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대신전, 교황의 응접실.
‘전생에서도 교황은 만나 본 적 없는데.’
경건한 방 안에서 르네는 머쓱하게 교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시르, 세딘과 함께.
“몸은 좀 나아졌나, 영애?”
얼마 전, 벨루아 감사제 때 벌인 소동 때문이었다.
“걱정해 주신 덕분에요.”
세딘에게 듣기로, 현재 신전은 두 개의 파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하나는 이시르를 지지하는 교황 파.
또 하나는 이딘을 지지하는 데서스 대주교 파.
따라서, 교황은 일단 같은 편이었다.
“그대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미 황태자 전하께 들었네. 마키어스 영애라고.”
교황은 이시르에게 눈짓했다.
“또, 그대의 힘의 원천은 레드 드래곤과의 계약 때문이라고도 들었네.”
그렇게 변명했군. 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교황에게 마족과의 계약 때문이라고 할 순 없었겠지.
“문제는 따로 있네.”
교황은 어쩐지 실망한 눈치였다.
하긴. 새로운 성녀가 탄생한 줄 알았는데 아니니까 아쉽겠지.
“내일 신전은, 그대의 기적에 대해서 해명해야 하네.”
교황은 한숨을 쉬었다.
“어제 보았던 기적은, 마법에 의한 것이라고.”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르네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영애도 알다시피, 원래 치유 마법은 고작해야 생채기를 치유하는 게 전부였지.”
그랬군. 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서 마법사들이 극히 드물다는 건, 이미 전해 들은 바였다.
현재 있는 마법사들도 매우 힘이 약하고.
그래서 세딘과 이시르가 르네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마법사도 드문데, 마검사였으니까.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 우리 신전의 힘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치유 능력 때문이었네. 물론 어제 그대가 보여 주었던 능력은, 우리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교황은 여전히 놀랍다는 듯, 르네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것 참 부끄럽게.
[<악랄한 피의 교주>님이 하여간 칭찬 참 좋아한다고 혀를 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