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대망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이번 파티는 가면무도회가 콘셉트였다.
다름 아닌, 리안 성녀의 요청으로.
몇몇 초대받은 이들은 리안이 가면무도회를 요청했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대부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람디샤의 가면무도회에는 한 가지 특이한 규칙이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간에, 춤을 청하면 절대로 거절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성별에 상관없이 춤을 청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친한 동성 친구들끼리 춤을 추는 경우도 많았다. 가면무도회만의 재미였다.
물론 인기가 많은 사람은, 밤새도록 춤을 춰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다들 필사적으로 본인의 정체를 숨기려 노력했다.
인기가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인기가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어때, 세딘. 나 알아보겠어?”
그리고 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동시에, 가장 인기가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제게 물어보셔 봐야, 소용없으실 겁니다.”
그 사람은 지금 괴상한 검은 가면을 쓰고, 남장을 한 채로 이리저리 자세를 잡고 있었다.
“왜?”
“저는 르네가 어떤 차림을 하셔도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아니, 정말이야? 남장까지 했는데!”
르네는 씩씩거리며 가면을 내팽개쳤다.
그랬다.
르네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 보겠다고 머리까지 질끈 묶고, 이시르 산하의 기사단 제복까지 입고 있었다.
워낙 키도 큰 르네라, 가면을 쓰면 앳된 소년 기사의 느낌이 났다.
“저만 알아볼 수 있는 걸 겁니다.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휴.”
르네는 불만스럽게 눈을 굴렸다. 하여간 이럴 땐 도움이 안 돼.
“그런데 세딘. 너는 왜 변장 안 했어?”
르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인기도 많은 애가 어쩌려고 평소 입는 그대로 입었대.
하긴 가리려고 해도 저 엄청난 미모가 어떻게 가려지겠냐만.
[<유혹의 군주>님이 너 편애가 날로 갈수록 심해진다며 투덜거립니다.]
[<파도와 치유의 왕>님이 이게 바로 콩깍지라는 것이냐고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