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자살헌터-388화 (388/400)

388화.  < 그가 기다린 시간, 그가 걸어온 시간. (1) >

태초에 그것이 있었다.

그 외에는 없었다.

그것은 홀로 오롯했다. 그리하여 그것은 능히 홀몸으로 영원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는 같지 않다. 그것이 자신이기 위하여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이나, 그것은 자신이 혼자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가 둘이 되기 위해서는 쪼개어져야 한다.

그것 역시 베어지기를 선택했다. 그것은 자신을 자신으로 벼려 만들어낸 대검으로 스스로를 갈랐다. 수평으로 길게 갈라진 그것 중 아랫 부분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고, 윗 부분은 떠올라 하늘이 되었다.

하늘과 땅의 탄생을 기리고자, 사람들은 첫 번째 참격이 벌어진 순간을 두고 [검의 해]라 이름 지었다.

1.

실비아.

전직 소르므윈 학원의 금사매 영애, 현직 사왕가의 시종장 겸 후화원의 정원사.

그녀는 오늘도 늦잠을 자고 있었다.

“우하… 웅… 보았습니까… 가주, 아니 김공자… 이것이 바로, [저의 진정한 힘]입니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어서일 것이다.

자신의 가문명이 에바나일인지 에비나일인지 슬슬 스스로도 햇갈리기 시작하는 지금, 꿈이야말로 이 세계가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하지만 물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 버린 무자비한 악신이 만들어낸 이 기괴하고도 악몽 같은 세계는 그녀가 그런 꿀잠에 취해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실비아 님.”

깊은 잠에 사로잡힌 실비아를 깨우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긋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한 때 불멸의 용제, 한 때 수호의 여신, 한 때 제국의 수호성검, 한 때 반짝이라 불리던 칼, 한 때… 하여간 이것저것 하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별 연관성 없이 단절된 경력들만 오지게 쌓아 오던 이 여성은 휘야라는 이름이었다.

현재는 후화원에서 자신이 만든 나라에 원한을 품고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갔던 원수 에스델과 차를 마신다거나, 제목을 붙인다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던 나는 이세계 전생하여 여신을 만나 기억을 버리는 무쌍 스킬으로 갓 슬레이어(神殺者)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정도로 붙을 만한 삶을 살게 해준 이전 파트너 김율과 초고전 게임 스매시 브라더스를 한다거나… 아무튼 역시나 별 연관성 없는 일들을 많이도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늦잠을 자는 실비아를 깨우는 것이었다.

“실비아 님, 슬슬 일어나실 시간이예요.”

“웅…."

“실비아 님.”

“5분….”

실비아가 고블린 인형 베개를 꽈악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5분만… 제발 5분만 더 아가리 싸물고 쳐기다려주세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휘야의 장점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잠자코 5분간 기다린 다음 말했다.

“실비아 님, 5분 지났어요.”

“5분을 기다렸습니까… 훌륭하네요… 5분 기다렸으면… 10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아… 믿겠습니다… 당신의… [기다리는 의지]를...."

논리로 설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휘야의 장점 중 하나였다.

그녀는 한 번 더 10분을 기다린 다음 말했다.

“실비아 님, 10분 지났어요.”

“냥…."

“슬슬 깨어나셔야해요.”

“어째서요…?”

“일하셔야지요.”

“만약 제가… 일을 하기 싫다면…?”

실비아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그대로 척,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생각해보십시오… 수호의 여신… 휘야… 대머리… 뭐든 간에. 생각을 해보란 말입니다….”

“대머리가 아니라 반짝이예요.”

“아 씨 비슷한 거잖아요 이 빛나리야… 아무튼 생각을 해보라고… 제가… 일하기 싫다면… 그런 황금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어쩔 겁니까…? 일하는 것을 강요할 겁니까…?”

실비아는 들어올린 손에서 손가락을 하나만 펼쳐보이더니 그것을 까닥까닥 흔들었다.

“노, 노, 노… 그럴 리 없겠죠… 그럴 리 없어요… 대머리….”

“대머리 아니예요.”

“휘야, 당신은 그냥 저를 자게 해주실 겁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대신 해줄 거예요….”

“음… 어째서인가요?”

이런 개헛소리에도 차분하게 반응해준다는 것 또한 휘야의 장점 중 하나일까?

아니, 과연 그건 단점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실비아는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분명 반쯤은 꿈꾸면서 대답했다.

“왜냐하면 당신은---여신, 이니까….”

"......."

“여신님… 도와주세요… 어차피 생긴 것도 베르단디 비슷하게 생겼으면 콱… 좀 생긴 값을 해주세요… 실비아였습니다… 이만…."

“실비아 님….”

실비아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치켜 세웠던 손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떠난 것이다. 꿈의 세계로. 사람도 아닌 여신을 15분이나 기다리게 하고서.

"......."

그리고 이런 일을 당해도 휘야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한 장점이자 강점이었다.

왜냐하면, 휘야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직접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비아가 말한 대로 휘야는 여신이며, 휘야를 대신해서 화내 줄 이들은 많고도 많았다.

어찌나 많은지 휘야 속에도 여럿이 있을 정도다.

“부탁해요, 자매님..”

“예. 맡겨 주십시오. 자매님.”

[ 수호의 여신이 수호의 여신 얼터 ~Sympathy Form - 로 변신합니다. ]

휘야의 머리카락과 날개가 검게 물들었다.

[ 수호의 여신의 성좌 등급이 조정됩니다. ]

[ 수호의 여신의 스킬 셋이 변화합니다. ]

휘야가 몸에 걸친 옷자락이 그 폭이 졸아들어, 자락과 기장이 낙낙하던 드레스는 질박한 색감의 수도복으로 변했다. 백금을 벼려 만든 듯 희던 손톱들도 새까맣게 물들었다.

흑색의 천사가 강림했다.

휘야가 베르단디로부터 상표권 도용 소송을 당할 것처럼 생겼다면, 휘야의 검면(劍面) 중 하나인 [연민검의 태세]는 구원하 자문사로 부터 저작권 침해 신고를 당할 것처럼 생겼다.

심지어 말투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성격도 비슷하다.

“상처 없는 고통.”

“갸아아아악!~”

실비아가 오이 만난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연민검의 능력, 고통을 부여하는 그 손길에 잠이 번쩍 깬 것이다.

“아, 뭡니까! 이건 실비아 학대입니다!”

“잠은 좀 깨셨습니까.”

“잠이 깨요? 아니. 깨다 못해 저 멀리 도망치는 바람에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것 같은 기분인데요. 뭡니까 진짜? 좀 더 실비아를 소중히 여기지 못하겠습니까!?”

“한 발 더 드립니까?”

“좀 씻고 나오겠슴다.”

실비아는 호다닥 욕실로 도망쳤다.

잠시 후, 여러모로 산뜻해진 실비아가 나왔을 때, 그곳에는 다시금 초기 버전의 휘야가 밥을 차려 놓고 있었다.

실비아는 계란 비빔밥을 싹싹 비벼 먹으면서 악담을 늘어놓았다.

“그거 압니까? 그렇게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행동이 쌓이고 쌓이는 바람에 아이김 제국이 자문사한테 그 짓거리를 하게 된 겁니다. 반성하십쇼.”

“앗, 과연. 그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휘야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수그렸다.

실비아는 입을 떡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숟가락으로 양푼 접시를 땅땅 소리가 나게 두드렸다.

“아니 뭔… 댁 님이 소환한 양반한테 봉인 당해 있었잖아요. 근데 뭔 [그것도 관련이] 운운이예요?”

“그치만….”

“그치만이고 자시고 자기 탓 하지 마세요. 짜증나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 거니깐. 신이란 게 뭐 그리 순진해빠졌어?”

계란밥을 흡입하고 숭늉을 들이켜 한 끼를 뚝딱 해치운 실비아는 일어서 기지개를 켰다. 그러는 동안 휘야는 잠자코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실비아는 쯧, 소리를 내고는 정원사 복을 걸쳐 입으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면 댁은 대체 뭐랑 싸웠던 거예요?”

“네?”

“김율인지 김율무차인지. 소환한 이유가 있을 거 아녜요. 소환하고도 한참 싸웠다매요. 그 이유가 뭐냐고요. 궁금하네.”

“아아.”

실비아가 하도 자주 늦잠을 자다 보니 원장은 조례 시간을 밤으로 바꾸었다. 에스델은 원로님께 폐를 끼친다며 펄펄 뛰었고, 김율은 말없이 곁에 서서 무언의 압박을 주는 식으로 실비아를 압박했지만, 실비아는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이 나라의 기상 그 자체였으므로 담담히 버텨 내었다.

요컨대 조례까진 시간이 제법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모삽을 짊어진 실비아와 노을이 가득찬 양동이를 머리에 인 휘야는 화원으로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휘야가 대답했다.

“또 다른 저와 싸웠어요.”

“세상에. 자문사랑 그렇게 차를 마시면서 친목질을 하더니만… 아까 그 얼터 폼도 그렇고 언제 독사 바이러스가 거기까지….”

“아니아니! 음, 진짜로! 정말 진짜 또 다른 저랑 싸웠었어요.”

휘야가 드물게도 격한 손사레를 치면서 쩔쩔맸다.

실비아는 그런 휘야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설명해 보세요.”

말했듯 너무 착해서인지, 아니면 독사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당해서인지 휘야는 순순하게 그때의 싸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설명의 내용이란, 화원에서 둘이 마주친 김율의 부연에 의하면 다음과 같았다.

“휘야는 그때 둘로 나뉘어 있었다. 나쁜 휘야와 좋은 휘야였지.”

“슬라임이신지?”

최근 감정을 되찾기 시작한 김율은 휘야만큼 속이 넓지는 못했다. 그는 실비아에게 손가락 고무줄 총을 쏘아 보냈다.

물리적인 의미로 따끔한 맛을 본 실비아가 이를 갈았다.

“앗 따가! 뭐하는 짓입니까!”

“시종장. 나를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내 옛 전우를 모욕하진 마라. 그것은 과연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다.”

“어, 그래요. 근데 가영 나리. 그냥 하는 말인데요. 그 너무나도 존중하는 옛 전우의 뒤통수를 우라지게 후려친 건 어디의 누구였습니까?”

“…무엇보다 슬라임이라니. 송사리 몬스터인지 마법과 불이 아니면 처치하기 곤란한 강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호칭은 그만두어라. 정확한 언어 사용에 또렷한 정신이 깃드는 것이다. 실비아. 그대는 시종장으로서 가문의 청결함을 책임져야 할 인물이다. 그것을 좀 더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말 돌렸죠?”

김율이 헛기침을 하더니 수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음. 좌우간. 성역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이 성역이나… 살천성의 성역처럼, 누군가가 [만들어 내는] 성역이 있고, 그저 [태어나는] 성역도 있다.”

“오호.”

“첨산세계… 휘야의 세계는, 말하자면 [태어난] 성역이었다.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휘야의 몸으로부터 나온 것들이었지. 대륙을 뒤덮은 산맥 전체가 거대한 용의 시체가 썩어 만들어진 것이라더군.”

“호오.”

“그 용 또한 휘야의 진체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하여, 긴 시간 이어지던 자신과의 싸움은 마침내 두 세력의 휘야만 남겨두었던 것이다. 나는 그 중 약하고 착한 휘야에게 소환되어 강하고 악한 휘야 일동과 싸워 나가게 되었다.”

휘야가 날개들을 엮어 팔짱을 낀 채 음, 음, 하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거듭나기]의 과정이었다. 휘야가 어떤 존재가 될 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싸움. 가주가 70층 대의 시련을 돌파하여 완전한 성좌가 되었던 그 과정을, 휘야 또한 겪었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김율은 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쁜 휘야들의 날개를 어떻게 하나하나 꺾어 자신의 힘으로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첨산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자신과 휘야의 깃발 아래 모여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늘려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치 잔인한 부분들을 쳐내고 24화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아침에 방영하면 딱 좋을 이야기지요.”

휘야가 추억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

김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가? SRPG로 만들어 팔면 판매고 10만 정도는 나올 것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만.”

실비아는 극혐하는 표정을 지었을 뿐 이 환장 콤비의 자기 평가들에 따로 코멘트하지 않았다.

김율이 물었다.

“하여, 이상이다. 더 궁금한 것이 있는가?”

“그래서, 아까 말 돌린 거 맞지요?”

잠시 고무줄 총탄이 날아다니고 모삽이 허공을 수놓는 시간이 있었다.

“아무튼 일해라! 곧 밥탐이니까.”

"예에예에. 아이고 내 신세야.”

셋은 그렇게 화원 돌보기에 들어갔다.

휘야가 파닥파닥 날아다니면서 노을을 매달고 수거하는 동안, 김율은 긴 전정 가위에 오러를 둘러 길게 난 바위를 다듬었다. 그리고 실비아는 쪼그려 앉아 흙을 뒤엎으면서 푸념했다.

“아, 진짜… 나도 좀 나랑 싸우고 싶네요 지금 내가 불운한 실비아여서 행운인 실비아가 나를 좀 쓰러뜨리고 흡수를… 아니 생각해 보니 그건 또 그것대로 열받네. 흡수를 하려면 내가 해야지. 그 실비아의 행운을 쪽쪽 빨아먹어서 진정한 원 트루 행운아가 되어버려야지 아주… 음.”

실비아가 말하다가 말고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그 혼잣말이 처량했던 것일까?

아니었다.

“에고.”

실비아의 시선 끝에는 자그마한 금잔화가 놓여 있었다.

그 금잔화의 뿌리가 살짝 삐져나와 있는 것을 그녀는 발견했던 것이다.

“너무 울더라 어제… 무슨 개구리 왕눈이도 아니고. 아. 생각해 보니 개구리였던 적 있댔지… 츱.”

실비아는 모삽으로 흙을 퍼서 삐져 나온 뿌리를 덮어주었다… 그러면서 투덜거렸다.

“가주님, 가주님. 빨리 돌아오세요. 꽃들을 이렇게 두고 언제까지 올라가 있을 겁니까.”

당연하게도 그 투덜거림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휘야도 김율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비아는 계속 금잔화의 뿌리를 덮어 다독여주면서 투덜거렸다.

“아니면 혹시 이미 거기에 있습니까? 워낙에 신출귀몰한 양반이니. 투명 스킬로 몸 감추고서 거기에 있다거나… 우후. 혹시라도 거기에 계신다면 저기 있는 당근 꽃을 흔들어주세요…… 우왓 염병 깜짝이야!”

실비아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당근 꽃을 흔들었던 것이다.

“진짜 흔들리고 자빠졌네… 거기 있어요?”

라비엘 보고 놀란 가슴 김공자 보고 놀란다고, 갑작스러운 잔바람에 놀란 실비아가 겨우 가슴을 가라앉혔다.

“있을 리가 없지요, 생각해보면.”

실비아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젠장.”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댁이 저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이 꼴도, 뭐, 그래요. 나쁘진 않아요… 나쁘진 않지만. 특히 김황태 군이 슬슬 황태를 넘어 동태가 되어가고 있는 그 꼬라지를 보면, 아, 난 그래도 나은 편이지… 하고 생각합니다만은. 그래도요.”

정적.

“댁이 이 꼴로 만든 게 저 하나가 아니라고요.”

정적.

“많이들 있으니깐… 그러니깐요.”

그리고.

“빨랑 돌아오십쇼. 좀.”

[ 열쇠 조형 완료. ]

어디선가, 그런 선언이 울려 퍼졌다.

[ 81층부터 90층의 모든 거주자가 당신을 떠올립니다. ]

[ 91층이 클리어됩니다. ]

탑의 그 선언은 실비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실비아에게 들려온 것은 그저 이런 말이었다.

“실비아 님~ 슬슬 점심밥 먹으러 가지요!”

“아, 예.”

자신을 부르는 휘야의 목소리에 실비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덮어 놓은 금잔화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나서, 실비아는 기지개를 켰다.

“오늘 밥은 뭡니까?”

“오늘은 외식이예요. 플라네타리움으로 가지요.”

“아아, 예. 알겠습니다. …자아. 그럼.”

실비아가 손가락을 퉁겼다.

사왕가의 가신들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인해, 성역과 연결된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어디 그 열받는 햄스터 면상을 보면서 샐러드나 씹어 먹으러 가볼까요.”

실비아와 휘야, 김율은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탑의 선언을 들은 자 역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92층에 입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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