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9/218)

Level 2. 메인 퀘스트 : 성장 (02) 

[스킬명 : <격려와 성장의 궁디팡팡!>(S급)]

[설명 : 채찍과 당근은 함께해야 하는 법. 올바른 성장에는 무엇보다 격려와 칭찬이 중요합니다. 열심히 토닥여 주세요!]

[효과 : 스킬 적용 시 상대방의 마력 회로 활성화 혹은 복구.]

[*사용 횟수 (0/5)]

“……꿍디퍙퍙?”

이게 무슨 미친 스킬이지?

엉덩이를 때려 주면 마력 회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아니, 스킬의 효과는 엄청나게 좋다.

마력 회로의 개방이라는 건 곧 전생으로 말하자면, 헌터로 각성하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엄청나게 좋은 스킬이라 할 만했다.

단 한 가지만 빼면.

내가 대상에게 <궁디팡팡>을 해 줘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잠시 떠올려 보기로 했다. 산도적이 형님하게 생긴 우명 삼촌을 예시로 삼아서.

난 아마 삼촌에게 갖다 대면 고목나무의 매미, 아니, 어른이 들고 있는 핫도그 같아 보일 거다.

우락부락한 키 2m의 아저씨 엉덩이를 톡톡 쳐 주는 핫도그, 아니, 아기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자.

“삼쬰, 궁디퍙퍙! 아이 차카다!”

“아이구, 우리 서나. 삼촌 궁디 팡팡 해 줬어요? 이뻐해 줬어요? 오구오구! 고마워라!”

……삼촌이라면 좋아할 거 같아서 더 무서워졌다.

아니, S급 스킬이면 뭐해.

왜 발동 조건이 이따위여서 영원히 봉인하게 만들고 있어.

역시 시스템이 에러 나더니 완전히 고장 난 게 틀림없었다.

난 조금 전에 본 걸 잊기로 했다.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못 얻었어.

***

나는 <궁디팡팡>의 충격에서 벗어나 그동안 쌓인 시스템 알림창을 확인했다.

‘엥? 1년 치나 쌓여 있어?’

설마 이거 내가 이 세계에 태어난 직후부터 계속 온 건가?

그게 맞는 모양이다. 아래에서 두 번째에 있는 퀘스트 완료 알림창 내용이 이랬으니까.

[퀘스트 완료!]

[퀘스트 명 : 환생]

그리고 가장 오래된 퀘스트 창 내용은 이랬다.

[퀘스트 명 : ‘두 번째 기회’]

[설명 : #$#^&*(*※‡•⁋‱⁉⁦※▩^&$#@……]

[완료 조건 : ⁜¥∮꒾ß≒……]

[완료 보상 : 완전한 두 번째 삶]

다 깨져서 내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과 보상을 보면 짐작이 가는 건 있었다.

보상이 ‘완전한 두 번째 삶’이라지 않나.

‘지금 삶이 불완전하다는 건가?’

어쩌면 지금의 삶도 저번 지구처럼 멸망한다거나, 어떤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그게 맞는 것 같아.’

왜냐면 이 정체불명의 첫 퀘스트 외에 다른 퀘스트들의 목적이 너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받았고 이미 완료된 퀘스트는 엄청나게 많았다.

첫 울음, 우유 먹기, 옹알이 등등등.

사람이 태어나면 밟게 되는 성장 과정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퀘스트가 붙어 있었다.

‘나를 성장시키고 강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야.’

그렇다는 건, 내가 물리쳐야 할 적이나, 해결해야 할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긴장해야 돼. 어떻게 되찾은 가족들인데! 그리고 아직 엄마 얼굴도 못 봤는걸!’

어쨌든 이렇게 퀘스트가 많다는 건, 전부 퀘스트 보상이 있다는 소리.

역시 2회 차 인생은 개꿀, 이지 모드인 건가?

[보상 : %$%$$^]

[System Error! 잘못된 접근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짜증 나는 에러 메시지들이 스팸 메일처럼 시스템 창에 쌓여 있었다.

다행히 보상이 전부 에러가 난 건 아니었다.

아까 오빠 놈을 굴복시키고 완료한 퀘스트도 추가 보상은 받는 게 가능했던 것처럼.

주로 추가 보상이나 일일 퀘스트, 돌발 퀘스트 등의 곁가지들은 수령이 가능한 듯했다.

스팸 메시지의 산 속에서 몇 개 쓸 만한 걸 건질 수 있었다.

[일일 퀘스트 보상 아이템 ‘성장 포션(E급)’을 수령합니다.]

[……상태 이상 해제 포션(E급)’을 수령합니다.]

[……추가 보상 아이템 ‘저주 정화 포션(D급)’을 수령합니다.]

그 밖에 마력이나 체력 포션이나, 몇 가지 스테이터스를 올려주는 자잘한 아이템 등이었다.

전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볼 잡동사니들.

하지만 지금은 꽤 쓸모가 있을지도 몰랐다.

‘특히, 이거.’

짧고 통통한 손가락이 투명한 물약 병을 집었다.

“셩쟝 포셩.”

이걸 여기서도 볼 줄은 몰랐다.

성장 포션은 마시면 일정한 경험치를 주는 아이템이다.

단, 효과는 코딱지만 했다.

‘A급 성장 포션도 0.00001%의 효과조차 없었으니까.’

전생의 나는 A급 성장 포션을 물처럼 마셔도 레벨에 영향이 없었을 정도다.

S급이 그만큼 레벨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 이건 E급이다.

전생이라면 인벤토리 아깝다고 버렸을 쓰레기.

‘그러고 보니 쌓인 메시지 중에서도 레벨업 문구를 못 봤네? 완료된 퀘스트가 이렇게 많은데 아직 레벨업을 못 했다고?’

시스템 에러의 영향인 건지. 레벨업 시스템 자체가 없어지기라도 한 건지.

어쨌든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지금 내 손에 들린 성장 포션의 부가 효과지.

이 포션은 한 가지 별명을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쑥쑥 포션!’

만 20세가 안 된 사람이 먹을 경우, 신체적 성장을 활성화해 주는 부가 효과가 있어서다.

단 신체 성장이 다 끝난 나이의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었고.

무제한으로 적용되지도 않았다.

계속 먹는다고 키가 무한하게 커지지는 않는 거다.

대충 원래 자신의 키에서 2, 3cm 정도 더 커지는 것이 한계인 걸로 알려져 있었다.

사람마다 거의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

어쨌든 성장 포션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아주 좋았다.

학부모들 사이에 성장 포션 열풍이 돌고 나서 아이들 평균 키가 1.5cm는 커졌다는 비공식 보고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난 얼마 전 첫 돌이 지난 아기!

백치로 오해받을 정도로 성장이 느린 아기!

지금 내가 이걸 먹으면 효과가 어떨까?

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포션 병을 열어 입에 가져갔다.

[성장치 +1]

내 생각대로였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쟈!”

***

성장 포션은 한 번 마시면 세 시간 정도의 사용 제한이 있었다.

난 사용 제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꼬박꼬박 포션을 마셨다.

그때마다 눈앞에 내 성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뾰롱뾰롱 떠올랐다.

[성장치 +1]

“죠아써!”

덕분에 내 2회 차 인생의 시작은 아주 평화롭고 순조롭게 흘러갔다.

쪽쪽쪽.

전투적으로 젖병을 빨아 다 비워 버린 뒤에 옆으로 던지며 외쳤다.

“따음!”

유모는 긴가민가하며 이유식을 가져왔다.

“호, 혹시 이것도 드실 수 있겠어요? 아, 하세요.”

“아-. 암냠냠.”

“아이고, 잘 드시네요!”

등 뒤에서 시녀 언니가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드디어 우리 황녀님이 이유식을 드시다니! 수백 번을 시도해도 절대 못 삼키셨는데에! 어헝어엉!”

“병아리 같으세요! 아니, 병아리보다 백배 천배는 귀여우세요!”

진짜 고생했었구나, 미안해. 언니들.

나는 젖병에 이어 이유식 그릇도 싹싹 비워서 유모와 언니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성장치 +1]

“끄윽—.”

트림도 잘 하고.

“너무 잘하시네요! 이젠 전혀 토하지도 않으시고!”

내 성장이 눈에 보이자 유모와 시녀 언니들은 아주 행복해했다.

“호이짜! 흐이짜!”

운동도 열심히 했다. 침대 모서리를 잡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기!

포션에만 의지하지 않고 열심히 한 덕분인지 다리에 근육이 좀 붙은 것 같았다.

덕분에 이젠 침대 모서리를 잡지 않고도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그걸 보고 유모가 날 바닥에 내려 주고 걸음마 연습을 시켜 주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황녀님!”

나를 향해 손뼉을 치는 유모는 더없이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아장아장 걸어갔다.

“꺄우!”

어떤 것도 붙잡지 않은 채 두 다리의 힘만으로 걸어서.

아직 다리에 힘이 모자라서, 다섯 걸음 이상 걸으면 힘이 풀렸지만.

꽈당!

이렇게 말이다. 난 다시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하지만.

폭신!

뒤통수와 등은 머리쿵 방지 쿠션에 의해 안락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아이코. 또 넘어지셨네.”

“하지만 다섯 걸음이나 걸으셨어요! 드디어 걸음마를 하신 거예요!”

감격한 시녀 언니 중 하나는 내가 걸음마를 한 바닥에 목탄으로 발 모양을 그려놓았다. 딱 내 발 사이즈다.

저걸 왜 표시하는 거지?

“이런 날은 기념해야죠.”

그런 거 기념하지 마!

“찌러!”

조금 또렷해진 발음으로 거부했지만 소용없었다.

“꺄아! 너무 귀여우세요!”

“한 번만 더 말해 주세요!”

유모는 함박웃음을 지은 채 발라당 넘어져서 혼자 못 일어나고 바둥거리는 날 안아 올렸다.

“이제 넘어져도 안 아프시죠?”

오늘은 작고 앙증맞은 천사 날개와 동그란 링 모양이 뒤통수에 달린 천사 머리쿵 방지 베개가 내 등에 매달려 있었다.

어차피 바닥이랑 벽이 전부 양탄자와 쿠션으로 도배되어 있는데, 머리쿵 베개 필요 없지 않아?

쪽쪽이야 내가 물기를 거부하는 게 가능했지만, 쿠션은 아니었다.

게다가……, 유모랑 언니들이 너무 좋아해서 내가 벗었다간 통곡이라도 할 기세였다.

이미 쪽쪽이를 뱉어 버렸는데 쿠션까지 거부하자니 좀 그랬다.

“하앙, 천사 쿠션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특히, 저 셀리나 시녀 언니는 거의 혼미한 표정이다. 내가 머리쿵 베개를 거부하면 심장마비라도 겪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며칠 사이, 나는 유모와 시녀 언니들 이름을 외웠다.

제일 오래 함께 있는 사람들이니 저절로 외울 수밖에 없었다.

유모는 엘제. 제일 이상한 언니는 셀리나. 그리고 좀 덜 이상한 언니는 모냐.

유모 엘제가 말했다.

“어이쿠, 진짜 무거워지셨네요!”

“키도 부쩍 커지셨어요!”

“팔다리도 길어지신 거 같은데요?”

시녀들의 맞장구에 유모는 기쁨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시네요. 이젠 정말 걱정이 없어요.”

유모가 젖은 눈가를 훔치면서 중얼거린 작은 말을, 나는 듣고 말았다.

“황후께서 이 기쁜 모습을 직접 보셨어야 했는데.”

“웅?”

유모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기님.”

“…….”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환생해서 눈을 뜬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 나는 아빠와 오빠를 전부 만났다. 오빠는 그 이후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그동안 단 한 사람은 내 방을 찾아오지 않았다.

엄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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