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37)

8화.

“나는 말보단 몸의 대화를 좀 더 선호해, 세딘.”

내가 너를 그렇게 꼬셨잖니.

“몸의… 대화.”

세딘은 곰곰이 그 말을 곱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확실히 황태자는 영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대련? 나는 그렇게 곱게 갈 생각 없어. 목숨 걸고 하는 대련 아니면 안 한단다.”

“그럼 어떻게….”

방법이야 많지.

“일단 너 먼저 대답해 봐. 황태자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영애께서 단독으로 대면하기는 어려우시리라 생각됩니다.”

“왜?”

“…황태자 쪽에서 거절할 겁니다.”

잠깐의 침묵이 모든 걸 말해 주는데? 르네는 쓰게 웃었다.

“까다롭네. 그럼 강제로 만나는 방법을 택해야겠다. 그치?”

“강제…요.”

대체 그게 무슨 방법인지 가늠도 못 하겠다는 얼굴로, 세딘이 내뱉었다.

그러나 르네는 진심이었다. 그런 나쁜 자식의 의사 따위 알 게 뭐람.

“황궁에 잠입하실 계획이십니까?”

“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안 가. 걔가 찾아오게 해야지.”

“예?”

“원래 나는 그, 집 밖으로 안 나오는 놈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은, 그 집에 불을 지르는 거라고 굳게 믿거든?”

가장 빠르고 쉽잖아.

“이해했습니다. 하면 어떤 불을 지르시겠습니까.”

“걔가 제일 싫어하는 불.”

당연하잖아?

기왕 지를 거면, 가장 뜨겁게 해서 아예 초가삼간을 싹 다 태워 버려야 다신 집 안에 박힐 생각을 안 하겠지.

***

“준비는 전부 마쳤습니다, 영애.”

세딘이 마키어스 공작령에 있는 정보 길드에서 나오며 말했다.

“잘했어. 이제 집에 가자.”

“집이라면, 영애의 집 말입니까?”

“응. 너 잠은 꼭 네 집에서 자야 되는 성격이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럼 됐네. 얼른 가자.”

“정말 제가 공작저에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왜? 안돼?”

“그게….”

세딘은 난감한 얼굴로 르네 뒤에 서 있는 마틴 경을 보았다. 마틴은 포기하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영애께서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계시는 분이잖습니까.”

“내가 창피하니? 섭섭하네.”

“그게 아닙니다. 영애께서 제가 부끄러우실까 그런 겁니다.”

“내가 너를 왜 부끄러워하지?”

잘생겼지, 나름 강하지, 능력 있지. 뭘 더 바라야 되는 건데.

“아무래도… 저는 귀족이 아니니 시선이 좋지 않을 겁니다. 얼마 전에 기사 작위를 수여받긴 했지만 영애껜 턱없이 모자라니까요.”

이 동네는 신분제가 그렇게 강하게 적용되는 편이었나. 하지만 소드 마스터라면서.

이 영지만 봐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것 같은데.

르네는 세딘과 함께 다니면서 명성이라는 게 이 세계에서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인지 실감했다.

모두가 세딘을 우러러봤다. 공포와 경외가 섞인 시선이었다. 어찌나 우러러보는지, 세딘의 옆에 있는 르네의 명성이 실시간으로 조금씩 오를 정도였다.

[<용병왕> 세딘 안시라드와 동행한 것을 목격당했습니다! 명성이 1 올라갑니다.(현재 명성: -848)]

[<용병왕> 세딘 안시라드가 당신에게 존중을 표현합니다! 명성이 1 올라갑니다.(현재 명성: -84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