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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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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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눈을 감으면 보이는 광경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과, 그 뒤를 쫓는 괴수들. 탑에서 나고 탑에서 죽는 탑의 생물들.
그 모든 광경들이 순간을 만들었다.
모든 가치 중에서도 생명의 가치가 가장 낮아지는 순간들. 인간이 살기 위해 인간을 밟고 올라서는, 그런 순간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보기 싫은 광경이 있었다.
인간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순간. 희생해야만 하는 순간.
이영은 그 순간이 주는 광경을 증오했다.
“영애. 괜찮으십니까?”
“아, 응.”
세딘의 부름에, 이영은 다시 르네로 돌아왔다. 르네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세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귀엽긴.
지금 그녀는 탑이 발견되었다는 제국의 북쪽 변경으로 향하고 있었다.
혈마의 보법을 사용하면, 이틀 이내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기에 부담 없이 떠날 수도 있었다.
‘물 언니가 있으니 탑을 찾는 게 어렵지도 않을 거고.’
지금 이 시기에 자리를 비우려니 찝찝하긴 하지만, 얼른 다녀오면 되겠지.
그녀는 키릴에게 뒷수습을 맡기고 무작정 수도를 뛰쳐나온 상태였다.
‘안테 그 녀석이 알게 되면 난리 나겠지만… 그래도 이제 예비 황태자비이니, 전처럼 마음대로 화내지도 못하겠지.’
[<파도와 치유의 왕>님이 당신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