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하지만 말이야,
“아버지, 그렇게 정치 감각 없으셔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웃는 얼굴에 침 잘 뱉거든.
“컥.”
르네는 자신의 옆에 앉은 두 남자가 헛기침을 하든 말든, 꿋꿋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건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입가가 미세하게 떨리긴 했지만.
“소식은 들으셨죠? 저, 황태자 전하와 연인 사이인 거요.”
“그래. 들었다. 안 그래도-”
“제가 망하기 일보 직전인 가문, 어떻게 잘 좀 살려 뒀는데 왜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르네는 방긋방긋 웃었다.
“망하기 일보 직전…?”
“몇몇 견제 세력 때문에 무려 공녀가 성녀 살해 누명이나 받고. 기껏 있는 가족들은 그 누명 벗겨 주진 못할망정 거기 홀라당 넘어가서 맞장구나 치고 있고.”
하나하나의 문장이, 키릴과 안테의 심장에 박히고 있었다. 특히 안테의 표정이 매우 굳어지고 있었다.
공작도 적잖이 당황한 건지, 입도 벙긋 못하고 르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는 그들이 평소에 알고 있던 르네 마키어스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스스로 누명도 벗어, 황태자와 화해도 해, 거기다 심지어 연인이라고 발표해. 불을 끄다 못해 그 위에 호수를 만들어 줬는데 왜 아버지는 아직도 저를 애물단지 취급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르네는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아, 혹시 제가 아버지와 상의도 안 하고 모든 걸 해결해 버려서 그런 거세요?”
공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 그러나 발언권을 줄 르네가 아니었다.
“그래도, 당연히 이해해 주시겠죠? 저는 아버지의 ‘딸’이잖아요. 그쵸? 아버지가 제일 사랑하는 딸이요.”
르네는 공작이 다른 소리를 할 수 없도록 계속 못을 박아놨다. 공작은 떨떠름한 얼굴로 못내 수긍했다.
“그…래. 우리가 너를 믿어 주지 못한 건…”
“아주아주 큰 잘못이었죠?”
“…큰 실수였지.”
공작은 최대한 빠져나가려, 이리저리 피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 르네의 눈빛이 서서히 식고 있었다.
“그쵸?”
“하지만 다음번부턴 이런 큰일은 미리 말해주겠느냐, 르네? 이 아비도 뭘 알아야 네게 협조를 하지.”
“저도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는데요. 아버지 얼굴 뵙는 게 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르네는 정말 아쉽다는 듯, 눈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다음번부터는 참고할게요, 아버지.”
이제 당신이 공작가의 원흉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나도 대처해야겠지.
르네는 비수를 갈며 조용히 일어섰다.
“그래도 네가 자랑스럽구나.”
“!”
그 순간, 공작의 말이 내리꽂혔다. 두 아들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공작을 돌아보았다.
분위기 보니,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닌가 보네.
“…제가요?”
“그래. 검도 못 잡는 계집이 사교계에서 평판도 바닥 쳐 어떻게 될까… 했는데.”
공작은 빙긋이 웃었다. 얼굴만 보면 한없이 자애로운 아버지 같았다
“이렇게 보니 충분히 제 몫을 다하지 않느냐. 오히려-”
공작은 안테를 힐끗 보았다.
“가문의 모든 지원을 받고도 소드 마스터 하나 되지 못한 놈들보다야 훨씬 낫구나.”
하. 르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소를 흘렸다. 이제는 비교질이다 이거지.
“이상하네요, 아버지.”
“?”
“아버지도 소드 마스터는 아니시잖아요?”
그제야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공작의 미소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저 인간 상태 창이 여기 좀 보라는 듯이 번쩍거리고 있어서 안 볼 수가 없었거든.
<상태 창>
이름: 데실라르 마키어스
가문: 마키어스 가의 가주.
명성: 698
칭호: <마키어스의 가주>,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검을 잡은 계략가>, <?????>, <?????>
힘: 610
민첩: 732
체력: 630
지혜: 656
행운: 494
호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