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137)

70화.

“왜 같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냐.”

시라 길드, 세딘의 집 앞.

할란은 르네를 내려 주면서도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여긴 내 집이 아니라 세딘의 집이니까.”

어느새 의지가 아니라 목소리로 말하는 할란에, 르네는 냉정하게 답했다.

“그럼 내일 아침 여기로 오면 되는 것인가?”

“난 그렇게 사교적인 인간이 아니야. 같은 얼굴 이틀 연속으로 보고 살 수 없어.”

“그 세딘이라는 인간은 되고, 왜 나는 안 되나?”

할란의 물음에 르네는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너는 세딘이 아니잖아.”

파스스.

할란의 옷자락들이 서서히 까맣게 타들어 갔다. 신기하네. 르네는 그 옷자락을 구경했다.

“내가… 그 인간보다 못하다는 것이냐?”

그렇게 말하는 할란의 얼굴은 충격으로 가득했다.

안 그래도 불씨 같던 분위기가, 바람이라도 분 듯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더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할란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르네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네.

“그냥… 너는 세딘이 아니라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그 얼굴로 폴리모프하면 해결되는 것인가?”

“나도 몰라! 더 묻지 마!”

르네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냥… 그냥 내가 마련해 준 집에서 잠깐만 기다려. 다시 연락할게. 지금은 너무 졸려서 이성적인 판단이 안 돼.”

“필요할 때만 쏙 빼서 쓰겠다는 심산이군.”

들켰네.

[<악랄한 피의 교주>님이 고작 도마뱀 주제에 이용해 주면 감사히 여겨야지! 라고 주장합니다.]

[<유혹의 군주>님이 조용히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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