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화 (102/137)

102화.

그렇게 잠시 후.

두 번의 곡이 끝나고, <탑의 주인>은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공작님.”

<탑의 주인>은 안테에게로 다가가 팔짱을 꼈다.

“카리스 영애.”

안테는 그녀의 손을 피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럼 그렇지. <탑의 주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안테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영애. 생각해 봤는데 약혼 발표는-”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안테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아, 물론 약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탑의 주인>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아까 공녀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제가 공녀님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영애. 르네는….”

“그래서, 저. 공녀님께 시간을 더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죠?”

<탑의 주인>은 안테가 말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어딜 장기말 주제에, 끼어들려 해.

<탑의 주인>의 눈에, 안테는 하잘것없는 말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저, 그가 짠 판 위에서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장기말.

킹인 ‘르네’를 잡기 위한, 폰.

그게 안테였다.

그런 장기말의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플레이어가 있을까.

“후.”

안테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탑의 주인>은 안테의 한숨을, 르네에 대한 짜증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저,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이라 하심은.”

안테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는 리안이 입을 열 때마다,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왕, 모두가 모여 주셨으니까요. 저… 이 자리에서 공녀님과 황태자 전하께 사과드리고 싶어요.”

사과라니.

안테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영애께서 무엇을 사과하신단 말입니까.”

“저, 성력을 잃었어요.”

“!”

성력을… 잃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안 카리스가?

제국 역대 최고의 성녀인 그녀가?

안테는 아연실색했다. 이건 제국 전체가 뒤집힐 일이었다.

“왜, 그런-”

“사실은, 돌아오고 나서 처음으로 원망이라는 감정을 가졌었어요.”

<탑의 주인>은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로라 같은 미인이 드러났다.

양초의 흔들리는 불빛에도,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감을 눈치챘다.

충분히 시선이 모였을 때쯤, 리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 공녀님과 황태자 전하를 원망했거든요.”

[스킬 발동! - 지옥 끝까지 울려 퍼지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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