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7화 (57/137)

57화.

“주군을 뵙습니다.”

시라 길드.

대부분은 제국 최대의 용병 길드로만 알고 있는 길드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제국의 그늘진 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시라 길드가 단순한 용병 길드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암살, 정보 수집 등의 ‘부업’을 하는 용병들이 모두 모인 곳이 시라 길드였다.

사실상 제국의 음지를 지배하는 길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길드를 지배하는 사람은-

“보고해.”

제국의 빛이었다.

“리안 성녀에 대한 목격담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주로 발견되는 곳은, 제국의 북부입니다.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탑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올라온 지역으로-”

“그 지역이 어디인지는 알아.”

세딘은 어둠 속에 몸을 완전히 숨기고 있었다.

그의 직속 부하인 ‘티스의 케일라’는 주군이 왜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다.

그리고 주군이 한번 어둠 속으로 걸어가면 누구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탑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졌다는 보고는 들으셨을 겁니다.”

“…물론.”

잠긴 목소리로 세딘이 답했다. 그는 케일라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게 르네가 한 일일 거라고 짐작했다.

르네가 탑 근처에서 사라졌다 나타난 이후로, 탑이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북부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별다른 보고는 없습니다. 사라진 탑에서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긴 합니다. 가끔씩 마을에 내려와 먹을 것이나 생필품만 구하고 사라진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가 유일하게 추측할 수 없는 것은, 르네와 탑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였다.

“쓸모 있는 정보가 없군.”

“죽여주십시오, 주군.”

그리고 탑과 성녀는 또 무슨 관계인지.

전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게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세딘은 소드 마스터가 되기 훨씬 전부터 시라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 그는 이미 제국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모르는 게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르네에 관해서는 아니었다. 아무리 알아내려 노력해도, 세딘은 르네의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를 어떻게 보는지조차도.

간신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가까워진 만큼 다시 멀어지고.

도저히 닿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손에 잡힐 듯하고.

모든 게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오늘 밤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방금 전까지 완전하게 무감정하던 그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부하의 앞에서 약한 꼴을 보이다니. 당장 실각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실수를 할까 봐 모습을 가린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남자로 봐 주고 계신 건가.

“주군?”

“정보는 잘 차단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황가나 마키어스 가는 물론이고 저희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손질했습니다.”

세딘은 솔직히 말해서 리안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처음에는 왜 르네가 그 여자를 찾는 건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리안 성녀의 신병을 확보해라.”

하지만 르네가 진심으로 성녀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더 묻지 않았다.

이유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었다. 르네의 앞에선.

그저 당신이 원하니 구해 드릴 뿐.

“죽여도 됩니까?”

세딘은 눈을 감았다. 르네는 어떤 걸 원할까. 그 여자가 필요하다곤 했지만, ‘살아있는’ 채로 라고 하진 않으셨는데.

…가끔은 나보다 그 여자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기도 한데.

그냥 이참에 지워 버릴까. 없었던 사람처럼. 결국 르네도 포기하시지 않을까. 나를 더 봐 주시지 않을까.

오랜 고민 끝에 세딘은 입을 열었다.

“생포해.”

“명 받듭니다.”

“단.”

케일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미세하게 흘러나온 달빛이, 주인의 발치를 비추고 있었다.

“내게 먼저 데려와.”

***

“…미쳤어.”

[<유혹의 군주>님이 진짜 미친 것 같긴 하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악랄한 피의 교주>님이 그 망할 애새끼 데려오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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