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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자살헌터-297화 (297/400)

297화.  < 놈이 전설이다. (2) >

2.

동굴의 아지트에 신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보조작가? 살아 있었나? 놀랍군.”

“어제 마탑에서 난리가 났다더니. 너희들 짓이었구만”

다른 성좌를 모시는 신도들. 그 중에는 이미 오래 전에 성좌를 잃어버린 자도 있었고, 아직 잃지는 않았지만 마탑에 눈도장이 찍혀 도피생활 중인 이도 있었다.

이른바 50층의 비주류였다.

“마탑에서 척살령이 내려왔다고. 어이! 굉장하잖아!”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가 보조작가의 어깨를 툭 쳤다.

“도대체 얼마나 거미 새끼들을 빡치게 했으면 척살령까지 내려와? 부럽네. 야, 보조작가. 하무스트라 같은 성좌는 얼른 던져버리고 우리한테 와라. 잘 해줄게!”

“……네 손목을 비틀어버리지 않는 게, 너희들을 초대한 사람으로서 갖춘 마지막 예의야. 내 상식적이고도 우아한 예의범절에 고마워 해.”

“두 번 고마워하면 목숨이 날아가겠군. 낄낄.”

신도들은 왁자지낄 떠들며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평평한 석순을 찾아 앉는 사람, 아예 누워버리는 사람, 자기가 가져온 누더기 방석을 깔아 앉는 사람….

언뜻 보기엔 오합지졸.

도떼기 시장 같은 모습이었다.

"음."

하지만 내 감각은 조금 전부터 날카로워져 있었다.

‘강하네요……. 이 헌터들.’

-뭐, 죄다 마탑에 쫓겨다니는 거렁뱅이들이니까.

배후령이 팔짱을 꼈다.

-달리 말하면 아직까지도 마탑에 붙잡히지 않았다는 거겠지. 요령이 좋거나. 운이 끝내주거나. 그냥 강하거나. 셋 중에 하나만 갖췄어도 그놈은 강한 놈이다.

‘여기 모인 사람 한명한명이 최소한 성기사급이에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세계에서 열 손가락. 어쩌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가 이곳에 섞이면 [평균]이 될 것이다.

‘역시 만만치 않네요. 50층.’

여태까지 독점도시에서 만난 헌터들은, 그야 약골은 아니었다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족했다. 기껏해야 [오러를 기본으로 쓸 줄 알아? 나쁘지 않네]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모여든 신도들은 달랐다.

‘누군지 몰라도 불청객도 한 명 숨어 있고.’

나는 어두운 동굴의 저편을 힐끗거렸다.

기척을 숨긴 채 이쪽을 조용히 바라보는 헌터마저 있었으므로.

과연 50층의 이름값을 하는 진용이었다.

“우선, 다들 오늘 밥 먹을 돈도 없을 텐데 모여줘서 고마워.”

보조작가가 일어섰다.

그녀는 회합의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신도들은 집중하는 듯, 딴청을 부리는 듯, 보조작가를 쳐다봤다.

“이중에는 10년 만에 얼굴을 보는 사람도 있어. 보지 못하게 된 사람도 있고. 나는….”

“어이. 작가 양반.”

아까 보조작가의 어깨를 친 여자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녀는 뭔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우리한테 격렬한 반가움을 표시하는 와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뭐야?”

“아까부터 나는 굉장히 불편하거든. 아마 나만 불편한 게 아닐걸. 아, 착각하진 마. 기껏 우리를 불러 놓고 의자 하나, 방석 하나 준비해두지 않은 걸 탓하는 게 아니야. 없는 형편인 거 다 아니까.”

여자는 웃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이쪽으로.

푸른색 눈동자가 바라본 방향에는 내가 앉아 있었다.

“저 녀석. 뭐냐?”

"......."

“지금 위장이 쿵쾅거린다고. 어제 먹은 쥐새끼 꼬리가 막 목구멍으로 올라올 거 같잖아. 작가 양반. 모처럼 초대를 받아 놀러왔는데 친구가 집에서 펭귄을 키우고 있다고 해봐. 그것도 쇠창살 같은 것도 없이. 밥이 넘어가겠어?”

말투와 다르게 헌터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어수선한 공기가 가라앉았다.

나는 깨달았다. 신도들이 보조작가한테 집중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무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헌터들은 다름 아니라 [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내가 그들의 역량을 가늠하고 놀랐듯 그들 역시, 나를 탐지한 것이다.

“...그래. 안 그래도 말해주려고 했어.”

보조작가가 한숨을 쉬었다.

“소개할게. 이 사람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몸이 움직이자마자 허리춤에 손을 갖다댄 신도들도 있었다. 언제든 무기를 빼어들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인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초면이다. 되도록 사람들에게 호의를 전달하기 위해 나는 방실, 웃었다.

“제 이름은 김공자입니다. 펭귄이라고 평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어릴 적엔 저도 펭귄의 살갗이 대체 어떤 감촉이 드는지 궁금했습니다.”

“김공자? 어이, 이명이 아니라 이름이잖아.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명을 말해.”

“예. 이명은 사왕입니다.”

"......!"

동굴 속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비유가 아니었다. 그동안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던 신도들 몇몇이 단번에 오러를 끌어올린 것이다.

“사왕? 마호스가 토벌령이랑 추적령을 내린 그놈?”

“수많은 세계를 집어삼키고 무수한 인간을 언데드로 만든 이단교주잖아!”

“보조작가! 저런 리치를 왜 회합에 초대한 거냐!”

으음.

아무래도 내 방실 웃음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나 보다….

나는 살짝 풀이 죽었지만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다들 진정해주세요. 저는 리치가 아닙니다.”

“뭐?”

“여러분이 저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저도 여러분을 공격하지 않아요. 펭귄만큼이나 안전하고 무해한 생물체라 할 수 있죠. 제 미소를 봐주세요. 어딜 봐서 리치처럼 생겼습니까.”

“……으음, 어. 혹시 이단교주가 아니라는 소리냐?”

예의 껄렁한 헌터가 물었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작은 교단을 하나 맡고는 있습니다. 이단은 아닙니다만.”

“……죽은 사람을 언데드로 부린 적은 없고?”

“언데드라는 정의가 조금 난해하군요. 죽은 사람을 소환하는 능력은 가졌으나 좀비나 흡혈귀로 부리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의 사자 소환술 덕분에 행복해진 사람이 많아요.”

“……. ……마호스가 말하길, 당신, 성좌를 죽이고 다닌다던데.”

“에이. 말이 심하네요. 성좌를 죽이고 다니다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둘 정도밖에 죽인 적 없습니다.”

“이 새끼 역시 이놈 악의 언데드 리치 노라이프킹-오버로드가 맞잖아!?”

“뭐하는 거냐, 모두! 당장 저놈을 제압해! 우리가 당한다!”

곤란하다.

어째서 친절하게 대답해드렸는데도 이렇게 되는 걸까….

-야, 너 사실 즐기고 있지? 그치?

‘억울한 모함이네요. 중상과 비방을 그만둬주세요.’

결코 의도적으로 즐기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나를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알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서 정체불명의 재미를 깨달았을 뿐이다.

“읏차.”

나는 허리춤에서 성검을 칼집째로 풀었다. 움찔! 나를 경계하고 있던 신도들이 멈칫했다.

그들에게 어떠한 적의도 없음을 보이면서- 천천히, 발밑에 검집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들을 향해 텅 빈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자아. 보세요.”

방긋 웃으면서.

“물지 않습니다.”

"......."

“[영원한 평야의 군마]가 저를 공공의 적으로 선포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마호스는 정말로 저를 악의 군주로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를 때마침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죠. 여러분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라고? 마호스가?”

껄렁 헌터가 되물었다.

“그놈은 성좌계의 왈가닥 같은 놈이라고. 우리를 위해서라니, 무슨 소리냐?”

“보조작가님한테 들었습니다. 마탑에 소속되지 않으면 51층으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게 현재 이곳의 상황이라더군요. 하지만 여러분은 마탑에 소속될 생각이 없을뿐더러… 마탑을 깨부실 힘이 없지요.”

"......."

“죄송합니다.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닙니다. 다만, 성좌들이 보기엔 현재 상황이 답답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호스는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일종의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왜 내가 50층에 오르자마자 마호스는 나를 적대했을까.

자신의 사도였던 금사매를 빼앗았기에? 오직 그런 이유만으로 싸움을 결심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로 나를 죽이기 원한다면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서 기습할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처럼 [실력자]들만 모아 공격했어야 한다.

“마호스는 저를 악의 보스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

“마탑을 대신해서 말이지요."

그것은 확신을 담아 한 말이었다.

“……과연.”

껄렁 헌터가 눈을 감았다.

그녀는 흐음, 하고 나를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를 [새로운 보스]로 만들어버린 다음에 토벌한다. 그래. 그렇군. 마치 살천성처럼, 요컨대 [시즌 이벤트 보스]로 삼는다 이 말이지.”

“예. 저는 그렇게 짐작합니다. 꿩 대신 닭. 이빨이 없으면 잇몸이니까요.”

다른 신도들도 술렁거렸다. “아하”, “과연…” 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저마다 납득한 것이다.

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동굴 천장을 올려봤다.

[‘영원한 평야의 군마’가 침묵합니다.]

침묵이 긍정일 때도 있는 법이지.

“좋아. 사왕. 매우 그럴싸한 지적이야.”

껄렁 헌터가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한테 그걸 알려준 이유가 뭐지? 현명하다고 말하긴 어렵군. 우리가 너를 악의 리치로 여겨야 하는 이유가 더 늘었을 뿐이잖아.”

그녀는 히죽거리며 단검의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아무렴 마탑을 깨부수는 것보다야 널 처치하는 게 더 쉽겠지. 안 그래? 50층에서 거지 노릇을 하는 것도 마침 질려가던 참이거든! 나도 마호스의 퀘스트에 동참하고 싶어지는데.”

명백한 도발.

“아. 물론입니다. 그것도 여러분의 선택이죠.”

나는 아하하 웃으며 양손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하지만 과연 마탑을 무너트리는 것보다 저를 죽이는 게 더 쉬울까요?”

“뭐?”

“여러분과 같은 실력자라면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죽여왔을 겁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일에도 익숙해졌겠지요. 하지만, 여러분.”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말입니다. 원래는 정말로 어려운 일 아닐까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

“단순해요. 마호스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를 [마탑의 대체물]로 여기진 않았을 거라는 말씀이죠. 어쩌면 저는 정말로 [마탑과 비등할 만큼 토벌하기 어려운] 적일지도 모르잖아요. 저 혼자, 저 한 명이, 마탑 전체를 대신할 정도로요. 여러분이 과연 그런 저를 잡을 수 있을까요?”

껄렁 헌터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잇소리를 냈다.

나는 겸손하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었다.

“여러분은 살천성도 잡지 못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도발에는 도발로 응수한다.

그것이 내가 배운 매너다.

“하."

껄렁 헌터는 입가를 이죽거렸다.

“그것도 좋지! 어디 니가 정말 살천성급인지 시험을----."

“아니. 관둬라. [광전사].”

그 순간이었다.

나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두른 남자였다. 발소리도, 숨소리조차 흐르지 않았다. 오직 그가 낸 목소리만이 아무런 종적 없이 흘러나왔다.

신도들은 그제야 그의 인기척을 감지했는지 깜짝 놀랐다. 단검을 잡아 빼들려고 했던 껄렁 헌터도 눈썹을 찡그렸다.

“……[파파라초]? 뭐냐. 언제부터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어?”

“너희들이 오기 전부터.”

붕대의 헌터가 중얼거렸다.

“아직 내 실력이 녹슬지 않은 모양이군. 기쁜 일이다. 너희 중에서 나를 감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아? 당연하지. 네가 작정하고 숨으면 누가 찾아내냐?”

“저 남자는 찾아냈다.”

붕대의 헌터. 파파라초라 불린 남자는 나를 가리켰다. 언뜻 손이 드러났지만, 손톱부터 손등 너머까지 붕대로 칭칭 묶여 있었다.

“아까부터 나를 알아채고 경계하더군.”

"......."

“나도 승부욕이 올랐다. 너희들이 얘기하는 동안 끊임없이 저 남자의 사각을 노렸다. 틈이 보이면 정말로 목을 끊어보자는 욕심까지 들었어. 하지만, 검을 내려놓는 순간조차 결국 빈틈이 안 보였다.”

“그건……."

“우리보다 강하다는 뜻이지. 명확하게.”

껄렁 헌터, [광전사]가 이빨을 씹었다.

“설마 진짜로 마탑 수준이라고? 어이. 구라까지 마.”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은 알지. 나는 한 수 위의 상대한테 목숨을 대가로 대련을 받는 취미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너도 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광전사는 다시 한번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길이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할는 것이 느껴졌다. 살의를 담은 눈, 승부욕에 타오르는 눈, 무엇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억누르는 눈이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눈빛이기도 했다.

“괜찮아요.”

나는 방긋 웃었다.

“죽이지 않습니다!”

"......."

내 배려에 어째서인지 광전사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녀는 후우우, 후우, 한숨을 끊어서 뱉었다. 그리고 단검에서 느릿느릿 손을 땠다.

‘어라.’

안 덤비는 건가? 좀 아깝다.

50층의 실력자는 어떤 무예를 뽐낼지 기대했는데.

아쉬워하는 나를 두고 배후령은 끌끌 웃었다.

-짜식. 신고식 한번 요란하게 치르는구만.

한 명이 난입해준 덕분에 일촉즉발의 상황은 피했다.

"......."

"......."

그러나 동굴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긴장감이 흘렀다. 여태껏 여유를 부리던 신도들까지 [광전사]와 [파파라초]가 나눈 대화를 듣고는 명백히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신도들도 많았다.

"으으음."

난감하군.

이런 분위기가 될까봐 될 수 있으면 부드럽게 나갔는데.

나는 뺨을 긁었다. 세상만사, 말과 미소로 풀릴 수는 없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뭐. 칼부림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르죠. 시작이 좋아요!”

"......."

“제가 보조작가님한테 부탁드려서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저 혼자서 마탑을 쓰러트리긴 어렵고…. 제가 가진 세력을 소집하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그래서야 별로 의미가 없죠. [검제의 재림]이 될 뿐이니까요.”

“……그게 무슨 뜻이야?”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서는 부족하단 겁니다.”

나는 손뼉을 쳤다.

“저는 제가 이기는 것 이상으로 여러분이 이기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뭐?”

“보조 작가 씨.”

나는 보조 작가를 돌아보았다.

“보조 작가 씨는 말했지요. 어차피 자신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보조 작가는 침묵했다.

거듭, 침묵을 통해 전해지는 의지도 있는 것이어서 나는 여러가지를 이해했다.

그런 말을 그냥 자조 삼아 하지야 않았겠지. 보조 작가의 그 말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아닐 필요가 있는 겁니까?”

“......당신.”

“보조 작가 씨에게만 하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다시금 신도들을 둘러보았다.

말했다.

“이 50층에서 잊혀져 버린 성좌들. 힘이 약해져 지위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성좌들. 그런 성좌들에게 연락을 취해주세요. 여러분은 그런 별자리들의 신도이니까, 의사소통할 수단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신도들은 나를 수상하다는 눈으로 봤다.

아직 아무런 짓도 안 했건만.

나는 편견의 무시무시함을 느끼면서도 그에 지지 않고 활짝 웃었다.

“[여러분 모두의 퀘스트]를 모아주세요. 제가 그걸 하나로 만들어서, 여러분이 전부 51층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

장내가 침묵했다.

등 뒤에서, 보조 작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저기. 미안한데, 미소가 수상쩍다는 소리 안 들어봤어?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누구라도 당신이 속이 시커먼 데다가 권력에만 관심이 있고 사람 목숨은 파리처럼 여기는 개쌍놈의 새끼라고 생각할걸.”

말이 심하네.

라비엘은 제 미소를 좋아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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