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3/137)

103화.

“얘를 쫓아내시겠다면, 저도 나가겠습니다. 저는 망한 가문에 남아 있는 취미는 없어서.”

그야말로,

파란의 행진이었다.

“!”

끝도 없이 이어지는 폭탄 발언에, 사람들은 정신 차리질 못했다.

그러나 그 모든 충격도, 공작의 다음 행동보다 더 충격적이진 않았다.

짝!

거센 소리와 함께, 키릴의 얼굴이 돌아갔다.

“…하.”

키릴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가 헛웃음을 내뱉은 이유는 맞아서가 아니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였다.

그렇게나 두 형제가 두려워했던, 아버지가-

“그래서 사람 꺾으시겠어요? 더 세게 치시죠.”

이젠 두 형제보다도 약했다.

키릴의 말에, 마키어스 공작은 한 번 더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테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너 이놈 자식이…!”

“그만하십시오. 지금 가문을 부끄럽게 하고 계십니다.”

“내가 가문을 부끄럽게 하고 있-”

마키어스 공작은 그제야, 자신에게로 쏠리는 시선을 자각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안테의 손을 뿌리쳤다.

“그래. 네 놈들 셋 다 나가라. 아예 이참에, 셋 다 나가 버려!”

“…나갈 사람은.”

마키어스 공작의 일갈에도 안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각하이십니다.”

저 호구가 저렇게까지 말하다니.

르네와 키릴의 눈이 커졌다.

“형….”

“각하께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안테는 마키어스 공작의 바로 앞에 서서, 늙어 버린 공작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차마 각하를 끌어내리지 못한 이유는, 가족이라는 그 끈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놈이 이런 패륜을 저질러?”

“패륜이라.”

안테는 한숨을 쉬었다.

“자식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만이 패륜이 아닙니다, 아버지.”

“!”

“부모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도, 패륜입니다.”

[<유혹의 군주>님이 저놈 원래 저렇게 말 잘했냐고 의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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