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137)

132화.

이딘과의 극적인 합의가 끝나고, 르네는 천천히 황궁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하늘이 들어왔다.

그녀가 만든 하늘이.

“내가 만들었지만 참 장관이다, 그치?”

르네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르네를 몰래 따라온 두 사람이 르네의 앞까지 끌려 나와졌다.

바로, 아르웬과 수산나였다.

“할 말이 있으면 대놓고 나와서 말을 해야지. 그렇게 뒤에서 구시렁대면 되니?”

“큼큼.”

“흠흠.”

르네의 면박에, 두 여자는 헛기침만 내뱉으며 시선을 피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여기까지 나왔어?”

르네는 오랜만에 아량을 베풀었다.

나 참. 옛날 같으면 이런 거 안 물어봐 주고 바로 집부터 갔는데.

김이영 성격 참 좋아졌어.

“저, 혹시… 저희… 황녀님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건, 당연히 아르웬 쪽이었다.

그래. 너도 걱정 많았겠지.

“잘 합의 봤어.”

“!”

“궁금하면 네 황녀님한테 직접 물어봐. 나 같은 민간인한테 물어보지 말고.”

누가 민간인인 건데요.

대체 누가.

민간인 다 얼어 죽었나요?

아르웬과 수산나는 차마 머릿속 생각을 말로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슬슬 이제 깨어날 때가 됐는데.”

르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계를 보았다.

조금 늦네?

“…누가 깨어난다는… 말씀이십니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수산나가 물었다.

“아, 이 일을 모두 수습할 영웅.”

“네?”

“내가 이딘한테 기회를 준다고 하긴 했는데 말이야.”

르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나 참, 사람이 얼굴 맞댄 정이 있지. 나도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니깐.”

“…?”

“아이고, 참 저 인간도 양반은 못 되네. 저기 오네.”

수산나는 르네가 돌아보는 쪽을 함께 돌아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싹 굳었다.

저 사람은-

“…황태자 전하?”

이시르…?

그 옆에는 안테 마키어스 소공작?

아니, 소공작과 황태자 전하께서 수도에 계신 게 이상한 건 아닌데.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건데?

수산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잠깐.

이 상황을 수습할 영웅이라는 게 설마…

“르네 님.”

“왜?”

“설마 황태자 전하께 모든 공을…?”

수산나는 흔들리는 동공을 감추지 못했다.

“말했잖니, 수산나.”

르네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내가 영웅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그런데 세상은 항상 영웅을 필요로 하더라.

그 영웅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그럼 어쩌겠어.

“그러니 남을 시킬 수밖에.”

“…!”

“황태자 전하께 모든 공을 돌리시면…! 황위 계승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아르웬이 사색이 되어 끼어들었다.

“아이, 그래도 누군가가 저 위에 있는 것들을 다 치우긴 해야 할 것 아니니.”

아르웬은 입술을 깨물고, 수산나는 당황하는 그 순간에.

“르네!”

오로지 이시르만이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자기 앞에 금길을 깔아 주고 있는 줄은 모르고.

“아유, 쟤도 참 황제 될 머리는 아닌데. 그치?”

르네는 혀를 쯧쯧, 찼다. 저거 저거. 눈치가 저렇게 없어서야. 너는 어떻게 원작 남주가 된 거야?

원래 연애는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악랄한 피의 교주>님이 사돈 남 말 한다고 비웃습니다!]

[<유혹의 군주>님이 조용히 웃음을 참습니다!]

[<파도와 치유의 왕>님이 왜 우리 애 기를 죽이냐고 화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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