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안테 마키어스는 사실 파티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당연했다.
오늘 이 파티는, 다른 사람의 공적을 빼앗기 위한 파티였으니까.
하지만 안테는 공작에게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는 마키어스의 자랑이자 마키어스의 소공작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소공작. 차기 마키어스 공작이 될 남자.
그게 안테였다. 그는 철저하게 그렇게 길러졌다. 가문에 충성하고 공작의 명을 착실하게 따르기로.
그런 그가 공작에게 반항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였다. 끝까지 입장을 미루고 미룬 건. 그게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저항이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렀고, 결국 더 미룰 수 없는 시각까지 와 버렸다.
안테는 파트너도 없이 홀로 입장했다. 본인에게 쏟아질 부담스러운 관심을 참기로 마음먹고선.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입장한 파티장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지금쯤이면 헐레벌떡 달려오는 귀족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안테는 눈을 서서히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가 입장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테는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키릴에게 다가갔다.
“어, 형. 왔네.”
“…파티 분위기가 이상하군.”
“아, 형은 늦게 와서 모르겠구나.”
키릴은 턱짓으로 공작을 가리켰다.
“아버지 완전 화나셨어.”
“왜?”
“르네가 완전히 주인공이 되었거든.”
키릴은 킥킥 웃었다.
“…그 애가?”
“응.”
“하지만… 어떻게?”
안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르네는 눈에 띄는 사람이긴 했다. 가문도 가문이거니와 워낙 눈에 띄는 외모였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받는 관심은 ‘긍정적인’ 관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게 더 맞았다.
“걔, 오늘은 잘하더라. 평소처럼 패악질을 부리는 것도 아니었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에게도 잘 대처하고.”
“…르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잘 대처한다고? 와인을 머리 위로 붓는다거나, 아니면 부들부들 떨며 악을 지르는 게 아니라?
“응. 누가 봐도 완벽하게 잘 해내더라.”
“그랬군.”
그렇다면 마땅히 기뻐할 일이었다. 동생이 ‘수치’로 불리는 것을 기뻐할 오라비가 어디 있을까.
안테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황태자와의 사이도 엄청 좋아 보이던데. 다들 차기 황후는 르네가 될 거라고 생각하더라.”
차기 황후라. 안테는 씁쓸하게 웃었다. 모두가 리안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직도 그는 리안을 잊지 못했는데도.
“그 애도 철이 들었나 봐, 형.”
“정말 철이 든 거라면, 가문의 경사지.”
“근데, 형.”
키릴이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이었다.
“조금,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다라. 무엇이?”
“아니, 걔가… 너무 갑자기 변한 것 같지 않아? 우리가 알던 르네가 아니잖아.”
키릴의 말에, 안테는 생각에 잠겼다.
르네가 변했다. 갑자기.
그건 모두가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좋은 변화이지 않나. 더 이상 그 애 때문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지?”
“그래.”
키릴은 계속 찜찜하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저나 르네는 어디에 있나.”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어디 산책이라도 갔나 보지.”
***
그 철든 르네는 발코니에 있었다.
“르…네?”
어정쩡하게, 세딘을 끌어안고서.
[<유혹의 군주>님이 넌 신체 능력 만렙이면서 사람 하나 끌어안는 것도 그렇게 어정쩡하냐고 울분을 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