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1. 메인 퀘스트 : 환생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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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격정, 눈물, 폭력이 뒤섞인 재회의 자리는 유모와 시녀들이 달려오며 끝났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루퍼스리안 황자님!”
덕분에 오빠의 이번 생 이름을 알았다.
안 어울리게 멋진 이름이군.
황자님이라고 불리는 것도 진짜 안 어울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니까.
유모와 시녀들은 앙앙거리는 나를 보고 분노했다.
“어린 동생을 지켜 주셔야지요! 황자님!”
“아기님을 괴롭히시면 안 돼요! 하나뿐인 동생이신데!”
당연히 유모랑 언니들은 전부 내 편이었다.
그녀들은 씩씩대면서 울고 있는 내 손에 들린 몇 가닥의 은발을 모른 척했다.
오빠 놈은 자기 잘못도 모른 채 울먹거리면서 외쳤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하지만 통할 리가 없다.
“왜 아기 침대에 올라오신 거예요! 위험하잖아요!”
“나, 난 안 올라왔어! 그냥 얼굴만 보려고……!”
“지금 아기 침대에 올라와 계시잖아요!”
“얘가 날 끌어올렸으니까!”
오빠 놈이 씩씩대며 나를 가리켰다.
유모의 품에 앙증맞게 안겨 있는 작고 귀여운 아기인 나를.
“…….”
“…….”
유모와 시녀들의 불신 어린 시선이 나와 오빠를 번갈아 가며 향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웅?”
그러자 시녀 언니들은 또 심장을 부여잡으며 협심증을 호소했다.
“크흑! 너무 귀여우셔!”
“천사다! 여기 천사가 있어!”
유모는 엄하게 오빠를 혼냈다.
“이 작고 가녀린 아기님이 황자님을 들어서 침대 위로 끌어올렸단 말인가요?”
이 자리의 누구도 믿지 못할 말이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안 될 텐데, 됐다고! 진짜 날 달랑 들어서 올려놓고 막 팡팡 때렸어! 진짜 아팠단 말이야!”
오빠는 부족한 어휘력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하려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 대여섯 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니 힘들겠지.
사실 어른이 조리 있게 설명해도 아무도 못 믿을 거다.
‘오늘 첫 생일을 맞은 아기가 대여섯 살짜리 자기 오빠를 한 손으로 끌어올려서 등짝을 팡팡 때렸습니다.’
……라니.
저걸 누가 믿을까.
특히나…….
“후엥?”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오. 아나트리샤는 쟈근 애기인 걸, 뿌우-.’
-모드로 들어간 나를 보고, 오빠의 말을 믿어 주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진짜라고오!”
오빠는 억울함에 빼앵 하고 울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쯔쯔. 그러게 누가 그런 몹쓸 짓 하래.’
유모와 시녀들에게 혼나고 풀이 죽은 오빠를 보고,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다가갔다.
“아우아! 어빠!”
그러자 시녀들이 눈을 반짝였다.
“세상에! 오빠라고 하신 거예요?”
“어머나 영특하셔라. 역시 우리 황녀님!”
“이제 다들 그런 헛소리는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나는 침대 모서리를 쥐고 아장아장 걸어서 오빠에게 다가갔다.
“어빠빠!”
그리고 짤따란 두 팔을 뻗어 오빠의 조그만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물론 아무리 작아도 내겐 팔로 다 안 끌어안길 정도로 컸지만.
“뿌아!”
나는 오빠의 머리를 안고 뒤통수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위로하는 것처럼.
그러자 유모와 시녀들의 표정이 모닥불 위의 마시멜로처럼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착하신 황녀님! 오빠가 혼나는 거 싫어요?”
“오구오구. 그렇죠. 하나뿐인 형제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죠.”
“황자님도 동생을 본받으세요!”
내가 꼭 끌어안아 주자, 이 바보는 조금 전까지 혼나던 것도 잊고 얌전히 안겨 있었다.
아, 따뜻하다.
그래. 살아 있어.
시신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했던 그때와는 달라.
이제는 절대 그런 꼴이 되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바보 오빠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또 그엉지 아이 마. 쥬그며 쥬기꼬야.”
(또 그런 짓 하지 마. 죽으면 죽여 버릴 거야!)
오싹.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안긴 오빠의 머리가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