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 우상 파괴. (3) >
2.
[퀘스트 완료.]
[모든 종족이 자기 신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밀림에 석양이 진 풍경을 본 적 있는가.
[스테이지 클리어.]
[39층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태양이 수평선으로 떨어질 때, 그 중력에 이끌리듯 야자수는 전부 허리를 굽어 석양을 본다. 태양은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야자수 나무들은, 모두 새까만 그늘에 물들어서…… 이 세상에서 오직 하늘과 강물만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검은 기둥들이 되어 퇴장한다.
흑(黑)과 색(色)이 선명히 나뉘워진 세계.
-말도 안돼! 우리 신께서 이러실 리 없다!
자연이 초연하게 색깔놀이를 하는 그곳에서, 수십만 명의 인파가 시끄럽게 와글거렸다.
-무엇보다 우리의 신은 위대한 개의 모습을 취하고 계신다! 그런데 이, 이, 대가리 속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그림들은 뭐냐… 라이무! 완전 순인종 아니냐! 말이 안 되는 짓이다!
-케케륵케르님 잘 생겼네.
-하긴 백사자라고 하기엔 혈화극 속 연애가 너무 찐하더라고.
-그러니까 그게 변장한 거라니까? 신들이, 우리한테 다가가기 쉽게 일부러 동물 모습을 취하셨던 거지. 평범한 동물도 아니고 뭔가 하얗거나 까맣거나, 되게 특이해 보이는 동물로. 덕분에 우린 그분들을 바로 신처럼 모셨으니 결과적으로 잘된 일 아냐?
-이건 사기다!
-우리는 위대한 개를 모시는 신도이지, 이상하게 생긴 꼬맹이를 모시는 자들이 아니다!
나와 같이 홀로그램을 보고 있던 이단심문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이상하게 생겼습니까?”
흑룡주가 그 질문을 받았다.
“달팽이처럼 생기지는 않았지.”
“그렇습니까? 저는 제가 상당히 달팽이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뭔 소리야…. 아니, 아무튼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란다.”
그렇다. 농담을 주고받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홀로그램 영상 속의 혼란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탈락자 대기실에 있는 우리로선 당분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스테이지 클리어 선언이 뜨긴 떴지만….’
아무도 스테이지 클리어를 기뻐하지 못했다.
아나스타샤도 백작도, 성기사도, 모두 긴장한 얼굴로 홀로그램을 쳐다볼 뿐.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도리어 이제부터 시작이라 봐야겠지.
진실을 알게 된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거기에 이번 공략의 성패가 달려 있다.
[연쇄 계층 진행 중.]
그런 우리의 예감이 정확하다고 알려주려는 걸까?
탑에서는 곧바로 다음 과제를 우리한테 제시해주었다.
[강제로 40층에 돌입합니다.]
[40층에 돌입했으므로 기존의 탈락자들은 다시 공략자 지위를 얻습니다.]
[40층 퀘스트가 표시됩니다!]
시대는 변하지 않았다.
기룡의 몸은 막 허물어진 그대로였고, 아이들은 혼란과 흥분에 빠져 있었다. 말 그대로 연쇄 계층. 일말의 간격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유지한 채 우리는 새로운 퀘스트를 마주한 것이다.
+
[산와족의 우상]
난이도: B+
임무 목표: 이단심문관은 산와족을 도왔습니다.
당신의 헌신적인 보살핌 아래, 산와족은 가장 성공한 초기 문명을 이루었습니다! 슬라임 제국의 강역은 현재 지정족이 아우르는 영역과 거의 비슷합니다. 산와족은 종족의 특성에 따라 직업을 분배하여, 고도로 집약된 분업산업을 일구었으며, 위대한 도시들을 무역거점으로 삼아 끝없이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
당신의 제국에서 이종족들은 노예였습니다. 결국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당신의 위대한 제국을, 그리고 산와족의 자랑스러운 도시를 파괴했습니다. 이후 산와족은 대륙의 공적(公敵)이 되어 타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단심문관, 당신은 최초의 영광과 최초의 패배를 동시에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산와족은 당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산와족 자신들이 누린 영광과 사치도, 짊어져야 했던 멍에도, 견뎌야 했던 억압도, 전부 당신한테서 비롯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산와족은 당신을 어떻게 대할까요?
투표를 시작합니다.
1번. ‘당신에게 인도를 받아서 좋았다’.
2번. ‘당신에게 인도를 받아서 싫었다’.
당신은 최대한 많은 1번 투표를 얻어야 합니다. 1번이 과반수 이상을 득표할 시, 40층은 저절로 클리어 됩니다. 그러나 당신은 투표를 위해 뇌물을 뿌리거나 공약을 세울 수 없으며, 오직 [대화]나 [면담]으로만 산와족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단,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당신은 대륙에 살아가는 모든 산와족을 멸종시켜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대기실에 앉은 우리 모두가 침묵했다.
아나스타샤, 백작, 성기사, 심지어 나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번 퀘스트의 주역으로 선정된 또라이를 쳐다봤다.
“아하핫. 알겠습니다! 음, 이해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로 만나면 절대 안 될 리스트 탑 5안에 들어갈 법한 싸이코패스는 쾌활하게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첫 번째 타자인 것 같군요!”
3.
“아아, 아아아….”
아나스타샤는 절망했다.
“큰일이야……."
“왜 그러세요. 하필 이단심문관 씨가 첫 타자라서요?”
“그래. 아아, 김공자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어. 최소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미리 만들어두고 작업에 들어가야 했어. 우리가 얼마나 너희를 위해 애썼는지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한 다음, 동정여론을 일으키고……. 제길, 내 특기 중 특기인데.”
“그건 비밀을 밝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세뇌하는 거죠.”
아나스타샤는 언제나 항상 무덤덤하면서 꼭 [자신의 실패]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생기면 엄청 허둥지둥거리는구나.
완벽주의자란 피곤할 거 같다.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뭐가? 뭐가 괜찮니? 우리가 저 애들을 위해 한 일, 저 애들에게 보인 호의가 전부 무위로 돌아가고 분노의 아가리만 커져가는 상황이? 아니면,”
아나스타샤가 휙 돌아서 이단심문관을 가리켰다.
“저 백프로 순정 싸이코한테 우리 모두의 운명을 맡기는 지금 이 상황이!?”
“아하핫.”
“쟤가 잘도 산와족 아이들을 설득하겠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만 리얼하게 상상되는걸!”
이단심문관은 해맑게 웃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도, 홀로그램 속 사태는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었다.
-우리를 이끄는 신령은 아름다운 분홍빛의 피부를 두른 돌고래다! 키익, 아가미도 지느러미도 없는 인간이 어떻게 우리들 신 행세를 할 수 있단 말이냐!
-어, 하지만 고양이로 변신은 할 수 있는 분이 우리의 신님이란 거죠? 그럼 별로 문제될 소지가 없어 보이네요. 고양이신이 인간 모습으로 폴리모프해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유희하는 거야 존나 옛날 혈화극 단골 소재이기도 했고…….
-우리가 광산도시를 만들어서, 애들을 파묻은 것도…….
-우리가 광산에 끌려가 수백 년 동안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것도, 저 산와족의 신 때문이었단 말인가!
밀림의 노을은 사람 얼굴을 하나하나 다 비추었다.
그들의 얼굴은 절반씩 야자수의 그늘을 닮아 새까맸고, 절반은 하늘의 석양을 받아 선명히 붉었다.
-어째서 그딴 짓을!
-우리를 장난감 놀이의 병졸로 여겼다는 것 아니냐!
-아니다. 영상을 잘 봐라. 신들은 다만 우리를 보살피기 위해…….
-신이 아니라 인간이란 게 문제다!
입을 벌린 채 격앙하는 사람들, 분노하는 이들,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혼란스러워하는 자들, 어찌 할 줄 모르는 이들, 턱으로 손을 짚고 생각에 잠긴 사람들, 가끔 ‘아아, 그래서 그때 그런 일이……’ 하고 뭔가를 깨닫는 이들.
-거짓된 신들!
누군가가 소리쳤다.
-신들을 거짓된 성전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인간이라지 않는가!
-맨날 우리를 위한다, 우리를 사랑한다 그랬으나, 결국은 자신들의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 탑에 오르고 스테이지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해서 아니었겠나!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사실 자체에 배신감을 느끼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세력이 나타났다. 그들에겐 우리가 얼마나 애를 썼고 노력해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런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신이 아니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배신감을 느끼기 충분했나 보다. 그들의 배신감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을 굽어온 신들에 대한 저주로 이어졌다. 그들의 저주는 곧, 우리를 죽이자는 외침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 거짓된 신들을 끌어내자!
-우리의 조상들이 받은 한, 인생, 모든 것을 거짓된 신들에게 문책하자!
-거짓된 신을 끌어내라! 거짓된 신을 끌어내라!
여전히 절대다수의 종족들은 망연자실하거나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소수의 분노가 전염병처럼 퍼져 순식간에 밀림을 휩쓸겠지.
“……안 괜찮아. 김공자. 이건 정말로, 안 괜찮아.”
아나스타샤가 중얼거렸다.
흑룡의 길드장으로 살아온 그녀다. 누구보다 여론전과 선동전에 발을 깊이 담았다. 흑룡주이기에 지금 상황이 얼마나 불길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한 이번 상황을 잠재워야 하는 이단심문관이 얼마나 불안한 인선인지, 제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겠지.
“아니요.”
하지만 나는 계속 아나스타샤의 걱정을 잘라냈다.
“제가 괜찮다고 말씀드린 건 지금 상황이 좋다는 게 아니에요. 이단심문관 씨가 믿음직스럽다는 얘기도 아니고요. 단지……."
나는 홀로그램을 돌아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괜찮을 거라고요.”
그 순간이었다.
찰싸아악!
밀림 전체에 채찍질이 울려퍼졌다. 분노하던 이들, 소리치던 이들, 고민하던 이들, 불안해하던 이들, 모든 사람들의 귓가에 채찍 소리는 날카롭게 저며들었다. 수십만의 인파가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봤다.
-시끄럽다. 라임.
화하평의회 629대 의장.
산와족에서 가장 강한 전사, 세임슬람.
-떠들지 마라.
-뭐? 이런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떠들지 않고…….
-이제부터 화하평의회 의장의 이름으로 법안을 올린다. 법안명은, [이 자리에서 신들과 관련하여 단 한 마디라도 하기 위해선 화하평의회 의장과 결투를 벌여야 한다. 1번 공격을 막거나 회피할 때마다 1번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
-.......
다시 말하지만 화하평의회는 독특한 관습을 지니고 있다.
어떤 종족이든 출신이든 상관없이, 이 세계에서 2000번째 쯤 강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화하평의회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하는 즉시 의원으로 대접받으며, 종족의 운명을 판가름짓는 회의에서 자유로이 발언하거나 투표할 수 있다.
단, 결투에서 패배하면 자신의 소견을 굽혀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일 싸움을 잘하는 인간]이 의장이 되기 마련이었고, 대체로 의장이 뜻하는 바대로 표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반대파가 있으면 전부 결투를 걸어 쓰러트리면 그만이니.
-어......
-마침 화하평의회에 가입한 놈들이 다 여기 있군. 라이무.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놈은 손을 들어라.
세임슬람이 쿨하게 말했다.
-어차피 반대할 사람은 한 명도 없겠지만 말이다. 만장일치야말로 우리 화하평의회의 오랜 전통이자 긍지 아닌가.
-.......
전사들이 우물쭈물거렸다.
의회 역사상 최초로 지정족이 아닌 종족으로서 의장직에 올랐다. 단순히 이 사실만 봐도 세임슬람이 미친 칼쟁이임이 넉넉히 증명된다. 그 증명을 차마 인정하기 싫어한 지정족들이 수두룩했는데, 덕분에 당시 장례업계가 호황을 맞이했다고 한다.
-우고르…… 의장.
의원들 전원이 침묵하는 가운데, 지정족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아니. 이제는 지정족이 아니라 아수라(阿修羅)라고 불러야 옳을지도.
조금 전과 달리 아이들의 피부는 붉게 반들거렸다. 근육진 어깨, 가슴, 복근에선 붉은 살이 옅은 기름을 머금은 것처럼 울퉁불퉁했다. 입에서 초승달 모양으로 뻗어나온 송곳니는 날카롭기 그지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내가 딱히 의장이 올린 법안에 반대하는 건 아니고…. 응?
그 무시무시한 아수라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양손을 배 위에 올렸고, 머리를 45도 각도로 숙였으며, 오러나 투기를 일체 발산하지 않았다. 너희 뭐 하니.
-아닌데. 뭐냐?
-우, 우리 겉모습이 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우고르. 몸집도 좀 더 커졌고. 보기만 해도 딱 오러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거 같지 않나? 그것도 막 쌓아올려서 휙 불면 날아갈 거 같은 저질 오러가 아니다. 이 세계에 태초부터 살아 있었다는 기룡의 오러다. 굉장하지 않나?
-어쩌라는 거냐.
-그, 의장. 우리 이제 좀 쎄진 거 같은데…? 어쩌면 의장직이 오늘부로 629대에서 630대로 넘어갈지 모르고, 또 어쩌면 그게 본인일지도 모르는데....
-결투 신청이냐?
-하, 한 번만.
더는 말이 필요없었다.
세임슬람은 하나 남은 촉수로 칼을 잡아 도전자한테 쇄도했다. 일보(一步). 두 사람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세임슬람은 그저 한 걸음으로 간격을 갈무리했다.
-우거!?
하지만 도전자도 초보가 아니었다. 화하평의회에서 어깨 좀 흔들 정도의 고수였다. 아수라는 도끼를 들어 공격을 맞받아쳤고, 차아앙! 자신에게 가해진 충격에 붉은 손바닥이 얼얼해졌다.
-미친,
-생사결(生死結)인지 생결(生結)인지 1초 안에 안 말하면 네 모가지를….
-생결! 생결! 생겨어어얼!
쿠웅.
도전자가 도끼를 털어트렸다. 이미 세임슬람의 칼은 도전자의 턱밑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도전자는 붉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믿기지 않는단 눈으로 자기 시대의 최강자를 보았다.
-아니… 우리… 진화도 했는데….
-너희만 진화했나? 라임. 나도 진화했다. 네가 기룡의 오러를 퍼마시는 동안 내가 퍼먹은 건 뭐 밀림의 좋은 숲속 공기밖에 없었던 거 같은가.
-제길!
-지정족과 산와족이 두 패로 갈리어 싸운다면 그야 지정족이 압승하겠지. 너희의 진화가 훨씬 더 극적인 효력을 발휘했던 것 같으니. 허나, 나는 그냥 달팽이가 아니다. 라임.
세임슬람이 칼을 털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쎈 달팽이지.
그녀는 주위에서 자신의 결투를 지켜본, 수십만 인파를 둘러보며 말했다.
-반대 의견인 자. 있는가?
-.......
-없으면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한다. 이곳은 화하평의회의 임시 의회장이 되었으며, 화하평의회의 권위가 미치는 한, 여기에 발을 들인 너희 모두도 우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신들과 관련해 입을 빵긋거리려면, 최소한, 내 칼을 1번은 막아내라. 방금 나한테 깨진 의원처럼 말이다.
세임슬람이 푸르흡픕, 웃었다.
-약한 새끼들의 변명으로 시간을 칠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답군.
그리고.
탈락자 대기실에서도 이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이단심문관이 앉은 소파에서 하얀빛이 새어나오더니, 스멀스멀 그의 몸을 집어삼킨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게 무슨 일이냐며 돌아보자, 이단심문관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엇? 아. 과연. 대화나 면담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직접 저곳으로 가서 대화해야 한다]는 의미였군요! 아하핫. 하긴 산와족 전체를 여기에 소환하는 것보다 저 한 명이 저곳에 소환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화아아악-
빛은 빠른 속도로 강렬해졌다. 아마 몇 초만 지나도 곧바로 이단심문관을 사로잡아, 이곳이 아닌 저 세계로 이동시키겠지.
그 전에 주의를 줘야만 했다.
“이단심문관 씨!”
“예! 저의 주인!”
“당신은 저 아이들 부모입니다! 부모라고요! 알겠지요? 부모가 된 심정으로 대답을 하고 대화를 해야…… 아니, 젠장. 이렇게 말해도 당신은 못 알아먹잖아!”
이단심문관이 활짝 웃었다.
“네! 못 알아듣습니다!”
빌어먹을!
“그냥 최대한 다른 사람 입장도 생각해보고 상상해보고 그러십쇼! 알겠습니까! 어려우면 주변 애들한테 물어도 보고요!”
이단심문관이 아핫, 웃으며 경례를 취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파앗!
하얀 빛이 이단심문관의 온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