든 이 근처에서 회계가 제일 깨끗한 곳입니다. 일 하기 편하실걸요?
-……이 원장님 고아원이 일하기 편한 곳으로 유명하긴 합니다. 서류 가라도 없고. 서류 서식이나 기한을 어긴 적도 없습니다.
-흐음.
내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며, 아마 영영 모를 중년의 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주무관이 일을 맡아서 해보게. 내가 알아서 그쪽으로 지침을 돌릴 테니까…. 여기 원장님 한 분만 챙기면 좀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도 있어. 거, 유치원들. 유치원들 모래장난하고 흙장난하는 거 좋아할 거 아냐? 도자기 수업이나 수공예 수업으로 한 번 알아 봐.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장님! 역시 거리를 예쁘게 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예쁘게 해주신다니까요. 제가 일할 때 딱 청장님 같은 분께서 오셔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요.
-하하. 우리 원장이 말재변이 참 좋아.
청장을 둘러싼 일행은 점점 더 멀어졌다. 쫓아가야 했지만, 나는 차마 걸어갈 기력이 없었다. 원장 선생님의 민낯을 본 것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밀려온 것이었다.
‘부끄러워.’
그당시 원장님은 내 부모였다. 부모보다 높은 무언가였다. 우리 모두의 스승이었고, 어려울 일이 생길 때마다 조언해주는 상담사였으며, 고아원이라는 폐쇄된 세상을 현명하게 지배하는 성주(城主)였다.
원장님은 우리가 잠들 때마다 수천 년 전에 벌어진 이야기들을 생생히 들려주었으며, 우리는 그분의 목소리와 어조, 표정에서 모든 유산을 물려받았다. 대륙적인 스케일로 자라날 것. 항상 침착할 것. 이성적일 것. 무엇보다 불의에 분노할 것…….
어린 우리들에게 원장님이 어찌 한 분의 신이 아니었겠는가?
‘창피하다.’
원장님이 [바깥세상]에서 어떤 얼굴로 돌아다니고 어떤 말투로 말하는지 알아버렸다. 원장님은 우리의 상냥하고 현명한 신이 아니었다. 원장님은 그저…… 멀리서 보았을 때, 청장이나 주무관과 얘기하고 있었을 때는…… 그저, 아저씨였다.
아저씨.
평범한 아저씨.
"......."
나는 눈을 떴다.
기묘한 침묵 때문일까.
아나스타샤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단심문관, 백작, 성기사도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좀 쪽팔려 하면 어때요?”
"......."
“어리니까요. 어리잖아요. 어린 마음에 자기 신들이 사실은 평범한 인간이었단 사실에, 어마어마한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죠. 아. 우리한테 멋진 목소리로 예언을 내려주시던 분이…… 사실은 그냥 오러를 좀 쓸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뭔가 대단한 기적으로 우리를 굽어살피고 보살피실 거라 생각했는데, 저분들도 다 사람이라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선 엄청 뛰어다니고 노력하고 그랬구나……."
어느 날.
고아원에 다육이 화분 만들기 무료 수업이 열렸다.
아이들은 십자수나 캐리컬쳐에 질렸지만, 흙을 만지작만지작거리며 그릇을 만드는 놀이는 의외로 참신하게 느낀 것 같았다. 한 반에 수업이 열릴 때마다 무려 15명이나 몰려가서 흙을 만졌다.
도자기 선생님은 상냥했고,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수치스러웠다. 원장선생님께 뭔가 강한 불충(不忠)을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한테도 내가 본 광경을 말하지 않은 채 묵묵히 원생 생활을 보냈다.
“저희의 진짜 모습을 보면… 좀 많이 창피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러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의 화상을 떠올리며, 지금의 동료들에게 말했다.
“단지 그것뿐이에요.”
"......."
“다 시간이 흘러가서, 저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결국에 저희가 아이들을 위해서 힘썼고 노력했고 일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저희 역시 똑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이해해줄 겁니다.”
“그럴……까? 정말?”
아나스타샤는 머뭇거렸다.
“평범한 부모 자식 사이에도 그런 건 어렵다고 들었어. 그런데 우리처럼, 아예 신과 종족의 사이라면……."
“괜찮아요. 우리는 절대 평범한 부모도 아니고, 절대 평범한 자식을 키운 것도 아니거든요.”
홀로그램에는 이미 몸집이 졸아들 대로 졸아들어, 좀 큰 맘모수 수준까지 전락해버린 괴수가 쓰러져 있었다.
그 괴수의 곁에서 수십만의 종족들이 환호하며 형형색색 오러의 축제를 벌였다. 어떠한 피해도 없이 재앙을 견뎠다는 것, 자신들이 직접 모든 걸 지휘해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그 사실에 종족을 불문하고 모두가 기뻐했다.
‘그래.’
우리는 평범한 부모자식이 아니다.
“아나스타샤. 저희는 탑에 들어온 인간들 중에 제일 잘난 인간들만 모인 집단입니다.”
"......."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솔직히 말해서, 그냥, 우리 세계의 인류보다 훨씬 잘났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홀로그램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그리고 [신기루를 거니는 공녀]한테 시원하게 말했다.
“애들한테 다 알리세요.”
“……정말로? 진짜? 좀 더 고민하지 않아도 돼?”
“고민은 무슨. 저만큼 지극적성으로 쟤네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까놓고 말해서 제가 신이든 인간이든 아니면 뭐 촉수가 백 개 달리 외계인 괴물이든, 저놈들은 절 받아줄걸요. 당장 지정족한테 진실을 알려주십시오.”
“우와. 역시 사왕이야. 그 넘쳐 흐르는 자신감이 싫진 않아.”
공녀는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도 사왕이랑 의견이 같아?”
"......."
“너희는 모두 함께 31층부터 공략하기 시작했으니까. 이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나로선 입장이 난처해져. 뭐. 반대표를 던진 사람만 특별하게 40층 이후로는 이동할 수 없는 접근불가 조치를 처한다든가….”
“할게.”
아나스타샤가 입술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각오가 서려 있었다.
“하겠어. 아이들이 나를 경멸하든 말든, 그건 아이들의 몫이지. 그게 싫어서 못 하겠다면 아예 처음부터 종족을 고르지 않고 기권했으면 그만이야.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들을 영원히 막눈으로 키우겠다는 건…… 단순히 내 욕심에 불과한걸. 흡혈종한테도, 진실을 알려줘.”
“아. 저도 찬성입니다!”
이단심문관이 손을 들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산와족을 키웠습니다! 아하핫. 저의 최선이 다른 사람의 최선과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선조차 기울이지 않는 부모들에 비하면 굉장히 뛰어난 쪽에 속하지 않을까요! 음! 산와족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저를 높게 평가할 것입니다. 산와족 한테도 진실을 알려주시길!”
“……우리의 천진난만한 싸이코패스는 차치하더라도.”
성기사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다 성장한 아이라면 더욱더 그러하지. 저 대륙에 살아가는 종족들은 이제 원숙한 시절에 들어갔다 봐도 무방하다. 새기족에 진실을 알려다오.”
“......으음, 으으으으음."
백작은 고민했다. 고양이손으로 몇 번이나 세수를 하면서, 으음, 으음,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5분이 흐르자 마침내 백작도 마음을 결정했다.
“뭐, 됐네! 아무튼 굶어 뒤지지 않게 해주지 않았는가. 이 세상에 굶어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면 나는 요정족한테 하해화 같은 은혜를 베푼 셈일세. 일단 요정족으로 태어나면 중상류층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지 않는가? 오러고 뭐고 이거야말로 제일 큰 사기지. 나는 떳떳하네!”
“백작이도 찬성?”
“찬성일세. 요정족한테 진실을 보여주게나!”
신기루를 거니는 공녀는 우후후, 웃었다.
“정말. 귀여운 아이들. 이러다 계속 편애하게 되어버리면 안 되는데…. 뭐, 알게 뭐람.”
짝!
공녀는 손뼉을 쳤다.
“아직 스테이지에 남아 있는 독사와 검성도 정보공개에 동의했어. 공략에 참여한 7인, 전원이 찬성에 투표했으므로, 관리자 권한 아래 해당 정보를 모든 종족에게 공개하겠어!”
[이단심문관의 정보가 산와족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그 순간.
홀로그램 저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라임?
-이게 뭐냐, 라이무…? 환각?
-아니, 집단 환각이라기엔 우리가 아직도 의사소통이….
맨처음에 반응을 보인 종족은 산와족.
쭈글쭈글 주름진 달팽이집을 짊어진 채, 이제는 쓸모가 다한 나무계단과 연장을 철거하는 도중 산와족들은 뭔가 이상하다며 더듬이를 쭈뼛쭈뼛 세웠다.
신기루를 거니는 공녀가 예고한 대로 [우리 공략팀의 영상]이 저들한테 자동으로 재생된 것이다.
-……탑? 공략?
-우리의 위대한 강아지시여, 이건 도대체…….
하지만 혼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 페달을 쭉 밟았다.
[흑룡주의 정보가 흡혈종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밀림의 야자수 가지에 매달려 있던 박쥐들이 ‘키?’ ‘쿠우?’ 하고 고개를 까닥거렸다. 괴수의 몸 위에 지어졌던 계단들이 웅성거렸고, 밀림의 수많은 이파리들이 서성거렸다.
[성기사의 정보가 새기족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수십만 명이 먹을 음식, 마실 음료, 잠들 이부자리를 선박들로 운반하던 새기족들이 움찔거렸다. 그들이 퍼덕거린 꼬리로 물보라가 휘몰아쳤고, 갑자기 난폭해진 운전으로 몇몇 배들이 기우뚱거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게 뭐냐!
-너, 너희도 지금 눈앞에 막 뭐가 흘러가고 그러냐?
-우리도…… 이거, 기룡인지 뭔지 하는 놈이 마지막으로 저주를 토해내고 죽은 거 아닌가?
-아니다. 방금 머릿속에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위대한 붉은 돌고래의 진실이라고. 어떤 악마가 우리를 속이려는 게 아닌 이상…….
-우고르? 너희들 갑자기 왜 그러냐?
밀림 일대, 세계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종족이 터전을 짓고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소동이 벌어졌다. 촌락. 마을. 도시. 거의 모든 전사들이 모여든 바로 이곳, 기룡의 무덤에까지.
[백작의 정보가 요정족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독사의 정보가 귀인족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검성의 정보가 순인종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그리고.
[사왕의 정보가 지정족 전원에게 공개됩니다!]
언젠가 와야 했던 순간이, 바로 지금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