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3/137)

113화.

그렇게 우로 구르고 좌로 구른 이들은, 완전히 공포가 각인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들은 르네의 ‘르’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거나 졸도하곤 했다.

바로 이렇게.

“그, 공녀님이-”

“말 꺼내지 마십시오!!!”

“예?”

“분명… 분명 어디선가 듣고 있을 게 틀림없어….”

덜덜덜.

한 기사는 아예 겁에 질려서 르네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를 거절했다.

물론 르네의 앞에서는 바짝 군기 든 채로 눈 하나 못 깜빡였지만.

문제는 백작저에 남아 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대체 이들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답답했던 백작 부인이 백작을 붙잡고 물어봐도, 백작은 눈을 질끈 감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르네에게 직접 물어볼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대체 저 숲에서 무슨 일을 겪었기에, 다들 이렇게 태세가 변한 건가?

“보리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러는 거예요?”

결국 제대로 검을 뽑은 건, 백작 부인이었다.

“…뭐가 문제인 거요. 내가 그 일은 묻지 말라고 했잖소.”

“아니, 사람이 답답해서 그러지요. 다들 왜 저렇게-”

“그만! 거기까지!”

르네의 이름이 나오려는 순간, 백작은 질겁하며 백작 부인의 입을 막았다.

“부인. 내가 정말로 부인을 생각해서 말하는 거요. 더 알려고 하지 마시오.”

“뭐가 나를 위해서라는 거예요? 정말 저를 위하신다면, 말을 해 달라구요!”

그래도 부인의 말에는 흔들리는지, 백작은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굳어 있었다.

그러다, 겨우 용기를 내었다.

“그건… 그건… 지옥이었소.”

“지옥이라니, 무슨-”

쾅!

그때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

“!”

백작은 오들오들 떨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뗐다.

백작 부인도 당황해서 그를 따랐다.

소리는, 정원 쪽에서 나는 것이었다.

“세, 세상에….”

“400년을 버텼던 나무가… 갑자기….”

사람들은 모두 굉음의 원천 주변에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정원 한복판에 있던, 거대한 나무가 갑자기 반으로 갈라졌으니까.

정말,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징조인 건지….”

누군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경고다.”

“공녀님의 경고야….”

“분명 겁대가리를 상실한 새끼가 나불댄 게 틀림없어….”

“어떤 새끼야?! 그 지옥을 또 보고 싶은 새끼가!?”

숲에 다녀왔던 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백작만이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제가…!”

아주 기이한 광경이었다.

쪼개진 나무.

공포에 질린 사람들.

갑자기 자기 머리를 때리며 사과하는 백작.

그리고,

“어머나. 또 무슨 일일까요?”

유유히 나타나, 상냥한 목소리로 한마디만 던지는 르네 마키어스.

백작 부인은 그 광경을 보면서 이제 자기가 죽을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하여튼 입들 참 가벼워.”

내가 함부로 나불거리지 말라고 했는데.

르네는 혀를 찼다. 이렇게 한번 본보기로 나무 쪼개 줘야 정신 차리지.

[<유혹의 군주>님이 아예 저택을 쪼개지 그랬냐고 말합니다.]

[<파도와 치유의 왕>님이 <악랄한 피의 교주>가 여기 있었으면 아예 나라를 쪼갰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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