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109/137)

109화.

그래서 르네가 며칠 동안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르네는 작은 마족, 그러니까, 아모에게 온갖 심부름이란 심부름을 다 시켰다.

산해진미를 차려 와라.

세딘과 이시르에게 계략이 담긴 편지를 전해 줘라.

사람들의 마음에 ‘게으름’과 ‘방심’을 심어 줘라.

그리고-

“여기가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곳이에요.”

몬스터들을 정찰하고 와라.

르네는 지도 한쪽을 짚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박살 낼 곳이기도 하죠.”

나는 쉬고.

르네는 태평하게 드러누웠다. 퀘스트에선 웨이브를 막으라고만 했지, 나한테 직접 막으라곤 안 했잖아?

“응?”

세딘과 이시르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응?’이에요?”

세딘과 이시르는 동시에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혹시 그 작은… 마족이 전하지 않았나, 공녀?”

“…뭐를요?”

불안한데.

르네는 등골이 싸해지는 불안감에 되물었다.

“여기, 카리스령 말고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곳이 하나 더 있다.”

“…어, 어디요?”

또?

“이 영지는 제국의 서쪽에 있지.”

이시르는 제국 전체를 그린 지도를 꺼내, 카리스 영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새로운 보고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완전히 동떨어진, 그러니까 정확히 반대쪽에 있는-

“제국의 동쪽에 있는, 클루드 영지에서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뭐지?

몬스터 웨이브가 원래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발생하는 거였나?

르네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나나 세딘이나 이 두 개의 움직임이 모두 몬스터 웨이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요?”

“둘 중 하나는 함정일 것이라고 생각해.”

르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마 정황상 몬스터 로드라는 건, <탑의 주인>을 가리키는 걸 텐데.

“문제는 어느 쪽이 함정이냐, 겠네요.”

르네는 세딘을 보았다.

“세딘. 너는 어디라고 생각해?”

“…왜 내게는 안 묻지, 공녀?”

이시르가 르네에게 조용히 항의했다.

“전하보다는 세딘이 정보에 빠삭할 것 같아서요.”

“….”

정곡을 제대로 찔렀는지, 이시르는 바로 참담한 침묵을 지켰다.

반면, 세딘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알아본 결과, 양측 몬스터들의 전력은 거의 동일합니다. 오히려 카리스 영지가 아니라, 클루드 영지 쪽이 전력은 조금 더 우세한 정도입니다.”

“…그래?”

그럼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나?

하지만 내 직감이 이쪽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르네는 입을 삐죽였다.

“그래서 말이다, 공녀.”

“음?”

이시르가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와 세딘은 그 영지로 가야 할 것 같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럼 카리스 영지는요?”

“두고 가야지.”

“그 난리를 피우고?”

“물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순 없지.”

이시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아주 든든한 전력이 하나 있지 않나.”

허 참.

르네는 실실 미소를 지었다. 이 인간이 나를 비행기 태우시네. 이제 와서 말이야.

“하 참. 뭐, 그렇죠. 제가 뭐, 제 입으로 인정하기는-”

“광룡 할란을 불러 줄 수 있나?”

“….”

내가 아니라 그쪽이었냐?

르네는 대번에 입이 삐죽 나왔다.

[<유혹의 군주>님이 실실 웃습니다.]

[<파도와 치유의 왕>님이 당신을 보며 공감성 수치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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