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자살헌터-399화 (399/400)

399화

-뉴스 속보입니다

-탑 100층 공략에 나섰던 사왕(死王). 그동안 쭉 소식이 없었지요? 그래서 실패한 것이 아니었는가, 흑룡 길드를 비롯한 5대 길드나 사왕가 측에서도 탐색대를 보낸다 만다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그 모든 이야기가 불식될 것 같습니다.

-헌터 랭킹 1위!

-사왕이 천공극점(天空極点)을 제패했습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들이 탐의 광장에 메아리 쳤다.

-보시다시피 바빌론 광장들은 지금 축제의 도가니입니다. 모두 저희가 알리기도 전에 탐의 메세지로 전해 들으셨기 떄문일 텐데요. 아나운서도 들었지요?

-예. 지금까지 확인해 본 바레 따르면, 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선언을 들었다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천무문주와 성좌 [폐허를 추수하는 소]가 등급이 명명되지 않은 아이템을 만들었을 때와 같은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당시 폐허를 추수하는 소가 사왕의 앞길을 막아서리라는 예언이 있었던 터라 탑이 한차례 뒤집어졌었죠. 우리 탑에 속한 세계들이 연대하여 대규모 토벌대를 조직해야 한다, 아니다 좀 더 두고 봐야한다, 이런 논란으로 탑이 떠들썩 했던게 기억납니다.

-결국 천무문주가 돌아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한 다음에야 논란이 종식됐었죠.

아나운서는 이마를 닦았다.

-그때에 비하면 혼란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탑의 세계 전역에서 술과 닭고기가 동나는 정도가 최고의 혼란이겠네요.

-예. 어떻게 오해할 길이 없을 정도로 좋은 뉴스니까요.

-사왕의 안티를 표방하는 사람들, [사왕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에서는 그걸 또 오해하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만 어떻습니까?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왕(X) 사기왕(O)}, [만들어진 사왕], [사왕과 아이김 제국의 검은 커넥션], [지구의 배반자 - 소르므윈의 꼭두각시] 등등이 쓰여진 피켓을 들어올렸다.

선두에 선 인물들은 목청을 높였다.

-우리들! [사왕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 통칭 [사진요]에서는 오늘 바빌론 일각에서 탑 전체에 전해졌다고 주장되는 특정 메세지에 대해, 그 메세지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탑 전문가를 이자리에 모셨습니다.

전문가님 말씀을 들어보면 (......) 요컨대 사왕이 탑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탑의 관리자들이 사왕에게 편애를 보내는 모습이 관측되었다지 않습니까 (......)

아니면 메세지 자체가 어떤 스킬에 의한 것 일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스킬이 아니더라도, 본 모임에서는 사왕이 성좌의 자리에 들극했다는 사실 자체도 의혹에 휩싸여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보라, 사왕이 성좌가 되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같은 내용의 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다

(......)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날백수의 삶을 살아온 자가 어떻게 탑을 대표하는 헌터가 되었으며, 100층을 정복하느냐, 이는 초등학생 레벨의 상식만 있어도 말이 안 된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는 일......

아나운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조작이다, 사기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고 해도 탑 측과 짜고 조작해 낸 일이니 사왕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100층에 올랐다고 해도 사람들 살림살이가 1그램이라도 나아지냐, 뭐 이런 말들인 것 같습니다.

-몰라도 될 말들인 것 같고요. 100층 돌파를 알리는 메세지가 띈 뒤로 조금 지났는데, 그래소 사왕 본인으로부터는 연락 온 것 없습니까?

-꾸준히 광역 통신사와 5대길드, 이반시아 공작가, 사왕의 사도인 사왕가 가신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 아.

아나운서의 표정이 롹 바뀌었다.

-지금 막 사왕으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어느 쪽입니까?

-흑룡 길드 쪽입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다른 곳이 아닌 흑룡 길드에서 사왕의 연락을 받았노라 전했다는 것은, 이미 사왕의 모든 사적인 접촉은 끝이 났으며, 무엇을 공표하고, 무엇을 비밀로할지가 완벽하게 정해졌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방송국 측에서는 부담이 적어진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현장 연결해주십시오.

화면이 바뀌었다. 흑룡 길드의 홀이 비추었다.

이전, 탑의 운명을 두고 벌어진 투표가 있었다.

개척자가 될 것인가 안주자가 될 것인가를 ㅊ천칭에 건 그 투표에서 사자세계의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투표의 향방을 결정한 것이 사왕의 연설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화면에 비친 흑룡 길드의 홀은 바로 그 전설적인 연설이 벌어진 곳이었다. 아마 그 연상 작용까지 흑룡주가 셋팅한 결과물일 것이다.

탑을 떠들썩 하게 만든 주인공 김공자는 바로 그때 올랐던 자리에 있었다.

-여러분, 사왕입니다!

-90층에 간다고 말하고 길을 떠난지 16년! 무려 16년만에 사왕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나운서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화면 너머, 흑룡길드의 홀에서는 아스라한 소란이 들려오고 있었다.

[여러분 서두르지 않아도 사왕은 곧 여러분의 곀으로 돌아갑니다......]

[기자님들 질서를 지켜서 입장해주셔야......]

흑룡의 길드원들이 그 소란을 통제하면서 기자들을 불러들였다.

그러는 동안 아나운서는 강당안의 상황에 대해 해설했다.

-아, 사왕이 실제로 서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연경입니다.

-바로 옆에 광역 통신사가 서있네요. 발명왕도 와 있는 것을 보면 실시간 연결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방금 [사진요] 측에서는 실제 사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흑룡 길드의 공작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거듭 말하지만 드분들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을것 같고요 저도 실제로 사왕이 나타난 게 아니라 영상 연결이라는 걸 안 순간에는 조금 실망했었는데, 그분들과 비슷하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이 졌습니다 그것 하나는 고맙네요.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회견 장 안쪽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취재로 이행하겠습니다……

곧 김공자가 비지는 빔 프로젝터 앞에 일단의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기자들이 질문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왕님! 아니, 이제 비명을 모으는 하늘이라 불러드 려야 합니까?

돌아온 그에게 던져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사왕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여기 사진요분들도 와 계신 것 같은데 역시 부르고 싶으신 대로 부르셔도 돼요. 염병이라고 부르셔도 괜찮고. 그렇지만 그냥 김공자라 불리는 편 이 좋기는 합니다. 공자 씨라고 불러 주시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네요.

그리고 그의 첫 번째 답변이었다.

기자들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

-100층을 돌파하셨다는 메시지를 저도 받았습니다. 축하드리고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어떤 보상을 받았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제부터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흑룡 길드원들이 최대한 순번을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 들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마치 여럿의 머리를 가진 뱀처럼. 상관 없었다.

어차피 모두 해야 할 이야기들이 었다.

김공자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는-"

2

나는 탑주와 만났다. 기둥이 되었다. 검제와 헤어졌다. 동료들과 대화 했다.

첫 번째 사건을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 열쇠가 꽂혀 무너진 세계에서 탑주가 모습을 드러냈을 적에는 나도 검제도 거기에 대고 소란을 피울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탑주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빡세게 축구하고 운동장 한복판에 뻗어 버린 두 병장 같네요."

대자로 드러누워 숨을 헐떡이던 나는 그 보랏빛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거 탑주님도·…… 축구를 무슨 둘 이서 합니까? 그거 열두 명이서 하는 경기 아니에요?'

“공자 씨가 군대를 안 간 세대라는 게 또 이렇게 드러나는군요. 참으로 쩌는 복선 회수가 아닐 수 없어요."

뭔 소린지 모르겠네.

나는 그제아 탑주를 돋아보았다.

산마루처럼 이 탑의 정상 또한 와 보면 단지 하얀 점이었다. 탑주는 그 하얀 점에 홀로 서서 나와 검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제가 한 손을 들어 보였다.

“헬로, 아지매."

“방가방가, 아재."

탑주도 한 손을 들면서 인사를 받았다.

내가 웃었다.

“보통 이럴 때는 ‘누, 누가 아지매라는 건가요!' 하면서 얼굴을 붉히거나 눈가를 어둠으로 가리면서 ‘방금… 뭐라고 했나요?' 하고 되묻지 않습니까?''

“명천. 방금 그대가 한 말은 [보통] 이라는 수식어로 담아 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님을 자각해 주세요. 소인을 대쳬 무엇으로 만들고 싶은 건가요?"

과연 아이만 스물넷을 가진 다산의 여신답다. 어머니가 없는 나였지만, 읽던 만화책을 어머니에게 발견 당 하면 이런 기분이 들겠지.

탑주가 소매를 팔락이면서 한숨을 지었다.

"[보통」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쓰고 싶다면 이렇게 말해야겠지요. 「보통 은 조금 더 신성하고 임팩트 있는 분위기에서 만나지 않나요?] 하고."

“그 대답은 이미 압니다. 본래대로 라면 여기서 처음 봤어야 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미 탑주와는 여러 차례 얼굴을 맞대었다. 검제와의 첫 대면 보다 임팩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과연 하이요, 방가 방가보다는 더 격식 어린 만남이 가 능했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 분위기 없는 만남의 원 흉이 볼을 긁적였다.

“나랑은 이게 치음이지? 나 때문에 기둥 회의가 몇 차례 소집된 거야 더 검열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 기억 이 나는데."

"사자세계 29층에서 제 단말과 마주했던 것을 셈하지 않는다면, 소인이 항상 여러분들의 곁에 있다는 것을 셈하지 않는다면, 직접 면 대 면 으로 만난 것만을 셈한다면, 그렇게 되겠네요."

“한잔할까?"

“탑의 100층을 넘어, 천공극점에 처음으로 발 디딘 자들이 꺼내든 첫 제안이 그것이라"

탑주는 웃으며 손가락을 퉁겼다

“과히 나쁘지 않군요."

덩 비어 있던 세계에 개다리소반이 내려왔다.

검제가 품에서 도자기 술병을 꺼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거 최소한 140년은 된 술 아니예요?'

“좀 더 됐을걸? 나 있던 곳이 워낙에 날이 빨리 바뀌잖아."

“검제 양반… 혹시 유통기한이라고 들어봤습니까? 저도 혼자 살 적에는 몇 년 된 참치 캔 따서 날짜 지난 라면에 넣어 먹고 그랬는데, 그거 참 안 좋아요. 삶이 영 척박해진다고 할까·……”

“술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상식도 모르냐? 흰소리 그만하고 안주나 좀 차려라."

검제가 앉은 채 발로 내 등깍을 밀었다.

아, 귀찮은데, 하고 궁시렁 거리면서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둥들은 안 왔습니까?"

“데려오지 않았어요."

“어라, 왜요?"

“그야 대부분의 기둥들은 여러분을 환영하지 않을 테니까요. 특히 명천 당신을요."

나는 공녀를 제외한 기둥들이 태고의 지팡이가 뽐혀 나갔을 적에 내게 보였던 태도를 띠올렸다.

불 대신 오러를 지피면서 웃었다.

“저 그런 사람들 약 올리는 거 좋아하는데."

검제도 피식 웃었다.

“이놈이 진짜 그거 하나는 타고난 놈이지."

"그러는 댁도 곁에서 바람 넣는 거 잘할 것 같은데요?"

"이제 몸이랑 입도 있겠다, 지금까지처럼 한동안 니 곁 맴돌면서 놀다가 갈까?"

“제가 검제 양반을 사왕가의 깐죽 자문사로 모시겠습니다."

지핀 오러로 계란 볶음밥을 했다. 생각해 보면 이 계란과 쌀도 꽤 오래됐겠다 싶긴 했지만 안이하기 그지없는 마법 주머니 속에 넣어 뒀던 거니까 괜찮겠지. 여기 있는 양반들이 식중독으로 고생할 짬밥도 아니고.

그동안 탑주는 술잔과 그릇들을 준비해 주었다.

“혼자 온 이유는 여러분들만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겨우 도달자가 나왔는데 저도 좀 즐길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랑 검제 양반의 깐죽거림에 고통받는 기둥들을 결 에서 지켜보는 거, 탑주님 겁나 잘 즐기실 것 같은 데요.”

“물론 즐기지만, 앞으로도 진득하게 즐기게 되겠지만, 그래도.”

탑주는 술잔을 우리 앞에 하나씩 놓으면서 미소 지었다.

“ 지금은 이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네요.”

나는 요리를 마쳤다.

볶아 낸 밥을 주먹밥 형태로 만들고 그 위에 굴 소스 살짝 뿌려 마무리했다.

탑주는 그 계란 볶음밥에 어이가 없었나 보다.

“명천은 밤을 안주로 삼나요?”

“계란 볶음밥에 굴소스 묻힌 거 맛있습니다”

"명천은 밥을 안주로 삼나요? 제대로 못 들으신 것 같아서 두 번 말했어요."

"짭짤해서 술이랑 잘 어울린다구요. 특히 쌉싸름 달콤한 막걸리나 과실주랑은 궁합이 아주 그냥 왓따 입니다. 검제 양반 그거 탁주 맞죠?"

"증류주인데?"

"검제 양반은 배후령에서 벗어나도 검제 양반이군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쓸모가 없어요......"

검제가 술 한 방울에 오러를 담아 내게 쏘아 보내고, 거기에 낵 심장을 꿰뚫려 회귀할 뻔하는 사태가 있었다.

탑주가 우리를 야단 쳤다.

"어떻게 천공극점을 돌파하기 전에도, 돌파한 다음에도 싸움 박질인가요?"

"이런 이런. 탑주님 산다는 것은 [투쟁]의 연속이라구요?"

"공자 씨는 그런 부분에서 독사 씨의 라이벌이 되려 하지 말아 주세요. 잔이나 좀 드세요."

나와 검제는 그렇게 했다.

탑주는 먼저 내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음.

"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