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키릴 마키어스는 원래 파티 같은 건 딱 질색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늘 파티는 더 최악이었다.
낮에는 야유를 던졌던 사람들이, 밤에는 찬사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거짓 찬사를.
“나도 나지만, 형도 형이다….”
그는 지금 사람들을 피해 파티장 구석에 숨은 상태였다. 커튼에 반쯤 몸을 숨긴 채 술이나 홀짝홀짝대야 하는 신세라니.
“왜 그랬을까, 형이.”
거기서 그렇게 폭탄 발언을 하다니. 당연히 이시르 전하를 택할 줄 알았는데, 왜 선택을 미뤄?
“왜 그랬을까, 형이.”
이딘 황녀를 택할 이유가 없었다. 이시르를 택해야 했다. 그런데도 망설였다. 분명 뭔가가 있었다.
“다들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다니까.”
키릴은 투덜거렸다. 르네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왜 다 나한테만 뭘 숨겨?
“키릴아!”
“아이씨, 깜짝아.”
난데없는 목소리에, 키릴이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입을 떡 벌렸다.
“뭐야, 너.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어?”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사라진 동생이 있었다.
“방금부터?”
르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에도, 키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상한데. 전혀 기척도 없었는데.
“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야…! 아니, 이건 됐고. 야, 너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해?”
“응, 아는데?”
르네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답했다.
“안테가 남의 우승 가로챘다며?”
“야, 너는 말을 그렇게…!”
르네는 눈을 휘리릭 굴렸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니? 그, 이영이라는 애가 그렇게 강하다던데. 걔가 우승해야 한다고 온 세상이 그러더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왜?”
르네의 물음에 키릴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니.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것도 아니고.
“형이 지금 얼마나 기분 안 좋은지 알기나 하냐?”
“알아서 뭐 어쩔 건데. 나도 너네한테서 상처받았어.”
“…!”
“그렇게 필사적으로 내 출전을 막으려 하다니….”
“야, 그건…!”
키릴은 설명하려다 그만두었다.
“됐다. 너 같은 철부지가 뭘 알겠냐.”
“다 알지.”
르네는 키릴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누가 누구더러 철부지란 건지. 어이가 없어서.”
“너…! 너…!”
“아무튼, 지금은 경고하러 왔어.”
“경고?”
뜬금없는 말에, 키릴이 눈을 깜빡였다.
“응. 경고. 이제부터 이 커튼 바깥으로 나오지 마. 그냥 숨어 있어. 끼어들지 말고.”
“아니, 또 뭘 하려고…!”
“알았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설명은 못 해.”
르네는 그렇게 말하고 미련 없이 커튼 밖으로 나가 버렸다. 키릴은 그런 르네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르네가 손가락을 튕겼다.
-너의 영혼은 내게 속해 있으니.
[스킬 발동! - 벨제붑의 속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