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너 목숨 살려 주러 왔다, 왜.”
낭랑하지만, 또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서린 목소리였다. 아르웬은 검을 다시 잡고 목소리의 주인에게 겨누었다.
“…마키어스 영애.”
“나 알아?”
당신을 모르는 인간이 어딨어.
아르웬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르네는 진심으로 흥미롭다는 듯, 씩 웃고 있었다.
“그래, 내가 누군지 아는데도 내게 검을 겨누는 거야?”
“여기는 드래곤의 영역입니다. 껍데기가 마키어스 영애라고 해서 진짜 마키어스 영애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얘 똑똑하네?”
르네는 세딘을 돌아보며 말했다. 얘도 탐나. 얘 가질까? 그녀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치 엄청나게 귀여운 장난감을 보는 듯한 눈에, 세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설마 르네, 저도 그렇게 보시는 건 아니겠죠.
“그렇게 똑똑한 애가 왜 자기 명줄 파먹는 줄은 모르지?”
“….”
르네의 말에 아르웬은 입술을 깨물었다.
“네 말 맞아. 여기 드래곤의 영역이야.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진을 쳐? 이 정도면 나 잡수십시오,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영역 안이 아니라, 경계에-”
“넌 머리 회까닥한 애가 안인지 경계인지 코앞인지 그딴 거 신경 쓸 것 같아? 광룡 뜻 몰라? 눈 뒤집혀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지경이라고, 걔.”
아르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르네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기 때문이었다.
아르웬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그래서 뭐. 그게 소용이 있나. 기사는 그저 명 받은 대로 행할 뿐이었다.
르네도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저런 맹목적인 것들은 항상 있었다.
주군에게, 길드에게, 정부에게. 누구든 간에 사람에게 충성을 바쳐 눈이 먼 녀석들.
르네는 그런 녀석들을 혐오하고, 동정하는 동시에-
“그보다. 정말로 마키어스 영애가 맞으십니까? 광룡 할란이 아닌… 겁니까?”
“그래도 넌 참 운이 좋다.”
좋아했다.
왜냐고? 그거야 간단했다.
“나를 만났으니까 말이야.”
귀엽잖아. 귀여우면 다 된 거지.
[스킬 발동! - 바루나의 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