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2화 (112/137)

112화.

카리스 백작저 앞.

터덜터덜.

저벅저벅.

백작저를 향해 아주 얼이 빠진 채 걸어오는 한 무리가 있었다.

“백작 나리!”

백작저의 집사는 그 무리의 선두에 선 카리스 백작을 알아보고, 황급히 달려왔다.

안 그래도 이틀이 다 되도록, 백작과 일부 귀족들이 돌아오지 않아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다.

특히 백작 부인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작은 후계 하나 없었으니까.

리안은 성녀가 되었기 때문에 계승권이 없고, 백작 부인은 재산 외에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까딱하다간 하루아침에 영지에서 쫓겨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백…작 나리?”

백작에게 열심히 달려가던 집사는, 중간부터 우뚝 멈춰 섰다.

순간 긴가민가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우리 백작님이 맞…나?

이렇게 꾀죄죄하고 온통 흙투성이에 만신창이인 이가?

하지만 집사는 오랜 직업 정신을 살려,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백작의 겉옷을 받으려 했다.

“비…”

“예?”

“비…켜.”

그러나 백작은 집사를 보고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했다. 그리고 비키라는 말만 반복했다.

대체 이 양반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머, 좋은 아침이네요.”

뒤에서 진짜 귀신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고, 공녀님?”

다들 죽었겠거니 생각한 르네 마키어스였다.

놀란 건 집사만이 아니었다. 백작저에서 나온 모든 이들이 놀랐다.

사실은, 르네가 돌아오지 않자, 다들 앓던 이라도 빠진 듯이 기뻐했다.

왜, 돌아오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뻐했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안 돌아와서 그렇지.

“왜 그래요, 다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하네?”

그런데 사라졌던 사람 중 지금 멀쩡한 건 르네밖에 없었다.

그러니 귀신이라도 보는 것 같은 기분일 수밖에.

“무, 무사하셨군요. 공녀님.”

“그럼 내가 무사하지. 어디서 죽기라도 했을까 봐요?”

르네는 싱긋, 상큼하게 웃어 주곤 집사에게 망토를 던지듯 건넸다.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 외투는 안 받는 게 좋을 거예요.”

“예? 그건 왜….”

“몬스터들 피에는 독이 섞여 있거든.”

저 인간들이야 정령의 축복을 받아 일시적으로는 괜찮겠지만, 그쪽은 아닐 거니까.

-라는 말은 적당히 생략하자.

“몬스터들이요?!”

몬스터라는 말에 집사는 질겁해서 르네의 외투를 떨어트릴 뻔했다.

다행히 그러진 않았지만.

[<유혹의 군주>님이 저 인간 운이 좋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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