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자살헌터-394화 (394/400)

394화.  < 그가 기다린 시간, 그가 걸어온 시간. (7) >

그의 스승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보거라. ]

그 말에는 언제나 약간의 희열이 섞여 있었다.

[ 잘 하는구나. 제법이야. ]

그 말에는 언제나 약간의 질투가 섞여 있었다.

[ 이 부분은 이제 더 가르칠 것이 없겠다. 네가 더 잘하는구나. ]

그 말에는 언제나 약간의 좌절이 섞여 있었다.

그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유독 예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승이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입문할 적에 스승은 분명하게 말했다.

[ 나는 있는 그대로 너를 대할 거다. ]

[ ....... ]

[ 꾸미지 않는다. 감추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넌 항상 내 민낯을 보게 될 거다. 네가 보는 내 모습은 내 바닥의 높이와 정확하게 일치할 거다. ]

스승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그러므로 너는 강해져야 할 것이다. ]

[ ....... ]

[ 간혹 ‘자신은 그저 솔직하다’는 말을 면죄부처럼 휘두르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잊고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의 마음이든 누군가의 마음을 베어버릴 정도로는 날카롭다는 사실이다. 검집을 버린 채 생 칼을 들고 다니는 것을 두고 예법이라 부르는 경우가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대한다는 건 결코 훈훈한 미담이 될 수 없다. ]

스승은 그의 양 어깨를 잡고서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솔직하게 대할 것이다. 네 마음은 내게 무수히 베이게 될 것이다. 각오해두어라. 알겠느냐? ]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이 말한 대로였다.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함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태음굴 사람들이 자신에게 매달릴 때조차, 적들이 자신에게 검을 겨눌 때조차, 완전히 솔직하진 않았다는 것을 그는 그렇게 실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스승은 그 앎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었다.

[ 배려할 수 없는 부분을 배려하지 마라. 베어라. 피해서 돌아가지 마라. 마주해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마라. 받아 쳐라. 날붙이를 들고 대련하는 마음으로 나와 마주해라. 견더라. 맞서라. 강해져라! ]

그는 그렇게 했다.

상처 입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어줍잖게 기분을 맞추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스승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했다… 스승도 그를 그렇게 대해주었다. 산과 들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없듯 둘 사이에는 끼어들 오해가 없었다.

그러기에.

[ 슬슬 떠날 때가 됐구나. ]

그는 그 말의 의미 역시 오해할 수가 없었다.

[ 스승님 ]

[ 오래 버틴 셈이다. ]

스승은 죽어가고 있었다.

진인은 피부로 햇살을 받고 입으로 수액을 빨아 살아가는 종족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신체는 규격은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그 살갗의 광도로 대략의 나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미 그를 처음 만났을 적에 충분히 희미했던 스승은, 어느덧 심지까지 졸아들어 꺼질 일만 남은 촛불처럼 박명을 거듭하고 있었다.

[ 나는 영원히 살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그 뿐인 이야기다. ]

스승이 기침을 했다. 스승의 몸이 한 번 크게 번뜩였다가 졸아들었다.

잘못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며, 동시에 슬픈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는 배웠다.

[ 다행이구나. ]

또한, 아플 만큼 기쁜 일이기도 하다는 것도.

[ 떠나기 전에 너를 만날 수 있어서. ]

그 말에는 진득한 미안함과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 네게 여러가지를 가르쳐줄 수 있어서. ]

그 말에는 짙은 안타까움과 커다란 안도가 담겨 있었다.

[ 너의 스승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그 말에는 바닥 없는 불안감과 드높은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 스승님. ]

그의 스승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내가 부족했다고.

네 앞을 꾸준히 앞서 걸어주지 못했고, 결국 네 곁에 나란히 설 수조차 없었던 자신의 약함을 용서해달라고.

하지만 그러는 대신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모자람을 사과하는 대신 만남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없는 소리를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둘 모두 정확히 같은 비율이었음에도, 둘 중의 어느 쪽을 택하든 거짓이 아니었음에도, 그럼에도 스승은 그러길 선택했다.

그는 그것을 거짓없이 알았다.

쿵!

그가 이마로 바닥을 찍었다.

쿵!

병상에 누운 스승은 희미한 깜빡임을 유지하면서 그런 그를 보았다.

쿵! 쿵! 쿵.!

그것은 스승에게 올리는 절이었다.

스승은 말없이 그 절을 받았다. 한 번의 절에 담긴 감사의 마음, 한 번의 절에 담긴 안타까움의 마음, 다시 한 번의 절에 담긴. 태초의 참격으로 조각난 하늘 하나마다 하나의 혼이 서려 있다고 한다면 그가 올린 절들은 분명 그 혼들 하나하나를 끌어내려 대지에 초혼하는 것이었으리라.

모두 열 일곱 차례의 절이 있었다.

스승은 웃었다. 스승의 얼굴에는 눈과 코가 없어서 입술만 움직여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 고맙구나. ]

스승이 눈을 감았다.

명멸이 스러지고 유백색 몸만 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흘렀을 때,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스승이 없었다.

[ ....... ]

스승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그러나 그렇게까지 막막하진 않았다.

스승이 가르쳐주었다. 그가 지닌 힘의 강약과는 상관없는 문제들이 세상에는 존재했다.

한 사람의 마음조차 그를 상처 입힐 만큼 날카로울 수 있었다. 누군가와 마주할 때마다 검을 맞대는 심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세상이 적수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홀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일 수도 있었지만, 거꾸로 죽어가는 사람 한 명조차 살릴 수가 없었다.

그는 무적이 아니었다.

단지 조금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단지 조금 강함을 타고 났을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그 순간, 그는 더 외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7.

이번 층 역시 클리어 선언은 들어서자마자 이루어졌다.

[ 열쇠 조형 완료. ]

[ 당신의 세계가 엮어낸 세계절편(世界切片)들은 이제 완전히 당신의 세계에 결속되어 있습니다. ]

[ 멸망했던 세계들은 사자세계에서 한 차례 더 기회를 얻었습니다. ]

[ 97층이 클리어됩니다. ]

하지만 그 선언을 들은 자는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에 발을 딛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 조용한 걸음걸이로 세계를 거닐었다.

아니---세계들을.

“한 때 이곳에서는 가혹한 일들이 벌어졌어요.”

그 세계는 박물관이었다.

벽이 티 한 점 없이 희었다. 마찬가지로 새하얀 천장과 바닥은 창백하게 번뜩이는 은빛 도관으로 연결되었다. 병원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곳에 놓인 것은 표본이나 병상이 아니라 각종 동상들과 그림들, 그리고 도구들이었다.

동상의 모티브들은 각양 각색이었으나 대부분 어린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림의 내용은 그 어린 아이들에게 도구들을 사용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도구들은 모두 고문 도구들이었다.

생으로 이빨을 뽑는 도구, 손톱의 틈새를 벌리는 도구, 물을 넣고 불을 당기면 호스로부터 증기가 쏟아져 나오는 도구, 머리카락을 부여잡아 당기면 두피 채 뜯겨 나가는 도구 등,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도구는 다 있었다.

가운을 입은 여성이 갓 교복을 입은 소년 소녀들을 인솔하면서 말했다.

“[불멸하는 행복 전도사]라는 성좌가 다스릴 적에, 이곳에서는 희생양을 선출했어요. 그리고 그 희생양이 지르는 비명을 동력으로 삼아 식량을 생산하고, 기계를 돌리며, 약을 만들었지요.”

소년 소녀들은 숨죽인 채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은 합당한 일일까요? 그것이 합당하다면, 만인을 위해 단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요? 한 순간에 내려지는 죽음과 계속해서 죽음을 유예하면서 이어지는 고통 중 과연 무엇이 더 부당한 일일까요.”

"......."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중에는 여기서 벌어진 일들이야말로 우리들의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사람의 모든 노력은 그것을 외면하기 위한 발버둥이거나 유예하기 위한 헛수고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거예요.”

여성은 소년 소녀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그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아요.”

"......."

“아니, 여러분 중의 누군가가 아예 그것을 이상으로 여기고 추구한다고 해도 좋아요.”

여성은 고개를 들어 박물관에 걸린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비극은, 그러한 세계라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모두가 그러한 세계의 모습에 [익숙해져] 버려서, [의문을 느끼는 사람조차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여성은 한 동상 앞에 섰다.

그 동상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검을 짚고 선 한 남자의 동상을 여성은 손등으로 쓸었다.

“의문 없는 행동은 당연한 작업이 되고, 당연한 작업에는 책임이 없어요.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계에는 더 이상의 가능성이 없고, 가능성이 없는 곳에는 아무런 미래도 없지요.”

"......."

“그래서 이 세계는, 바깥에서 누군가가 찾아올 때까지 멸망한 채 있었던 것이에요.”

학생들 중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많은 이들이 자극적인 그림의 내용에 관심을 가졌다. 누군가는 남자의 동상을 올려다보면서 작게 키득거렸다. 어떤 아이는 고문 도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면서 그 쇠붙이의 질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정말이지 일부였으나)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여러분.”

여성은 그 일부를 향해 말했다.

“여러분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괜찮아요. 다만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세요."

학생들이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런 학생들을 남자의 동상이 굽어보고 있었다.

- .......

동상을 닮은 남자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누구도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없는 남자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 소식이 없다니깐요!”

다음에 남자가 발 딛은 곳은 어느 화려한 궁전이었다.

모종삽을 옆구리에 찬 금발의 소녀가 미간을 찡그린 채 성을 내고 있었다.

“젠장! 좀 알고 싶다고요! 그 빌어먹을 양반이 언제 돌아올지! 정말 콱 뒈져버린 건 아닌지! …적어도 그건 아닌 건 맞다는 거죠?"

금발 소녀의 앞에는 긴 은발을 뒤로 묶은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부채를 접은 채 한숨을 짓고서 대답했다.

“그래. 내 스킬이 발동하지 않은 걸 보면 죽은 것은 아니다.”

“그거 진짜 확실해요? 그거 왜, 가영의 전신(前身) 사건도 있었잖아요. 막 봉인당하거나 그런 거면….”

“그렇다면 도움을 청했겠지.”

“아! 도움 청할 틈도 없이 골로 간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럴 리는 없다.”

은발의 여성은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괴었다.

“아무튼 그는---나의 반려이니까.”

금발의 소녀가 고개를 수그린 채 탄식했다.

“미친 팔불출 부부….”

“지금 뭐라고 했지?”

“미친 팔불출 부부라고 했는데요???”

은발의 여성은 금발의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금발의 소녀는 뭐, 왜, 하는 눈으로 여성의 시선을 맞받다가, 약 1분 정도가 흐르자 헛기침을 하고는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무튼 이거.”

“말을 돌리는군.”

“아! 됐으니까 이거요. 받아요.”

은발의 여성은 소녀가 건넨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잘 말린 생선이 들어 있었다. 은발 여성의 고운 아미가 찡그려졌다.

“이건 뭐지?”

“황태.”

“황태는 왜?”

“황태 아저씨가 갖다 주래요. 이거저거 미안했다던데.”

“하여간 그 남자는….”

은발 여성이 이마를 짚었다… 그 순간이었다.

"......."

은발 여성이 멈칫, 고개를 돌렸다. 금발의 소녀는 화들짝 놀라 똑같은 방향을 보았다가 곧 한 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무것도 없잖아요?”

“왜 그래요? 뭐 귀신이라도 봤어요?”

“……흐응.”

은발 여성은 대답 없이 살짝 웃었다.

금발의 소녀는 그 모습에 오싹함을 느끼는 듯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은발 여성은 손을 뻗어 선물을 받아들었다.

"잘 받았다고 전해다오.”

금발의 소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헤에? 냅다 개한테 던져줄 줄 알았는데. 역시 좀 시간이 지나서 둥글어졌나봐요?”

“아니."

은발 여성은 선물을 옆으로 밀어놓으면서 다시금 턱을 괴었다.

“어디선가 그가 질투를 하는 느낌을 받았거든. 정말이지 귀엽지 않은가.”

“아, 미친 개닭살 커플…. 나 감요.”

금발 소녀가 한탄하며 돌아간 다음에도, 은발 여성은 한동안 자신의 방 한 켠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한 걸음이 이어졌다.

“이 우주 철기사로 말할 것 같으면….”

별이 없는 곳. 무수한 인공 위성들과 그것들을 잇는 거대한 통로들로 이루어진, 오직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거닐었다.

“본 여명산장에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있다오.”

“무슨 전설인데요?”

“나는 전설 따윈 믿지 않지….”

“이 미친 영감탱인 뭐야?”

어둑한 산정 위에 세워진 한 산장. 단지 그 뿐인 세계를 거닐었다.

“엄마! 엄마! 이것 봐!”

“예, 소인의 딸. 황태라고 불리는 것이군요. 어디서 났나요?”

“오-! 황태 아저씨가 줬어!”

자유분방한 소녀가 병약해보이는 여성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세계를 거닐었다.

그 세계에서, 여성과 남성은 잠깐 눈을 마주쳤다. 어쩌면 그 여성의 딸인 소녀와도.

그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정말로 시선을 마주친 것일 지도 모른다. 남자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남자로서는 전전번의 세계에서 자신과 그 은발 여성이 정말로 어떠한 교감을 나누었던 것인지, 그 또한 단지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 뿐 아니었는지 하는 것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곧 알게 되리라는 것만은 알았다.

아주 곧.

- .......

그렇게 여러 세계를 건너온 남자가 마지막으로 멈추어 선 곳은, 어느 봄에 피어난 붉은 모란 꽃 앞이었다.

그 모란꽃 너머에는 검이 하나 박혀 있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탑처럼 높은 묘비도, 산처럼 커다란 봉분도 없었다. 관리를 하기는 하는 모양인지 칼날에 녹만은 슬어 있지 않았지만, 그 밖에는, 무성한 잡초와 아무렇게나 핀 들꽃들로 인해, 그냥 꽃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은 그냥 꽃밭이 아니었다.

단지 그 검이, 그리고 그 모란꽃이 잡초와 들꽃들과 함께 하는 꽃일 뿐이었다.

- .......

남자는 꽃을 향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 .......

첫번째 절에, 남자는 한 무고한 아이의 고통으로 불멸의 행복을 이룩하고자 했던 한 세계를, 그 세계의 죽음과 재탄생을 담았다.

- ........

두번째 절에, 남자는 영원에 붙박힌 은의 심장을, 사랑을 넘어선 의무로 죽었고 의무를 넘어선 사랑으로 살아난 그 세계의 죽음과 재탄생을 담았다.

- .......

세번째 절에 또 다른 세계를.

네번째 절에, 다섯번째 절에, 여섯번째 절에….

- .......

이윽고 마지막 아홉 번째 절에, 남자는 영원한 겨울 끝에 핀 모란을 담았다.

- .......

남자는 꾸벅,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뒷걸음질로 물러나, 모란꽃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에야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 98층에 입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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